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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퍼포먼스 1화

2017.02.28 조회 1,395 추천 12


 1. 여기는 어디?
 
 <성스러운······ 성스러운······ 담아
 완전무결한······ 과······ 뿌려······ 몸에 틀어박으니
 그의 영혼을 봉하는 것은 성스러운······라.
 그의 몸을 어둠으로 떨어트리는 것은······
 그대들은······ 말아야 할 것이다. ······ 구한 것은 ······아닌 5존재의······이었다는 것을.>
 
 훼손되어 더 이상 읽을 수 없는 과거의 기록 에스란데 발췌
 
 ***
 
 침입한 자 영원의 존재가 되어 숲을 떠돌게 될지어니,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탐욕에 사로잡혀 침입하지 말지어다. 그곳은 인세에 펼쳐진 마계일지니······.
 
 연합 왕국 중 셀렌 왕국에서 아이란 제국의 국경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숲을 지칭하는 말이다. 몇백 년 전까지 몬스터들이 하도 많이 튀어나와 수많은 왕국들이 그 숲을 토벌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하나 그렇게 들어간 토벌대들이 모두 실종이 된 이후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남은 한 소드 마스터의 목격담에 의해 그곳은 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몬스터들이 기승을 부렸지만, 왕국들은 절대 그 숲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튀어나온 몬스터만 잡았다. 그러던 도중 그 사건 일어났다. 세상의 절반이 파괴되었던 악몽.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던 그 악몽에 인간들은 모두 힘을 합쳐 그것에 맞섰다. 세크리스 대륙의 모든 인간들의 힘. 하지만 그것의 힘은 강했다. 인간들의 연합은 그것과 맞서며 일진일방을 하게 되었다. 인간들은 그것에 자신감을 얻어 더욱 힘차게 싸웠다. 그들 몰래 그들의 힘이 되어 준 힘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연합한 이종족들이 나섰고, 전설 속의 드래곤들이 나섰다는 것을 인간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그것들의 세력이 사라져버렸다. 인간 연합은 그것을 자신들이 물리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축제에 빠져들었다. 인간들이 보지 못한 싸움에 이종족들의 태반이 죽어나갔고, 드래곤들이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인간들을 구한 것은 그들의 연합도 아니고, 이종족들의 연합도 아니고, 몇 남지 않은 드래곤들도 아니었다.
 이종족들과 지금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수면기에 든 드래곤들, 그리고 몇몇 인간들만이 아는 진실. 다섯 명의 존재들. 그들 때문에 그것은 봉인되어 영원의 암흑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그것을 봉인한 이후 그것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한 존재와 수면기에 들지 않은 마지막 드래곤이 힘을 합쳐 영원의 숲에 대규모의 결계를 쳤다. 몬스터들이 절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결계를 말이다. 이 결계에 그 존재는 자신의 후계자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죽었고, 그 드래곤은 영원의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것과의 싸움 이후 인간들은 영원의 숲에서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다가 토벌대를 보내보았다. 하지만 모두 몰살되었다. 그 이후, 숲 밖으로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왕국들은 그 숲을 다시 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몬스터가 나오지 않아서일까, 그것 때문에 피해가 없어서일까. 영원의 숲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기 시작했다. 간간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모험가나 탐험가들이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영원의 숲은 그저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숲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고, 끝내는 그 이름조차 잊혀가게 되었다. 지금은 이름도 없는 그저 거대한 숲. 다만 불가침의 영역이라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뿐이었다.
 ***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영원의 숲의 한 곳에 갑자기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한 명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을 잃은 듯 옆으로 누워있는 인간. 이제 한 20살 정도 됐을까. 검은 머리카락에 새 하얀 피부. 조금 위로 치솟은 눈썹, 오뚝한 코. 한일자로 다물어진 입술. 얼굴마저 계란형이어서 눈을 뜬다면 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호리호리하지만 옷 사이로 드러나는 근육은 그의 몸이 다부지다고 말하고 있었다.
 무언가 끔찍한 것을 상상하는 듯 사내는 미간을 한껏 찡그리고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뒤척이던 사내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무언가에 놀란 듯 벌떡 일어난 사내는 얼른 자신의 몸을 살폈다.
 “휴우~ 깜짝 놀랐······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래? 얼래? 어라?”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그는 어벙한 모습으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커다란 나무들. 여길 봐도 나무, 저길 봐도 나무. 온통 나무뿐이었다.
 “헤에?”
 그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이제는 정신을 놔버린 사람, 속칭 정신병자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한참 동안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손가락을 튀겼다.
 “아~ 꿈이구나. 한숨 자고 나면 깨어나겠지 뭐.”
 끝내는 자기합리화까지 하며 그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버리는 그였다.
 “쿠울~ 쿠울~ 음냐, 음냐.”
 북북북
 눈감은 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정말로 잠든 듯 이제는 배까지 긁는 그. 그런데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니 잠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얼굴도 서서히 일그러져가는 것을 보니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에이 씨. 대체 뭐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그. 완전히 일어서 도끼눈을 뜨며 살기등등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뭐지? 뭘까? 대체 여기는 어디지? 난 분명히······.”
 자폐증 걸린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말을 줄이며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줄 위에서 자던 도중 사부의 목소리가 들리고······. 새 하얀 빛이 눈을 비추며 정신을 놓았지. 그리고 깨어나 보니 여기······.”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며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마지막 결론 전까지 도달하였지만, 왠지 인정하기는 싫은 듯하였다. 한참을 입 다물고 묵묵히 서있던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런데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커다란 나무들 때문에 해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집 근처에 이런 곳도 있던가? 흐음.”
 그는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던 그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뭔가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씨, 몰라! 여기가 어디든 한 곳으로 가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그러기에 앞서······.”
 끝내는 생각을 포기해버린 그는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흐음. 조금 높군. 일단 올라가 봐야지. 차앗!”
 최소 50미터는 될 법한 나무들을 조금 높다고 칭한 그는 근처의 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자해하는 사람처럼 나무를 향해 쇄도한 그는 나무와 부딪치는 대신 나무의 몸통을 발로 차며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발차기로 나무의 반까지 올라온 그. 나무의 꼭대기까지 가려는 듯 근처의 나뭇가지를 밟아가며 계속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단 3초도 안 되어 높이 50미터의 나무 꼭대기에 선 그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끝이 보이질 않네. 뭐, 한 곳으로 가다 보면 뭐가 나오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사내는 그대로 나무 밑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발에 줄만 묶어 놓는다면 완전히 번지 점프 같은 모습이었다. 땅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던 그는 지상 10미터 정도에서 몸을 뒤집으며 발을 땅으로 향하게 했다.
 쿠웅!
 무슨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엄청난 소리가 울렸지만, 사내는 약간 키가 줄어든 것 빼고는 멀쩡한 듯 보였다.
 “에이. 먼지 묻었네.”
 땅에 박힌 발을 빼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던 그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까나. 여기? 저기? 이것도 고민이네.”
 아무 데로나 가면 될 것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는 이내 머리를 긁고는 손바닥을 폈다.
 “카악! 퉤!”
 손바닥에 침을 뱉은 그는 다른 손을 이용해 그 손바닥을 때렸다.
 탁!
 “저기군.”
 침이 날아간 방향을 보고는 무언가 다짐한 표정을 지은 그는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난 삼 일째.
 “아 목말라. 어떻게 된 숲이 작은 웅덩이 하나 없냐. 역시 그 반대 방향으로 갔어야 했어. 내가 왜 날 믿었는지.”
 점점 목을 간질거리는 수분 부족현상으로 자기 비하를 하고 있는 그. 그는 아마 모를 것이다. 자신이 가는 곳은 숲의 밖이 아닌 숲 안으로 가는 길이란 것을.
 
 조난 오 일째.
 조난 이틀째 되던 날. 남자는 한 우물만 파라는 생각에 자신의 체력만 믿고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그. 그 끝을 모를 것 같던 체력이 슬슬 떨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미 경공을 써서 달려가던 것을 멈춘 상황이었다.
 
 조난 일주일째.
 “물······. 물······. 물이 필요해······. 으어어어.”
 수분부족으로 이제는 좀비가 되어 버린 그. 그간 자신의 위장을 믿고 과일이나 버섯같이 수분이 있는 것을 따 먹었지만, 먹는 족족 싸고, 토하고, 환상에 미쳐버리니 이제는 주위에 널려 있는 것도 먹지 못하게 되었다.
 퀭한 눈빛으로 오로지 물만 찾던 그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에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저기······.”
 쫙쫙 갈라진 목소리로 한 곳을 쳐다본 그는 어디서 난 힘인지 강하게 땅을 박차며 그곳을 향해 쏘아져 가기 시작했다.
 일주일간 진기로 하루를 버티다시피 하여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진기마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도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생생, 아니 광기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은 더욱 빨라졌다.
 얼마나 더 갔을까. 그는 점점 커지며 고막을 강하게 울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르르르르르릉.
 벼락이 떨어지는 듯 엄청난 소리.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밝아져 갔다. 그리고 더욱 힘을 내어 땅을 박차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후 그는 그토록 바라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높이 100미터는 족히 될 법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 노을에 부서지는 물방울들. 작은 무지개. 그것은 하나의 장관이었고, 하나의 감동이었다. 하지만 목말라 있는 그에게 물 그 이상의 감정을 줄 수 없었다.
 “물이닷!”
 수심이 족히 5미터는 넘을 법한 계곡물이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풍덩!
 
 ***
 
 타닥타닥.
 “아~ 좋다.”
 타오르는 모닥불의 따뜻함에 나른한 표정을 지은 태산은 몸을 뒤로 누였다.
 “반짝반짝 별도 좋고, 세 개의 보름달도 좋고······. 세 개?”
 하늘에 떠 있는 달들을 보고 경악하여 일어난 태산은 눈을 비비고 다시 달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세 개. 순간 태산은 멍해져 버렸다.
 “달이······ 세 개······.”
 한참 동안 멍하니 달을 바라보던 태산은 동공이 풀린 눈으로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밥이나 먹자.”
 모닥불 근처에서 익어가는 물고기들을 꽂아 놓은 하나의 나뭇가지를 집어 든 태산. 아직 다 익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이미 정신을 살짝 놔버린 태산은 그런 것도 모른 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가끔씩 빨간 부분이 보이는데도 태산은 계속 먹기만 하였다. 끝내는 6개의 물고기 꼬치들을 모두 먹어 버린 태산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타닥, 타닥, 타닥.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그 힘을 잃어 갈 때까지 멍하니 모닥불을 지켜보던 태산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아, 몰라, 몰라.”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 버린 태산은 힘을 잃어가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들을 몇 개 더 집어넣고는 벌러덩 누워버렸다. 여전히 세 개의 달이 떠 있는 검은 하늘.
 “뭐, 어떻게든 되겠지.”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린 태산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결론을 내렸다지만 그래도 답답한지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뒤척거리던 태산은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무언가 긴장한 모습.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태산은 다시 몸을 뒤척거리기 시작했다. 아까와 똑같이 답답함에 몸을 뒤척이는 것 같았으나 그 신경은 날카롭게 서가고 있었다. 그렇게 몸을 뒤척이던 태산은 정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에이 씨!”
 벌떡 일어나 계곡물을 보는 태산. 태산은 바닥에 널려 있는 돌을 집어 계곡물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퐁당퐁당.
 ***
 “저 인간은 대체 뭐지?”
 “글쎄······.”
 계곡물을 향해 돌을 던지는 태산에게서 약 30미터 정도 떨어진 나무에 몸을 숨기고 태산을 주시하고 있는 5명의 인영들. 우거져 있는 나무 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에 5미터 앞에 있어도 찾지 못할 만큼 은밀하였다.
 “세른, 장로님께 보고하고 와라.”
 한 인영의 말에 세른이라 불린 인영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해 가는 인영. 멀어지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그가 이동해 간다는 것을 알지 못할 만큼 소음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세른이 멀어지자 남겨진 인영들은 다시 태산을 주시하기 위해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방금까지 그곳에 있었던 태산이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헛! 어, 어디 갔지?”
 “어라?”
 “전투태세! 주위를 살펴!”
 당황하던 인영들은 무리를 이끄는 인영의 말에 얼른 등에 메어 놓은 활을 꺼내 들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 사이로 태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은밀한 행동. 모습을 드러낸 태산은 얼른 한 인영의 목을 잡아챘다.
 “컥!”
 그 인영의 비명소리가 울리자 주위를 살피던 인영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활을 겨누었다.
 “하핀!”
 “하핀!”
 태산의 손에 목이 잡힌 인영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겨눈 활을 거두지 않는 그들. 태산은 활을 겨누고 있는 인영들의 모습에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눈가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분명 미소가 가득한 태산의 얼굴이었지만, 인영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눈과 입이 호선을 그리고 있는데, 그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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