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승소머신 강변호사

치욕적인 승소 기록.

2017.06.07 조회 28,483 추천 327


 # 원고 측이 청구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은 취소의 근거가 취약한 바 기각棄却한다-패소.
 # 원고 측이 청구한 댓글 명예훼손 손배소는 사실 적시가 부족하므로 배상 이유없음-패소.
 # 원고 측이 청구한 정신적 위자료에 있어 직접 피해 증빙이 빈약하므로 배상의무를 면한다-패소.
 # 원고 측이 청구한 이혼소송에 있어 유책사유가 충분치 않으므로 동 이혼청구를 기각棄却한다-패소.
 # 원고 측이 청구한 자동차 사망사고에 대해 피고 측 보상이 타당하므로 기보상액으로 갈음한다-패소.
 
 패소!
 패소!
 패패패패소...
 땅!
 땅!
 땅!
 초보 개변(개업변호사) 강창규의 법조인의 길은 지뢰밭길보다 빡셌다.
 
 사주가 쌩판 글러먹었어.
 양(陽)이 너무 많아서 되다 말다 할 팔자야.
 육신에 음(陰)을 들여앉혀야 조화가 이루어져.
 귀신 잡아먹어.
 그래야만 대운이 뚫려.
 단귀(單鬼) 먹으면 중박, 쌍귀(双鬼) 먹으면 대박날 거야.
 창규가 태어나자 어머니가 다니던 고태산(孤太山) 암자의 걸신스님이 한 말이란다.
 
 귀신을 먹으라니?
 귀신과는 연관될 일이 없었다.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고미술과 골동품에 관심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건 고미술상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이지 귀신과의 관련성은 제로였다.
 “당신이나 폭풍흡입하세요, 돌땡중님아.”
 나중에 그 말을 들은 창규, 코웃음을 쳐주었다. 귀신의 도움 같은 거 없어도 변호사가 되신 몸이었다. ‘사’자 돌림 신분이 되었으니 약자를 도우며 사회정의를 실현할 생각이었다.
 
 생각은 그랬다.
 무슨 마(魔)가 끼었는지 무지막지하게 풀리지 않았다.
 
 <69전 1승 68패.>
 
 변호사 사무실 개업 후의 창규는 기네스북에 등재되고도 남을 기록적인 승소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무장 스카우트 비용에 직원들 월급, 사무실 운영비와 임대료 대다보니 거덜이 났다. 명예대신 대출금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갔다.
 
 -승소머신이 되고 싶어.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고 싶어.
 -돈과 명예를 거머쥐고 싶어.
 허튼 3관왕의 꿈은 날마다 저만치 멀어졌다.
 
 술로 막장까지 달린 어느 날, 정신줄을 잃고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다.
 귀신을 먹는 방법이 있나요?
 나 태어날 때 고명한 스님이 그렇게 말했다는데.
 “변호사 쯤 되는 양반이... 정 원하시면 부적 정도 하시면...”
 신빨 날리는 무속인들이 합창을 했다.
 
 하루는 한방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농담반 진담반 조언을 해왔다.
 “동의보감에 귀신을 보는 법이 있다더라.”
 “그거 실화냐?”
 “기록에 나오니까 그럴 수도...”
 친구의 대답은 주저가 없었다.
 
 귀신이 본다고?
 빙고.
 귀신을 먹으려면 귀신을 만나야 하는 법. 당장 그 비법이 새겨진 원문기록을 찾아 실험에 들어갔다.
 
 귀신을 볼 수 있는 기록은 견귀방(見鬼方).
 見-볼 견, 鬼-귀신 귀, 方-모 방.
 귀신을 보는 방법, 이름부터 필링이 왔다.
 방법도 간단했다. 석창포와 귀구, 생마자에 꿀을 반죽해 환을 만들어 100일간 복용하면 끝이었다.
 100일이 좀 아쉬웠다. 어느 세월에 100일... 뒷 페이지를 뒤져 보지만 속성법 같은 건 없었다.
 
 좋아. 까짓 100일 정도야...
 환을 만들어 지성으로 챙겨먹었다. 한 번은 지방출장 접견길에 환을 잊고 나와 여직원 미혜가 배달을 해온 적도 있었다. 그때 창규가 환을 먹은 시간은 13초전 자정이었다.
 결론은 꽝이었다.
 꽝꽝!
 100일째 되는 날.
 목욕재계까지 하고 귀신을 기다렸다. ‘귀신님’은 출연하지 않았다.
 
 좌절의 나날을 보낼 때 쥐구멍에 쨍, 볕이 들어왔다. 기적 같은 초대박 의뢰가 접수된 것이다. 노력이란 안 하는 것보다 낫다더니 ‘시도’만으로도 운이 풀린 걸까?
 착수금으로 빳빳한 현찰이 꽂혔다. 무려 10억이었다. 사람 죽으란 법 없다. 대출로 옥조이던 숨통에 사통팔달 숨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주 잠깐의 행복이었다.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것인지 대박 의뢰가 대박 꼬이고 말았다. 다 쓴 10억을 게워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지상에서 가장 억울한 게, 다 쓴 돈 게워내야 할 때와 도박판에서 딴 돈 잃었을 때라고 한다. 그 심정 그제야 알았다.
 문제는 그 상대가 보통 사람이 아니시라는 것. 수완의 대가로써 사람 목 비트는 건 예사로 안다다는 것.
 
 접자.
 내 인생 여기까지구나.
 피 마르는 체념이 왔다.

작가의 말

전체 구성에 빈 곳을 채우느라 연재 일정이 며칠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제대로 달릴 예정입니다.

 

찌질한 변호사에서 승소 머신으로 거듭나는 강창규의 인생역전.

그 시원한 직진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 감사를 드립니다.


첫 연재 기념 연참이니 고고싱 해주세요. ^^ 

 


댓글(20)

뢰명    
제대로 달려 주세요
2017.06.07 10:28
hy*****    
이렇게 승소율 전무한 변호사에게 바로 10억짜리 소송이 들어왔다는건 소설의 맥락이 바로 끊기는것같습니다 전관예우 변호사들 득시글한데 이런 거액소송이 들어올까요? 승소율이 점점 높아져가면서 선임하는 액수가 달라져야지 곧바로10억짜리가 나오니 황당합니다
2017.06.07 10:41
이충호    
반갑습니다...
2017.06.07 13:46
윈나우    
저도 반갑습니다
2017.06.08 11:08
윈나우    
성원합니다
2017.06.08 11:09
똘이당    
작가님 전작을 보면 샤머니즘쪽 분량이 너무 많은데 이번에는 약초역할 정도 부탁드려요..
2017.06.08 11:30
하날나래    
중간에 귀신이 본다 가 아니라 귀신을 본다 가 맞는데요
2017.06.09 12:56
가디아    
1승68패 변호사한테 10억짜리가 들어오다니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너무 말이 안되네요..
2017.06.12 17:58
목화야    
10억..말이 안되지만 분명 뭔가 이유가 있어서 들어왔겠죠. 가프님이 시원시원한 전개를 하시긴 해도 시원함이 과해 개연성없는 어처구니 없는 전개를 하신 적은 없거든요. 읽다보면 이유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믿고 볼게요.
2017.06.12 21:51
화톳불    
가프님 작품 보면 죄다 무당이니 귀신이니.. 그런걸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시는 듯... 하네요... 약간 그런쪽 이신가요...?
2017.06.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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