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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절대무황(絕代武皇)

1화

2017.06.01 조회 13,021 추천 131


 序章 적룡(赤龍)
 
 
 
 한쪽 무릎을 꿇은 앳된 얼굴의 사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 누워 있는 시신 때문이었다.
 사내가 내려다보는 시신은 붉은빛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승천하는 한 마리 용의 모습이 박힌 붉은 가면.
 약 일 년 전······.
 대해련(大海連)의 파상공세에 벼랑 끝까지 몰린 열화맹(熱火盟)에 투신한 정체불명의 사내.
 당시 버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위무대(委武隊)의 무인들을 이끌며 전장을 지배했던 붉은 학살자.
 작금의 열화맹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내는 항상 승천하는 용이 새겨진 붉은 가면을 쓰고 다녔다.
 하여 그를 가리켜 모두들 적룡(赤龍)이라 불렀다.
 “확실······ 한가?”
 “예, 적룡님이 확실합니다.”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적룡님이 죽었다고······? 그 위무대가 전멸이라고?”
 “그······ 렇습니다.”
 “웃기지 마라! 이 시체가 적룡님일 리 없다. 적룡님을 빙자한 놈이 가면을 썼을지도 모르지 않나.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적룡님과 위무대는 무적이야! 무적이란 말이다!”
 사내는 절규하다시피 소리쳤다.
 그는 눈앞에 현실을 믿기 어려웠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저 역시도 믿을 수 없지만, 적룡님께서 쓰고 다니시던 그 가면이 맞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보십시오······ 적룡님의 수신호위인 사방무신(四方武神)께서도 모두, 모두 여기 계시지 않습니까!”
 감정이 격앙된 건 수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내를 모셔야 하는 자로서 냉정한 현실을 보고해야 하는 그의 목소리에도 짙은 물기가 배어 있었다.
 열화맹의 모든 무인들이 존경했던 적룡과 그의 수신호위 사방무신이 바로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아니, 난 인정할 수 없다. 여기 있는 시신을 모두 수습해라. 그리고 본맹으로 간다.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내가 직접!”
 그러나 수하의 외침에도 사내는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도련님, 이곳은 적진 한복판입니다! 적진을 돌파하기도 어려울진대, 어떻게 시신을 수습하겠습니까!”
 수하는 냉정히 현실을 말했다. 그로서는 사내를 보호해야만 하는 임무가 있었다.
 “이렇게 지체하시는 것도 이미 위험합니다. 적룡님의 전언을 잊으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복귀하라는, 그분의 마지막 명령을 무시하실 생각입니까?”
 “······.”
 수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지 않은 곳에서 푸른 폭죽이 연속해서 터졌다.
 대해련에서 사용하는 폭죽으로, 연속해서 터지는 것은 적을 찾아냈음을 의미한다.
 즉, 사내 일행의 위치가 대해련에 발각된 것이었다.
 수하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도련님, 서두르셔야 합니다! 어서요!”
 앳된 얼굴의 사내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신의 얼굴을 덮고 있는 붉은 가면을 떼어 냈다.
 그러자 드러나는 창백한 얼굴.
 “크윽!”
 사내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후두둑!
 눈에 고여 있던 눈물들이 떨어져 내렸다.
 분명했다. 이 시체는 틀림없는 적룡이었다.
 열화맹에서 적룡의 얼굴을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인 자신이었다.
 가면을 벗기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붉은 용이 수놓인 가면은 오직 적룡만의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시신이 자신이 그토록 존경했던 무인이 맞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사내는 문득,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아, 내가 비밀 하나 알려 줄까? 이 가면은 세상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문양이 하나 새겨져 있는데······.”
 “도련님!”
 수하의 재촉에 사내는 적룡의 얼굴에서 떼어 낸 가면을 품에 깊숙이 넣었다.
 그리고 적룡의 시신을 향해 크게 절하고 말했다.
 “반드시, 반드시······ 형님의 시신을 수습하러 오겠습니다. 반드시 말입니다! 이 못난 놈을, 이 모자란 놈을 부디 용서하지 마십시오, 형님!”
 절을 마치고도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던 사내는 수하의 재촉에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저 멀리서 거친 쇳소리와 함성이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사내와 수하가 사라지고 얼마 뒤······.
 붉은 가면이 벗겨져 창백한 얼굴을 드러낸 채 누워 있던 적룡의 시신(?)이 입을 열었다.
 “갔냐?”
 
 
 一章 사자생환(死者生還)
 
 
 
 장사(長沙)라고 아나?
 중원의 주요 곡창 지대로 발달한 호남성의 성도 말이야.
 그 호남성의 장사에는 수만 평의 땅을 가진 토호들이 여럿 있어.
 그중에서도 왕만(王萬)이라는 토호가 아주 악질이야.
 왜냐고?
 왕만에게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십삼 년 전에 둘째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 버렸어.
 그때 둘째 아들 나이가 아마 열넷이었지?
 열넷밖에 안 된 애를, 그것도 자기 아들을 전쟁터로 보냈다니까?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겠어?
 어지간히 독한 심보가 아니면 그렇게 못하지.
 암!
 어쨌든 그렇게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간 둘째 아들은 정말 죽을 고생도 많이 하고, 저승 문턱까지도 가 봤었어.
 하지만 아무렴 어때?
 십삼 년 전에 전쟁터로 끌려갔던 둘째 아들은 이제 어엿한 장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가서 사지 멀쩡하게 돌아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냐?
 응?
 그 집 둘째 아들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쯧! 이 사람 눈치 없기는.
 이봐! 내 이름이 뭐라고?
 “그래! 왕이(王二)야. 왕씨네 둘째 아들. 그게 나야!”
 새하얗게 빛나는 치아를 드러내며, 왕이가 히죽 웃었다.
 
 막 정박한 객선(客船)에서 제일 먼저 경쾌한 걸음으로 뭍에 올라서는 한 명의 사내가 있었다.
 회색빛의 마의(麻衣)를 장포처럼 걸친 사내는 등에 적당한 크기의 봇짐을 지고 있어 떠돌이 장사치처럼 보이는 허름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결코 허름하지 않았다. 아니, 잘생겼다.
 특유의 여유가 묻어나는 입매는 지나가던 여인들의 발길을 붙들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는 그윽하기 짝이 없었다.
 마의를 벗기고 비단을 입혀 놓으면 어느 고관대작의 자식이라 해도 그렇구나 할 만큼 사내의 얼굴은 매력적이었다.
 “이야, 정말 많이 바뀌었네. 확실히 십삼 년 세월이 짧은 건 아닌가 봐.”
 남루한 차림의 사내는 중얼거리면서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내가 사라지자 그의 얼굴을 힐끔거리던 여인들의 입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 * *
 
 장사는 중원을 대표하는 곡창 지역 중 하나다.
 덕분에 수만 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고족대가(古族大家)들도 굉장히 많다.
 그들을 토호라고 불렀는데, 대대로 자손들이 번성하고 세력을 갖춘 가문이라 볼 수 있었다.
 왕만은 그 토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왕만의 장원은 장사의 시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대대로 토호를 지낸 집안답게 그 위세가 엄청났다.
 장원 내부에 딸린 전각만 해도 서른 개에 달했고, 그 외의 잡다한 건물들까지 합치면 쉬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처음 왕만의 장원을 찾는 이들은 그 크기와 규모에 절로 주눅이 들게 마련이었다.
 정문 경비를 서는 장팔은 평소 그러한 광경을 숱하게 보아 왔다.
 한데 지금 눈앞에 선 방문자는 그와 달랐다. 아니,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어이, 무사 양반. 안녕하시오?”
 비록 차림은 남루하지만 얼굴만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잘생긴 사내의 인사에 장팔은 당황해 버렸다.
 “에? 어······ 아, 안녕하시오.”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하하!”
 장팔이 눈동자만 굴려 슬쩍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장팔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 집에 돌아오다니.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럼 무사 양반은 계속 수고 좀 해 주시오. 나는 어머니를 뵈러 이만 들어가 봐야겠소.”
 장팔의 옆을 지나며 어깨를 툭툭 두드린 사내가 대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 예. 조심해서 들어가······. 자, 잠깐!”
 그 행세가 어찌나 자연스러웠던지 얼결에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하던 장팔은 황급히 사내의 팔을 덥석 붙들었다.
 “어허, 왜 이러시오? 나는 남색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외다.”
 “나, 남색! 난 남색이 아니오······ 가 아니라, 당신은 누군데 이곳을 함부로 들어가려는 것이오! 당장 정체를 밝히시오!”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사내에게서 굉장히 불쾌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장팔은 다급했다.
 사내는 눈을 반개하더니 혀를 찼다.
 “허어. 아무리 십삼 년 만에 돌아왔다지만 이런 박대를 받을 줄이야······.”
 이제는 장팔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더 이상 사내의 세 치 혀 위에서 놀아날 수 없었던 장팔이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몸성히 돌아갈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오! 당신은 누구요?”
 “끙, 길긴 길었구나. 십삼 년.”
 나지막이 중얼거린 사내가 만면에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말했다.
 “나! 이 집의 둘째 아들이오!”
 “······.”
 장팔이 얼빠진 얼굴로 서 있자 사내는 너무 놀라 그렇다고 여겼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하하하! 뭐,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 그리 옹졸한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장팔이 멍한 이유는 놀라서가 아니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맥이 빠졌을 뿐.
 장팔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사내의 손을 강하게 잡아챘다.
 탁!
 “응?”
 “당장 나와.”
 “허, 이보시게, 무사 양반. 내가 이 집의 둘째 아들이라니까? 내 말을 못 믿는 거요?”
 “이놈이, 정녕 경을 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둘째 도련님께서는 오전에 귤자도(橘子島)에 바람을 쐬러 나가셨거늘, 어디서 되도 않는 사기를 치는 것이냐! 당장 나오너라!”
 장팔의 호통에 사내의 빙글거리던 얼굴이 굳어졌다.
 “이봐.”
 “뭐? 이봐? 새파랗게 어린놈이 이 장 어르신을 언제 봤다고 이봐 타령이냐!”

댓글(3)

누렁소    
같은 날에 올리신 '죽어야 번다'와 소개글이 섞인듯합니다.
2017.06.13 00:47
왕궁댕    
내용전개가 뒤죽박죽입니다 주인공 성격도 앞뒤가 안맞습니다 평점 3.5
2017.07.31 03:40
바람난천사    
50화 이후부터 전개가 이상한데 작가바뀜? 어떻게 133화까지 읽다 이건뭔 아 진짜 그래서 십화씩 건너뛰었는데 마지막회차 보고 나서 후회됬네요.보지말걸 .
2020.11.19 16:32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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