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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무림가다 1화 - 다크 윙

2015.12.04 조회 4,040 추천 45


 1권:이계의 마나
 
 프롤로그
 
 남궁휘웅은 백돌을 만지작거렸다.
 맞은편 가기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허허허.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대마불사. 잠시만 기다리시게.”
 돌을 던져도 이미 던져야 했는데도, 남궁휘웅은 좀처럼 승복하지 않았다.
 ‘수가 있을 게야…….’
 은전도 아닌 금전 열 냥이나 걸린 판이라, 남궁휘웅은 강한 집착과 함께 바둑판을 계속 쳐다봤다.
 어느덧 새로 따른 가기혁의 찻물이 차갑게 식어갈 무렵이었다.
 ‘있다!’
 남궁휘웅은 회심의 미소를 그리며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쿠- 웅!
 그 순간 남궁휘웅이 앉아 있는 대청마루에 커다란 울림이 잔잔하게 감돌았다.
 “……?”
 남궁휘웅은 의문의 눈동자를 드러냈지만 모든 의문을 접고 백돌을 힘차게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쿠웅!
 촤르르륵.
 “휘웅 자네!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할 것이지 이렇게 판을 뒤집어도 되는 겐가!”
 내공은 좁쌀만큼도 쓰지 않았었다.
 한데도 바둑돌이 튀어 올라 이리저리 엉클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남궁휘웅은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곧장 소리쳤다. 아니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쿵!
 또다시 들려오는 울림과 함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지, 지진?”
 가기혁도 그제야 남궁휘웅의 농간이 아님을 깨닫고 산문 쪽으로 즉각 고개를 틀었다.
 쿵!
 추르르륵.
 이번엔 처마까지 들썩이며 흙먼지를 떨어뜨렸고,
 땅땅땅!
 곧이어 요란한 타종 소리가 울려 댔다.
 “가소, 무슨 일이냐!”
 늘 그림자처럼 따르는 호법 유가소의 이름을 외치자 그가 바람처럼 나타나 상황을 알아보고 오겠다며 산문과 연결된 중문 쪽으로 내달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지진이라도 난 거 아냐?”
 그사이 식솔들과 제자들이 본당 정원에 다급히 모여들었다.
 쿵-! 쿵-!
 울림은 더 크게 들려왔다.
 남궁휘웅은 어느덧 식은땀까지 흘렸다.
 ‘이건… 지진이 아니다. 엄청난 내공을 지닌 자의 족적 소리가 틀림없도다!’
 삼 갑자? 아니 사 갑자?
 초절정 고수의 천근추(千斤墜) 신공.
 지금의 울림은 그 생각과 직결했다.
 “크아아아아!”
 산문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별안간 터져 나왔다.
 “헙!”
 남궁휘웅은 숨을 집어삼켰다.
 담벼락 저편 너머로 제자 하나가 무려 오 장 이상이나 튀어 올라 후원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그뿐만 아니라 상황을 보고 오겠다던 유가소 또한 투석기로 쏜 돌덩이처럼 긴 곡선을 그리며 본당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콰자자- 작!
 이 층 본당 벽을 뚫어버릴 뿐만 아니라 다시 반대편 벽까지 뚫고 날아가버린 유가소.
 중상 아니면 사망일 것이다.
 쿵! 쿵!
 “크아아아아!”
 지축은 계속 울렸고, 산문 쪽 제자들이 공깃돌처럼 끊임없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휘, 휘웅 자네, 검성에게 무슨 실수라도 한 겐가?”
 가기혁이 언급한 천하 십대 고수 검성(劍星).
 아직 저편에 누가 나타났는지 모르나 그와 동급인 고수가 나타난 것만은 분명했다.
 “그, 그건 절대 아닐세. 검성은커녕 여태껏 천하 십대 고수조차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네.”
 “그럼 누구란 말인가!”
 “…….”
 쿵! 쿵-!
 어느덧 울림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컥!”
 “허억!”
 남궁휘웅를 비롯해 본당 인원들은 일제히 경악을 터뜨렸다.
 중문 기와지붕 위에 불쑥 나타난 그것!
 무려 한 자가 넘는 뿔이 세 개나 달린 거대한 투구였던 것이다.
 남궁휘웅은 어이가 없었다.
 이상하게 생긴 건 둘째 치고, 저런 투구를 뒤집어쓰려면 족히 이 장이 넘는 엄청난 키와 덩치를 소유해야 하는데, 그 누가 저런 투구를 쓸 수 있으리.
 혹 석상이라도 끌고 온 것일까.
 콰자자- 작!
 “캑!”
 남궁휘웅은 사레까지 걸려 버렸다.
 거대한 팔이 번쩍 나타나 아래로 내리치는 순간, 중문이 담벼락과 함께 두부처럼 으깨져 버린 것이다.
 전신을 드러낸 괴물의 정체 또한 인간이 아니었다. 무려 이 장하고도 삼 척이 넘는 거대한 동상이었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는!
 “마, 막아라!”
 남궁휘웅은 겨우 소리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우웅! 우웅!
 퍽! 퍽!
 “크아아아!”
 “으아아아!”
 괴물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제자들이 추풍낙엽처럼 허무하게 사방으로 날아갔고, 간신히 회심의 일격을 날린 제자들도 있었지만 도리어 그들의 검이 썩은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부러져 버렸다.
 이는 검기를 주입한 이 대 제자들의 검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남궁휘웅은 현실을 완강하게 부정했지만 그것을 비웃는 듯 제자들의 비명 소리는 더더욱 요란하기만 했다.
 잠시 현실을 외면한 사이 더는 괴물 주변에 서 있는 제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쿵! 쿵!
 철갑 괴물은 주변을 한 번 훑어본 뒤, 이내 매끈한 청석 바닥에 금을 쩍쩍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차앙!
 남궁세가의 가주로서 그냥 당할 순 없는 노릇, 남궁휘웅은 혼신을 다해 검을 뽑았다.
 멈칫.
 그 순간 모든 동작을 뚝 멈춘 철갑 괴물이었다.
 휘이이이!
 남궁휘웅은 이때까지 들리지 않았던 바람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네가 남궁세가의 가주냐?]
 육합전성(六合傳聲).
 괴물에게서 갑자기 그와 같은 목소리가 웅웅 울릴 뿐만 아니라 투구 사이로 두 개의 붉은 안광까지 번뜩였다.
 “그, 그렇다.”
 텅!
 철갑 괴물이 갑자기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남궁휘웅은 움찔거리며 재빨리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생각과 달리 철갑 괴물은 손을 천천히 옮겨 가슴 쪽으로 가져다 대고는 다시 움직여 남궁휘웅을 향해 앞으로 내밀었다.
 “……?”
 뜻밖에도 그의 검지에 조그마한 두루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봐라.]
 촤라라락.
 말려 있던 두루마리가 아래로 풀어헤쳐졌다.
 그로 인해 드러난 두루마리 속의 글자들.
 “이, 이건!”
 [너의 차용증서다. 금전 일만 냥을 받으러 왔다.]
 “…….”
 [아니지, 삼 년 동안 밀린 이자를 합해 금전 삼만 냥이다. 지금 당장 갚아라. 아니면 네놈의 장원이 지금 당장 먼지 가루로 변하게 될 것이다.]
 “…….”
 휘이이이.
 바람이 한 차례 불었다.
 그리고 또 불었다.
 남궁휘웅은 멍하니 철갑 괴물의 손에 걸려 있는 차용증서만 계속 응시했다.
 
 
 제1장. 다크 윙
 
 리코는 책상에 놓인 서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딘 학장의 얼굴을 응시했다.
 조소가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아 서류 내용은 안 봐도 빤했다.
 ‘또 떨어진 건가?’
 리코는 학장에게 따지려다가 포기했다.
 작년 한바탕 난리를 치고 정학을 당했을 때, 레베트 백작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정학이 아니라 이미 퇴학당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다시 난동을 부려 레베트 백작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난동을 피워봤자 더 비참할 뿐이었다.
 “거기 계속 서 있을 텐가?”
 리코는 아딘 학장을 한 번 노려보곤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버릇없는 놈.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이 타이탄 오너가 되겠다? 레베트 백작을 믿는 것이냐? 흥! 아무리 그라 해도 내 소견서를 절대 어찌할 순 없을 것이다.”
 리코는 어금니를 잠시 갈았지만 일말의 미련도 두지 않고 학장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꾸깃.
 “이곳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리코는 건물 밖 ‘희망’이란 푯말이 걸려 있는 계수나무를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타이탄 오너가 되기 위해 피땀을 흘린 게 5년이었다.
 그동안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고, 부친이 가르쳐 준 마나 행공과 검술,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들을 손톱과 발톱이 여러 번 빠질 정도로 수련하고 또 수련했었다.
 무엇보다 타이탄 조종 훈련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6시간씩 강행했었다.
 그 결과 타란(Taran) 아카데미에 입학 후 3년 만에 전교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놓쳐 본 적이 없었었다.
 성적대로라면 2년 전에 이미 타이탄 오너 자격증은 물론 개인 타이탄까지 지급받아야 마땅했었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건 ‘타이탄 오너 부적합’ 딱지일 뿐.
 “다리를 약간 저는 것이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들었던가? 그렇군. 눈빛에 늘 살기가 돈다는 이유도 있었지…….”
 12살 때 불운의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쳤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검술을 행하는 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었다. 다만 남보다 빠르게, 그리고 오래 달리지 못할 뿐이었다.
 더욱이 타이탄 오너가 되면 다리를 약간 저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직접 뛰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타이탄이니까.
 그리고 교수들이 항상 걸고넘어지는 눈빛.
 
 ‘지금 나에게 반항하는 거냐!’
 
 절대 반항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새로운 검법을 보여 준 교수들을 향해 늘 존경의 눈빛을 선사했었다.
 
 ‘음… 아무래도 자넨 검술 훈련보다 마음 수양에 도움이 되는 전도서나 복음서를 읽어야 할 것 같네. 자네 눈은 너무 어두워.’
 
 전도서나 복음서는 이미 7살 때 수십 번을 넘게 봤었고, 이날까지 남에게 그 어떤 피해도 준 적이 없었었다. 있다면 오너 부적합 판정 때 학장실 집기를 때려 부순 것밖에.
 그럼에도 교수들은 늘 뒤통수에다 대고 ‘사람 잡아먹을 눈빛이야.’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으니…….
 불구자의 불신, 그리고 인격 이상자 판명.
 그로 인한 타이탄 오너 부적합.
 “빌어먹을!”
 리코는 계수나무 줄기에 주먹을 힘껏 찍었다.
 쿠- 웅!
 계수나무 가지는 요란을 떨었고, 걸려 있던 ‘희망’이란 푯말이 떨어져 발등을 툭 찍었다.
 ‘떨어져도 하필이면…….’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딱 그 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리코는 서류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찍! 찍!
 그리고는 세 번을 찢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래, 떠나자. 내 나이 이제 열여덟. 아직 시간은 많다. 찾아보면 나에게 타이탄을 지급해줄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없다면…… 적국에 가서라도 반드시 찾고 말 테다.”
 리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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