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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종말의 방패

종말의 방패 1화.

2016.10.29 조회 3,667 추천 34


  지나간 겨울의 차가움이 지나고 어느덧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봄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초여름의 무더위다.
 
 특히 섬머타운은 동쪽은 높고 험한 검은 산맥을 등에 기대고 있고 북쪽은 블러프와 서쪽은 우드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섬머타운이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는 모른다.
 
 어차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선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도 누대에 걸쳐서 그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불러왔다.
 
  지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신께 빌린 목숨을 자신의 것으로 살고 사람들은 밀과 보리를 농사짓고 그 수확의 기쁨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
 
 그렇지만 섬머타운은 다른 곳보다 밀과 보리가 풍족하게 자랄 만큼 하늘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
 
  다만 신은 공평하게도 곡식이 자라는 부족함을 주신 대신 조랑말이나 염소, 양 같은 가축을 한가득 가슴에 품어 주셨다.
 
 공명정대한 신의 뜻에 따라 가축을 품은 섬머타운의 서쪽 넓은 대지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서쪽 목초지에 방목된 가축들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검은 산맥으로 불리는 마을 동쪽의 거친 산으로 들어가 값진 약초를 채취하고 그 안에 있는 여러 산짐승들을 사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검은 머리의 한 남자는 자신의 키보다 조금 큰 장대를 들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남루한 상의와 하의를 입고 있는데 여러 곳을 기워 입었고 하찮은 발을 감싸는 신발도 이곳저곳 가죽을 덧대고 가죽끈으로 보강했다.
 
  이런 가난함은 그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그 남자의 신경을 온통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늘 아침 가축우리에서 탈출해 제멋대로 산으로 도망쳐 버린 염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젠장!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으면 늑대가 덤벼드는 거 아니야? 아니면 어디 오크라도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젠장! 젠장! 젠장!!”
 
 늘 오르던 곳이지만 오늘 따라 거칠게 이어지는 산길은 투덜거림과 친구가 된 거친 호흡과 함께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아직 감기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친구를 찾아다니고 있으니 은근히 몸이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온통 몸에서 배어나온 물에 젖고 함께 머리가 아득해 지고 가슴까지 아파왔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잠시 늘 산을 오르다 멈춰 있던 안기 좋은 평평한 바위에 기댔다.
 
 검은 색 바위로 이곳저곳 이끼가 끼어 있지만 그 위에서 늘어지게 누워 잠을 자기도 편했다.
 
  “이놈을 잡으면 먼저 팔아 버려야지. 왜 이렇게 우리에서 도망쳐 버리는 거야? 그것도 산으로 가 버리면 참······. 짜증나는군. 짜증나!”
 
 장대에 기대 한참만에 가슴이 따가울 정도로 짓누르던 고통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다시 산을 오르려 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보니 가족들의 소유권 표시가 된 염소가 멀지 않은 바위에 올라 있었다.
 
 
  “어? 야??”
 
 화가나 소리를 질러도 염소는 마치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는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마침 불어온 바람이 염소수염을 가볍게 흔들었다.
 
 놀라 도망치지 않도록 천천히 올라가 단번에 끌어안아도 염소는 가만히 있었다.
 
  “이 녀석 여기를 왜 온 거야? 여기를??”
 
 성질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던 염소를 이렇게 쉽게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게 되니 즐거웠다.
 
 제법 묵직한 녀석이니 품에 안고 내려갈 수는 없으니 다시 몰아 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
 
  잠시 멈춰 선 소년은 염소가 서 있던 곳에서 마을로 가기 위해 뒤를 돌아섰다.
 
 그러고 보니 염소는 이곳에서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매일 탈출해 세상을 보기 위해 올라오는 것일지 모른다.
 
  염소가 서 있는 곳에서 서쪽을 보면 섬머타운을 비롯해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면 칼날처럼 날카롭게 서 있는 검은 산맥의 봉우리가 있다. 언젠가 검은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보고 말을 달려 우드힐을 가보고 서쪽 끝 바닷가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염소를 데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세상인 섬머타운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야 할 곳이 있으니 염소를 내려놓고 장대로 툭툭 쳤다. 염소는 의외로 순순히 다시 돌아가겠다며 산길을 내려갔고 남자도 그 뒤를 따랐다.
 
 
 * * *
 
 
  섬머타운의 외부는 목책과 돌로 주변을 감시할 수 있고 방어에 필요한 누각과 울타리 즉 누벽(樓壁)이 구축되어 있었다.
 
 누각이라고 해봐야 목재로 이어 쌓아 올린 것이고 돌벽도 성인의 가슴 높이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누벽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보수되고 있는데 우선은 늑대 같은 맹수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하는 것도 있다.
 
 가축 이외에도 사람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이곳저곳을 떠돌며 닥치는 대로 훔쳐대는 약탈자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겨울의 찬바람과 함께 북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오크는 정말로 끔찍한 존재들이다.
 
 그 존재들을 막기 위해 물론 세임스 산을 중심으로 동쪽의 블러프와 서쪽의 뉴 홀란이 있고 그 뒤로 각각 윈턴과 우드힐이 있었다.
 
  오크들을 막아야 할 블러프, 뉴홀란, 윈턴의 콕스 가문의 이름을 짊어 진 귀족들은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도 못하며 세금만 참 엄청나게 걷어갔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섬머타운에서 가축들을 세금으로 징수해 갔는데 주로 조랑말과 염소 같은 것들을 가져갔다.
 
  어쨌든 지금 뒤뚱거리며 앞서 걷는 염소 녀석도 가족들을 위해서 중요한 녀석이니 힘들더라도 산을 올라가 데려온다.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염소는 자기 집을 잘 찾아가는데 누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주택은 처음 지은 시간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모습은 벽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옆에 본래 돌과 진흙을 반죽해 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굳고 외벽 위로 그 위에 풀과 담쟁이덩굴이 자랐다.
 
  나무 기와는 의외로 자주 교체해서 당장은 덩굴이나 풀이 자라지는 않았다.
 
 그 옆으로 비슷한 크기와 모습을 한 건물이 있는데 모두 가축 우리였다.
 
 앞서 가던 염소 녀석은 우리 앞에 선 후 문을 열어 달라면서 뒤를 돌아본다.
 
  나무 걸쇠를 열어 우리의 문을 열고 염소가 들어가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끝났다.
 
 산을 타고 오르면서 짚었던 장대를 기대 놓고 조금 쉬려 하니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곧 남루한 차림에 지저분한 낡은 머릿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중년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중년 여성의 얼굴에는 삶이 가득 주름과 함께 깊숙이 배어 있었다.
 
 그 중년의 여자는 남자와 똑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데 빛을 잃은 약간의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리처드(Richard), 염소는 잡아왔니?”
 
  “네!”
 
  “그래! 잘했다. 우리 위그햄(Whigham) 집안의 보물을 잃어버릴 수는 없지. 그럼 이제 목초지로 내려가서 큰형 올리버(Oilver)를 기다려라. 오늘이 아버지와 같이 염소를 팔고 올 것인데 돼지를 좀 사온다고 했다. 네가 돼지를 이곳으로 가져와.”
 
  “돼지요? 오! 그럼 우리 집도 이제 돼지 키우는 거에요?”
 
 어머니의 말에 리처드는 기분이 좋아졌다. 출발하기 전 집 옆에 있는 물을 담아 놓은 큼직한 토기를 열어 나무 컵으로 벌컥거리며 물을 마셨다.
 
 다시 기대 놓은 장대를 손에 든 리처드는 한번 뒤를 돌아 본 후 마을 밖으로 나섰다.
 
  방어를 위한 누각과 야간에 통행의 제한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기름 먹인 목재로 만든 단단한 목책 옆에는 창과 돌팔매를 쥔 마을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옆으로 비상을 알리는 나무통이 있는데 두드리면 그 소리가 제법 크고 둔탁했다.
 
  리처드는 이곳 사람들이 하던 대로 비탈진 경사를 내려가기 위한 방법을 사용했다.
 
 장대로 아래쪽 바위를 대고 기대 몸을 날리는 식으로 내려가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위험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익숙해지면 의외로 쉽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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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LeeSM    
이런거 좋습니다. 기대할께요.
2016.11.05 22:40
소청    
지 이 시간 이 장소에서?
2016.11.08 16:19
소청    
늘 산을 오르다 멈춰 있던 안기 좋은 바위?
2016.11.08 16:21
블루나무    
흠.. 크라우드가 생각나네 작가님을 넘 오랜만에 발견?해서인가
2016.11.12 23:34
하이자    
참 좋은 작가님 기대 엄청 됩니다 ㅅ
2017.01.25 20:05
당디기방    
기대되네요 건필하시길
2021.03.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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