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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무적 1화

2017.03.30 조회 996 추천 4


 0. 이런 망할 현실이 있나···
 
 푸른 하늘에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며 벼락을 몰고 왔다.
 그 아래 검을 든 채 대치하고 있는 두 남자.
 깊게 눌러쓴 투구 사이로 안광이 빛났다. 서로 움직일 듯, 움직이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쿵!
 거대한 바스타드소드를 들고 있던 남자가 발을 크게 구르자 남자의 덩치만큼이나 거대해 보이는 플레이트 갑옷이 꿈틀거리며 흑색 기류를 뿜어냈다. 반대편에 서 있는 남자는 새하얀 갑옷을 뽐내며 롱소드를 치켜들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의 검에선 백색 기운이 강맹하게 쏟아졌다.
 “흐아아아압!”
 “이야아아아압!”
 서로 가까워지는 그들.
 어느덧 거리가 한걸음으로 좁혀질 무렵, 그들의 검이 번쩍이며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콰앙!
 진정한 세계의 주인이 되고 싶은가?
 도전하라. 세계를 움켜쥘 용사의 길을 향해!
 
 @
 
 “또 저 광고인가?”
 약속 장소로 잡은 커피숍 앞에 서 있던 진서는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게임 광고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TV를 켜면 하루에 한번 이상은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들었단 말이야.’
 저 모습이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하니, 요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
 가상게임의 발전에 극을 이루었다고 알려진 알포드.
 이미 세계 게임 유저들 중 80% 이상이 알포드를 하고 있다 하니, 그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다.
 “뭐, 나랑은 상관없으니깐.”
 하지만 게임을 하지 않는 진서에게 있어 그 유명세가 하늘을 찌르든 말든 그건 중요치 않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만나기로 한 여인과의 일이 제일 중요했다. 진서가 핸드폰을 꺼내 첨부 사진이 있는 문자를 보았다.
 “크아, 정말이지 이런 천사 같은 얼굴은 또 없다니까.”
 살짝 각도 빨을 세운 부분이 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진서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하자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코리안 타임을 감안하면 아직은 괜찮지만 그래도초면인데··· 슬슬 올 시간이 됐다. 진서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음? 저 여잔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천천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여성.
 딱히 이곳으로는 지나갈 일이 없기에 약속 장소가 이곳이 아닌 이상에야 이쪽으로 올 사람은 드물었다.
 ‘일단 몸매는······.’
 멀리 있어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몸의 굴곡으로 보아 괜찮은 듯했다. 다소 통통한 것 같지만 무조건적인 외모 지상주의는 진서 자신도 기피했다.
 “어디 보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여성을 보며 진서도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었다.
 10미터, 8미터, 6미터······.
 “······.”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가 핸드폰을 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우우우웅!
 ‘설마······?’
 진서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이 강하게 진동하자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가 핸드폰을 열었다.
 “여, 여보세요······?”
 딸각.
 핸드폰이 꺼지며 앞에 있던 여성이 환하게 웃었다.
 “역시 맞네요. 진서님 맞죠?”
 “혹시··· 하늘천사님?”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이었다. 진서의 물음에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사진이랑 조금 다르죠? 호홋.”
 그녀가 살짝 입을 가리며 웃었다.
 빠득.
 하지만 웃는 그녀를 보며 진서는 혈압이 머리끝까지 솟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외모 지상주의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이건 사기가 아닌가.
 “···안녕히 계세요.”
 “예?”
 여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지만 진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벗어났다.
 이게 벌써 몇 번째란 말인가. 벌써 세상의 사진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나?
 진서는 핸드폰을 열어 조금 전에 만났던 여자의 사진을 보았다.
 “······.”
 다시 울컥하며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이··· 원판은 어찌 저런 오크 년이란 말인가!
 “세상에 믿을 것 하나 없다더니··· 빌어먹을.”
 사진 따윈 믿을 수 없다.
 “아··· 빌어먹을.”
 갑자기 술이 확 당겨 진서는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를 헐렁하게 푼 후 핸드폰을 열어 능숙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준희냐? 좀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기분과 달리 더럽게 화창한 날씨였다.
 
 @
 
 “크아! 취한다, 진짜.”
 “야야, 적당히 좀 마셔. 무슨 일 있었냐?”
 “하핫, 무슨 일 있었냐고?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거의 연인에 가깝게 지내다 실제로 만난 것은 오늘 처음이었다. 그런데··· 사기 당한 기분이었다.
 “하아··· 진짜 너무하지 않냐. 어떻게 그런 외모에서 이런 사진이 나올 수가 있냐······.”
 진서가 한탄하며 또다시 소주를 들이켰다. 그에 마주앉아 있던 준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인마, 너무 속물처럼 말하는 거 아니냐?”
 “속물?”
 훗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너 내가 여자들이랑 놀 때 심하게 얼굴 따지는 편이든? 뭐 물론 예쁜 여자면 좋지. 나도 남잔데. 안 그러냐? 그런데 말이야··· 그게 정도를 넘어섰다는 거야.”
 “그, 그 정도냐?”
 “대한민국 포토샵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감히 당당히 말하고 싶을 정도다.”
 술맛이 썼다. 진서가 잔뜩 찡그리며 소주를 들이켜자 준희가 진서의 잔을 뺏었다.
 “그만 마셔, 인마. 이미 꽤 취했어.”
 “하아··· 이 허전함을 어떻게 하냐? 응?”
 “요즘 사진발이 장난이 아니긴 하더라. 나도 며칠 전에 아는 사람 만났다가 깜짝 놀랐잖아. 그래도 뭐 어쩌겠냐, 이렇게 된 거. 안 그러냐?”
 “그렇지 않다, 인마.”
 생각하니 또 씁쓸할 뿐이었다. 진서를 보고 있던 준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가상게임 한번 해보는 건 어떠냐?”
 “게임? 나 그런 거 안 하는 거 알잖냐.”
 “그래도 요즘 가상게임은 매달 스캔을 해야 되니까 겉모습이 다르다고 충격 받을 일은 없을 거 아니냐. 게다가 직접 게임상에서 만나 얘기도 하고 직접 부딪히니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고. 게다가 너 얼마 전에 일 그만둬서 시간도 많을 것 같은데. 만날 인터넷 카페에서 채팅이나 하느니 그게 낫지 않겠냐?”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굳이 자신이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안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진서가 망설이는 듯하자 준희가 탄력을 받았는지 연이어 말했다.
 “그래, 인마. 한번 해봐. 이 참에 게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안 그래?”
 “그래볼까······?”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
 “까짓것, 그럴까?”
 “그래, 인마. 남들 다 하는 거 너라고 못할 건 없잖아. 그치?”
 준희의 말에 진서가 피식 웃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1. 로그인
 
 -알포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용하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높은 피아노 음처럼 맑은 목소리에 진서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우와~ 장난 아닌데?”
 이건 뭐··· 여신이 아닌가.
 진서는 아이디를 만드는 것도 잊은 채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
 조각칼로 깎아놓은 듯 잘 빠진 몸매에다 등 뒤로 나 있는 하얀 날개는 그녀가 천사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 한쪽을 가리는 앞머리는··· 그녀의 신비로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예쁘다······.’
 침이 절로 꿀꺽 삼켜졌다.
 -알포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용하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력된 내용이 그것밖에 없는지 그녀의 입에선 앞선 말과 똑같은 멘트만 흘러나왔다. 그제야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던 진서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NPC라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만남과 동시에 작별이라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난 진짜 사랑을 찾아 떠나겠다!”
 아이디 : windroad0204
 패스워드 : ********
 패스워드 확인 : ********
 진서가 다짐하듯 외치며 사용할 아이디를 말하자 그에 눈앞에 있던 여성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아이디, windroad0204가 맞습니까?
 끄덕.
 -알포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 그녀가 뻗은 손에서 하얀빛이 퍼져 나오더니 서서히 배경이 바뀌었다.
 “으윽!”
 눈이 부신 탓인지 진서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지만 눈을 떴을 때는 조금 전의 아름다운 배경이 아닌 새로운 장소였다.
 “여긴 어디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진서가 중얼거렸다.
 “어이-! 새로운 여행자인가?”
 갑자기 뒤쪽 테이블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덩치가 곰만 한데다 수염이 가득했다.
 ‘뭐야, 저 털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진서가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제 보니 방 안엔 털보와 자신 둘밖에 없었다. 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흠, 그렇군. 여기는 알포드로 가기 위한 마지막 확인 단계네. 자네의 이름이 뭔가?”
 “내 이름? 권진서.”
 진서가 별 생각 없이 털보의 질문에 답했다.
 “오, 권진서? 멋진 이름이군. 알포드의 세계에서 그 이름으로 살아가겠나?”
 ‘알포드의 세계에서?’
 이어지는 털보의 물음에 진서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아하, 이름이란 게 알포드 캐릭터 이름을 말하는 건가 보군!’
 이해가 되자 행동도 빨랐다. 진서가 급히 손을 저으며 털보에게 외치듯 말했다.
 “아뇨, 아뇨! 권진서는 제 이름이 아니에요. 제 진짜 이름은······.”
 막상 생각하자니 별의별 이름이 다 떠올랐지만 좀처럼 이렇다 할 이름은 없었다.
 ‘으··· 뭐로 하지?’
 눈에 확 띄어야 한다. 그러면서 뭔가 달콤한 느낌을 주는······.
 “······!”
 한참을 고민하던 중 갑자기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친구와 함께 마신 칵테일!
 “칵테일! 그게 저의 진짜 이름입니다.”
 왠지 여자들에게도 먹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서의 대답에 털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칵테일? 멋진 이름이군. 알포드의 세계에서 그 이름으로 살아가겠나?”
 “예!”
 다행히 중복되는 이름이 아니었는지 털보의 물음에 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칵테일. 그럼 저 문을 나가 세계와 마주하게나. 그대의 앞길에 행운만이 깃들길 바라네.”
 그와 함께 털보가 진서, 아니 칵테일에게 작은 가방을 하나 건넸다.
 “용기 있는 그대의 발걸음에 대한 나의 작은 선물이네.”
 “앗, 고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칵테일이 덥석 가방을 들고는 인사말과 함께 문 쪽으로 힘차게 달려갔다. 단 1초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진짜 알포드의 세계로 가고 싶었다.
 “내가 간다, 세상아-!”
 정확히는 알포드 세상에 있는 여자들에게 향하는 외침이었다.
 “자, 잠깐 기다려! 내 말이 아직 안 끝났네! 그 문을 나가려면 가방 안에 있는 낙하산을 사용해서······!”
 “에?”
 칵테일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그를 보고 있던 털보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칵테일의 행동이 털보의 말보다 빨랐다. 뒤늦게 칵테일이 뒤돌아봤지만 털보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한 채 솥뚜껑 같은 손으로 자신의 눈을 덮었다.
 “아래는 절벽인데······.”
 “······.”
 털보의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그에게 들려오는 건 칵테일의 절규어린 기다란 비명소리뿐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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