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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슈트 1화 - 뜻밖의 손님

2015.11.11 조회 2,141 추천 41


 제1장. 뜻밖의 손님.
 대륙을 동서로 나누는 거대한 그랜드 멜파소 산맥.
 그랜드 멜파소 산맥은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어 일년내내 눈이 녹지않는 만년설의 높은 산들이 즐비한 곳으로 크기는 왠만한 왕국에 버금갈 정도였다.
 이 산맥은 크기도 클뿐만 아니라 험준해서 오크, 오우거, 트롤 등의 흉폭한 몬스터들과 함께 골드 드래곤, 블랙 드래곤, 블루 드래곤 등의 여러 드래곤들까지 높은 산에 레어를 꿰차고 있어서 인간들은 감히 이 산맥을 통과해 동서를 오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지 바다를 이용해서만 동서의 왕래가 있었는데 그나마도 북쪽은 절벽이 많고 추운 지역이라 항구 도시가 전무했다. 그러니 대륙의 동서를 오가는 유일한 길은 오직 남쪽 바다의 뱃길뿐이었다.
 
 그랜드 멜파소 산맥의 북동쪽에 있는 트리탄 왕국.
 5백년 전 세워졌던 마케니안 제국이 여러 왕국으로 갈기갈기 찌어지면서 이 땅에 세워진 트리탄 왕국은 북으로는 일년에 절반 이상이 겨울인 추운 지역이고, 서로는 그랜드 멜파소 산맥 밑이며, 동으로는 경쟁관계에 있는 크라잔 왕국이 버티고 있고, 남으로는 그랜드 멜파소 산맥에서 뻗어나온 야휀 산맥이 버티고 있었다.
 이 트리탄 왕국의 북서쪽.
 춥기도 한 지역이면서 그랜드 멜파소 산맥의 끝자락인 이곳은 왕국의 가장 척박한 땅으로 산맥에서 출몰하는 각종 짐승과 몬스터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100여명의 인구가 모여사는 작은 마을 몬머쓰가 있었다.
 이 마을에 유일한 대장간의 대장장이는 뮤론으로 보통의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중년의 사내였다. 그는 홀연히 10년 전에 5살박이 어린 아들 듀론을 데리고 이 땅에 와서 대장간을 차렸다.
 
 때는 4월.
 대륙에는 봄이 찾아왔지만 몬머쓰 마을은 아직도 눈보라가 치는 겨울로 추위가 가시지않은 상태였다.
 쾅! 쾅쾅! 쾅쾅!
 한밤 중에 요란스럽게 대장간 옆의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간은 이미 초저녁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시간에 누구야!’
 잠을 깬 듀론이 침대에서 이불을 제치고 주섬주섬 나왔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대장간에 일을 맡기기 위해 한밤 중에 문을 두드리는 일은 절대 없었다.
 듀론이 일어나 앉으니 아버지인 뮤론은 한손에는 촛불이 켜진 등잔을 들고 한손에는 검을 들고 서있었다.
 ‘응? 아버지가 왜 검을?’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모습 속에 긴장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뮤론은 아들이 침대에서 나오자 눈짓을 보내며 한편에 세워둔 검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듀론, 검을 들어라.”
 “네?”
 “밖에 예사롭지 못한 놈들이 와있다.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도 해.”
 뮤론의 표정은 심각했다.
 ‘예사롭지 않은? 도망치라고? 집에서?’
 이런 일은 평생 처음이었다.
 전에는 아버지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듀론은 그 어느때보다 한껏 긴장했다.
 ‘도대체 밖에 어떤 자식들이 와있길래.’
 뒷꿈치를 들고 재빨리 이동해서 한편에 세워진 자신의 검을 집어들었다.
 잠이 들기 전까지 검을 들고 땀을 흠뻑 흘리며 오후 훈련을 했기에 검자루가 미끄러지지않도록 칭칭감아서 묶어둔 가죽끈은 축축하게 젖어있는 상태였다.
 듀론은 두손으로 검을 꽉 부여잡고 뮤론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쉿!”
 뮤론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듀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때, 또다시 밖에 있는 자가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쾅! 쾅쾅! 쾅쾅!
 “안에 아무도 없는가? 아무도 없는가?”
 문을 두드리는 남자의 거센 외침이 오두막 안까지 들려왔다.
 ‘응? 외지인이다.’
 몬머쓰 마을은 워낙 인구가 작아서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밖에서 외치는 굵은 목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자의 것이었다.
 뿌드득.
 검자루를 꽉 부여잡자 마찰음이 나즈막하게 울려퍼졌다. 이 소리에 아버지 뮤론은 듀론을 돌아보며 고개를 뒤로 제치며 자신의 뒤로 서도록 지시했다.
 쾅! 쾅쾅! 쾅쾅!
 “안에 아무도 없는가? 아무도 없는가?”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 밖에 있는 상대는 상당히 급한 목소리였다.
 뮤론은 숨을 깊이 들이쉰 후에 촛불이 켜진 등잔을 듀론에게 건낸 후에 검을 든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오두막 문을 열었다.
 끼이익.
 “누구십니까?”
 뮤론의 말투는 아주 공손했다.
 상대방에 대한 경계는 완전히 풀어버린 평범한 대장장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기를 숨기고 있을 뿐. 여차하면 등 뒤의 검을 빛처럼 빠르게 움직여 상대의 목을 베어낼 참이었다.
 뮤론의 등 뒤에서 듀론이 살피니 문 입구에는 긴 후드를 눌러쓰고, 하얀 눈이 온통 묻어있는 망토를 걸친 180센치미터 키의 사내가 서있었다.
 그의 뒤쪽에 비슷한 덩치의 네명의 사내가 자신들이 타고 온 말의 고삐를 붙잡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 긴 장검을 차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시골 촌구석에 있는 몬머쓰 마을의 대장장이를 찾아오기엔 아주 특별하고 유별난 뜻밖의 손님들이었다.
 ‘응? 혹시 노린 영주가 보낸 병사들인가?’
 듀론은 순간적으로 몬머쓰 마을이 속한 노쓰티앙 지역의 영주인 노린 자작의 영주군을 떠올렸다. 하지만 의아한 점이 있었다.
 ‘이상하다. 병사들이 봄에 찾아올 일이 없는데?’
 영주군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년에 한번 가을이나 되어야 몬머쓰 마을에 세금을 걷으러 나타났다.
 뮤론과 듀론이 긴장해서 이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맨 앞에 서있던 사내는 손을 들어 눈이 묻어있는 후드를 제쳤다. 그러자 후드 안에서 빛나는 금발의 머리카락과 위엄과 권위가 느껴지는 중년의 남자 얼굴이 드러났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뮤론과 듀론은 그가 귀족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평민이라도 겉에서 자연스럽게 풍겨나오는 고귀한 귀족의 도도함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시골 마을에 나타날 사람이 절대 아닌데?’
 듀론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때, 문 입구에 서있던 중년의 사내는 보이쉬한 중후한 목소리로 뮤론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곳이 철갑 용병 뮤론의 집이 맞는가?”
 뮤론의 뒤에 서있던 듀론은 그의 말에 놀라서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철갑 용병?‘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었다.
 그 누구도 아버지를 이렇게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몬머쓰 마을 사람들은 항상 듀론을 대장간집 아들이라 불렀고, 아버지는 대장장이 뮤론이라고 불렀다.
 ‘아버지가 철갑 용병?’
 듀론이 놀라서 뮤론의 뒷모습을 쳐다보는데, 아버지 뮤론은 굽혔던 자세를 풀고 반듯히 서면서 손에서 힘을 뺐다. 그 바람에 등 뒤로 숨겼던 검이 손을 따라 축 늘어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채채쟁, 챙챙.
 후다다닥.
 중년의 사내 뒤에서 말 고삐를 붙잡고 있던 네 명의 사내는 뮤론의 손에 검이 들려있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검을 빼들고 뛰어나왔다.
 “잠깐!”
 중년 사내가 한손을 번쩍 들며 뒤에 있던 사내들을 제지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마비라도 걸린듯 달겨들던 네명의 사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때였다. 아버지 뮤론의 입이 벌어지며 넋이 나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렝 백작님......”
 중년 사내는 즉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 뮤론이 맞군. 하하. 10년 만이라 얼굴을 못 알아봤다. 하하.”
 바렝 백작이라 불린 사내는 껄껄 웃으며 뮤론에게 다가와 두손으로 그를 꽈악 껴안았다.
 ‘백작? 10년 만?’
 뒤에 서있던 듀론은 깜짝 놀랐다.
 첫째는 갑자기 나타난 사내가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높으신 영주인 노린 자작보다 신분이 더 높은 백작이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아버지가 하늘같은 백작님을 안다는 것.
 마지막 셋째는 지금 백작이라 불리는 중년 사내가 자신의 아버지를 스스럼없이 껴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뮤론과 듀론이 당혹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작 신분의 바렝은 껄껄 웃으며 아버지 뮤론을 껴안고 있던 손을 풀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정말 오랜 친구를 발견한 반가운 표정이었다.
 “자네 찾기가 정말 힘들더군. 왜 이렇게 꼭꼭 숨어있었나?”
 “.............”
 “하하, 우선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바렝이 묻자 뮤론은 이제서야 백작님을 문 앞에 세워두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뒤로 물러나며 허리를 숙였다.
 “네, 누추한 곳이지만 괜찮으시다면.......”
 “상관없네.”
 바렝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뚜벅뚜벅.
 “응? 누군가?”
 바렝은 뮤론의 등 뒤에서 검을 들고 긴창한 채로 서있는 듀론을 발견했다.
 “아들입니다. 듀론, 검은 내려놓고 어서 무릎꿇고 인사드려라. 바렝 백작님이시다.”
 “.............”
 높은 신분의 바렝을 처음보는 듀론은 긴장해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하고 움직이질 못했다. 그러자 뮤론이 듀론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말했다.
 “듀론! 무릎을 꿇고 인사드려라!”
 “네? 네! 듀론이라고 합니다.”
 뮤론으로 인해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듀론은 검을 마루바닥에 떨구고서 급히 한쪽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바렝은 듀론의 모습에 매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 아들? 지금 몇살이지?”
 “15살입니다.”
 “아버지를 닮아 늠름하구나.”
 바렝은 흐믓하게 듀론을 쳐다보았다.
 이때, 뒤쪽에 있던 뮤론이 중간에 끼어들어 바렝을 테이블로 인도했다.
 “백작님, 저쪽으로 앉으시지요. 같이 온 기사분들도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바렝은 뚜벅뚜벅 걸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뮤론은 문 밖으로 나가 함께 온 기사들의 말을 자신의 대장간 앞에 있는 말뚝에 묶도록 도왔다. 그리고 네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까지 좁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니 완전히 꽉 차버렸다.
 뮤론은 안되겠다고 여겼는지 듀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듀론?”
 “네, 아버지.”
 “너는 옆집의 마리아 아주머니댁에 가서 자라. 아버지가 오늘 하룻밤만 부탁드린다고 잘 말씀드려.”
 ‘응? 나만?’
 듀론은 선뜻 내키질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빛을 보니 거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귀하신 손님들도 있으니 지금은 아버지 말을 더 더욱 따라야만 했다.
 “네.”
 대답을 한 듀론은 얼른 겉옷을 챙긴 후에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쳇, 나도 듣고 싶은데.’
 혼자만 쫓겨 나오는게 아쉬웠다.
 옆집으로 가는 길에도 오두막 안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가는지 무척 궁금했다.
 
 다음날 아침.
 마리아 아주머니 댁에서 쿨쿨 잠을 자던 듀론은 누군가 거칠게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깨어났다.
 어젯밤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듀론은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녁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상태였다.
 “듀론! 듀론! 일어나라.”
 잠결이지만 자신을 흔드는 자는 목소리가 아버지 뮤론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으응, 아버지?”
 “그래. 일어나라.”
 “손님들은요?”
 듀론은 이불을 제치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아직 오두막에 계시다.”
 “그래요?”
 “그래. 얼른 옷을 챙겨입고 나와라. 할 말이 있다.”
 뮤론은 아주 진지한 말투였다.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을거 같은 느낌에 듀론은 얼른 옷을 챙겨입고 따라나섰다.
 듀론은 나오기 전에 간밤에 잠을 재워준 마리아 아주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 재워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괜찮아. 밖에 아버지가 계시니 얼른 나가봐라.”
 “네. 나중에 인사드리러 또 오겠습니다.”
 듀론은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자신을 기다리며 서있던 뮤론이 듀론을 데리고 대장간 옆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두막 밖에는 어제 갑작스레 찾아온 바렝 백작과 네명의 기사들이 다섯필의 말고삐를 잡고 서있었다.
 ‘아직 안가셨네?’
 듀론은 허리를 굽히며 바렝에게 인사했다.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으흠, 그래.”
 바렝은 듀론을 흐믓한 얼굴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듀론아, 들어와라.”
 아버지 뮤론이 오두막 안에서 그를 불렀다.
 ‘응? 저들은 밖에 세워두고?’
 이상했지만 듀론은 몸을 돌려 아버지를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뮤론은 어느새 테이블 한편에 앉아있었다.
 “이쪽에 앉아라. 할 말이 있다.”
 “네.”
 고분고분 대답하고 듀론이 자리에 앉자 뮤론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듀론아, 아버지는 오늘 떠난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떠나다니!’
 너무나 의외의 말에 듀론은 당혹스러워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착각했다.
 “네? 떠나요?”
 “놀랐구나. 아버지는 오늘 떠난다.”
 뮤론은 재차 반복하며 말했다.
 “어디로요? 왜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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