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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영주님께서 소환하신다!

영주님께서 소환하신다! #1

2017.02.07 조회 11,619 추천 155


 1.
 
 “하아!”
 깊은 한숨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서 희미하게 세어 나온다.
 희미한 빛이 방문의 틈 사이로 세어 나오고 있었다.
 거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에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희미한 빛은 아마도 두어 시간이 더 지나도록 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 때가 되면 거실 베란다 밖으로 희미하게 태양빛이 집 안으로 스며들어 올 것이었다.
 하지만 저 빛이 흘러나오는 방 안으로는 그 눈 부신 태양빛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굳게 닫혀 도무지 열리지 않을 방문을 바라보던 여인은 결국 힘없이 몸을 돌려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탈각!
 무척이나 작은 소리였지만 빛이 세어 나오고 있는 방 안의 남자의 몸이 움찔 떨렸다.
 언제 머리를 깎은 것인지 모를 아니 언제 머리를 감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떡이 진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난 거친 수염이 남자의 나이를 가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보다는 남자의 나이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남자는 TV에서 한 번씩 이야기를 했던 은둔형 외톨이였다.
 집 밖으로 단 한 시도 나오지 않으며 좁은 방 안에서 삶을 허비하는 인간이었다.
 그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좁은 골방보다 시원하게 뚫린 밖이 더 좋았고 작은 모니터에서 만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를 사람들 보다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더 좋았다.
 그 때는 방문 밖의 한숨소리도 듣지 않았었다.
 따각! 따각!
 조심스럽게 키보드 치는 소리가 남자의 거친 심장 박동 소리에 맞춰 커졌다.
 가슴 한 켠에 가득 들어차 있는 울분이 남자라고 없을 리는 없었다.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분노는 가득했지만 이내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만 생활을 하니 시간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조금 있으면 해가 뜬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남자 자신의 냄새가 베여있는 침대 속으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을 것이었다.
 왜 남들과 다르게 해가 뜨면 잠을 청하는지 남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인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렸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중얼거려보아도 지금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였다.
 남자도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용기를 내서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자신을 필요치 않았다.
 아니 자신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언제 자신을 공격하고 배신할지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남자를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자신을 사람들은 의지박약이라며 비웃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고 미웠지만 이미 지독한 패배감에 휩싸인 자신을 어쩔 수는 없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꼬질꼬질한 밤꽃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비명을 소리 없이 지른다.
 그렇게 한참을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다 보면 잠이 들어 있었다.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꿈 속에서 나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이 되어 미녀를 옆에 끼고 수십만의 대군 앞에서 멋드러진 모습으로 호령하는 모습을 꿈꾼다.
 현실 세계에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란 빌딩의 커다란 회장실의 유리창에 서서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지상을 득의만만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히어로 영화 속에서처럼 하늘을 날고 손에서는 미지의 힘을 쏘아내며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띵동!
 그렇게 도피해 버린 세상에서 자신을 깨우는 소음에 현실로 돌아왔다.
 부스스 깨어나 눈꼽이 낀 두 눈을 비비고서는 자신을 지긋지긋한 현실로 돌려보낸 정체불명의 소음을 찾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킹덤.”
 이미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곁에 있는 스마트 폰을 들어서는 손가락으로 힘겹게 화면을 그었다.
 그 순간 후회가 들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었다.
 멋드러진 화면의 아이콘을 눌러 킹덤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이내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보였다.
 “예쁘다.”
 연예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자신을 좋아해 줄 여인이 있을리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사라지고 남자는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입해 키워왔던 성을 바라보았다.
 그냥 평범한 모바일 전략 게임이었다.
 하루에만도 수백개씩 쏟아지는 수 많은 모바일 게임 중에 하나였다.
 돈을 모으고 자원을 모아 게임 속의 자신의 성을 키우고 병사를 모으며 영웅들을 찾아 키운다.
 요즘 게임들은 전략이라고 해도 전략만으로 끝나지 않아 RPG의 요소도 있어서 성주도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남자의 캐릭터 또한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성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왕국이나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져버린 자신의 영지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현실에서는 시궁창과도 같았지만 이 게임 속에서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병사 고용. 영웅으로 주변 지역 탐사.”
 실사는 아니지만 꽤나 리얼한 모습의 병사와 영웅들이 남자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부분이 끝이 나고 난 뒤에 남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바라보았다.
 화려한 갑옷과 검을 가진 너무나도 멋진 캐릭터가 화면에 있었다.
 자신의 캐릭터였지만 지금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던전 탐사.”
 오늘도 좋은 아이템을 얻기를 꿈꾸며 던전 탐사를 선택했다.
 “오늘 쯤이면 1000층에 도착을 할 수 있겠네.”
 그렇게 할 것을 다 끝내고서는 잠시 더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지끈!
 “크윽!”
 가끔 심장 부분이 아프고는 했다.
 따로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운동부족과 부실하고 불규칙한 식사는 남자의 건강을 꽤나 무너트리고 있었다.
 아직은 젊으니 괜찮다지만 이런 생활이 더 길어진다면 더 이상은 되돌리지 못할 것임을 남자도 알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손으로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서는 한참을 고통을 참고난 뒤에 고통이 줄어들자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해졌기에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 앞의 책상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책상 앞에는 남자를 위해 준비된 식사가 놓여 있었다.
 아무리 한숨이 나와도 자식이었으니 배 굶지 말라고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식사였다.
 “어?”
 그렇게 밥을 먹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남자는 눈 앞이 어지러워지며 자신의 몸이 빙그르 회전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11)

헬리콩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네요!
2017.02.09 23:25
철혈의황제    
흠 킁킁 무슨 냄새가 나는데? ㅇㅎ 대작타는 냄새로군
2017.02.11 19:37
無月    
ㅋㅋㅋㅋ
2017.02.20 03:11
he*****    
별거아닌데 분위기 무거운거 보소ㅋㅋㅋㅋ
2017.03.03 16:35
신세계신    
연예 -] 연애
2017.03.05 17:16
세메크    
잘보고갑니다
2017.03.25 05:42
글속에서    
살아쉬님이 가로계신다!
2017.03.28 21:05
혈종    
으; 찐따 오타쿠
2017.04.03 12:48
qh********    
잘보고갑니다
2017.12.07 05:41
f9************    
볼진께서 살아게신다!
2018.08.19 18:56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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