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십몽무존(十夢武尊)

1화

2017.05.31 조회 5,285 추천 54


 序 章
 
 
 
 둘째 엄마와 셋째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를 싫어했다.
 왜 그럴까?
 하인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말하기를 주저하더니 하녀 하나가 나의 귀에 아주 작게 말해 주었다.
 내가 동생들보다 무공과 검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무공과 검술이 약해지면 둘째 엄마와 셋째 엄마는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에게 그 말을 해 준 시녀는 다음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둘째 엄마와 셋째 엄마는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좋은 방에서 자고, 하인들도 많이 데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그리 좋은 옷을 입고 있지 않다.
 허름하지는 않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던 둘째 엄마와 셋째 엄마의 옷에 비하면 너무 평범했다.
 방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인도 하나밖에 없어 엄마가 직접 옷을 빤다.
 우리 엄마가 첫짼데, 대장 엄마인데······.
 호인이와 싸웠다.
 엄마가 사 준 내 목걸이를 호인이가 뺏어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호인이가 잘못한 거다.
 그런데 둘째 엄마가 나를 때렸다.
 잘못은 호인이가 했는데 혼은 내가 났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호인이나 군악이와 싸울 때면 혼은 항상 나만 났다.
 나는 이제 호인이보다 약한데, 나는 이제 군악이보다 약한데, 둘째 엄마와 셋째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둘째 엄마에게 혼이 나고 있을 때, 옆을 지나가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모른 척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억울하게 혼나고 있었는데······.
 무섭다. 두렵다.
 고양이가 죽었다.
 내가 키우던 고양이였는데, 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내 친구였다.
 그런데 죽었다.
 간식으로 들어온 당과를 먹으려다가, 고양이가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조금 뜯어서 줬다.
 그런데 고양이가 그 당과를 먹고 죽어 버렸다.
 만약 이걸 내가 먹었더라면?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일까?
 미안해, 고양이야.
 셋째 엄마가 무섭다.
 우연히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기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녀가 셋째 엄마가 아끼던 도자기를 깨뜨린 모양이었다.
 셋째 엄마가 무척 화가 난 듯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하녀가 불쌍했다.
 그런데 그때, 셋째 엄마가 호위의 검을 뽑아 하녀를 베어 버렸다.
 도자기 하나 깨뜨렸다고 사람을 죽였다.
 그날, 셋째 엄마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와 날카로운 눈초리가······ 잊히질 않는다.
 셋째 엄마가 무섭다.
 혹시, 나를 죽이려 했던 것도······.
 
 
 第一章
 
 
 
 검은 장막으로 덮은 것처럼 어두워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장소의 가장 앞쪽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만큼은 어디에 있던, 이 방 안에 있다면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점이 물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지도 몰랐다.
 누군가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소년이 그 속에서 무심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이백, 이백 냥! 더는 없습니까?”
 경매를 주관하는 자가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의 옆에는 금을 어느 정도 섞어 만든 아름다운 검이 놓여 있었는데, 만든 장인 역시 이백 년 전에 꽤나 이름을 알리던 야장인지라 가격은 금세 백 냥을 넘어 이백 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의 경매는 모두 은자로 이루어진다. 전표는 대륙전장의 전표만을 받으며, 모두 계산을 해야만 물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소년의 옆에 서 있던 자가 소년을 향해 간사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헤헤, 도련님께서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도련님이라면 충분히 저런 보검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으십니다.”
 소년이 고개를 흔들어 보인다.
 “아니, 알잖아. 내가 원래 무공이나 검에는 관심 없는 거. 아무리 명장이 만든 명검이면 뭐해? 내 손에 들어오면 장난감이 될 텐데. 그럴 바에는 저 값에 차라리 다른 걸 사겠어.”
 사내가 이내 유장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역시 도련님은 현명하십니다. 최곱니다.”
 사내는 소년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그의 간사한 눈빛에 소년은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사내의 이름은 박추로, 소년은 그자가 누군가의 지시로 자신을 감시하고 일부러 방탕하게 생활하도록 만드는 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사실을 눈치챘다는 걸 그가 알게 해선 안 된다.
 자신에게 어떠한 위험이 닥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년은 호북(湖北) 무한(武漢) 삼진의 유가장주 유벽청의 아들로, 이름은 유장생이었다.
 유벽청에게는 세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그는 첫째 부인인 단인혜의 아들이다.
 단인혜는 첫째 부인이라곤 하나 본디는 무림과 전혀 관계 없는 농부의 딸로, 무림 세가를 배경으로 끼고 있는 다른 두 처들에 비한다면 힘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말에 따르면 유벽청이 농부의 여식과 결혼하자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절대의 가주가 유벽청을 강제로 다른 무림 세가의 여식들과 혼인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 대가로 그녀들의 가문인 진가와 사가는 유가가 가진 막대한 금력의 일부를 받아 갔다.
 유명한 무림 세가인 그녀들의 집안에서 힘없는 농민의 딸인 단인혜가 정실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 터.
 걱정이 되었던 유벽청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무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첫째 부인 단인혜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고, 그것에 다른 두 가문이 개입한 것이 확인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그 가문과는 더 이상 한 배를 타지 않겠다고 말이다.
 정략혼을 통해 힘을 하나로 규합하여 다른 세력들을 견제하려 했던 두 부인은 단인혜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유벽청의 조건 역시 무시할 수 없었고, 때문에 끊임없이 구박하고 괴롭히기는 했으나 감히 단인혜를 향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단인혜가 무림과 전혀 관계없는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유장생은 아니었다.
 비록 단인혜가 무림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나 유장생은 엄연한 무가의 인물이자 장자였던 것이다.
 두 부인도 차례로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그녀들 역시 자신들의 자식이 가주가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첫째인 그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장생이 무공을 비롯하여 후계 구도에 민감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면 다른 두 부인들이 그것을 가만 두고 볼 리 없었다.
 방패가 없었던 유장생은 스스로 몸을 숙이고 보호색을 걸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유장생은 철이 들기 시작한 무렵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숨겼다.
 그 결과 지금 그는 가문의 돈을 낭비하고 무공에는 눈곱만큼도 재능이 없는 망나니로 여겨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입술 안쪽의 살을 으득 하고 이로 씹었다. 비릿한 피 맛이 혀를 통해 느껴진다.
 은은하게 통증이 느껴졌지만 표정을 일그러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꿀꺽?
 유장생이 피를 삼켜 버리고는 다시 무감정한 눈으로 경매를 살폈다.
 다음으로 소개된 물건은 작은 홍옥이었다.
 “자, 이 물건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무존(武尊)이 살아생전에 남긴 유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무존의 무학들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의 진산절기, 벽무지존기(闢霧至存氣)만큼은 세상에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벽무지존지가 무존의 유물 중 하나에 섞여서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지요! 그 무존, 바로 그 무존의 유물이 이 홍옥입니다!”
 물건을 소개하는 이의 손이 과장스럽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무존(武尊).
 고금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오백 년 전의 천하제일인이기도 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서기 어린 붉은 운무는 강기라 할지라도 능히 막아 낼 수 있고, 천조(天鳥)의 경지에 오른 고수라 할지라도 짓이겨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실제로 본 바는 없으니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었다.
 “경매의 시작은 삼백 냥부터 하겠습니다. 은자로 삼백 냥입니다.”
 무존의 유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저것은 과장되고 허황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무존의 유물은 당시 천무맹에 의해서 모두 조사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존의 진신절기가 담겨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는 그러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서 저 홍옥 역시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 안에 무존의 유산이라던가, 그런 것은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저 보여 주기 좋아하는 이들의 사치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때 박추가 유장생의 허리를 쿡쿡 찌르며 턱으로 홍옥을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방에 두고 장식용으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유장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장식용으로 두기에는 옥구슬이 딱이지.”
 유장생이 손을 들고 소리쳤다.
 “은자로 삼백 냥!”
 “예! 삼백 냥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
 어느 곳에선가 삼백오십 냥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경매의 주관인은 유장생을 바라보았다.
 “삼백오십 냥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경매장 전체를 향해 말하는 것이기는 하나, 사실은 유장생을 향해 묻는 것이었다.
 유장생이 그의 기대에 부합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은자로 오백 냥 내지.”
 “예! 은자로 오백 냥 나왔습니다. 엄청난 가격입니다. 과연 무존의 유물! 또 없습니까? 없으면 여기서 끝냅니다. 하나, 둘, 셋!”
 결국 홍옥은 유장생의 차지가 되었다.
 “예! 무존의 유물은 은자 오백 냥에 판매되었습니다. 물품의 수령을 원하시는 분은 가격을 지불하신 후에 수령하도록 하십시오. 다음 물건은······.”
 으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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