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노병은 죽지 않는다

1화 프롤로그

2016.10.20 조회 10,409 추천 80


 1화 프롤로그
 
 
 
 남자는 죽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었었다.
 염병할 오크 놈들의 습격에 뱃가죽이 갈라졌었으니까.
 자신의 몸 밖으로 불거져 나오는 내장들을 바라보는 건 참 못할 짓이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대부분의 인간은 죽는다.
 그렇기에 남자는 자신이 죽게 되리라는 걸 직감했다.
 한데 남자는 살아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끔뻑거리던 남자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신의 아랫배를 더듬던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뱃가죽이 갈라지기는커녕 상처 하나 없다.
 “꿈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꿈을 꾼 모양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해보았지만 그건 절대 꿈이 아니었다.
 무딘 도끼날이 뱃가죽을 파고드는 감촉, 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엄청난 고통.
 꿀렁거리는 내장이 구멍 난 뱃가죽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광경.
 고통으로 인해 마비된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듯한 공황상태.
 한낱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인상을 찡그린 채 머리를 긁던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은 아침이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출근 준비를 마친 남자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던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남자가 일하는 정육점의 대리가 보낸 문자였다.
 
 -오늘 출근할 때 목장갑 한 묶음 사와라.
 
 그 문자를 읽은 남자가 눈을 비볐다.
 하지만 눈을 비벼도 그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뭐야, 이거······.”
 그는 이 문자를 받아본 기억이 있었다.
 문제는 그 문자를 받은 건 ‘오크의 습격을 받고 죽은 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자가 현관문을 열었다.
 살고 있는 빌라 밖으로 나온 남자가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횡단보도 앞에 도착한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만약 꿈에서 벌어졌던 일이 현실이었다면······.
 “으아악!”
 “경찰, 아니 협회에 연락을······. 으악!”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죽었던 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오크 몇 마리가 조악한 손도끼를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꿈인 줄 알았던 현실은 지금의 상황과 완전하게 동일했다.
 얼굴에 흉악한 전투화장을 하고 있는 오크가 성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가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뻐억-!
 “커헉!”
 도끼의 옆면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남자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흐릿해지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은 남자가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가 주저앉자 오크가 손을 뻗었다.
 억센 손아귀로 남자의 목덜미를 움켜쥔 오크가 그의 몸을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퀴이익!”
 성난 콧소리를 토해낸 오크가 들고 있는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배에서 느껴지는 끔찍할 정도의 통증에 남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
 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통증.
 고통으로 혼란스러운 머리에서 느껴지는 작열감.
 가까스로 시선을 아래로 향한 남자의 배는 흉측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갈라진 티셔츠 사이로 비현실적으로 많은 핏물과 함께 내장덩어리가 비어져 나왔다.
 그 광경에 남자의 눈동자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꺼풀 뒤로 남자의 눈동자가 사라졌다.
 
 ***
 
 “커헉!”
 가쁜 숨을 토해낸 남자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랫배를 향해 손을 뻗은 남자가 배를 더듬었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걸로 두 번째였다.
 무딘 도끼날로 배를 파헤쳐지는 경험 말이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움켜쥔 남자가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서 휴대폰이 툭 떨어졌다.
 
 -오늘 출근할 때 목장갑 한 묶음 사와라.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인 남자가 입을 틀어막았다.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었다.
 빠드득-
 이를 간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뱃가죽이 갈라지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출근을 안 하거나, 다른 길로 출근하면 된다.
 하지만 남자는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왜냐?
 꼴사납게 당했으니까.
 멍청하게 있다가 배때기에 도끼 맞고 뒈졌으니까.
 남자는 당하고 사는 성격이 아니었다.
 은혜를 입었으면 두 배로 갚는다.
 그리고 원한은 백 배로 갚는다.
 “오크 새끼들, 죽여 버리겠어.”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방 한구석을 노려보던 남자가 히죽 웃었다.
 “노병훈, 나 안 죽었다 이거야.”
 
 (다음 화에서 계속)

댓글(6)

남궁천우    
이름이 노병 ㅋㅋㅋ
2016.11.22 08:32
꿈꾸는멍뭉    
긴마민가하면 일반적으로는 혹시나해서 조심히 알아보지 않나요? 꼭 저런식으로 바보처럼 알아내야 하는지....
2019.03.20 22:34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19.03.20 23:46
국민의짐    
주인공이 좀...아니 많이 멍청 하구요.. 나중에 지능에 투자좀 하긴 하는데 그런데도 똥 멍청이구요... 코미디물도 아니고 이건 머 할 말이 없습니다
2019.03.28 18:25
높을고    
노병훈 죽지 않는다 ㅋㅋㅋ
2020.01.25 13:37
높을고    
노병훈 죽지 않는다 ㅋㅋㅋ
2020.01.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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