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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우리 집이 마왕성?

2016.11.25 조회 2,177 추천 34


 #Prologue
 
 
 7월의 어느 날.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 이었다.
 “아, 얼른 집에 가서 에어컨 바람 쐬며 팥빙수라도 먹고 싶다.”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 가는 하굣길은 꽤나 멀기 때문에 이 찌는 듯한 더위를 그대로 느끼면서 30분은 더 걸어가야 했다.
 그러게 내가 진작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가자고 했는데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 놓고 정작 본인들은 해외로 출장 가셨지.”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바쁘셨고 해외로 출장이 잦은 분들이셨다.
 이번에도 도미니카에서 알 수 없는 유적이 발견됐다는 말에 얼른 고고학 팀에 합류하신다면서 새벽에 나가 버리셨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식탁에 통장 하나랑 쪽지만 달랑 남겨진 기분을 알까?
 화를 내자니 화를 낼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억울해할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
 “그래도 생활비는 넉넉하게 넣고 가셨으니 다행이지. 모자라면 화상 통화 걸면 될 테고.”
 그래도 우리 부모님이 최소한의 아들 사랑은 있으셔서 꽤 넉넉하게 생활비를 통장에 넣어 두고 가셨다, 솔직히 적게 넣어 두면 내가 나중에라도 전화로 화낼까 봐 입 다물게 하려고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아이고,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멀어 보이냐.”
 “이보게.”
 “평소에 이렇게 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나도 체력이 달리나.”
 “이봐.”
 “아무래도 보약 같은 거라도 먹어야······.”
 “이봐!”
 “깜짝이야!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어른이 몇 번을 불러야 혀!”
 “에? 저를 부르셨어요? 언제요?”
 “네놈이 중얼중얼할 때부터다 왜!”
 내 앞에는 낡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계셨고, 그 할아버지 앞에는 자질구레한 낡은 물건 몇 가지가 있었다.
 “아, 할아버지, 안 사요.”
 “뭐 이놈아? 아무 말도 안 했어!”
 “물건 사라는 거잖아요. 안 사요. 부모님이 이런 데서 뭐 사 주는 거 아니래요.”
 “이런 가정 교육 참 더럽게 잘 받았구만.”
 “저희 부모님이 그런 쪽으로는 좀 철저하거든요.”
 “이놈아, 이 땡볕에 노인네가 이러고 있으면 음료수값이라도 하라면서 뭐라도 하나 사 줘야 하는 거여. 이런 기본 예의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에휴,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뭘 사 드리면 돼요?”
 나는 할아버지가 더 화를 내기 전에 얼른 돗자리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물건들은 많이 낡긴 했지만 나름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어떠냐. 생각보다 물건이 괜찮지?”
 “그러게요. 돗자리는 허름한데 물건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
 따악!
 “아악! 왜 때리세요!”
 “이런 어린 노무 시키가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따박따박 말대꾸는! 언능 물건이나 사!”
 “네네. 알았어요, 알었어. 아휴, 아파라.”
 나는 아무래도 혹이 난 것 같은 이마를 문지르면서 다시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조그마한 강아지 조각이나 정말 정교하게 새겨진 듯한 봉황 조각도 있었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한 미니어처 기사상 같은 것도 보였다.
 “으음, 다 괜찮은 거 같은데······ 어, 이건 뭐예요?”
 “응? 어라? 이게 왜 여기 있나그래.”
 나는 물건들 틈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파란색 동전을 집어 들었고 할아버지는 약간 놀란 표정이셨다. 이게 뭔데 그러지?
 “음, 그러면 이거랑 저기 미니어처 중에 엘프 궁수 조각상을 살게요.”
 “그래? 음, 그러면 에잇! 기분이다. 2개 2만 원.”
 “네? 이게 개당 만 원이라고요? 개당 오천 원씩 아니고요?”
 “그렇지? 네가 봐도 좀 억지 같지?”
 “네. 상당히요. 완전 바가지인데요.”
 할아버지는 나를 보기가 민망하신지 큼큼거리면서 저쪽 먼 산을 쳐다보셨다. 나 참.
 “에휴, 그냥 2만 원에 살게요. 이 돈으로 나중에 식사나 하세요.”
 “그려, 고맙다. 아 참, 혹시나 해서 말인데 그 동전은 나중에 달빛에 한번 비춰 봐,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네.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물건을 들고 얼른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근데 기분 탓인가? 동전을 사고 나서부터 왠지 더운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 그렇게 파란색 동전과 엘프 궁수상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과 같은 사람 좋은 미소가 아니라 눈은 마치 파충류와 같았고 입은 귀까지 쭉 찢어진 악마와 같은 미소.
 “클클클, 드디어 마지막 후보를 찾았군. 이제 다시 마계로 돌아갈 수 있겠어.”
 노인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한참을 웃었고 이상하게도 내가 이후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노인이 있는 곳을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애송이 후보야, 잘해 보라고 잘만 한다면 정말 내 말대로 좋은 일이 생길 테니까. 클클, 물론 죽을 확률이 더 높지만, 키키키키.”
 
 
 #우리 집이 마왕성?
 
 
 집에 돌아와서 나는 얼른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아이스크림 한 입. 아, 살 것 같다.
 “아이고,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것 같네.”
 나는 뭔가 재미있는 것은 없을까 하면서 텔레비전을 켰고 마침 채널은 디스커버리 고고학 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도미니카 유적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거기엔 많은 학자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저기 나오시는구만, 아들 버리고 가신 무책임한 부모님들이.”
 우리 부모님이 열심히 지질학자인 에드워드 교수님과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지질학자인 에드워드 교수님은 어릴 때 자주 뵈었다.
 “하여튼 자식은 나 몰라라 하시고 유적을 저렇게 아끼셔요. 에휴.”
 살짝 짜증이 난 나는 얼른 텔레비전을 꺼 버렸고 내 방의 컴퓨터를 켜서 메일 온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역시나 요청 메일이 있네.”
 나는 게임 공략이나 전략을 짜는 데 취미가 있었고 덕분에 RTS 게임의 동호회 카페에서 활동하며 게이머들의 전략을 짜 주는 일이 잦았다.
 오늘도 전략에 대한 부분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고 게임을 직접해 보며 내 나름대로의 전략을 만들어서 영상으로 찍은 다음 메일을 보내 주고 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어? 벌써 이렇게 됐나? 얼른 밥이나 해먹어야겠네.”
 나는 어제 저녁에 만들어 두었던 김치찌개를 다시 데우고 밥솥에서 밥을 퍼 그냥 말아 먹었다. 어차피 나 혼자 먹는데 뭘 거창하게 밥을 먹겠어.
 먹고 싶은 반찬이 있으면 그냥 슈퍼나 반찬 가게에 가서 사오면 되는 거다.
 그렇게 저녁밥을 먹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나 틀어서 보고 있자니 뭔가 지루하면서 할 만한 것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달이 떴나? 그 할아버지 말대로 동전이나 한번 비춰 볼까?”
 노점상에서 물건 파시는 할아버지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겠냐 싶었지만 워낙에 심심했기에 일단 뭐가 되었든 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결국 나는 2층 내 방으로 올라와서 교복 주머니에 있는 파란색 동전을 꺼냈다. 표면에 뭔가 알 수 없는 문양과 글자 같은 것들이 새겨진 동전은 약간 시원하면서도 싸늘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걸 달빛에 비춰 보라고 했지?”
 나는 창문을 열어서 마침 떠 있는 달에 동전을 비춰 보았고.
 화아아악!
 “윽! 뭐, 뭐야!”
 달빛을 받는 순간 동전이 폭발하듯이 빛났다. 눈을 찌르는 강렬한 빛에 나는 얼른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눈앞의 빛이 조금 약해진 듯했기에 나는 슬며시 실눈을 떴고 역시나 생각대로 아까와 같은 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체 뭐였지?”
 나는 내 손바닥에 있는 파란색 동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달빛에 다시 비춰 보기도 했지만 동전은 아까와 같은 반응이 없었다.
 “흐음, 에라 모르겠다.”
 흥미를 잃어버린 나는 동전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거실로 내려오던 중에 왠지 과자가 먹고 싶어졌다. 집 앞 슈퍼에나 갔다 올까?
 집을 나와서 근처의 슈퍼로 향했는데 이상하게 오늘 문을 일찍 닫은 것인지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응? 평소에는 이렇게 일찍 문 안 닫았는데.”
 결국 나는 할 수 없이 큰길에 있는 대형 할인 마트까지 걸어가기 시작했고 역시나 길 건너편의 할인 마트는 열려 있는 상태였다.
 ‘다행이네. 신호야, 얼른 바뀌자.’
 나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서 있었는데 그 순간 내 옆을 지나가는 뭔가가 느껴졌다.
 ‘응?’
 “엄마!”
 “이런! 위험해!”
 내 옆을 지나간 것은 이제 4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였고 아이는 건너편의 엄마를 보고 뛰어나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저쪽에서 여자애를 향해 달려오는 자동차를 볼 수 있었고 급제동으로 멈추고 있었지만 누가 보아도 부딪칠 것 같았다.
 콰아아앙!
 ‘아, 이런 데 함부로 나서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결국 여자애를 끌어당겨서 길가로 밀어 버린 나는 반동 그대로 차와 충돌했고 하늘을 날아가는 중 괜히 나섰다면서 속으로 약간 후회를 했다.
 ‘이제 죽는 건가?’
 “키키킥, 일어나라.”
 ‘근데 아프지가 않네?’
 “키킥, 안 되겠군.”
 꽈아악!
 “아아악! 뭐, 뭐야?”
 “키킥, 어서 일어나도록, 애송이 후보.”
 “아 씨! 넌 뭐, 뭐세요?”
 “키키킥, 이번 후보는 상당히 재미있는 놈이로군.”
 나는 갑자기 누군가 내 귀를 꼬집었기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면서 눈을 떴고 내 앞에는 아주 화려해 보이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오른쪽 눈에는 외알 안경까지 낀 붉은색 피부의 뿔난 난쟁이가 서 있었다.
 난쟁이의 얼굴은 뭔가 부리처럼 약간 돌출된 형태였는데 예전에 친구가 재미로 보여 준 책에서 나온 악마의 얼굴과 비슷해 보였다.
 그렇게 붉은 얼굴의 악마는 나를 향해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는 분명히 교통사고 현장에 있어야 할 상황이었기에 혼란스러운 마음과 악마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사아아.
 ‘어?’
 악마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들던 순간 알 수 없는 냉기가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는 악마에게 방금과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킥, 이제 진정한 것인가? 나는 자랑스러운 엘리트 레서데몬Elite Lesser Demon 카야라고 한다, 애송이 후보여.”
 “레서, 뭐요? 데몬? 데몬이면 악마니까 악마라는 거죠? 근데 왜 나보고 애송이 후보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지금 여긴 어디죠?”
 “키킥, 궁금증이 많군. 이번 후보는 차분히 설명해 줄 테니 잘 듣도록 해라.”
 카야는 나를 향해 두 번 얘기하지 않는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카야는 자신이 사는 마계에는 최상위 층에 마신이 마계를 다스리고 있고 그 바로 아래에 마왕들이 또 그 아래에는 다시 귀족급 마족과 마물 마족, 마수들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마왕은 마신 아래에 모두 20명이 존재하고 그 아래에 공, 후, 백, 자, 남의 귀족급 마족들이 있으며 그 아래에 마물과 마수들이 1개의 ★부터 9개의 ★의 등급을 가지고 존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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