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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셔너리 1화

2017.03.10 조회 3,651 추천 26


 1. 어둠만 가득한 세상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는 신비로워 알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우주 과학자들은 끝없이 우주의 신비를 풀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밝혀지는 것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알면 알수록 우주가 인간의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는 것만 느끼고 있었다.
 미지의 우주는 가끔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일으키기도 한다.
 태양의 흑점이 커지고 그로 인해 지구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갑자기 붉은빛이 보이며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다.
 시간이 지나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질 무렵.
 우주에서는 지구와 관련된 사건이 계속 진행된다.
 지구를 떠난 두 줄기의 붉은빛이 끝없이 이어지는 어둡고 고요한 우주에서 유영한다. 멀고 먼 곳을 향해 떠돌던 붉은빛은 별들이 반짝이는 공간을 빠르게 가르며 지나간다.
 앞선 붉은빛은 커다란 검은빛을 띠고 있는 회오리에 이르자 급속하게 빨려 들어간다. 회오리 형태의 중심으로 들어간 붉은빛은 어둠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검은 회오리는 이어서 뒤따라온 다른 붉은빛도 빨아들였다. 두 번째 붉은빛은 더욱 빠른 속도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두 개의 붉은빛을 빨아들인 검은 회오리는 임무를 끝냈다는 듯이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버린다.
 검은 회오리가 사라지고 나자 주변의 많은 별들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검은 회오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우주에 속한 지구와 비슷하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커다란 행성에서는 새로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그 세계를 이계라고 부른다. 놀라운 일이 연속되는 이계서 살아가는 인간의 처절한 삶의 투쟁이 펼쳐진다.
 
 거대한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만.
 동쪽으로 넓은 바다가 보이는 반달 모양의 작은 항구가 보인다. 부두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언덕에는 작고 초라해 보이는 움막들이 빼곡하다.
 초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시각.
 비릿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움막 앞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살기 어려워 고향을 떠나 떠도는 거지들인 유민들이다. 다들 뭔가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입고 있는 옷은 너무 낡아 구멍이 숭숭 뚫려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남이 빼앗아 먹을세라 눈치를 슬슬 보며 빠르게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갑자기 이들의 머리 위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천둥소리와 같은 ‘우르릉’ 하는 큰 소리에 이들은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커다란 두 개의 달이 동쪽 하늘에 보인다.
 밝은 우윳빛을 보이며 떠 있는 두 개의 달 사이를 가르며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빛이 빠르게 유성처럼 떨어지고 있다.
 “저게 뭐야?”
 괴이한 붉은빛이 어두운 하늘에서 빠르게 이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땅에 머리를 처박고 덜덜덜 떤다. 뭔지는 모르지만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큰 소리 내며 떨어지던 붉은빛은 땅에 도착하지 않고 멀리 서쪽 하늘로 빠르게 사라진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움에 떨며 머리 처박고 있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개 들고 주위를 살핀다. 주변에는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다들 그제야 안심하고 일어난다.
 “휴! 별일 없네.”
 사람들이 아무 일 없다는 것에 안심하며 슬며시 움막 안으로 들어간다.
 
 살 떨리게 추웠던 밤공기는 둥근 해가 밝아 오며 모두 사라졌다.
 항구는 새로운 기운과 함께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부두를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민들이 사는 주거지역은 부두와 인접해 상가를 이루고 있다. 천민인 장인들도 근처에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장인 마을 외곽에는 여자들이 웃음과 몸을 파는 매음굴도 있었다.
 낮은 추녀집이 가득한 매음굴 옆 작은 냇가에는 아주 맑은 시내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주민들의 빨래터이자 식수 공급원이다.
 왕국의 제일 동쪽 변방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영지는 농토가 별로 없어 상인이나 어부들이 많았다.
 다른 대륙과 무역하는 국제항구라 유동 인구가 많아 그런대로 번잡한 곳이다.
 가난한 평민들이 모여 사는 주거지의 옆 상가 지역에는 벽돌로 지어진 단층집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좁은 골목을 중심으로 번잡한 시가지를 이룬다.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오가고 있었다.
 푸른 하늘에서 밝고 투명한 붉은빛이 나며 뭔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구걸하러 부두에 나와 있던 유민들은 어젯밤과 비슷한 현상이 또 벌어지자 하늘을 향해 양손을 높이 쳐들며 애원한다.
 “신이여, 불쌍한 저희들을 보살펴 주소서.”
 이들은 ‘붉은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면 대륙에 큰 변고가 있다.’는 전설을 조상으로부터 들었다. 무서운 변고가 생길 바에는 차라리 세상이 불벼락으로 모조리 뒤집어지길 원한다. 그래서 자기들의 비참한 생활을 면하게 해 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런 변고는 대략 100년을 주기로 발생했다. 재앙인 화산이 폭발하거나 대홍수가 나거나 때로는 새로운 인물이 탄생해 나라가 세워지기도 했다.
 발목에 무거운 쇠고랑 차고 무역선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노예들도 유민들과 같은 마음이다. 노예들은 원한이 가득하여 속으로 기원한다.
 ‘원수 놈들을 불속에 모조리 던지소서.’
 
 상가 지역에서 제일 후미진 곳의 작은 단층 건물.
 벽돌로 지었으나 너무 낡아 허름해 보이는 건물 안에서 침이 저절로 나오는 구수한 고기 삶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있는 국밥집은 주로 가난한 평민들이나 유민 그리고 천민들에게 술과 밥을 파는 곳이다.
 한낮임에도 허름한 국밥집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흐어어엉!”
 슬픔에 겨운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여자의 간드러진 교성은 자지러지고 있다.
 번쩍! 쾅!
 식당을 운영하며 사는 주인 여자와 넓은 식탁에서 이상한 놀이를 하던 사내가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열중하던 동작을 멈춘다.
 “헉!”
 누가 나무문을 세게 걷어차는 큰 소리에 놀랐기 때문이다.
 “아잉, 왜······?”
 한창 기분이 너무 좋아 비몽사몽 하던 주인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잡고 앙탈을 부린다. 천둥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듣고도 몸이 너무 달아올라 급해서인지 모르나 일어서려는 사내를 양손으로 꼭 껴안고 부르르 진저리 치며 신음을 토한다.
 “아아악! 나······· 지금.”
 주인 여자가 계속해서 요란하게 신음을 토한다. 그녀는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애타게 사내에게 매달린다. 식탁에 누워 양쪽 발을 높이 들고 있는 주인 여자 다리 사이에서 기마 자세이던 사내는 벌떡 일어나 바지춤을 추스르고 허리를 편다.
 사내는 문고리를 풀고 문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외친다.
 “어떤 놈이야?”
 몸은 상당히 뚱뚱한 편으로 키도 크며 우람한 체구였다. 험상하게 생긴 얼굴로 벗은 상반신에는 털이 수북했다. 우람한 체구를 가진 사람이나 동작은 아주 민첩했다.
 두리번거리며 자세히 살펴보지만 문 앞의 좁은 골목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문 옆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문 옆에는 어린 소년이 기절한 상태로 옆으로 쓰러져 있다. 너덜너덜한 문양의 천으로 지어진 옷에 커다란 가죽 구두를 신은 모습이다.
 “이놈이 그랬나?”
 하지만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어린 소년은 탈진해서 졸도한 상태로 보였다.
 사내는 다시 한 번 두리번거리며 골목길을 자세하게 살펴보나, 별로 특이하거나 이상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정말 이상하네.”
 이렇게 중얼거리며 문 앞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내는 다시 국밥집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들어온 사내는 조금 전에 하던 일을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 여전히 식탁에 누워 있는 주인 여자에게 다가가 슬며시 바지를 벗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몸이 차갑게 식어 버린 커다란 몸집의 주인 여자는 골이 단단히 난 싸늘한 표정이다. 다가와 다리를 들어 어깨에 걸치려는 사내 가슴을 두 손으로 거칠게 밀치며 크게 소리 지른다.
 “저리 가!”
 “왜?”
 매몰차게 말하며 주인 여자는 누워 있던 식탁에서 벌떡 일어난다.
 허리춤까지 걷어 올렸던, 검은색으로 폭이 넓은 치마를 급하게 내리고 손으로 탁탁 소리 내어 털며 다시 말한다.
 “한창 좋을 때 엉뚱하게 딴 짓이나 하고. 아무튼 당분간 날 찾지 마라.”
 순간, 사내는 아직도 곧추선 물건을 냇가의 매음굴에 가서 달래려면 돈깨나 들게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 국밥도 공짠데 돈 들게 생겼네.’
 국밥집 주인 여자와 사내는 서로 이웃한 집에 살고 있다. 가끔 뭐가 생각나면 이렇게 재미를 보고 있었다. 흉허물이 하나도 없는 오래된 친구 사이였다.
 서로 상대방이 어떤 이성과 놀아나든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이 전혀 상관 안 한다. 그래도 잘도 친하게 지내고 또 아까 하다 멈춘 놀이도 가끔 하며 다정하게 지낸다. 때로는 서로 아옹다옹 다투며 원수처럼 대하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이상해 보이는 깊은 사이다.
 주인 여자는 사내와 오래전부터 상당히 친하지만 밥값, 술값에 대해선 한 푼의 선심도 없었다.
 하지만 사내에게 공짜 밥 먹으라고 권할 때가 가끔 있다. 그때는 주인 여자가 지금처럼 이런 이상한 놀이를 무척이나 하고 싶은 날이다.
 이런 놀이가 벌어진 이후의 국밥과 술은 모두 공짜였다. 그때는 주인 여자는 잘 익은 돼지고기도 한 접시 내놓고 술도 주며 푸짐하게 공짜 밥상을 차려 주었다.
 속으로 투덜거리던 사내는 주인 여자에게 굽실대며 말한다.
 “국밥, 안 주나?”
 “국밥 먹으려면 국밥 값을 하든지. 돈 가지고 와야지.”
 사내가 국밥을 달라는 말에 주인 여자는 입이 퉁퉁 불어 튀어나온 모습으로 아주 퉁명스럽게 말한다.
 “국밥 값 했잖아.”
 “돈 가져와.”
 주인 여자가 자기를 은근히 부르자 오늘은 공짜로 밥과 술을 먹게 생겼다고 좋아하던 사내였다. 돈 내고 국밥 사 먹으라는 주인 여자의 말에 불만이 아주 많아 투덜거린다.
 “에이, 돈 내고 국밥 먹으라고?”
 “그래!”
 주인 여자가 눈썹에 힘을 주며 앙칼지게 대답한다.
 주인 여자는 조금 전 놀이 중간에 멈춘 것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내는 여자가 골이 단단히 나서 국밥을 먹으려면 돈을 가지고 오라고 말하자 별수 없었다.
 그러나 약간 힘을 쓰는 바람에 배가 너무 고파진 사내였다. 돈 가지러 가기 위하여 식당의 문고리를 슬며시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내는 맥이 쏙 빠진 걸음으로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간다.
 건물 안은 넓은 창고처럼 보이는 공간인 사무실이다.
 사무실은 아무런 치장이 없다. 책상 두 개와 의자만 몇 개 보인다. 책상에는 난쟁이같이 작은 체구의 파란색 곱슬머리의 젊은 청년이 사무를 보고 있다.
 사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 안에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있던 파란색 곱슬머리 청년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빙그레 웃으며 빈정거린다.
 “콜린스, 에슬린이 밥 먹으려면 돈 가지고 오라던?”
 청년의 말에 콜린스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미구엘, 지금 날 놀리냐?”
 “그러니 잘 좀 하지 그랬냐?”
 “갑자기 밖에서 들린 천둥소리 때문이지.”
 “네가 잘해야 나도 밥값 버는데.”
 미구엘이란 이름의 청년은 사무실에서 서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콜린스가 겨우 더듬거리고 읽는 어려운 글을 잘 읽고 쓸 줄 안다.
 미구엘은 에르난 종족이 아닌 크리 종족이다. 그래서 사실 스무 살 정도의 청년으로 보이나 나이는 콜린스와 동갑이다.
 콜린스는 책상에 앉아 사무 보기 바쁜 미구엘에게 손을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미구엘, 빨리 돈 내놔라.”
 탁!
 미구엘이 서랍에서 두 개의 구리 동전을 꺼내 책상 위에 소리 나게 올려놓고 말한다.
 “2브론즈.”
 브론즈란 화폐단위로, 1브론즈는 국밥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다. 또는 막걸리와 비슷한 탁주를 두 대접 사 먹을 돈이다.
 탁자 위에 놓인 2브론즈를 보며 콜린스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안주도 사 먹게 돈 더 내놔.”
 “돈 없어. 너는 내 월급도 정산 못 하면서······.”
 미구엘의 말에 콜린스는 찍소리 못하고 2브론즈인 구리 동전 두 개를 집어 들고 사무실에서 나와 국밥집으로 간다.
 “에이, 2브론즈라니.”
 오크라 용병 지부는 요즈음 의뢰가 거의 없어 심한 불경기였다. 수입이 너무 적어 항상 돈에 쪼들린다.
 
 콜린스는 2브론즈를 들고 국밥집에 들어가 국밥을 먹었다. 추가로 탁주 두 잔도 마시게 되었다. 식사를 끝내자 주인인 에슬린과 밥값을 놓고 흥정한다.
 “에슬린, 1브론즈만 받아.”
 “왜? 2브론즈인데.”
 “아까 반은 기분 좋게 했잖아.”
 그 말에 발끈한 에슬린이 크게 화내며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앙칼지게 말했다.
 “지랄하네.”
 “너 기분 좋았잖아.”
 “그것도 기분이 좋게 한 거야? 기분만 더럽게 하고 나쁘게 된 거지. 너! 앞으로 영영 공짜 밥 먹기 싫으면 마음대로 해라.”
 이런 말에 콜린스는 더 이상 밥값 흥정을 하지 못한다.
 “알았어!”
 콜린스는 2브론즈를 에슬린에게 주고 국밥집에서 힘없이 나갔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으나 나이가 먹을수록 에슬린과의 이런 요상한 거래에서 항상 자기가 밀린다. 이상한 사이 유지는 전보다 순탄치 않았다. 점차 힘이 전보다 못한 나이에 들어가는 콜린스로서는 아무래도 뭔가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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