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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신무신

<1>괴사부_서장

2016.03.10 조회 5,721 추천 102


 <신 무 신>
 
 <1> 괴사부
 
 
 
 서장
 
 
 
 소년의 머리에는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년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그가 앞으로 사부라고 부르게 될 괴노인과의 만남부터였다.
 
 소년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가히 괴이한 생명체라도 보듯 내려다보는 괴노인이 서 있었다.
 자글자글한 주름에 백발에 백염을 지닌 노인은 체격은 왜소했으나 알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는데 범을 닮은 부리부리한 눈매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안 죽었네?”
 눈을 뜬 순간부터 소년은 그 괴노인을 ‘사부님’이라고 칭해야 했다.
 
 짹짹짹.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어지러이 울려 퍼지자 소년이 눈을 떴다. 기껏해야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소년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후우…….”
 그리고 천천히 나무 위쪽을 바라보던 소년이 무언가 발견한 듯 몸을 조금 낮췄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이 거의 날아오르듯 나무 위로 몸을 튕기며 뛰어올랐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거목을 허공에서 몇 차례 디디며 나뭇잎들 속으로 모습을 잠시 감춘 소년이 잠시 후 땅에 안정감 있게 착지했다.
 그리고 소년의 오른손에는 조금 전까지 지저귀던 산새 한 마리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듯 날개를 내어준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푸드득! 푸드드드득!
 벗어나기 위해 연신 몸부림을 쳤으나 소년의 손아귀는 움직일 줄 몰랐고 잠시 후 힘이 다한 새가 저항을 포기하자, 소년은 허리춤에 메고 있던 끈을 풀러 새의 몸통을 동여매었다.
 “흐흐! 오랜만에 고기 먹겠네.”
 어린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으나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구하라!
 사부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따닥따닥!
 장작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어느덧 손질이 끝난 산새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소년이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익어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걸걸한 음성이 들려왔다.
 “오호! 좋은 냄새구나. 산새냐?”
 “일찍 오셨네요?”
 소년이 유쾌한 음성으로 물었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는 얼굴은 참혹하리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헛헛! 네놈 고기 굽는 냄새가 온 산에 진동하는데 어찌 내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 고것 참 맛이 기가 막히겠구나.”
 “열흘 전 토끼를 잡았을 때도 찾아오시더니…… 이제 슬슬 어린 제자 영양 보충도 좀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불만과 동시에 애절함이 깃든 소년의 음성에 사부라 불린 괴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헛헛!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분명 어제 네가 보양식을 구워 먹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말이다.”
 노인의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소년의 두 눈이 커졌다.
 “보~양~식?? 설마 어제 사부님께서 멧돼지 뒷다리를 뜯으실 때 마지못해 잡아먹은 뱀고기를 말하시는 건가요? 아니시겠죠? 사부님께서 드시던 고기는 사부님 뱃속으로 놀랍게도 모조리 들어가 버렸으니까요. 전 아마 맛도 보지 못한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요.”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지 의구심이 간다는 듯한 제자의 물음에 노인이 더더욱 놀라워하며 되물었다.
 조금 전 제자의 태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어허! 설마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돼지 한 마리를 네가 먹은 뱀고기에 비할 수가 있겠느냐? 살아온 세월이 늘면 먹는 양도 자연히 늘어나는 법. 너보다 족히 수십 배는 살아온 이 사부가 먹기에는 돼지 한 마리가 터무니없이 작더구나. 허나 이제 고작 십여 년 남짓 살아온 네가 먹기에 뱀고기는 부족하지 않은 보양식 아니겠느냐? 또 네게 누누이 말했지만 넌 적은 음식량으로 견디는 훈련이 필요하다. 언제 어찌 될지 모르는 이 강호 속에서 어찌 호의호식만 할 수 있다는 말이더냐? 젊어서 고생은 스스로 한다고 하였다. 허나 너는 지금 지나치게 호의호식하고 있지 않느냐?”
 노인의 뻔뻔함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와 입만 벙긋거리는 소년에게 노인이 재빠르게 자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것이 다 수행이니라. 언젠가 이 사부에게 감사할 순간이 올 것이니 그리 알거라. 만약 네가 죽기 전까지 이 일을 내게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네 모든 소원을 들어주마. 어험!”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참 말같이 하고 어느덧 새고기를 꼬치에 꿰어 가는 사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년은 이를 갈았다.
 무력 앞에 지금은 철저히 무력해지지만 반드시 언젠가 사부를 능가해 이 서러움을 갚으리라. 못 먹는 서러움이야말로 모든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크고 원초적인 원한을 야기한다는 것을 똑똑히 가르쳐 드리리라.
 이날 소년이 느낀 분노는 앞으로 소년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걸 이 순간 소년은 알지 못했다.

댓글(1)

[탈퇴계정]    
훗날 어짜구저짜구, 하는식은 오글거리지않음? 미래를 엿보는것은, 그닥 매력적이지못함, 독자예상을 뛰어넘어야 멋진작품인데 작가가 먼저 설레발치면 그 담편을 보는기 재미가 엄서짐.
2016.03.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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