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환웅의 검

프롤로그

2016.02.11 조회 5,770 추천 112


 프롤로그
 
 “1167번, 면회다!”
 사형수 감방 앞에 온 교도관이 소리치더니 문을 열었다.
 철컹!
 ‘면회라고?’
 1167번 사형수 김현준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를 갸웃했다.
 “어서 나와.”
 교도관이 머뭇거리는 김현준을 보고 소리쳤다.
 ‘이상하군. 누가 날 면회 왔단 말인가?’
 감방 복도를 걸어가는 김현준의 머리에 의혹이 맴돌았다.
 “반갑네, 현준 군.”
 여긴 면회실이 아니다. 고급 카펫이 깔린 방.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이 김현준이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난 댁을 처음 봅니다만…….”
 김현준이 내민 손을 잡지 않자 남자는 품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밀었다.
 “아,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난 이런 사람이네.”
 김현준이 명함에 적힌 글을 읽었다.
 
 <대한제국 우주탐험부 인사국장 이정찬>
 
 “허, 이거 영광이구려. 나 같은 깡패가 대한제국의 우주탐험부 인사국장을 만나다니. 후후.”
 빈정거리는 김현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우주탐험부에서 인사국은 우주선의 선원들을 임명하는 부서이다.
 그 때문에 김현준은 인사국장이 왜 자기를 만나러 왔는지 짐작이 된 것이다. 지금은 서기 3015년. 서기 2300년부터 우주로 진출하기 시작한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500년으로 길어졌으며, 각 나라는 우주의 행성을 수십 개씩 차지하고 제국을 선포했다.
 그런데 어째서 민주주의를 던지고 제국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그건 당연했다.
 우주로 진출한 후 인류는 하나의 나라가 수십 개의 행성을 영토로 보유했다. 어떤 나라는 100개가 넘는 행성을 가졌다. 그러니 국가의 영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행성과 행성을 오가자면 몇 달씩, 혹은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니 국가의 통치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각 나라는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제국을 선택했다. 그래야 우주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행성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나 19세기의 제국들처럼 잔혹한 전제정치는 아니었다. 새로운 우주제국의 황제는 20년에 한 번씩 교체되며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황제 선거에서 이기면 다시 황제를 하기도 하지만 두 번 황제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 임기 동안 국민의 의견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을 때 황제는 하야해야 한다. 그 때문에 황제라고 해도 국민의 눈치를 봐야 했다.
 각설하고, 지금은 우주 대항해 시대이다.
 각 제국은 더 많은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우주를 탐험했다. 사람이 살 만한 행성은 먼저 발견한 제국의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주로 진출한 대한민국도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변경하고 새로운 행성 탐험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런데 우주를 탐험하여 제국의 영역을 넓혀가던 각 제국은 비상이 걸렸다. 우주 탐험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제국시대라고 하지만 인권은 더 강하다.
 그 때문에 군인이라고 해도 우주 탐험은 본인이 자원해야만 간다.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성을 탐험하러 떠났다가 돌아온 탐험선은 1만 대에 1대 정도. 나머지 탐험선은 우주의 미아가 되어 소멸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우주 탐험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500년의 수명을 가진 인간이 탐험을 떠났다가 죽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각 제국은 탐험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명예를 줘도 가려는 자는 소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각 나라는 우주 탐험 인력난에 시달렸다.
 담배에 불을 붙여 문 김현준이 말없이 쳐다보는 국장에게 말했다.
 “탐험선을 타고 떠날 사람으로 내가 당첨된 거요, 국장?”
 “여기서 사형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탐험을 떠나는 게 좋은 조건 아닌가? 돌아오지 못해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고, 살아 돌아오면 무죄가 될 것이고. 내 생각엔 남는 장사 같은데, 어떤가?”
 그러자 김현준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죄수는 많은데, 왜 하필 나요?”
 “자넨 사회의 밑바닥에서 살아오면서 태양파의 행동대장이 됐더군. 순전히 깡과 악으로 말일세. 미지의 우주에서는 악과 깡이 있어야 하지. 그게 내가 자넬 뽑은 이유이네.”
 “그래도 난 32명을 죽인 살인자요. 그것도 알고 있소?”
 “탐험에서 돌아오면 어떤 죄든 무죄가 되네. 우주 탐험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지.”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부딪쳤다. 한참 동안 마주 보던 김현준이 입을 열었다.
 “내 나이 이제 겨우 50. 아직 45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사형을 언도 받았지. 남은 450년이 아깝기는 했소.”
 말을 끊고 빙그레 웃은 김현준이 말했다.
 지금 시대의 인간은 생명공학이 발전해서 DNA 자체를 진화시켰다. 이를테면 육체 개조를 하여 강화 육체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노화가 천천히 진행되며 젊은 육체로 오래 살 수 있었다.
 현재 김현준의 나이는 50살. 지금 그의 육체 상태는 예전 지구의 인간으로 치면 18세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시대의 인간들이 지금의 김현준을 보면 아마 고등학생인 줄 알 것이다.
 그만큼 앳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육체가 개조되어 그런 것이지만.
 “뭐, 어차피 죽을 운명을 살려주는데 안 가면 바보라고 하지 않겠소? 후후. 가죠. 여기 있으면 사형당할 거.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기를 바랄 수밖에. 날 뽑아줘서 고맙소, 국장.”
 김현준의 말에 국장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탐험에 자원하는 걸로 알겠네.”
 국장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선 김현준이 말했다.
 “하지만 탐험선은 최신식이길 바라겠소. 내가 살아 돌아와야 제국에도 이로울 테니 말이요. 안 그렇소, 국장?”
 그러자 국장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말게. 이번에 건조한 우주 탐험선 환웅호는 대한제국의 최첨단 과학이 집약된 총아라고 장담할 수 있네.”
 “그건 다행이구려. 그나저나 내 방에 좋은 음식을 좀 넣어주시오. 사형수 감방이라고 영 음식이 시원치 않구려, 국장.”
 국장이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말게. 오늘부터 자넨 사형수가 아니라 VIP 대접을 받게 될 걸세.”
 “고맙구려. 후후후.”
 김현준이 비릿한 웃음을 터뜨리며 감방으로 돌아갔다.
 서기 3015년. 조직폭력배 32명을 죽이고 사형을 언도받은 태양파 행동대장 김현준이 우주 탐험선 ‘환웅호’를 타고 미지의 우주로 떠났다.

댓글(9)

sheath    
잘 읽었습니다
2016.02.29 15:25
비류수    
감사합니다^^
2016.03.05 03:09
유령대협    
오?
2016.03.10 03:19
워나이트    
오오 이런우주개척시대가 소재인 소설이 많았었나?
2016.03.20 13:45
하찮은8787    
당함 → 복수함 →당함 → 복수함 무한반복.
2016.12.17 22:29
초심과같이    
88회에서 시작한 본격적 전쟁이 209회까지 가고있습니다. 혹시라도 과금나올수 있으니 과감히 스킵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나오는 잡소리... 역시 발명왕!...ㅇㅈ능니듡귿 무적의 인디언 킴!.ㄷㅂㄷ.극시ㅡㅅ 쥔공의 여자!..ㄱㄷㅇ늽ㅈ극ㄹㄷ 이거 꼭 등장해서 분량 잡아먹습니다. 과감히 패스하세요. 솔직히 이름만 바꿔서 진행하는 복붙신공인듯함
2017.04.11 19:47
n9************    
앞뒤가안맞네 강제하려고 만든 제국인데 강제못한다는건뭐람 이름만제국
2018.04.09 23:28
국해의원    
전개가 차암...가관이네요...
2018.07.17 02:32
ageha19    
하필 제목에 '환웅'같은 환뽕이 들어가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민주정이 와해되고 제정이 들어섰다는 설정은 은하영웅전설 아류라고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서부극 대역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첫 화부터 하차하게 만드는군요.
2021.02.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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