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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다크 1화 - 프롤로그

2015.12.02 조회 1,417 추천 24


 프롤로그
 
 인간은 몇 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단 하나!
 이것이 정답이다. 그 어떤 사족도 필요 없다. 보고, 듣고, 느끼고, 그리고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은 바로 나이며 내 영혼이다. 절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데 그 확고부동한 생각이 순식간에 뒤엎어지고 말았다.
 그놈의 사고를 당하면서부터 나에게는 나의 영혼만을 가질 수 없었다.
 정확히 108개란 엄청난 숫자의 영혼이 지금 나의 몸 안에 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분명 내 몸 안에 있다.
 의사, 판사, 변호가, 사업가, 학생, 선생, 건축가, 경찰, 어린아이. 심지어 사기꾼과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국적, 아울러 나이와 성별 구분 없이 사람들의 영혼이 지금 내 몸 안에 다 들어있다.
 [푸!]
 우습다.
 [하하하!]
 [호호호!]
 [키키키!]
 지금 내 속에 있는 영혼들도 함께 웃는다.
 내 마음과 교감이 통한 것인지,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망할 놈의 여객기 추락사.
 유일하게 생존한 내 몸 안에, 내 영혼을 비롯해 여객기에 동승한 영혼들이 모두 다 모여 있다.
 108개의 영혼들이… 말이다.
 
 
 제1장. 108개의 영혼
 
 일출.
 잔잔한 바다 위에 금가루를 뿌린 듯 금빛 융단을 펼치며, 서서히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는 태양이 떠오른다. 언제나 인간의 마음속에 새로움과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장관이다.
 한 사내가 모래사장 위에 뿌연 포말을 만들고 있는 파도를 맨발로 받아들이며 일출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흑발에 짙은 눈썹과 눈동자는 모두 검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와 얼굴은 태양에 그을려 구릿빛이었고, 자잘한 근육들이 잘 발달해 있어 꽤 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 역시 굵직하게 각이 져 있어 더 강인하게 보였다.
 그러나 일출의 장관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그저 허탈한 눈빛만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이 지구가 아니란 말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하지만 저 떠오르는 태양은 똑같다. 공기, 파도, 나무, 모래, 산, 모두 다 똑같다. 그런데도 지구가 아니란 말인가? 그럼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독백을 끝으로 처연한 웃음을 흘리는 사내는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 짙은 의문만 드러냈다.
 
 일주일 전, 세계검도대회 참가를 위해 뉴욕행 여객기를 탔던 사내, 아니 강태호는 생전 처음 새로운 세계를 대면하는 것에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었다.
 그러나 그 여객기를 탄 것이 불행의 시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태호는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공짜라는 명목하에 많은 술을 마시고는 16시간의 지루한 비행 동안 시차 적응도 할 겸 조용히 잠만 청했었다.
 그런데 포근히 잠을 자고 있던 중, 난데없이 기체가 뒤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었다.
 태호는 흠칫거리며 두 눈을 떴었다.
 먼저 머리 위 선반에 달린 산소 호흡기가 덜렁거리는 것이 볼 수 있었고, 곳곳에서 승객들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었다.
 기체는 더욱더 요동치기 시작했었고, 미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못한 몇몇 승객들은 마치 테이블 위의 탁구공처럼 기내 벽에 이리저리 튕기고 있었었다.
 선반 위의 짐들은 일시에 쏟아져 나와 위험한 흉기로 변해 승객들에게 가차 없이 공격했었고.
 급박한 기내 방송도 들려왔었다.
 ‘해상 비상착륙 시도’.
 결국 추락하고 있다는 소리였었다.
 죽음.
 언제나 멀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그 죽음이라는 것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었다. 추락하는 기체가 급격하게 휘돌아 쳐 그 여파로 실신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태호는 한 차례 몸서리쳤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그 장면은, 실로 너무나 끔찍하여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것을 떠올리며 두 눈동자는 흔들거렸다.
 그러나 태호에게는 지금 그 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는 어딘가?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일주일 전, 기적적으로 살아난 본인으로 어떻게 살아났는지 아직도 의문스러운 일이었고, 무엇보다 그 어떠한 타박상도 없이 멀쩡한 육신을 발견했을 때는 오히려 허탈한 웃음까지 흘렸었다.
 어쨌건 정신을 차렸을 때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 쓰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태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찾기 시작했었다.
 없었다.
 사람은커녕 사람의 발길조차 찾아볼 수 없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고립된 섬.
 이른바 무인도에 표류한 자신이었다. 그것은 3일 전, 섬 중앙의 우뚝 솟은 산 정상을 정복하면서 알게 되었었다.
 태호는 기다렸었다.
 여객기 추락이란 대형 사고가 났다면 의당 구조대가 올 것이라 기대하며.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도 구조대는 오지 않았었다. 항해하는 단 한 척의 선박도 볼 수 없었었다.
 당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태호는 그 의문과 함께 무인도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연장시켰었고, 표류한 지 사흘째 되는 날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었다.
 괴이하게도 둥근 달이 마치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너무나도 컸던 것이다.
 그리고 없었다. 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커다란 분화구가!
 착각일까?
 두 눈을 비비며 보고 또 봐도 마찬가지였었다.
 왜곡이다. 결국 공기의 이지러짐에 그런 것뿐이다. 그렇게 판단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달이 또 뜰 줄이야…….
 태호는 2개의 달을 본 후, 하루 종일 멍하게 바다만 바라봤었다.
 착각일 것이다. 그래, 착각이야. 오늘 다시 확인해보리라!
 믿기지 않는 현실에 태호는 그날 밤 다시 달을 찾았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었다. 그 어디에도 달은 없었었다.
 그리고 또 사흘째 되는 바로 어젯밤, 기대한 달을 볼 수 있었었다.
 2개의 달.
 역시 착각이 아니었었다. 분명 총총한 성광을 내뿜고 있는 밤하늘에는 자신을 조롱하듯 2개의 달이 더한 광채를 풍기고 있었었다.
 결국 현재 서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어디인가?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그때부터 태호의 머리에는 오직 그 의문만이 감돌뿐이었다.
 촤아- 악! 촤아- 악!
 태호의 심정과 달리 묵묵히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바다.
 그리고 이미 일출은 끝나고 환한 세상을 드러내는 미지의 무인도.
 태호는 이내 모래사장에 발 도장을 찍으며 울창하게 우거진 숲으로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무인도는 대략 3백 미터 고지의 산을 중심으로 3, 4시간이면 섬 주위를 다 돌 정도로 작았다.
 다행히 산중턱에 식수를 사용할 수 있는 샘물이 있어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생전 처음 보는 희귀한 나무 열매이지만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열매가 풍부했다.
 태호는 카카오와 비슷한 열매 3개를 따서 그 내용물을 먹은 후, 오늘도 무인도의 정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지구든 아니든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도 봤으면 하는 심정으로 오늘도 무인도 정상에 올라 바다를 관찰할 작정이었다.
 정확히 지금 그에게는 그 일밖에 없었다.
 
 @
 
 늘 강한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무인도의 정상.
 약 한 시간을 소비해 정상에 오른 태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사방을 둘러봤다.
 보이는 것은 그저 청명한 하늘과 일광에 반짝거리는 푸른 바다뿐 어제나 그제나 똑같은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태호는 두 눈이 충혈되도록 사위만 관찰했다.
 어느덧 30여 분을 아무 소득 없이 눈에 피로감만 쌓고 있던 태호는 순간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건!”
 해변에서 대략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 그곳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푸른 페인트로 칠해진 철판, 그리고 음양의 태극 마크가 찍혀 있는 물체를 말이다.
 “여, 여객기다!”
 본인이 탔던 여객기, 바로 그 기체의 꼬리 부분이 바다 위에 우뚝 솟아나 있을 줄이야…….
 일주일이나 그렇게 바다를 관찰했는데 이제야 그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당장 그 의문보다는 그곳으로 가는 게 더 시급했다.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자신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지 않은가!
 태호는 뛰기 시작했다.
 허파가 터지도록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약 30여 분을 달린 태호는 먼저 쓰러진 통나무 하나를 들고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수영이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왕복 2킬로미터, 그리고 생존자를 인양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통나무가 꼭 필요했다.
 ‘제발 누구라도 살아 있어라. 제발!’
 또 다른 생존자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태호는 손발을 열심히 움직이며 바닷물을 헤쳐 나갔다.
 그러길 약 40여 분.
 태호는 자신의 키 3, 4배의 높이로 마치 상어 등지느러미처럼 솟은 여객기 꼬리 날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호는 곧장 잠수를 해 기체를 살펴봤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해상에 추락했는데 어떻게 기체가 온전할 수 있을까.
 해면에 걸쳐져 있는 기체는 그 어디에도 파손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깨어진 창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태호는 얼떨떨했지만 일단 그 의문을 뒤로 하고 한 객창에 가서 그 안을 들여다봤다.
 툭!
 “컥!”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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