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영웅지도(英雄之道)로 인생의 길을 연다!
요순시대(堯舜時代)의 태평가.
걸왕(桀王), 주왕(紂王)으로 이어지는 폭군시대.
주지육림(酒池肉林)과 절세미인들.
80년을 기다린 뒤에 제나라의 주인이 된 강태공(姜太公).
춘추시대, 최고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오자서(伍仔胥).
병법의 대가 손무(孫武).
중국 최고의 미인 서시.
재신(財神)이 되는 범려.
칠일 밤낮을 통곡하면서 주군을 위하여 구원을 청하는 신포서.
춘추시대 최고의 자객 전제(專諸),
그리고 수많은 세객(說客)들과 성인.
아버지를 죽이고 천하를 통일하는 진시황(秦始皇).
진시황을 시해하려는 자객 형가.
그들이 광활한 중국 대륙을 무대로 펼치는 대활약.
춘추전국시대로 영웅지도를 읽는다!
열국지는 대서사시이다. 중국 역사에서 열국지의 배경이 되는 전국시대처럼 암흑기는 다시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에 공자와 같은 성인이 출현했고 제환공을 중국 천하의 대권을 차지하게 하는 패왕으로 만드는 관중과 같은 인물이 출현했다. 그가 남긴 관자(管子)의 패자지도(覇者之道)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필독서다. 특히 앞으로 지방선거, 대통령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패자(覇者)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경영론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열국지는 삼국지보다 훨씬 훌륭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지 않았다. 그것은 열국지가 상당히 복잡한 얼개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순한 무용담보다 천하경영의 지략과 기변백출이 속출하여 독자들이 상당히 난해하게 생각한 탓이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열국지가 소설 형태가 아니고 번역본이어서 읽기가 더욱 어렵고 문장 자체가 컴퓨터 세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점을 참작하여 쉽고 재미있게 썼다.
소설 열국지, 어떤 이야기인가?
소설 열국지는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부터 춘추전국시대를 매듭짓는 시황에 이르기까지 영웅호걸과 성인(聖人), 악인(惡人)과 세객(說客), 패왕(覇王)과 폭군(暴君), 절세가인(絶世佳人)과 자객(刺客) 등 수없이 부침하는 인간을 다루어 삼국지를 능가하는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은 동주열국지를 기둥줄거리로 사기를 비롯해 춘추, 좌씨춘추, 여씨춘추, 관자, 한자, 설원, 열녀전, 열선전, 봉신연의, 중국의 신화와 전설, 중국의 고사성어, 중국 역사의 내용을 가미하여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10권의 대작으로 다루어 중국 역사를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제1장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리던 날(1)
역사는 신화로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신화에 의하면 태초에 세상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혼돈만 존재하고 있었다. 자욱하게 흑무(黑霧)가 피어오르는 혼돈의 심연에는 한 올의 빛도 없이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이 흑무 속에 계란과 같은 거대한 알(卵)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서 신화 속의 주인공 반고(盤古)가 태어났다. 중국의 천지창조는 이 알이 깨져 반고가 세상에 나오면서 비롯된다.
반고는 알에서 나오자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어둠을 노려보았다. 세상이 온통 무겁고 탁한 혼돈뿐이었다. 반고는 어디선가 도끼를 가지고 와서 혼돈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혼돈이 갈라지면서 가볍고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탁한 기운은 밑으로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 그러나 하늘은 다시 내려앉으려고 했고 땅은 위로 솟구치려고 했다.
반고는 하늘과 땅이 다시 달라붙지 않도록 두 손으로는 하늘을 들어 올리고 다리로는 땅을 짓눌렀다. 그리고 하늘과 땅의 증간에 서서 자신을 키우기 시작했다. 반고는 하루에 1장(丈)씩 자신의 키를 키워 하늘과 땅이 각각 1장씩 멀어지게 되었다. 반고도 하루에 1장씩 자랐다. 어느덧 그가 하늘을 들어 올리고 땅을 누르기 시작한지 1만8천년이 되었다. 하늘과 땅은 9만리로 멀어져 다시 붙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반고는 마침내 하늘과 땅이 아득하게 멀어지자 기운이 다해 쓰러져 죽었다.
반고가 죽을 때 입과 코에서 새어 나온 숨결은 하늘의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벽력이 되었다. 오른쪽 눈은 태양으로, 왼쪽 눈은 달로 변해 비로소 빛이 창조되었다. 그의 몸과 손발은 산맥과 대지가 되었다. 반고의 피는 거대한 강물이 되었으며 실타래 같은 핏줄은 수많은 길이 되었다. 그의 살(肉)은 밭이 되었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밤하늘에서 무수히 반짝이는 별로 변했다. 반고의 피부와 털은 아름다운 꽃과 풀, 그리고 싱싱한 나무로 변하였고, 이(齒)와 뼈(骨)는 금속과 단단한 돌로 변했다. 그의 땀은 비(雨)로, 눈물은 이슬(露)로 변하여 마침내 천지창조가 완성되었다.
반고는 자신을 희생하여 천지창조를 완성함으로써 중국인들의 신화 속 주인공이 된 것이다.
중국인들의 조상은 삼황(三皇)으로 불린다. 삼황은 복희씨(伏羲氏), 여와씨(女媧氏), 신농씨(神農氏)로 정통 역사서인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이들을 배제하고 오제(五帝)부터 중국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삼황까지도 역사가 아니라 신화로 본 탓이었다. 삼황은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인황씨(人皇氏)로 불려 중국인들이 말하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복희씨는 팔괘(八掛)를 만들고, 노끈으로 그물을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인간들에게 가르쳤다. 신농씨는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고 불로 음식을 만드는 화식(火食)을 가르쳤기 때문에 염제(炎帝)로도 불렸다.
여와씨는 삼황 중에 유일한 여신으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그녀는 천계에서 내려와 세상에서 살았다. 반고에 의해 천지창조가 이루어졌으나 인간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동산과 들에는 기화이초가 만발하고 벌레와 물고기, 온갖 날것과 들짐승과 산짐승이 생겨났지만 인간이 없어서 쓸쓸했다.
“호호호. 세상에 사람이 없으니 너무나 쓸쓸하군. 내가 사람을 만들어야 하겠어.”
여신 여와는 깔깔대고 웃은 뒤에 황토를 반죽하여 인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을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여와는 비록 여신이었지만 인간을 만드는 일에 지쳐서 꾀를 냈다.
‘인간을 굳이 정성 들여 빚을 필요는 없어.’
여와는 넝쿨을 구하여 늪으로 달려가 황토물을 향해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황토물이 사방으로 비산하여 방울방울 떨어지고, 떨어진 황토 물방울들이 인간으로 변했다. 여와가 직접 황토로 빚은 인간은 부자나 고귀한 사람이 되었고 넝쿨에서 떨어진 황토 물방울이 변하여 된 인간은 가난한 평민이 되었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인간이 가득히 넘쳐나게 되었다.
원고시대(遠古時代)라고 할 수 있는 이 무렵 인간은 반인반신(半人半神), 또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상태로 존재했다. 원고시대를 지나자 인간들은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활도 모계 중심 사회에서 서서히 부계 중심사회로 바뀌어 갔다.
5, 6천 년 전 중국의 넓은 땅에는 이족(夷族), 강족(羌族), 적족(狄族), 묘족(苗族)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그들 부족은 작고 큰 나라를 이루어 수많은 제후국, 소위 부족국가 형태로 존재했다.
중국 문명의 개조(開祖)라고 할 수 있는 공손(公孫) 헌원(軒轅)은 이러한 제후국들의 하나인 유웅국(有熊國)의 왕 소전(少典)의 아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령스럽고 총명하여 70일이 되기 전에 이미 말을 했다.
“이 아이는 장차 큰 인물이 될 아이다.”
유웅국 왕은 70일 만에 말을 하는 헌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그렇게 말했다. 헌원은 일곱 살이 되자 활을 쏘고 말을 탈줄 알았다. 열 두 살이 되었을 때는 기골이 장대하여 어른들과 함께 사냥을 했는데 할과 창을 능숙하게 다루어 사나운 맹수들을 수월하게 잡았다.
그 무렵 중국은 염제 신농(申農)이 다스리고 있었다. 신농은 덕이 쇠퇴하여 제후들이 서로 침략하여 약탈을 일삼고 있었다. 삼황의 시대는 약탈의 시대였다. 문명은 없었고 인간들은 씨족끼리, 혹은 부족끼리 모여 살았다. 신농은 이족들의 침략과 약탈을 막지 못해 백성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했다. 이에 여러 제후국들이 헌원에게 제물을 바치고 귀의하여 보호를 받고자 했다.
헌원은 창과 방패를 만들어 약탈을 일삼는 제후들을 차례차례 정벌했다. 제후들은 용맹한 헌원에게 굴복했으나 맹주 신농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염제가 끝내 항복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내가 친히 정벌하리라! 용사들을 소집하라!”
마침내 헌원이 명을 내렸다. 유웅국의 도성으로 용사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삽시간에 전운이 감돌았다. 용사들은 부족별로 군사로 편성되었다.
“용사들은 들으라! 덕을 잃은 염제가 투항을 하지 않고 있다! 용사들은 나와 함께 염제를 쳐부수자!”
헌원은 말을 타고 군사들을 사열하면서 맹수처럼 포효했다.
“와!”
들판에 가득한 헌원의 군사들이 일제히 창과 도끼를 흔들며 함성을 질러댔다.
“출정하라!”
헌원은 명을 내리고 군사들 앞에서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와!”
군사들도 함성을 지르며 신농의 도읍이 있는 판천(阪泉)을 향해 질풍처럼 내달렸다. 이 무렵의 전쟁은 원시적이었다. 헌원이 거느린 수만 명의 군사들이 지나는 곳은 모든 것이 약탈되고 파괴되었다. 군사들은 곡식을 약탈하고 여자들을 겁탈하면서 신농의 나라를 짓밟고 판천을 향해 노도처럼 달려갔다.
“유웅국의 왕 헌원이 쳐들어온다! 그들을 막아라!”
염제 신농은 제후들의 맹주였다. 그의 밑에는 수많은 제후국 용사들이 군사로 소집되어 있었다. 신농이 명을 내리자 사나운 군사들이 창과 도끼를 앞세우고 헌원의 군사들과 대치하여 싸울 준비를 했다. 판천의 넓은 들판이 창과 도끼로 숲을 이루었다.
“우···!”
헌원이 하늘을 향해 무섭게 포효했다.
“우···!”
헌원의 군사들도 두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맹수처럼 괴성을 질러댔다. 그들의 괴성이 거대한 메아리가 되어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판천의 넓은 들판에 울려 퍼졌다.
“용사들아, 돌격하라!”
헌원의 명을 내리고 돌도끼를 치켜들고 앞으로 내달렸다. 헌원의 군사들은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신농의 군사들을 향해 사납게 돌격했다.
“침략자들을 죽여라!”
신농의 군사들도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헌원의 군사들을 향해 달려가 공격을 퍼부었다. 헌원의 군사들과 신농의 군사들은 판천의 들판에서 치열한 혈전을 벌였다. 돌도끼와 창이 난무하고 화살이 비 오듯이 날았다. 여기저기서 군사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양군은 해가 질 때까지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다가 해가 지자 군사들을 뒤로 물렸다. 첫날의 전투는 양군이 뚜렷한 승패없이 백중세를 이루었다.
헌원은 마상에 앉아서 판천의 넓은 들판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던 들판 너머 지평선으로 핏빛의 석양이 물들어오고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내가 신농을 반드시 죽이리라.’
헌원은 서서히 어둠이 짙어져오는 들판을 응시하면서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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