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동쪽에서 건너온 기인이 있었다.
도포로 황하 바람을 가르며, 넓은 대륙은 제집마냥 돌아다녔다.
두 손을 휘두르면 천산이 들썩이고, 크게 걸으면 요동부터 서하까지 한 달음에 닿았다.
요괴인지 인간인지. 아니면 신선인지.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기인은 오랜 세월 많은 이름을 남겼다.
동녘에서 온 신선이라 하여, 동하선.
바람을 타고 거닌다 하여, 풍신.
행함에 규칙이 없다하여 혼군.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악마라 경외되어 온 이름 천마(天魔).
기인은 수많은 이름만큼 수없이 많은 이적을 행했다.
어떤 것은 선하게, 또 어떤 것은 악하게.
마치 구름 낀 날에 비가 오고, 높은 산에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당연한 천재지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 날······
기인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죽었다. 등선한 것이다. 은거했을 뿐이다.
많은 추측이 난무했지만 어느 하나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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