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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블랙 헌터

1화. 축복인가, 저주인가

2017.07.18 조회 156,526 추천 2,083


 1. 축복인가, 저주인가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때, 오직 그만이 우사인 볼트처럼 달려 나가서 바닥에 놓인 커다란 칼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이에나를 향해서 돌진했다.
 
 파앗.
 
 목을 깊게 베인 하이에나가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신경질적인 음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걸 신호로 비슷한 질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한국에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야생동물이 없다. 가끔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가 소동을 일으키는 정도다.
 
 그것 때문일까, 하이에나가 이빨을 드러내며 떼로 몰려드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앞으로 몰려드는 하이에나를 최초로 움직인 사내가 처치하고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황이 몹시 다급하다.
 
 사방에서 출몰한 하이에나가 사람들을 물어뜯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고함과 살려달라는 비명이 귀청을 찢을 것처럼 들려왔다.
 
 호흡이 빨라지고 진땀이 났다. 그러다 공포가 몸을 집어삼켰다. 창자가 배배 꼬이는 것 같았다.
 
 이대로 넋 놓고 있으면 안 돼! 움직여! 움직이라고!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도끼를 주워들었다. 게임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무기라서 익숙했다. 하지만 게임의 무기와 현실의 무기는 많이 달랐다.
 
 도끼는 눈으로 대충 예상한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드는 순간 팔이 축 처졌다. 가벼운 무기로 바꾸려는데 하이에나가 달려들었다. 당황해서 마구 휘두른 도끼에 하이에나의 머리가 걸렸다.
 
 퍼억.
 
 몽둥이로 후려친 듯한 소리가 나고 하이에나가 나가떨어졌다. 머리가 깊게 패여 있었다.
 
 “으윽.”
 
 고작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어깨가 빠진 것처럼 쑤셨고 팔뚝이 경련을 일으켰다. 갑자기 힘을 써서 근육이 놀란 모양이다.
 
 툭.
 
 손에서 도끼가 스르륵 빠져나가 도끼머리가 바닥에 닿았다. 그때 하이에나가 종아리를 꽉 깨물었다.
 
 평생 처음 겪어본 고통에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으아악!”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움직였다. 하이에나는 질질 끌려오면서도 종아리를 놓지 않았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팔이 아플 때는 도끼를 다시 휘두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종아리가 물리니 팔이 저절로 움직인다.
 
 나는 악을 쓰며 도끼를 휘둘렀다.
 
 “놔! 놓으라고!”
 
 도끼 자루가 길어서 제대로 맞지 않았다. 도끼머리가 하이에나의 엉덩이에 슬쩍 닿았을 뿐이다.
 
 “우아!”
 
 나는 악을 쓰며 도끼를 들어 올렸다가 휘두르지 않고 내리찍었다.
 
 콰직.
 
 도끼머리가 하이에나의 척추를 찍었다.
 
 깨갱
 
 하이에나가 개처럼 울부짖으며 물러섰다. 그 덕에 거리가 적당해졌다. 나는 장작을 패는 것처럼 도끼를 휘둘렀다. 수직으로 떨어진 도끼가 하이에나의 머리에 박혔다.
 
 콰악.
 
 이번 경험을 통해서 도끼를 옆으로 휘두르는 것보다 수직으로 내리치는 게 파괴력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력이 아래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그때부터 장작을 패듯이 도끼를 수직으로 휘둘렀다. 도끼날이 하이에나의 정수리에 퍽퍽 박혀들었다. 어떨 때는 너무 깊이 박혀서 빼는데 애를 먹었다. 짐승의 등을 짓밟고 도끼를 겨우 빼내는데 하이에나가 뛰어올라 팔뚝을 물었다.
 
 이번에는 비명 대신 욕이 튀어나왔다.
 
 “우라질.”
 
 팔뚝에 매달린 하이에나의 배를 걷어차서 겨우 떼어냈다. 나가떨어지는 하이에나한테 달려가서 목을 발꿈치로 짓밟았다.
 
 그때 이후로는 기억이 흐릿하다. 죽음의 공포와 육체의 고통이 정신을 반쯤 나가게 한 모양이다. 광기에 휩싸여서 정신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육체를 제대로 단련한 적이 없다. 위기 상황을 모면하고자 분비된 호르몬이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지만 억지로 쥐어짜낸 힘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 나는 곧 한계에 봉착했고 엔진이 망가진 차처럼 퍼져버렸다.
 
 도끼를 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하이에나가 달려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박에 없는데 다행히 나를 노리는 놈이 없었다.
 
 하루 종일 달린 개처럼 헐떡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나처럼 하이에나와 싸우는 사람이 이백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숫자의 두 배 쯤 되는 사람들은 싸우지 않고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하이에나가 사냥에 성공해서 뜯어먹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세지 않았다. 너무 참혹해서 토악질이 났다.
 
 “살려줘!”
 
 “도와주세요!”
 
 하이에나에 물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악을 썼다. 도와주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도끼를 들고 있는 것도 힘에 부쳤다. 이대로 드러누워서 눈을 감고 싶었다.
 
 그때 최초로 하이에나와 싸운 사내가 움직였다. 그는 노인의 팔을 물고 있는 하이에나의 목을 단칼에 끊어버린 후 다른 하이에나를 죽이러 움직였다.
 
 그는 빠르고 강하고 독했다. 광견병 걸린 개처럼 사람들을 물고 늘어지던 하이에나도 그가 가까이 오자 경기를 일으키며 달아났다.
 
 “대단하네.”
 
 그는 가장 먼저 싸웠고 가장 많이 죽였다. 기계가 아닌 이상 그도 분명히 지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싸우고 있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싸울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독종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윽고 모든 하이에나가 정리되었다. 독종이 발군의 실력을 보인 덕분이다. 안전이 확보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히스테리에 휩싸여 울부짖는 사람도 꽤 많았다.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인을 필두로 몇몇 침착한 사람들이 나서서 부상자를 모으고 치료했다. 그리고 흥분해서 날뛰는 사람들을 달랬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정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느냐, 하이에나는 뭐냐, 누가 음모를 꾸민 것이냐,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을 귓등으로 흘리고 독종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키가 컸다. 머리가 작아서 평균 정도라고 착각한 것이다.
 
 먹물을 듬뿍 묻힌 붓으로 그린 것처럼 굵고 진한 눈썹을 보며 말을 걸려는데 그가 구해준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그는 노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비켜.”
 
 냉정한 손길로 노인을 밀쳐내고 하이에나의 시체를 모았다. 그의 차가운 태도에 노인은 크게 당황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 다른 모양이다. 노인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우물쭈물하다가 자리를 떴다.
 
 독종은 떡 벌어진 어깨에 하이에나의 시체를 얹고 자리를 옮겼다. 나는 엄마를 따라가는 어린아이처럼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가 돌연 발을 멈추고 돌아보자 나는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거 네가 잡은 거지?”
 
 내가 하이에나와 싸웠던 곳을 턱짓하며 독종이 물었다. 하이에나 일곱 마리가 그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싸울 때는 엄청 많이 잡은 것 같았는데 막상 헤아려보니 몇 마리 되지 않네요.”
 
 “나한테 양도할 텐가?”
 
 그가 싸웠던 곳에는 하이에나가 작은 동산을 이룰 정도로 많이 쌓여 있었다.
 
 하이에나가 저렇게 많은데 왜 내가 잡은 게 필요하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뜸을 들이는 게 지루했던 모양이다.
 
 “싫으면 말고.”
 
 막 허락을 하려는데 불퉁하게 말하고 걸음을 옮겼다. 따라서 움직이는데 그가 차가운 말투로 내 움직임을 잘라버렸다.
 
 “귀찮게 하지 마라.”

댓글(171)

치과는싫어    
정구님 팬입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글 부탁드려요.
2017.07.18 18:00
후회는늦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2017.07.19 10:47
여우배    
믿고 보는 작가님!
2017.07.19 12:26
AresTranos    
개과가 물면 상하좌우로 마구 흔들어버리는데 그걸 노려서 찍을 수 있을지.. 하이에나 체중에 발광하면 질질 끌려가서 서있지도 못할텐데 .. ㅜㅜ; 거기다 치악력은 쪼금만 덕질하면 알 정도로 악랄한 수준이라 종아리 물리면 아작나지 않을까 싶네요. 이게 현실이 아니라 게임속으로 들어가는 퓨전 스타일이라면 몰라도... 진짜 하이에나가 현실의 도시에 나타난 것이라면 이부분은 좀 아쉽네요. 아니면 주인공의 눈으로 봤을때는 하이에나지만 실제는 하이에나가 아니었다거나... 십장생 보고 완전 팬 되서.... 기대됩니다.
2017.07.19 16:12
도깨비신    
감사합니다 연재해주셔서요 덕분에 10년만에 문피아 접속했네요
2017.07.20 12:14
이리얌    
잘보겠습니다. 정구님 작이니 믿고 기대해봅니다.
2017.07.21 00:38
4catharsis    
믿고보는정구...십장생은 잘 봤습니다!!
2017.07.21 00:46
흰나래    
까까오 페이지에 글 남기신 것 보고 왔습니다
2017.07.21 00:51
열완    
사랑해요 정구!
2017.07.21 01:06
남북쌍마    
팬입니다 유료 기대해봅니다
2017.07.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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