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불멸의 왕

택시 손님

2015.12.16 조회 45,837 추천 1,053


 “어디로 모실까요?”
 수현은 목적지를 물으면서 백미러에 비친 손님을 봤다.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야간에 택시 운전을 하다보면 진상 손님들을 접하기 마련이다.
 방금 전에 잔뜩 술에 취한 사내들을 태웠기 때문에 기왕이면 정상적인 손님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백미러에 비친 손님은 여자였다.
 그것도 2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택시 승객 중에 남자나 여자를 따지는 것이 의미는 없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백미러에 비치는 새하얀 피부에 보석 같은 눈동자. 화장을 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예뻤다.
 ‘기가 막힌 미인이구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려는 걸 억지로 참아야 했다.
 “판교로 가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일산에서 판교까지는 꽤나 먼 거리다.
 ‘아싸. 봉 잡았다.’
 수현은 여자 손님이 목소리도 곱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드럽게 엑셀을 밟았다.
 새벽 3시.
 가장 한적한 시간에 운전을 하면서 수현은 뒷자리의 여자가 신경 쓰였지만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방해하지 말아야지.’
 수현은 라디오도 끄고 조용히 택시를 몰았다.
 ‘오늘은 어렵지 않게 일당은 하겠구나.’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과거가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사실 별 것도 없는 인생이지만 말이야.’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현은 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았다. 친구들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 운동도 그럭저럭 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 때 집에 컴퓨터를 놓은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컴퓨터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림을 그리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었다.
 ‘편리하긴 하네. 뭐든 쉽게 연습하고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텔레비전과 책만 대하다가 컴퓨터를 다루니 그동안 접했던 세상이 확 달라졌다.
 어느 날에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CD를 내밀었다.
 “이것 좀 해봐.”
 “뭔데?”
 “해보면 알아. 너니까 주는 거다.”
 친구가 준 CD에는 당시 유행하던 고대시대의 원시인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담겨 있었다.
 수현은 그 게임에 푹 빠져서 단 몇 시간만에 엔딩을 봤다.
 “진짜 재밌네.”
 이동하면서 공룡이나 식인 새 등을 물리쳐야 하는 게임은 액션과 스릴이 있었고 기술들을 조합할 수도 있었다.
 “다시 해보자.”
 두 번째 플레이를 할 때는 훨씬 빠른 속도로 엔딩을 봤다.
 “뭔가 빠뜨린 게 있을 것도 같은데...”
 밤새도록 게임을 하면서 5번 쯤 엔딩을 봤으리라.
 그날이 변화의 계기였다.
 수현은 친구들에게 게임을 받아서 플레이했다.
 어떤 어려운 게임이라도 그의 손에 들리면 공략법이 나왔고, 수많은 팁들이 만들어졌다.
 컴퓨터에 푹 빠져서 학교 성적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써야 할 정도도 아니었다.
 부모님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만큼 공부도 했던 것이다.
 액션 게임은 기본이었고, 전략 시뮬레이션, 스포츠, 어드벤쳐, 롤플레잉.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섭렵했다.
 중학교 3학년.
 전세계를 흥분시킨 게임 ‘은하우주전쟁.’의 출시.
 수현은 처음 그 게임을 접해보고는 놀라움에 충격을 받았다.
 3개의 종족이 있었고, 각 유저들은 한 종족을 선택하여 전투에 참여한다.
 자원을 채취하여 생산 건물을 올리고, 전투 유닛을 뽑아서 싸우는 방식.
 승리를 위한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압도적인 자원 채취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으며, 끝없는 견제로 상대를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모든 지형을 파악하고 이용하고, 병력의 진형과 전술도 중요했다. 유닛들의 특수 스킬들까지 활용을 해야 한다.
 ‘모든 게임의 장점을 합쳐놓은 것 같아.’
 수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은하우주전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놀라운 승률을 기록했다.
 3가지 모든 종족을 다루며 합계승률 87%.
 온라인 랭킹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수현의 집은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접할 일이 드물었지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상금을 걸고 피씨방 리그도 만들어졌다.
 ‘리그를 하면 재밌겠네. 학교를 다녀야 해서 참여할 수는 없지만.’
 6개월 정도가 지나자 게임 방송에서도 은하우주전쟁을 중계했다.
 프로팀들이 만들어지고 1년 단위의 리그도 열렸다.
 ‘프로들은 대단해. 매일 게임만 하면서 산다니 말이야.’
 수현은 가끔씩 방송을 보면서 놀랍다고는 생각했지만 직업으로 프로게이머가 될 생각은 없었다.
 백 명이 노력해서 한 명이 그럭저럭 먹고 살거나 스타가 되는 직업.
 ‘수명도 짧고 말이야.’
 각 게임팀들이 수현이 먼저 개발했던 전략과 빌드 오더를 방송 경기에 사용하는 것을 봤다.
 “꺄아악!”
 “손태기 선수. 극단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쪽박입니다. 심리전이 보통이 아니네요!”
 수현은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무덤덤했다.
 게임의 전략이나 운영 방법은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은하우주전쟁을 처음에 접할 때에 누군가의 공략이나 정보 글을 참고했기 때문이었다.
 ‘대회에도 참가해보고 싶은데... 대회 참가한다고 서울 간다면 집에서 난리 나겠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게임을 할 시간도 없었다.
 자율 학습이라면서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붙잡아놓고 공부를 시켰기 때문이다.
 수현은 방학 때마다 틈틈이 게임을 즐겼고, 은하우주전쟁 외에도 새로 출시되는 다양한 게임들을 플레이했다.
 은하우주전쟁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기는 했지만 승률과 점수가 높아지니 부담스러웠다.
 그가 플레이한 영상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계속 받았기 때문이었다.
 은하우주전쟁의 온라인 대기실에 접속을 하면 모르는 사람들의 쪽지가 수백 통씩 들어왔다.
 ‘좀 부담스럽네.’
 수현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3학년이 되어 수능을 봤다.
 “딱 그럭저럭이구나.”
 “예...”
 “대학은 어디로 갈 거냐?”
 “성적 맞는 곳으로요.”
 “음. 그래라.”
 서울은 도저히 무리였고, 경기도 구석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좀 특이하지만 남들과 비슷한 인생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정작 문제는 그 대학 강의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들은 게 딱 한 번이라는 점이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같은 방 사람들과 처음 가본 피씨방.
 그곳에서 수현은 다시 게임의 눈을 떴다.
 “우와아아아. 유닛 컨트롤 봐라.”
 “무슨 저런 전략을 세워?”
 “야. 이거 완전 사기야. 이대일로도 절대 못 이기겠다.”
 “우리 네 명이랑 한꺼번에 붙어야 되는 거 아니냐?”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니 중, 고등학교 때 집에서 소리까지 꺼놓고 게임을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이 있었다.

댓글(30)

기계기계    
일빠
2015.12.16 17:30
월월짖는냥    
작가님 머니퀘스트는...
2015.12.19 19:28
홀아비야    
머니퀘스트부터 어떻게 해줘요.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2015.12.21 03:49
똘이당    
레이드 소설이 대세가맞는데 ..ㅠ.ㅜ 그래도 돌아오세요...
2015.12.22 18:04
립빠    
머니퀘스트에 신작연재한다고 공지라도 올려주시지ㅠㅠ 댓글보고 찾아왔습니다.
2015.12.29 17:08
SOJIN    
저도 댓글보고 찾아왔어요.. 머니퀘스트에 공지글이라도 하나 올리시면 조회수가 10배는 더 올라갈거같은데요..
2015.12.30 12:42
백조가꿈    
ㅠㅠ 머니퀘스트부터 해 주시지
2016.01.03 10:15
거수신    
그렇게 한 명의 인생이 맛이 가게 되었습니다란 잔혹 동화로군 ㅎ
2016.01.08 18:45
세메크    
잘보고갑니다
2016.01.12 18:45
자요    
잘 보고 갑니다.
2016.01.13 21:42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