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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버스트 1화

2017.02.24 조회 1,141 추천 9


 *너의 이름을 부른다
 
 디온은 눈앞에서 잘 익고 있는 토끼 고기를 보며 침을 흘렸다. 모닥불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기름이 고소한 냄새를 낸다.
 디온은 토끼를 잡아 놓고 저녁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낮에는 다른 놈들이 같이 먹자고 덤빌 테니 몰래 숨겨 놓고 혼자 먹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참으로 얍삽한 짓이지만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듬성듬성 뚫린 천장으로 밤하늘을 보며 토끼 고기를 뜯고 곡주를 마시는 때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밖에서 떠드는 소리인지, 싸우는 소리인지 시끄러웠지만 디온은 개의치 않았다.
 남이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에도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주의다. 괜한 일에 나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극도의 이기심과 타협하지 않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산다.
 그것이 바로 디온이라는 자였다.
 “츠릅.”
 입맛을 다신 디온이 나뭇가지를 들어 토끼 고기를 찔러 보았다. 익을 만큼 익었다. 약간의 거스름을 떼어 내고 먹는다면 왕도 부럽지 않으리라.
 “잘 먹겠습니다.”
 토끼 고기를 향해 합장하고 고개를 숙인 후 입을 벌리며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꽈직!
 벽면의 한쪽이 무너지며 웬 사람이 뚫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잘 익혀 놓은 토끼 고기를 덮쳤다. 그러고는 옆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아 즉사한 듯했다.
 하지만 디온에겐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토끼 고기는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되어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이, 이런 떠그럴.”
 디온이 토끼 고기를 잡아 흙을 털었지만 진득한 피 냄새만 배어 나왔다.
 “어떤 개자식들이.”
 디온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첫째, 먹을 때 누가 건드는 것. 둘째, 잠잘 때 누가 건드는 것. 셋째, 자기 돈에 손대는 것. 넷째 자기 돈을 쓰는 것이다.
 그중 가장 행복한 때로 꼽을 수 있는 ‘먹을 때 누가 건드는 행동’은 옥황상제가 온다고 해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디온은 뚫린 벽으로 몸을 옮겼다.
 밖에서는 끈적끈적한 살기와 피 냄새가 가득 번져 있었다. 남장을 한 여인이 보이고 그녀를 호위하는 무사들이 있다. 10명쯤 되어 보였는데 그중 반수는 이미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복장은 자신의 토끼 고기를 덮친 자와 같았다.
 반면 그녀를 포위하고 있는 자들은 짙은 무복을 입고 있었다. 살기가 호위 무사들보다 월등하며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거구의 사내는 팔짱을 낀 채 주위를 관망하고 있었다.
 비록 사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디온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토끼 고기에 대한 배상이었다.
 디온이 검은 무복의 사내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 니들 이리 와 봐.”
 뜬금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검은 무복의 사내들이 고개를 돌려 디온을 쳐다봤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교차점 색깔이 저럴까.
 푸른색 머릿결이 그처럼 잘 어울리는 자는 보지 못했다. 쌍꺼풀이 지지 않은 눈매가 서늘했으며 깊고 혼탁하다. 그것이 너무 깊어 혼탁한지 아니면 너무 많은 살인을 해 오염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코는 곱고 높았으며 입술은 적당히 두툼하다. 키는 대략 185센티미터 정도 되고 마른 체형으로 보이기에 그리 위압적이지는 않았다.
 머리카락에 가려 귓불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상당한 호남형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검은 무복 사내들의 눈에 비친 디온의 모습이었다.
 디온과 가장 가까이 있던 검은 무복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뭐지?”
 “너희들이 내 토끼 고기를 아작 냈거든. 싸움질은 나중에 하고 내 토끼 고기 값부터 내놔.”
 검은 무복의 사내들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자신들에게 반협박조로 말하고 있는 것이 황당한 것이다.
 이놈은 지금의 대치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물며 자신들이 뿜어 대는 강력한 살기로 인해 그토록 지저귀던 곤충들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자는 바보인가.
 검은 무복의 사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디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못 들었어? 빨리 내놔. 내가 지금 심히 배가 고프거든. 근데 네놈들이 나의 판타스틱한 저녁을 망쳐 놨어. 그러니 돈으로라도 배상해야지. 안 그래? 그게 인간의 도리이고말고.”
 “미친 새끼.”
 끝내 사내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여인을 겨누던 검을 돌려 디온의 목에 대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거기서 쭈그리고 앉아 있어라. 일이 처리되는 대로 네놈도 저 여인의 곁으로 보내 주마.”
 디온의 눈매가 실룩거렸다. 안쪽 눈썹이 올라가고 반대쪽 눈썹은 내려갔다. 미간이 좁아지며 콧등이 따라 올라갔다.
 심히 복잡 미묘한 표정이다.
 그것은 디온의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모습이었다.
 철커렁.
 디온의 팔소매 속에서 쇠사슬이 떨어져 내렸다. 쇠사슬의 끝에는 낫이 달려 있었고, 그리 고가품은 아니었지만 잘 갈아 놓았는지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났다.
 “시방 뭐라고 했냐? 남의 저녁을 망친 것도 모자라 돈을 물어내지는 못할망정 나보고 죽인다고 했냐? 네놈들이 아주 배때기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머릿속이 돈 놈들이 확실하구나.”
 어이가 없는 사내였다. 그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거구의 사내를 바라봤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처리하라는 소리였다.
 검은 무복의 사내도 같이 고개를 끄덕인 후 디온을 바라봤다.
 “아까운 명을 재촉하는군.”
 사내는 디온의 목을 향해 곧장 검을 찔러 넣었다.
 디온의 팔목이 슬쩍 움직였다.
 쐐애액!
 바람이 사내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의 앞머리가 잘렸다.
 “어?”
 순간 눈앞이 깜깜해져 오는 사내였다. 사내의 이마에서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의 두 눈이 마구 깜빡인다.
 “어어어어?”
 말을 하고 싶지만 입이 떼이지 않았다. 그의 이마부터 턱 선까지 희미한 실선이 그어졌다.
 이윽고······.
 푸확!
 검은 무복의 사내가 좌우로 갈라지고 말았다. 양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의 방울들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들판을 가득 적셨다. 반으로 갈린 사내는 바닥에 짐짝처럼 쓰러져 부들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거구의 사내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디온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내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는 콘드라 왕국에서 유명한 현상금 헌터인 쿵이었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바로 독사였다. 그의 별명만큼이나 따르는 자들 역시 다른 헌터들보다 훨씬 잔혹하고 끈질겼다.
 실전에 실전을 거듭하여 그들은 왕국의 정규군 이상 가는 무력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수십 명도 되지 않는 인원수였지만 자신들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다른 허접스러운 헌터들과의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
 지금도 그렇다.
 저렇게 단 일 합에 갈 정도의 헌터가 아닌 것이다. 그것이 쿵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순간 정적이 찾아오자 디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봐 봐. 진작 돈을 줬으면 피를 안 보잖아. 어쩔겨. 돈 내놓을래? 뒈질래?”
 참으로 기고만장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쿵의 입에서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자가 마치 하룻강아지 같다고 느껴졌다. 누구 앞에서 짖고 있는 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죽여라.”
 쿵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여인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무복의 사내 둘이 떨어져 나와 디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피식.
 디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것은 웃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자들을 보며 곧 있을 죽음에 대한 애도였다.
 철커덩.
 쇠사슬이 살아 있는 것처럼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것은 디온의 허리를 한번 휘감았다.
 디온이 허리를 튕기자 쇠사슬은 무서운 속도로 검은 무복의 사내들을 향해 날아갔다.
 기겁한 사내들이 검을 들어 사슬낫을 막아 냈다. 아니, 막으려고 했다.
 쐐애액!
 쇠사슬 낫은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옆으로 휘어지더니 이내 사내들의 검을 쥐고 있는 팔들을 잘라 냈다.
 푸식!
 팔목이 잘리며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악!”
 사내들은 자신의 잘린 팔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할 것이란 참담함이 그들의 뇌리를 지배한다.
 “시끄러.”
 디온이 사슬낫을 당긴 후 낫의 뒷부분을 발바닥으로 걷어찼다. 다시 사슬낫이 사내들에게 날아갔다.
 날카로운 낫의 한 부분이 사내의 목을 잘라 냈다. 낫을 당기자 참으로 부드럽게 사내의 목이 떨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사내의 목이 원래 저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내의 목을 잘라 낸 사슬낫이 그대로 옆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비명을 지르던 사내 역시 깨끗하게 목이 잘려 나갔다.
 2명의 사내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쿵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다 잡은 여인이었다.
 여인의 목에 걸린 상금은 어마어마했다. 그녀를 잡는다면 귀족의 작위도 받을 수 있고 평생 돈을 뿌리며 흥청망청 살 수도 있었다.
 그녀를 잡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
 독사 쿵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끼어든 저 훼방꾼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의 행색으로 보아 여인의 일행은 절대로 아니다. 여인의 표정을 보아하니 얼떨떨해하는 것이 고용한 자도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푸른 머릿결의 사내가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쐐애액!
 2명의 헌터가 또다시 목이 잘렸다. 사슬낫은 거침없이 생명의 불꽃을 꺼트린다. 수 미터를 허공에서 춤추며 밝은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이 번진다.
 “죽여라!”
 최소 인원만을 남기고 모든 검은 무복의 사내들이 디온을 향해 날아들었다.
 “지랄한다, 진짜.”
 디온의 사슬낫이 그의 몸을 빙글빙글 돌며 사방을 에워쌌다. 어깨가 불끈거리며 팔꿈치를 휘돌게 만든다. 팔뚝의 근육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고 팔목이 자유자재로 돌아간다. 그 힘의 끝을 사슬낫에 전달한다.
 돌아가는 속도가 가공할 정도로 빨라졌다.
 콰콰콰콰!
 엄청난 풍압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의 모든 것을 베어 낸다. 나무도 풀도 그리고 인간도 예외는 없다.
 푸화확!
 한꺼번에 덤벼들던 십수 명의 검은 무복 사내들의 몸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옷이 잘리고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팔과 다리가 조각조각 난다. 내장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잘기잘기 으깬 연약한 아이의 몸과 같이 사라져 간다.
 후두두둑.
 인간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하는 고깃덩어리가 허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양의 피가 바닥을 가득 적시며 혈향을 있는 힘껏 뿜어 댔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하던 늦은 밤에 들판은 알 수 없는 적막감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였다.
 철커덩.
 다시 사슬낫이 바닥에 떨어졌다. 쇠사슬에 묻은 피가 흘러내려 낫을 적신다. 피 웅덩이에 떨어진 낫은 더 이상 은빛으로 빛나지 않았다.
 “너, 너는 누구냐!”
 쿵이 악이 받쳐 소리쳤다. 지금껏 저런 해괴한 기술은 본적이 없다. 자신이 비록 정식 기사는 아니라지만 그 이상 가는 무력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또한 궁극의 무기라 할 수 있는 검에 마나를 집어넣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엄청난 강자가 아닌 이상 자신이 당해 내지 못할 자는 없다고 믿었던 쿵이었다.
 그러나 무어냐, 저 괴물은.
 쿵이 검을 들었다. 이를 악물며 상대방을 노려본다. 검은 눈동자 사이로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지랄한다, 진짜. 도대체 시비는 지네들을 걸어 놓고 누구냐니.”
 디온이 다시 한 번 입술 끝을 올리며 사슬낫을 휘둘렀다. 수 미터까지 뻗어 나간 낫은 허공에서 춤을 추듯 한번 휘돌고는 쿵을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익.”
 쿵이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쇠사슬이 검 위로 강하게 부딪쳤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사슬낫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낫이 밑으로 꺾이며 쿵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커헉.”
 쿵의 입에서 단발마가 흘러나왔다.
 디온은 쇠사슬을 팔목으로 한번 휘감은 다음 그대로 당겼다.
 낫이 쿵의 뒤통수를 베고 들어온다.
 쩌쩌적.
 그의 두개골이 갈리고 있다. 낫의 끝부분이 코를 뚫고 나왔다. 이윽고 머리통을 완전히 반으로 갈라 버린 후 낫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쿵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뇌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겨움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다음에 계속...

댓글(1)

狂學者    
가장싫어하는 행동으로 첫째가 먹을때 누가 건드는것 인데 가장행복한때로 꼽을수있는게 먹을때 누가 건드는것이라..
2017.11.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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