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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이계의 과학자

이계의 과학자 1화

2016.06.03 조회 2,949 추천 15


 프롤로그
 
 
 한때 흑마법의 씨가 마른 대륙, 이실리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다시 대륙엔 흑마법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주 은밀하게 대륙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전쟁. 수많은 생명이 전쟁에 의해 목숨을 빼앗기고 대륙은 황폐해져 갔지만, 인간은 그래도 살아가기를 원했다.
 대륙의 모든 국가가 전쟁을 하는 와중에 알게 모르게 그들의 뒤를 지켜 준 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세이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죽이며, 대륙의 평화를 지켜 내었다.
 청공에 떠 있는 작은 섬. 그 섬은 인간으로써 신의 경지에 오른 자가 만든 하늘의 낙원이다. 섬의 인구는 300명이 조금 넘는다. 작고 아담한 그 섬에는 인간, 드워프, 엘프, 하프엘프들이 모두 평등하게 살아가고 있다. 청공의 낙원에 갈 수 있는 자들은 선택받은 자들밖에 없다. 그들은 가끔 대륙으로 내려와 지식을 전하고 물자를 구한다. 그때마다 대륙에 전설을 남기고 떠난다.
 그 전설이란······ 드래곤도 사용하지 못하는 위대한 마법, 그랜드 마스터를 능가하는 체술 같은 것이다. 그에게 도움 받은 자들은 대대로 ‘마진사 세이지’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어느 한적한 마을 중앙에 위치한 작은 분수대에 한 명의 어린 소년과 중년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그 말 진짜예요?”
 “누가 할아버지냐? 아직 50도 되지 않았거늘.”
 “에잇! 다들 그러는데요. 늙은이들처럼 말씀하신다고.”
 “허허. 이럴 수가······ 아직 장가도 못 갔거늘······.”
 “그러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진짜예요?”
 “흠흠. 그래, 진짜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그의 등뒤로 생기는 무수히 많은 마법진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움직임을 말이야.”
 “정말 그분은 신, 아니, 드래곤인가요?”
 “하하하, 녀석. 그분은 신도 아니며, 드래곤은 더더욱 아니란다. 그분은 그저 인간이셨지.”
 “에잇. 어떻게 사람이 드래곤도 못 이긴다는 마황을 잡아요. 마황이란 자는 마왕을 넘어서는 마계의 최고 이거잖아요.”
 꼬마는 엄지 손가락을 세워 마황이 마계를 주름 잡은 자라는 것을 어필했다. 그러자 나이 든 사내의 주먹이 빠르게 소년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빠각.
 “에끼. 이 녀석아.”
 “으아아앙. 왜 때려요.”
 “잘 들어라. 그분은 이 대륙의 사람이 아니란다. 그분은 머나먼 이계에서 오신 분이지. 그분이 있었기에 이처럼 대륙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란다.”
 “훌쩍. 그럼 이 섬도 그분이 하늘에 띄운 거예요?”
 “그렇지. 이 섬도 그분의 업적이지. 보아라.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이 살아 가고 있지 않는냐? 너도 성인이 되면 대륙으로 나갈 수 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그분이 남긴 체술을 익혀야 할 것이야.”
 “네.”
 나이 든 사내는 그렇게 어린 소년과의 대화가 끝나고 분수대 앞에 있는 2미터 크기의 동상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동상은 무슨 금속으로 만들었는지 하얀색을 띄고 있었으며, 드워프들이 만들었는지 세세한 묘사까지 되어 있었다. 더욱이 그의 전신은 특이한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오른팔에는 팔찌라고 보기에는 다소 커 보이는 것이 채워져 있었다.
 “레일 님, 식사하세요.”
 “어이쿠. 벌써 식사시간인가? 그럼 다음에는 그분의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해주마.”
 씨이익.
 어린 소년은 레일이라는 사내의 말에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언제나 들어도 그분의 연애에 관한 얘기는 재미가 있었다. 아니 질리지가 않는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리라.
 “엘리스 님, 매번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어이 꼬봉. 너 또 그 얘기 했냐?
 “하하하. 진 님. 뭘 그렇게 열을 내십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여간 오지랖 하고는.
 “다른 분도 오실 시간이 되셨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놈들이 언제 식사시간 어긴 적이 있습니까? 자, 들어가시지요. 오늘 따라 바람이 찹니다.”
 
 끼이익.
 2층으로 지어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벽돌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확 트인 공간에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고, 20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더욱이 테이블에는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10명의 꼬마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 옆에는 다소 낮아 보이지만, 처음 본 테이블과 비슷한 테이블이 있었다. 물론 거기에도 상당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낮은 테이블엔 의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애들아. 너희들 자리는 저기잖니.”
 “에잇. 넷째 엄마. 우리도 여기서 같이 먹고 싶어요.”
 “그래. 나도 여기서 식사 한 번 해보고 싶어. 저기 너무 좁단 말이야.”
 붉은 머리카락의 꼬마 하나가 어른들이 앉는 식탁에서 자신들의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꺼내었다. 그러자 검은 머리카락의 꼬마도 투덜거렸고, 이윽고 남은 8명의 꼬마들도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예끼 요 녀석들. 세이. 너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레일은 세이라는 꼬마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라는 엄포를 내렸다.
 “그래. 그 자리는 너의 아버지 자리야. 그러니 거기는 앉지 말거라.”
 부엌에서 나오는 붉은 머리카락의 풍만한 여성이 양쪽에 접시를 들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 녀석들. 감히 아버지의 자리에 앉다니. 오늘 혼나 볼래? 응? 당장 안 내려와?”
 그녀를 따라 줄줄이 나타나는 여성들.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간직한 채 테이블에 앉아 있는 꼬마들을 나무라고 있었다.
 어른들의 꾸중을 들은 꼬마들이 저마다 풀이 죽어 의자에서 내려와 자신들의 식탁 테이블로 움직였다.
 “야. 너 때문에 우리까지 혼나잖아.”
 “내가 뭐. 그런 너도 저기 앉아 보고 싶다고 했잖아.”
 바닥에 주저앉은 꼬마들은 음식을 앞에 놓아두고,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레일을 포함한 10명이 여성들은 그런 꼬마들을 보고 그저 미소만 지어 보이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검은 머리카락을 한 꼬마에게 시선이 모으고 있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여어··· 형수님들. 늦었습니다.”
 온몸이 땀에 찌든 사내 3명과 다소 멀쩡해 보이는 1명의 여성이 땀내를 풀풀 풍기며 거실로 들어섰다.
 “웃. 냄새. 이놈들아. 좀 씻고 다녀라. 물이 없냐, 뭐가 없냐?”
 “형님, 너무 그러지 마쇼. 이게 다 우리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럼 그럼. 그러는 형님이야말로 요즘 너무 한가하게 지내시는 거 아닙니까? 언제 한 번 사냥이나 같이 가시죠. 오늘도 먹음직스러운 놈 하나 잡아 왔습니다.”
 막 들어온 산적 같은 사내들은 땀내를 풍기며 밖이 보이는 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밖에 황소만 한 짐승이 양다리가 꽁꽁 묶인 채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고작 저거 잡는다고 땀을 그렇게 흘리셨어? 대단하군, 대단해. 아직도 실력이 부족하니 그 모양 그 꼴이지. 당장 씻고 오지 못해? 밥맛 떨어지게 말이야.”
 “맨날 우리만 뭐라 하지 마쇼. 씻고 오면 되지 않소. 야! 음식 식는다, 빨리 씻고 오자.”
 그렇게 땀내를 풍기는 사내들과 한 명의 여성이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그들을 불러세운 목소리가 있었다.
 “그냥 앉으세요. 그전에 제가 씻어 드릴게요.”
 “하하. 형수님. 이거 번번이 죄송합니다.”
 엘리스라 불린 여성이 미소를 짓자 그녀의 앞에는 4개의 푸른색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마법진이 번쩍이는 동시에 땀 냄새를 풍기는 자들의 몸이 물 속에 갇힌 듯한 모습이 잠깐 보였고, 이내 그들을 감싸던 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도 아쿠아 계열을 익히는 건데. 그럼 나중에 그분이 돌아오면 매번 내가 씻겨 드리면··· 아잉.”
 엘리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를 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까지 붉히는 그녀.
 “자자, 그럼 식사를 합시다.”
 중앙의 상석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모두 각자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다. 레일이 입을 열었다.
 “그럼 식사를 합시다. 형수님들, 잘 먹겠습니다.”
 레일의 인사에 이어 모두의 입에서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꼬마들은 저마다 밖으로 나가 놀기 시작했고, 여성들을 제외한 모두가 식사 전에 잡아 온 짐승을 손질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지 식사를 했던 테이블은 빠르게 치워졌고, 엘리스라는 여성은 홀로 2층으로 올라와 어느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 서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잘 지내시나요? 이렇게 우리들만 남겨 두고 가시면 어떻게 하나요? 반드시 돌아오실 거라 믿어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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