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야기의 시작
소년은 횡단보도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몸을 한 차례 떨더니 멍하니 서서 고개를 좌우로 갸웃하는 그 이상한 모습에 주변 사람들 모두 한 번씩은 눈길을 주었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뭐지, 도대체? 이 끈적끈적한 기운은······.’
소년의 이름은 현성.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지만 평범하다기엔 남들보다 조금 약하다는 것 정도가 특이할까.
현성이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 조금 전, 그는 이 횡단보도에 서자마자 갑자기 전신에 오한이 도는 걸 느꼈다.
눈마저 핑 돌았다.
마치 무서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체에 힘이 픽 빠지고 몸이 덜덜 떨리며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던 것이다.
‘제기랄.’
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몸 상태가 정말 최악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언제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건 뭔가 이상했다.
고질병이 그에게 준 고통은 이렇게 몸에 오한이 드는 게 아니라 전혀 반대의 것이었으니.
언제 바뀌었는지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현성은 힘이 풀린 하체를 억지로 움직여 발을 내디뎠다.
무언가 이상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연히 그런 생각만 할 뿐 어떻게 해야겠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저 파란 불이 꺼져 가니 그 전에 건너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쿠구구구구구!
순간 현성은 자신의 주변으로 엄청난 돌풍이 일어난 것을 느꼈다.
현성은 갑자기 일어난 현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점점 멀어져 가는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기우뚱.
세상의 아래위가 바뀌었다.
발버둥을 쳐 보기도 했지만 힘이 쭉 빠진 몸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뒹굴 뿐이었다.
안개가 낀 듯이 뿌옇게 변한 시야에 붉은색으로 바뀐 신호등이 들어왔다. 현성은 순간 그 붉은색이 피처럼 느껴졌다.
빠아아앙!
그런 그의 귓가로 기분 나쁜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정신이 아득해졌어도 이게 무슨 소리인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어어어! 저, 저거!”
“왜 그래?”
“차도에! 오빠! 차도 좀 봐 봐! 저 사람!”
“허, 헉!”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늦었다.
끼이이이이이익!
“꺄아아아아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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