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맨이터(Man-eater)

맨이터(Man-eater) 1화

2016.02.01 조회 1,038 추천 18


 앨런 스미시
 
 
 1)
 
 
 “제기랄, 뭔 비가 이렇게 내린담!”
 앨런 스미시는 회색 밴 안에서 목성 거주구 기상 조절관에게 욕을 퍼부었다.
 요 며칠 새 계속 비가 내리는 것이 흡사 장마라도 진 것처럼 영 사람의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었다.
 “하여튼 행성 연방 놈들은 뭐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
 “저, 오너. 담배는 좀.”
 “왜, 니가 인간이라도 되냐?”
 차 안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밴 뒤에 여자 로봇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여자 모양의 로봇들은 금방이라도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옷 하나 입지 않고 마치 푸줏간의 고기들처럼 죽 매달려 있었다.
 풍만한 가슴, 작은 가슴, 약간 뚱뚱한 체형, 마른 체형, 글래머, 소녀 체형. 밴 뒤의 로봇 행어는 거의 온갖 취향의 여자를 다 모아 놓은 듯한 로봇 콜걸의 백화점이었다.
 “이봐 앨런,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뭐야, 너까지 저것들 편드는 거냐? 하여튼 스미스 너는 쓸데없이 정을 줘서 탈이야. 저것들은 기계라구. 제기랄, 근데 이놈의 전화는 왜 이리 지직거려?”
 그는 로봇 정비사 스미스를 갈구다가 이번엔 전화기를 가지고 불평했다.
 목성의 위성 궤도에 떠 있는 특성상 노이즈가 끊일 날이 없었다. 이곳에선 지구제 최신형의 휴대폰보다 군용 통신기를 개조한 투박한 핸드폰이 더 나았다.
 “그나저나 아니타 요것은 왜 안 나오지?”
 “그러게.”
 “이번 손님은 누구야? 단골이야?”
 “아니. 처음 이용하는 거 같은데.”
 “단골만 주문받으라고 했잖아.”
 “그랬다간 유지 비용도 안 나온다고.”
 “쳇. 스미스 너도 쟤네들 생각해 주는 척하지만 결국 그런 거로구만.”
 “어쩔 수 없지. 장사는 장사니까. 어쨌든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어? 이미 숏타임 15분은 지났다고.”
 앨런이 광자 시계를 슥 바라보니 그의 말대로 20여 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스미스, 니가 가. 로봇들을 징하게도 생각하는 너니까.”
 “싫어. 이 몸은 펜보다 무거운 걸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또 그 소리다. 전쟁이 무섭긴 무서운 거구만. 너 같은 지구 대학의 인재도 여기서 로봇 메인터넌스나 하고 있다니.”
 “쳇. 시끄러워.”
 “알았다, 알았어. 힘 쓰는 건 이 앨런이 해야지, 후우…….”
 앨런은 한숨을 내쉬면서 품에서 최신식 레이저 커터 자동 권총을 꺼내 살펴봤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 탄창이 빛나면서 총신으로 레이저 에너지가 흘러들어가고 언제든 레이저 커터를 뿜어낼 준비가 되었다.
 “가능하면 안 쓰면 좋으련만. 저번에도 정당방위라지만 뒷맛이 영 안 좋았잖아.”
 “그러게. 변호사 새끼한테 뿌린 돈만 해도 엄청났는데.”
 그는 얼빠진 변호사를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법정에서 섹스 로봇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로봇 포주를 무슨 독립투사나 되는 것처럼 열변을 토했다.
 결국 그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으로 손님의 다리를 레이저 커터로 잘라 버린 중상해 사건을 정당방위로 무마해버렸다.
 “그 변호사 돈값은 했지 뭐야. 그리고 돈이야 내가 버는 건가. 저 뒤의 기계들이 버는 거지, 하하.”
 밴의 문이 쾅 하고 닫히고 앨런의 머리 위로 두두두둑 빗줄기가 정신없이 떨어졌다.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고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서는 앨런.
 아파트의 복도는 스산한 기운이 흘렀다. 페인트가 다 벗겨져서 하얗게 일어나 있고 벽 한편의 우편함에는 전기 요금 체납 고지서 같은 독촉 우편물이 우편함마다 꽃꽂이 꽃처럼 수북하게 꽂혀 있었다.
 “사백이호랬나?”
 3차원 홀로그램으로 뜬 전화기 디스플레이에는 ‘레벤델 아파트 402호. 아니타. 숏타임. 하드 플레이 없음.’라고 적혀 있었다.
 “제기랄, 되는 게 없어.”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4층으로 올라가는 나선 계단으로 터벅터벅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 갈수록 희미하게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앨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402호 앞에 선 그는 주저 않고 402호의 나무문을 뻑 하고 걷어찼다.
 “으으으!”
 “제기랄.”
 거실은 온갖 잡동사니로 엉망진창이었고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안쪽의 침실이었다.
 그 안쪽의 침대에는 정말이지 살로 뒤덮인 것 같은 뚱뚱한 사내가 아니타의 가냘픈 몸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얼마나 뚱뚱했는지 제 몸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다.
 “추하군.”
 앨런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여 한숨 깊게 들이마신 후 침실 문을 뻑 하고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
 “뭐, 뭐야?”
 “이봐, 손님. 시간 끝났어. 추가 요금을 지불할 거 아니면 떨어져. 아니지, 벌써 오 분이나 더 지났네. 추가 요금 더 내.”
 “시, 싫어. 돈을 내가 왜 더 내?”
 “말로 해선 안 될라나?”
 뚱뚱한 사내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강제로 침대 밑에 떨어뜨렸다. 침대 밑에 떨어진 사내의 살이 추하게 털렁거렸다.
 “아니타, 옷 입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바리코트를 받아 든 아니타는 벗어 둔 속옷을 챙겨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편 앨런은 침대 옆의 탁자에서 사내의 지갑을 뒤지면서 투덜댔다.
 “쳇. 뭐 이리 돈이 없어. 겨우 십 달러? 아니타 너 선불로 받으라고 했을 텐데.”
 “…….”
 아니타는 고개를 돌려 앨런을 외면했다.
 “이런 시부럴…… 별수 없군. 이걸론 부족해. 이것들도 가져가니까 그렇게 알라구.”
 앨런은 토스터와 꽤 값나가 보이는 퍼스널 콘솔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토스터에 끼워져 있던 빵을 으적거렸다. 간신히 침대 틈에서 몸을 돌린 뚱뚱한 사내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침대를 딛고 일어섰다.
 “가, 강도나 다를 바 없잖아. 그리고 그 안에는…… 중요한 게 있다구. 돌려줘!”
 “신고하려면 신고하라구. 어차피 오는 짭새 녀석들 낯짝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것도 없이 포주질을 할 줄 알았어?”
 “이, 이런 개새끼! 돌려줘!”
 “아아, 섣부른 짓 하지 말라고. 누가 먼저 쏘는지 볼까?”
 뚱뚱한 사내는 침대 밑 서랍에서 샷건을 꺼내다 말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앨런은 어느새 빵 대신 총을 오른손에 들고 있었다.
 “최신식 레이저 커터 자동 권총이지. 총알보다 빨라. 시험해 볼래?”
 “크으으…… 아, 알았어. 도, 돈을 빌려서 줄 테니 연락처를 줘. 찾으러 갈게.”
 “흥,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리고 이 토스터는 맘에 들었어. 가격에서 제해 주지. 여기로 연락해.”
 “제기랄. 그 콘솔 건들지 말라구.”
 아니타가 방을 빠져나가자 앨런 역시 사내에게서 등을 보이지 않고 서서히 물러서다가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다.
 “가자, 아니타. 그리고 다음부터는 꼭 선불 아니면 나한테 말해.”
 “예…….”
 검은 머리에 청초해 보이는 동양 미녀 스타일의 아니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천천히 나선 계단을 내려서 밴에 도착했다.
 아파트를 올려다보니 그 뚱뚱한 사내가 샷건을 들고 밴을 노려보고 있었다. 앨런은 쿨하게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FUCK YOU를 먹여 주고 천천히 차를 돌렸다.
 “하여튼 외우주 개척까지 가는 시대가 돼도 저런 놈들은 없어지지 않는다니까?”
 앨런은 거칠게 운전하면서 방금 전 고객에게 욕을 퍼부었다.
 “풉. 저런 놈들이 없어지면 이 장사도 말짱 끝나는 거 아니야?”
 “흥, 그럴 리가. 나도 로봇은 싫어하지만 이 애들을 보면 꼴릿꼴릿하다구. 게다가 여긴 여자가 없는데 장사 땡 칠 리가 있겠어?”
 “하긴. 목성은 남자가 득시글대긴 하지.”
 목성 궤도 엘리베이터 거주구는 행성 연방의 골칫거리였다.
 외우주 개척 회사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고 목성과 주변 위성의 자원을 쓸어 담는 보물 창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가 많은 특성상 늘 범죄와 폭력에 찌들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근데 웬 토스터야?”
 “아, 그놈 방에 있던 건데 쓸 만한 것 같아서 들고 왔지. 야, 내 거 먹지 마.”
 “제법 맛있군. 그건 또 뭐야?”
 “낸들 아나. 담보물로 받아 온 거야.”
 스미스는 콘솔을 켜고 3D 디스플레이로 파일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별거 없는데? 아, 이거 봐봐. 너 찍혔다.”
 “이런, 시부럴. 켜 놓고 도촬하면서 했군. 놈이 요걸 애지중지할 만해. 저건 다른 업체 콜걸인가?”
 스미스가 펼친 다른 파일에는 또다시 흉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스미스, 저 모델은 구형이군. 저 모델은 우리도 있었잖아?”
 “음, 그랬지. 미친 녀석이 망가트려서 스크랩 처리했지만…… 근데 저 낙인은 핀투 쪽인가? 아니면 제레미?”
 “몰라. 어느 쪽이든 나한테 걸리면 다리를 분질러 놓겠어. 구역 문제는 확실히 해야지.”
 “제레미는 무슨 마피아가 뒤를 봐준다고 하지 않아?”
 “그깟 마피아들 무서웠으면 총질도 안 했지.”
 “자동 소총도 갖고 있다던데 이미 한판 한 거야?”
 “흥, 지구 청색 함대의 기함이 와도 이 앨런 스미시는 못 죽이지.”
 앨런은 장담하며 스미스에게 눈을 찡긋했다.
 “근데 이건 뭐지?”
 “뭔데? 또 그 뚱보 녀석이 똥이라도 싸든?”
 “아니…… 락이 걸려 있어.”
 “그놈 참 희한하기도 하군.”
 회색 밴은 코너를 끼익 돌아서 중국 음식점 쾌찬차 앞에 섰다.
 “난 꿔바로우. 스미스, 넌?”
 “중국 요리 이름은 잘 모르겠어. 대충 시켜.”
 “그럼 기스면 되나? 아, 커이 찌스미엔?”
 “아이야. 메이요 탕수이러. 즈요 미엔더. 츠 차오미엔 더 전머양? 헌하오츠. 쩌거스 워더 추안공더. 요 쯔신.”
 “기스면 없댄다. 볶음면 어떠냐? 이 양반 전공이랜다.”
 “아무거나 줘. 면이면 돼. 그 돼지 녀석 복잡하게도 락을 걸어 놔서 말이지.”
 “뭔데 그래?”
 “무슨 문서 파일 같은데…… 이거 막고 있는 게 인공 지능 논리 코드야. 이것만 풀면 금방 풀릴 거 같은데.”
 앨런은 불현듯 그 돼지 놈이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장면을 떠올렸다.
 “논리 코드가 뭐야?”
 “인공 지능을 응용해서 사람처럼 생각하게 한 후 키워드를 맞히게 하는 거지. 우리 애들 보안 프로그램이랑 비슷해.”
 스미스는 밴의 뒤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인공 지능도 손님에게 맞거나 학대를 당하면 정신 세정이 필요했다. 또 혹시 비싼 로봇 콜걸을 해킹당하거나 하면 곤란한 것이다.
 “쳇, 복잡하군. 그냥 내비 둬. 그 돼지 녀석 콘솔 열어 보지 말라고 날뛰더라.”
 “아, 잠깐 앨런…… 이거 골치 아픈 걸 건드린 거 같은데?”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