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강범철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인생이었다. 격동의 70년대에 태어나 주먹 하나 믿고 살아온 인생.
이 바닥이 그렇듯, 손에 피를 묻히고 거칠게 살아왔지만 스스로가 정해 놓은 선만큼은 철저히 지켰었다.
비록 그것이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일지라도.
다만 죽음을 앞두고 한 가지 미련은 남는다.
꽃다운 나이에 경쟁 세력의 해코지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누이와 동생.
그들에게만큼은 살아오는 내내 미안하고, 또 죄스러웠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음에도 언제나 좋은 것, 맛있는 것은 항상 멀리하고 살아왔었다.
하나 그런다고 죄책감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한 두 사람의 죽음은 평생 그의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이제 곧 두 사람과 만나 사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범철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누님…… 못난 동생, 이제야 누님께 사죄드리러 갑니다. 은주야…… 못난 오라비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다오. 다시 만나면, 다시 만나면 내가 꼭…….’
삐-.
“2038년 9월 30일 오전 2시 20분. 강범철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의 사망 선고에, 주위에 있던 중년 사내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형니이이이임-!”
2038년 9월 30일.
대한민국 2대 폭력 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대룡파의 보스 강범철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향년 61세.
마지막 낭만 주먹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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