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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켄 1화 - 우주를 떠도는 메모리얼 액터

2015.11.11 조회 517 추천 13


 제1장. 우주를 떠도는 메모리얼 액터
 
 삐이이이잉, 삐이이이이잉.
 고음의 싸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퍼졌다.
 어디 한군데에서만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거리, 모든 마을, 모든 도시, 모든 국가, 전 세계에서 울려퍼졌다.
 1분여 달하는 긴 싸이렌 소리가 멈추자 이번에는 마이크를 타고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사 연맹과 와시아 연맹의 전쟁이 선포되었습니다. 유사 연맹과 와시아 연맹의 전쟁이 선포되었습니다.
 
 서기 2084년. 전 세계는 세 개의 큰 연맹으로 나뉘어 있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중남미, 호주가 만든 유사(EUSA) 연맹.
 러시아, 아시아, 중국, 인도, 한국이 만든 와시아(WASIA)연맹.
 유사 연맹과 와시아 연맹에 속하지 못한 제3세계 국가들이 만든 와우(WOW)연맹.
 와우 연맹의 힘은 미미했고, 세계는 유사 연맹과 와시아 연맹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그러니 두 연맹의 전쟁이라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발표를 듣고 제정신이 붙은 자라면 목숨을 부지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담담했다. 어느 누구하나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전쟁은 달 표면에서 이루어지며, 2084년 10월 1일 0시부터 2084년 10월 3일 24시까지 치뤄집니다.
 
 전쟁은 지구가 아닌 달에서 치뤄졌다. 우주 공간도 아닌 달 표면에서. 또, 전쟁은 극도로 짧은 단 3일만이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 하에서 치뤄지는 전쟁은 극히 소모적이기에 승자든, 패자든 돌이킬 수 없는 댓가를 치루는 일이라는 것을 긴 역사를 통해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권 다툼의 경쟁 속에서 정말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온다면 해결 방법은 어쩔 수 없이 무력 사용이었다.
 무력 사용을 한다 하더라도 무턱테고 무지막지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했다. 그렇지않다면 인류 역사는 끝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연맹은 서로 합의 하에 지극히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전쟁을 치루기로 한 것이다.
 2050년을 기해 전세계적 모든 국가가 가입한 지구 보존 조약에 의거해 지구 내에서는 어떠한 전쟁도 금지된 상태였다.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과 같았다.
 만일 누구라도 지키지않는다면 인류는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을 떠돌아야 했다. 그만큼 인류가 가진 무기는 강력했다.
 또, 이제는 국가의 개념이나 민족의 개념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고, 커다란 세 개의 연맹으로 묶여 그 밑에 있는 국가들은 지방 정부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그래서 연맹끼리 충돌하지않는 한 전쟁이 일어날 일은 거의 없었다.
 
 -지구 보존 조약을 확대 적용하여 유사 연맹과 와시아 연맹은 달 표면에서의 전쟁에 폭탄류 무기는 사용하지않기로 했습니다.
 
 전쟁터가 지구가 아닌 달이라고 해서 폭탄과 같은 강력한 무기가 사용되도록 할 수는 없었다.
 폭탄의 종류는 너무 많고, 사용되는 숫자를 제한하기도 어려우며, 하나하나의 파괴력도 천차만별이었다. 폭탄 사용이 허용되면 양쪽 진영은 끝없이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쏘아대고, 융탄 폭격과 같이 대규모로 폭탄을 투하할 것이기에 전쟁은 승자를 가리기 힘든 상태로 고착될 것이 분명했다.
 
 -전투는 무인 전투 로봇에 의해 이루어지며, 전쟁의 승자는 합의된 바에 따라 달 자원 채취의 58%를 차지하고, 패자는 달 자원 채취의 42%를 차지합니다.
 
 16%의 채취권을 누가 더 차지하는가를 놓고 싸우는 전쟁이었다.
 왜 승자가 100%를 가지지않는가 의문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100%를 원한다면 지구 보존 조약은 무시되고 지구가 다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승패를 갈라야 했다.
 이것은 양측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양측은 6개월 간의 조종과 협상을 통해서도 이견을 좁힐 수 없는 부분인 16%의 채취권을 놓고 3일간 전쟁으로 마무리짓기로 결정했다.
 6개월간 조종과 협상은 언론 매체를 통해 모든 지구인들에게 알려졌다. 전쟁이 일어날 것도 미리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기에 싸이렌이 요란스럽게 울려도 사람들은 당황하지않았다.
 달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전쟁은 실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달 주위를 돌고 있는 양쪽 연맹의 대우주전함에 탑승한 조종사들의 무선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무인 전투 로봇에 의해 이루어졌다. 마치 게임에 접속해서 상대와 싸우는 것과 같았다.
 총격이나 레이져빔 사용은 허용되었다. 하지만 무인 전투 로봇은 최강의 강도를 자랑하는 특수합금강으로 만들어져 왠만한 총격이나 레이져 빔 공격에도 끄덕 없었다.
 특수합금강은 우주 공간을 나르는 우주선에는 쓰지않았다.
 이유는 특수합금강이 워프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워프란 순간적으로 단번에 먼 거리를 공간 이동을 하는 것으로 2070년대에 개발된 이후로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로 진출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워프가 처음 개발되자 전 세계의 언론은 이렇게 선언했다.
 
 -드디어 우주 개척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건 큰 착각이었다. 워프는 함부로 쓸 수 없는 큰 단점이 있었다.
 첫째, 워프는 정확한 좌표가 설정되지않으면 이동하는 곳에 있는 물체와 충돌로 인해 탑승자가 죽는 것은 물론, 우주선까지 파괴되었다.
 둘째, 워프는 이동 거리가 크면 클수록 모든 기기 설정의 오차 범위가 늘어났다. 그래서 태양계를 벗어나는 장거리 워프는 성공률이 극히 낮았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고도로 정밀한 천체 망원경을 통한 관찰을 통해 워프가 가능한 좌표를 찾아내고 우주 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용감하게 도전했다.
 마치 다른 국가에 비해 늦으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행동했다. 각국의 언론도 우주 개척의 분위기를 크게 돋구었다.
 
 -먼저 개척해야 앞설 수 있다. 늦으면 도태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무모한 워프를 시도한 많은 사람들 중에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1%도 안되었다. 그나마 1%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태양계를 벗어나지않는 워프만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워프로 인한 우주 개척은 당분간 포기하게 되었다.
 달 자원 채굴권의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이번 전쟁에 유사 연맹에서는 총 3,400대의 전투 로봇을 출전시켰으며, 와시아 연맹에서는 2,600대의 전투 로봇을 출전시켰다.
 유사 연맹에 비해 와시아 연맹이 전투 로봇의 숫자에 있어서 800대나 열세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와시아 연맹에는 비밀 병기가 있었다.
 비밀 병기는 다름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메모리얼 액터가 주입된 한국의 무인 전투 로봇 조종사들이었다.
 메모리얼 액터는 인공 지능을 가진 액체형 컴퓨터로 한국의 첨단 과학 연구소에서 장장 40년 가까이 연구와 연구를 거듭해 만든 최첨단 무기였다.
 액체형 컴퓨터는 하나하나가 극소형으로 만들어진 작은 부품들이 특수하게 만들어진 젤과 같은 형태의 고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이를 뇌 속에 주입하면 젤 형태의 고체는 한 덩어리로 구불구불한 뇌의 빈틈에 스며들어 뇌파 에너지를 흡수하며 작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메모리얼 액터는 특수 주사기에 의해 머리에 삽입되는데 삽입 후에는 조종사의 눈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뇌신경을 자극해 머리 속으로 영상을 전달하여 정보를 제공했다.
 정보의 입력은 주입된 신체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메모리얼 액터는 젤 속에서 물방울 같은 작은 부품을 꺼내 시신경에 주입하여 인간이 볼 수 없는 자외선과 적외선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또, 귀에도 같은 방법으로 작은 부품을 주입해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후각, 미각, 촉각은 뇌를 자극해 인간의 능력으로 감지할 수 있는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메모리얼 액터에 내리는 명령은 생각에 의하는데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 뇌파의 파동을 연구 분석하여 생각에 의한 명령이 가능하도록 했다.
 메모리얼 액터는 정보를 제공하고, 명령만 받는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 지능이 있는데 이는 쉽게 설명하면 메모리얼 액터가 주입된 사람에게는 자신 속에 또 하나의 자아가 있는 것과 같았다.
 예를들어 아름다운 미녀가 맞은 편에서 걸어온다고 하자.
 ‘저 여자의 키랑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 메모리얼 액터가 작동하여 머리 속으로 답을 주었다.
 ‘170센치미터에 49킬로그램입니다.’
 또는 생각을 안해도 미녀를 보고 신체가 반응한다면 인공 지능이 갖춰진 메모리얼 액터는 이런 충고를 줄 수도 있었다.
 ‘저 여성의 눈빛과 표정은 당신을 비웃고 있습니다. 접근을 시도하시면 여성은 당신에게 혐오감을 느낄 것입니다.’
 생각을 할 때마다 메모리얼 액터가 작용하는게 싫다면 인공 지능 스스로 필터링하여 중요한 순간에만 말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이 메모리엘 액터는 무인 전투 로봇을 조종하는 조종사들의 머리에 주입되어 최적의 전투 행동을 제시하는 가이드 역활을 할 수 있었다.
 즉,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 찰나의 순간에 상대방의 시선이나 몸의 동작, 흘러나오는 뇌파의 흐름, 몸의 열기 등의 정보를 종합하여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미리 예측해 그 정보를 제공했다.
 이렇게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으니 조종사는 그에 대응하는 최선의 움직임을 취할 수 있었다.
 또, 메모리얼 액터에는 금세기 최고의 무인 전투 로봇 조종사인 대한 민국의 이무혁 대위의 신체 데이터와 전투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대한 민국의 이무혁 대위는 5살 때부터 무술을 익혔으며, 태권도, 택견, 쿵푸, 절권도, 합기도, 무에타이, 삼보, 유술 등에 능한 종합 격투가였다.
 또,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전해진 무예인 무예십팔반에 능통했다.
 무예십팔반은 장창(長槍), 당파(鐺鈀), 낭선(狼据), 쌍수도(雙手刀), 등패(藤牌), 곤봉(棍棒), 죽장창(竹長槍), 기창(旗槍), 예도(銳刀), 왜검(倭劍), 교전(交戰), 권법(拳法), 편곤(鞭棍), 월도(月刀), 협도(挾刀), 쌍검(雙劍), 제독검(提督劍), 본국검(本國劍)을 말했다.
 각종 무기를 다루는데까지 엄청난 실력을 지닌 이무혁 대위는 35세가 되는 해에 참가한 세계 전투 로봇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하며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떨쳤다.
 이런 이무혁 대위의 전투 능력을 고스란히 담은 메모리얼 액터는 전투 로봇 수백, 수천기의 가치보다 더욱 월등한 것으로 와시아 연맹의 비밀 무기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유사 연맹의 전투 로봇과 와시아 연맹의 전투 로봇이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에 메모리얼 액터를 주입받은 와시아 연맹의 조종사들이 다루는 무인 전투 로봇들은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며 유사 연맹의 전투 로봇들을 압도적으로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무기인 메모리얼 액터가 주입된 전투 로봇 조종사들을 와시아 연맹에 제공하는 댓가로 연맹의 달 자원 채취권 중의 20%를 요구했고, 전쟁에 이기기 위해 와시아 연맹은 이를 전격적으로 수락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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