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마! 가수로 성공하고 말거야! 내가 못할 것 같애? 내가 나이 좀 먹었다고 못할 것 같냐고!”
“형님, 많이 취하셨어요. 이제 들어갑시다. 내일도 일 나오셔야죠.”
“가수가! 노래를 안 부르고 대체 언제까지 공사판에서 이러고 일을 해야 되는거야! 젠장할! 으아!”
술에 잔뜩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인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기필코! 가수로 내 이름 석자 신재경! 알리고 만다.”
그 사내의 이름은 신재경.
술에 취하면 신재경은 언제나 그가 가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소리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 정도로 그는 무명의 가수다.
“네, 형님 가수인거 잘 알고 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많이 취하셨는데 곧장 집으로 가세요.”
신재경은 그를 염려하는 동생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채 술집을 나선다.
“나는 가수야. 나는 가수라고.”
술에 취한 그는 신호등이 초록불인지 빨간불인지조차 신경쓰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비틀 비틀
이 횡단보도가 원래 이렇게 길었나라고 생각이 들던 찰나,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이거 뭔소리야?”
대체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눈 앞에 보이는 화물 트럭.
쾅!
끊어진 연처럼 날라가버리는 신재경.
트럭이 멈추고 운전자가 내려온다.
“이, 이봐요!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야! 대체 왜 지금 건너고 있는거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젠장··· 뭐가 어떻게 된거지?’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때 뭔가 희미한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려퍼진다.
[과거로 돌아가 기회를 잡으세요. 신의 목소리를 얻을 기회를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
“으아아악”
한 청년이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다가 깜짝 놀란 것이 분명하다.
놀란 표정을 한 채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뭐랄까? 주변이 묘하게 낯이 익다.
그가 엎드려 있었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많은 음악 CD들 또한 굉장히 익숙하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
낡은 가죽 소파.
가격이 상당한 중고 스피커.
그 옆에 잔뜩 버려져 있는 맥주캔들.
그의 기억에 분명히 존재하던 장면들이다.
확실하다. 착각이 아니다.
‘이거 내 옛날 동아리 방인데?’
이 곳은 바로 그가 대학 시절 활동하던 음악동아리, ‘테라’의 방이다.
그러나, 그가 대학교를 졸업한 것은 이미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그가 동아리 방 한구석에 마련된 거울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는 청년.
“헉!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어제까지 실패에 찌들어 주눅들던 그 모습이 아닌 대학생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바로 그 거울 안에 담겨져 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어제 내가 분명히 공사장에서 일 끝내고 소주 한 잔하고 집을 가고 있었는데?’
거울을 보면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청년의 이름은 신재경.
그는 가수다.
35살의 무명 가수.
밴드 보컬, 솔로 가수, 남성 듀오, 혼성 듀오까지 안해본 것이 없다. 닥치는대로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뭐든지 달려들었다. 그만큼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억울하게도 단 하나의 앨범도 흥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생계를 위해 일당을 받는 일을 자주 해왔다. 새벽에 인력소를 찾아가 일이 필요한 곳에 가서 속칭 노가다라고 불리우는 일을 하고 돈을 벌곤 했다.
물론 대학까지 나와서 노가다를 선택한 것도 가수가 되기 위해서다.
직장을 잡으면 가수의 꿈을 접게 될까봐. 매일 출근을 하게 되면 언제 노래를 부르고 연습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러나, 요즘은 점점 힘이 붙이던 것이 사실이었고 인생 푸념을 할겸 같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동료와 술을 마시고 집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그가 이런 모습으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
불현 듯 어떤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교통사고가 난 것 같다.
횡단 보도를 건너다 옆을 보니 환한 불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난다.
‘교통 사고가 났는데? 지금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때!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공연을 한다면 그것이 경험치가 되고 경험치가 쌓여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때 얻게 된 스텟을 활용하여 당신은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스텟창’을 마음 속으로 부르면 당신의 스텟을 볼 수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헉헉, 뭐야? 이 글씨들은 뭐야 대체!”
눈 앞에 떠오르는 이상한 화면.
엎친데 덮친 격이다.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
그러나, 이상한 화면은 그를 가만히 놔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빨리 스텟창을 불러보세요.]
‘헉, 뭘 부르라고? 스..스텟창’
또 다시 새로운 글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 이름: 신재경
Lv.1
개인 능력치:
발라드: 37/100
팝: 38/100
락: 37/100
힙합: 32/100
알앤비: 38/100
보너스 스텟: 0
스킬: Ears Of Mozart Lv.1 ]
“으악!”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이상한 화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분명 술에 취해 걸어가다가 트럭에 치인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대학 시절로 돌아와 있고 눈 앞에는 이상한 화면이 보이기 한다.
꿈에서 깨기 위해 뺨을 강하게 때려보지만 전혀 변화가 없다.
꿈이 아니다.
괜히 때렸다.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다.
‘이게 대체 뭐야?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긴거야? 공연을 하면 레벨업을 한다고 했는데? 이거 설마 진짜야? 스킬? 스킬은 또 뭐지? 스킬에 관련된 말은 없었는데?’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스텟창.
다시 속으로 불러보니 여지없이 떠오른다.
이거 진짜다.
당황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이 맞다.
그런데 스텟이 영 맘에 안든다.
명색이 가수였는데 저렇게 처참해도 되는 건가 싶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볼수록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신재경이 뮤지션을 꿈을 키우며 친구들과 곡을 만들고 노래 연습을 하던 그 공간이다.
그 때, 발걸음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뚜벅 뚜벅.
누군가 동아리 방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쾅!
문을 발로 차듯 열고 들어오는 들어오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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