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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 1

2017.08.31 조회 3,832 추천 18


 뉴스타트 1권
 이계로 차원이동 되다
 
 
 프롤로그
 
 
 쏴아아아. 철썩~!
 대한민국 부산 기장의 한적한 해안가 끝 절벽에 한 남자가 서 있다.
 그는 먼 바다를 한참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본다.
 시계바늘이 23: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꺼운 코트를 걸친 남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고, 185센티미터의 키에 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티셔츠만 걸쳐도 맵시가 있어 보였다.
 어둠속이라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어느새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달이 그 모습을 보이자 달님도 그 남자의 얼굴이 보고 싶었는지 달빛을 비추었고,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상당한 미남이었다.
 절벽 끝이라서 그런지 차가운 해풍이 불어와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머리카락이 심하게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보인다.
 저 멀리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사람들이 연인들과 또는 가족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크리스마스이브에 청승맞게 이런 한적한 절벽 위에서 혼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해 보인다.
 아무리 보아도 그건 이상한 일이다.
 잘생긴 20대 중반의 남자가 이런 날 홀로 이곳에 있다니, 혹시 시련이라도 당한 것일까?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 것이다.
 지금 이 남자는 세상과 마지막 작별의식을 하려고 하고 있다.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그는 나직하게 독백한다.
 “후후··· 이렇게 나의 삶이 끝나고 마는가? 25년을 살아왔지만 한순간에 지나지 않구나. 너무 허무하다. 내가 죽고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그땐 정말 멋지게 살아볼 테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박천재, 25세의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하고 얼굴도 잘생긴 미남 청년이다. 군대도 육군으로 만기 전역했다.
 그런데 이름이 천재이다 보니 ‘진짜 천재야?’ 하며 주위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 이름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이름대로라면 그는 진짜 천재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중간 정도의 평범한 보통 인간 그 자체였다.
 학창시절의 성적은 중간 정도였고, 무엇보다도 그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라 반 친구들에게서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였으며, 성장이 느려 체구도 작은 편에 말수도 적어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그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갑자기 키가 크더니 지금의 185가 되었다.
 박천재는 성실하고 좋은 부모님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인 최근 2년 전까지 무척 행복할 수 있었다.
 그의 부모님들은 정말 법 없이도 사는 그런 분들이셨다.
 그러나 불행은 2년 전에 찾아왔다.
 두 분은 그동안 열심히 일하느라 제대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셨는데, 모처럼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셨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는 그날 날씨가 흐리더니 기어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비가 많이 내려 도로가 무척 미끄러웠다.
 아버지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어머니가 타고 계셨는데, 길이 심하게 굽은 도로이다 보니 시야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불행이 찾아왔다.
 맞은편 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부모님의 승용차 측면을 스치며 지나쳤고, 부모님의 승용차는 그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경사 진 언덕을 굴러 떨어져 폐차가 될 정도로 많이 부서져버렸다.
 부모님들은 그 사고로 그만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렇게 박천재의 부모님들은 그에게서 멀리 떠나가 버렸다.
 그러나 불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자 천재에게는 34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은행예금 2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유산으로 남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분 다 고아로 자수성가한 분들이라 일가친척이 한 분도 계시지 않아서 박천재에게 유산이 모두 돌아온 것이다.
 부모님들의 장례를 마치자 천재의 애인인 김지연과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진수는 그를 만나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면서 위로해주었다.
 그 당시 천재는 김지연과 이진수가 너무 고마웠지만, 그건 사실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유산이 상속된 것을 알고 박천재에게 일부러 접근한 것이었다.
 박천재는 평소 착하기만 했지 사회물정을 너무 몰랐다. 그런 그이기에 가장 친한 친구와 애인에게 쉽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부모님들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한동안 그는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진수는 조금만 자신을 도와주면 많은 이자를 주겠다고 제안했고, 애인 김지연이 친구니까 돈을 빌려주라고 거들었다.
 천재는 어려울 때 조금만 도와달라는 친구의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현금 2억원을 사업자금으로 빌려주었다.
 그러나 친구는 그것도 모자라 갖은 명목을 붙이면서 계속 돈을 요구해왔고, 천재는 유산으로 상속된 아파트까지 은행에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에게 지원해주었다.
 그는 친구를 믿었기에 영수증이나 차용증 하나 받아놓지 않았다. 그건 애인인 김지연이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자신이 책임지고 받아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돈을 빌려주고 나자 친구는 발길을 끊었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알아보았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아니, 그때까지도 그는 친구를 믿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이진수를 믿었고, 애인인 김지연을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철저한 배신이다.
 김지연이 어느 날 그에게 이별을 통보해온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이진수와 애인 김지연마저 그를 떠나버리자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좋아했던 것 같아.’
 그런 것을 몰랐던 박천재는 진심으로 김지연을 사랑했고, 정성을 다했던 것이다.
 그녀에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게 되자 모든 것이 허무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길을 걸어가다가 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해준 말이 충격이었다. 그토록 믿었던 애인 김지연이 친구인 이진수와 오래전부터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부모님들의 초상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그에게 그들이 짜고 접근해 사기를 친 것이다. 사실 김지연은 박천재와 사귀는 동안에도 이진수와 육체적인 관계까지 가지고 있었다.
 분노한 박천재는 그들을 모두 죽여 버리려고 찾아 다녔으나 그들은 벌써 눈치를 채고 어디론가 잠적한 뒤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날 이후로 천재는 계속 술만 마셨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몸과 정신은 완전히 피폐해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 박천재가 이 절벽에 서 있게 된 이유였다.
 자살만이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은 정말이지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으아아아··· 만일, 만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두 번 다시 이런 멍청한 일은 당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땐 나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거야.”
 
 
 1장 미지의 우주선
 
 
 잠시 지난날을 회상하던 천재는 회상에서 깨어났다.
 “후훗,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 있어. 이제 이곳에서 뛰어내리면 모든 것이 끝나는데······.”
 천재는 이제 세상과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한없이 서글퍼졌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절벽 끝에서 뛰어내려야 했지만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몇 번이나 망설였던 것이다.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이젠 뛰어야 돼, 넌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천재는 뛰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용기가 나지 않아 몇 번이나 망설이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자신이 너무 소심하고 용기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천재의 모습을 사람들이 보았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저 자식 저기서 한참 동안 뭐 해? 뛰어내리려면 빨리 뛰어내리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 하나 스스로 결정해본 것이 없는 천재였지만, 마지막으로 가는 죽음만은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보고 싶었다.
 “그래, 이제 이 세상과는 영원한 작별이다. 잘 있어라, 세상아. 그동안 나 무척 힘들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세상 너도 참 많이 힘들었지? 와아아~!”
 천재는 마지막 외침을 터트리고는, 이번에는 진짜 절벽 끝에서 뛰어내리려고 상체를 약간 숙이면서 두 다리도 조금 움츠렸다.
 콰아아아아~!
 그때, 절묘하게도 서쪽 하늘 끝에서 빛이 번쩍이며 무엇인가 빠르게 날아왔다.
 세상의 그 어떤 비행체도 이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데도 소음이 그리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첨벙. 푸화화확~!
 순식간에 날아온 그것은 수평선 끝에 떨어졌는데, 바닷물이 허공 높이 치솟았다.
 천재는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봤나 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달빛에 번뜩이는 그것은 엄청난 물살을 일으키며 수평선 끝에서 천재가 서 있던 절벽 쪽으로 빠르게 물 위를 미끄러지며 날아왔다.
 “어···어어··· 저게 뭐지?”
 천재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던 생각도 잊고서 그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파도타기 하는 것처럼 빠르게 물 위를 미끄러지며 해안가에 거대한 몸체를 멈추었다.
 츄아아아악. 콰콰쾅~!
 어찌나 빠르게 날아 왔는지, 이제야 해일이 밀려오듯 파도가 뒤쪽에 크게 일렁이고 있었다. 잘게 부서진 바닷물이 물안개가 되어 바다로 넓게 퍼져나가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해안가에 멈춘 그것은 표면이 은색이고 거대했는데, 측면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처음 보는 거대한 물체였지만 천재는 그것이 우주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저··· 저거 우주선 맞지?”
 해안가에 불시착한 거대한 우주선을 본 천재는 처음에는 착각이라 생각하며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렸지만 다시 쳐다보아도 그것은 분명히 우주선이었다.
 “근데 요즘 외계인의 우주선은 타원형이나 둥근 접시모양이 아니고 저런 모양인가? 생긴 게 꼭 못 같아!”
 천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본다고 해도 정말 거대한 못처럼 생겼다고 말할 것이다. 우주선의 길이는 250m정도 되며, 폭이 50m, 높이도 50m정도 되어 보인다.
 조금 전에는 우주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어느새 진화가 된 것인지 더 이상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우주선의 주변으로 떠오르면서 넓게 퍼져 나가던 검은 연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끼이이익~ 콰직! 빵빵빵!
 한편, 순식간이었지만 우주선이 해안가에 추락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히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해안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우주선이 나타난 하늘을 쳐다보다가 그만 전방을 주시하지 못하고 마주 오던 차와 정면충돌해버려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연달아 이중, 삼중으로 충돌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했다.
 “이 자식아! 왜 멀쩡한 차를 막고 난리야!”
 “그러는 넌 눈 뒀다가 뭐 했어?”
 “이게! 자기가 잘못하고도 오히려 성을 내내?”
 천재는 자살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 놀랍게도 우주선을 목격하게 되자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호기심이 우선이었다.
 “이런 일은 평생을 가도 오지 않아. 어차피 자살할 거지만 구경 좀 하다가 죽어도 상관없잖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자신에게 말하고 답하던 그는 흥분해서 급격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우주선을 쳐다보았다.
 “가만, 그런데 정말 우주선이 나타난 거란 말이야? 음··· 내가 지금 보는 저 우주선은 사실이 아닐 거야. 난 지금 헛것을 보는 거야. 그런 거야. 밥 먹은 지 3일이 넘었으니 헛것이 보이는 게 당연해.”
 천재는 빨리 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철썩!
 “아얏! 으··· 정말 아프다. 그럼 이것은 모두 사실이잖아. 이렇게 아픈 것을 보니, 헛것은 아냐······.”
 한쪽 눈에서 눈물이 비칠 만큼 세게 때렸는데도 우주선이 해안가에 그대로 보이자 헛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천재는 이곳에서 자살하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운명을 예감한 듯 해안가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향해 뛰어갔다.
 보통 때 같으면 절대 저런 행동을 할 그가 아니었다. 숨어서 지켜보든지, 아니면 멀리서 구경한다든지 했을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각이었고, 보통은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해안가에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추락한 우주선을 향해 달려오는 자들도 간간히 보인다.
 그렇지만 우주선 앞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천재 혼자였다.
 가까이에서 우주선을 본 그는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이야··· 정말 거대해. 내가 우주선을 보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날 미친놈 취급하겠지?”
 절벽 끝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바로 앞에서 본 우주선은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우주선의 표면도 무척 매끄럽게 보인다.
 “정말 이 우주선 멋지다. 혹시 이거 영화에서나 나오는 화성인의 우주선이 아닐까?”
 하지만 우주선의 외양은 그가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것이 아니었다.
 “킥킥킥, 요즘은 UFO도 접시모양에서 이렇게 못 모양으로 길게 만드는 게 유행인가?”
 이렇게 천재가 우주선을 살펴보고 있을 때, 달빛이 밝게 비추던 밤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컴컴해졌다. 별빛과 달빛이 그 어둠에 일순간 사라진 것이다.
 “어? 갑자기 왜 이렇게 어두워? 구름인가?”
 천재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구름이 아니었다.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밤하늘을 온통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헉! 저게 뭐야?”
 하늘에는 타원형의 거대한 우주선이 떠 있었다.
 천재는 오늘 여러 번 놀라고 있었다. 시커먼 우주선의 바닥은 평평하게 보였는데, 그 길이가 1킬로미터는 넘어 보였다.
 “우와··· 저것이 진짜 우주선이다. 저렇게 거대한 것이 하늘에 떠 있다니······.”
 너무나도 거대한 우주선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거대한 우주선의 바닥 부분 조명등에 연속적으로 불이 들어왔다.
 거대한 우주선의 조명등에 불이 들어오자 해안가는 온통 초대형 서치라이트라도 밝힌 듯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졌다.
 그그그긍.
 금속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우주선의 바닥이 갈라지고 있었다. 천재가 보기에는 마치 꽃잎이 활짝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아··· 아름답고 멋있어.”
 끝이 뾰쪽한 쇠붙이들이 서서히 움직이며 우주선의 바닥에서 돌출되어 튀어나오고 있었다.
 천재는 그 모습을 보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저 거대한 우주선이 공격하려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우주선의 바닥이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 때, 해안가에 불시착한 은색의 우주선에서 먼저 공격이 시작되었다.
 파지지지직~.
 우주선에서 광선포가 연속으로 5발 발사되고 바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콰아아아!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는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보호막에 광선포가 격중되면서 보호막이 약해졌고, 날아온 미사일에 보호막이 깨어졌다.
 “으와··· 먼저 공격했어. 그럼 저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도 공격할 텐데······.”
 천재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그대로 적중했다.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도 반격을 개시한 것이다.
 우우우웅. 푸화확~!
 “으아··· 정말 공격했어. 이제 난 죽었다, 죽었어. 역시 불길한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니까······.”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의 바닥에서 발사된 광선포가 날아와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콰콰콰쾅~!
 엄청난 굉음이 터지고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더니 순식간에 수백 미터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발사된 광선포는 그 위력이 천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광선포에 격중된 바다는 50미터 정도나 물기동을 만들었고, 그것들은 해일이 되어 해안가로 빠르게 밀려오고 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우우우웅. 푸화확!
 또다시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광선포가 발사되었는데, 이번의 것은 이전 것보다 훨씬 위력이 강했다.
 불시착한 우주선과 불과 150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에 광선포가 격중되었다.
 콰콰쾅!
 광선포에 맞은 주위 5킬로미터 내는 강력한 지진을 만난 듯 심하게 흔들렸고, 해안가의 모래바닥과 그 주위의 도로에도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금이 생겨났다. 도로도 지반이 내려앉아 50~60센티미터 정도 움푹 꺼져버렸다.
 불시착한 우주선도 심하게 들썩거렸다.
 “으아··· 이러다 죽겠어. 어쩌지?”
 다행인지 천재는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그래도 땅이 흔들리면서 뒤로 넘어져 엉덩이가 아파왔다.
 그는 잠시 쉰다고 바닥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번쩍~!
 그런데 그때였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기이한 빛이 날아와 천재에게 격중되었다.
 그는 이제 정말 죽는구나 생각했는데, 그 순간 우주선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콰아아아아아~!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미사일 2기가 발사되었다.
 그리고는 기이한 빛에 휩싸이며 투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사라지려고 하는 찰나,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광전자빔이 연속으로 발사되었다.
 불시착한 우주선에 몇 방 격중되면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불시착했던 우주선에서 발사된 미사일 2기는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 격중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허공에 떠 있던 거대한 우주선이 폭발하자 그 피해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기장 주변이 원폭에라도 당한 듯, 야산의 나무들이 일순간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고 대규모의 산불이 일어났다.
 기장 주변의 수백 개의 음식점들도 피해를 입었는데, 화재와 폭발의 위력에 지진을 만난 듯 건물에 금이 가더니 이내 무너졌다. 기장 일대의 재산피해는 너무나 엄청나 그 피해복구를 하는 것에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 같았다.
 다음 날 대한민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피해규모와 인명 피해를 떠들어댔고, 외국에서도 모처럼 특종을 만났다고 발 빠르게 보도했다.
 언론에서는 이미 국정원에서 지시한 대로 유성이 떨어져 그렇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에서는 기장 앞바다 속에 가라앉은 우주선의 파편을 비밀리에 수거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대한민국이 피해를 많이 받았지만, 우주선의 잔해를 수거해 이것을 연구하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우주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될 것이었다.
 
 ***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에 한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사람 같은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쓰러져 있는 사람이 꿈틀거렸다.
 쉰 듯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러 나왔다.
 “으···으으··· 아, 머리야.”
 오랜 시간 동안 기절해 있던 천재는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면서 깨어나고 있었다.
 천재가 두 눈을 뜨고 본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두 눈을 깜빡이던 천재는 일단 진정하고는 일어나 앉았다.
 “여, 여기는 어디지? 그러니까··· 내가 우주선에서 발사된 빛을 맞고 빨려들어 가면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어둠속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답답해진 천재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더듬거리며 몇 발자국 걸었다.
 뻐억~!
 “아쿠쿠··· 머리야.”
 천재는 눈앞이 번쩍였고, 이마에 혹이 볼록하게 솟아올랐다.
 “으···으으······.”
 천재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만지면서 왼손으로는 앞을 더듬거렸다.
 “뭐가 이렇게 캄캄해. 도무지 어두워서 앞을 볼 수가 있어야지. 젠장······.”
 그러다 순간 무엇인가 떠오른 천재는 바지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하하하,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장미다방에서 받은 라이터가 이렇게 귀하게 쓰일 줄이야.”
 천재는 라이터를 쳐다보면서 자신의 지금 상황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은 삶의 희망이 없어서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런 짓도 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재는 장미다방이라 쓰여 있는 라이터를 쳐다보면서 잠시 회상에 잠겼다.
 그는 자살하려고 이 먼 곳 기장까지 오게 되었고, 초저녁 시간에 장미다방이라는 곳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다방 아가씨에게도 커피를 한 잔 사주었고 커피를 다 마신 그가 계산을 할 때 다방 아가씨가 크리스마스이브 선물이라며 라이터를 하나 내민 것을 바지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었다.
 “이 라이터가 이곳에서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앞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더니······.”
 천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곳은 너무 어두우니 우선 이 라이터라도 켜봐야겠어.”
 찰칵.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누르자 불이 붙었고, 라이터의 불빛이지만 주위가 밝아지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어둠에 묻혀 있던 곳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주변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천재가 서 있는 바닥에는 지름 2미터 정도 되는 둥근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원 밖으로는 처음 보는 기이한 문자가 빙 둘러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바닥과 벽면, 천장 할 것 없이 온통 은색의 금속으로 된 곳이었다.
 “여긴 어디일까?”
 천재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곳이 어디인지 무척 궁금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곳을 전체적으로 보면 가운데 그가 혼자 서 있고, 사방 20미터가 돔형이었다.
 “정말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 걸까. 누구 없어요?”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천재가 외친 소리는 벽을 타고 주위를 울렸다. 큰소리로 몇 번이나 소리쳐 보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메아리였다.
 가만히 서 있던 그는 두려움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이곳에 서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천재는 앞으로 걸어가 벽 앞에 섰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미세한 금이 나 있었는데, 문인 것으로 보였다. 자동문 같은데 이곳의 전원이 나가면서 문이 1센티미터 정도 벌어져 있었다.
 “이게 문인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 거야, 말아야 되는 거야? 무섭지만 죽기밖에 더 하겠어.”
 문은 잘 열리지 않았지만 한참을 그렇게 힘을 쓰자 조금씩 열렸다. 겨우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열리자 그는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앗, 뜨··· 뜨거.”
 제법 오랫동안 라이터를 켜놓았더니 열이 받아 뜨거워져서 손을 데였다.
 “호오~ 호~ 아씨··· 쪽팔려. 정말 본 사람 없지?”
 화끈해진 손가락을 입김으로 불더니 다시 귀를 잡고 열을 식혔다. 라이터를 다시 눌러보았지만 열이 식지 않아서인지 불이 다시 붙지 않았다.
 별수 없이 그는 조금 기다리다가 라이터를 다시 켰다.
 그제야 라이터에 다시 불이 붙었고, 내부가 환해졌다.
 그곳의 내부는 너무나 단조로웠고 볼품도 없었다.
 사방 7~8미터 정도 크기의 공간이었다.
 천장과 벽은 온통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다만 중앙에 덩그러니 고급의자가 하나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휴우··· 아무도 없구나. 그런데 뭐야, 이게 다야?”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자만 하나 놓여 있자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는 혹시라도 뭔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
 휑한 이곳에 놓여 있는 의자 치고는 너무 고급스러운 의자였다. 마치 비행기 조종사들이 앉는다는 그런 의자 같았다. 발걸이도 있는데, 그것마저도 금박이 되어 있었다.
 “여긴 정말 어디일까?”
 천재는 중얼거리며 무심코 의자 앞으로 걸어가다 그 의자의 앞을 보게 되었다.
 “헛, 뭐야?”
 그가 깜짝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믿을 수 없게도 머리통은 크고 다리가 8개에 길이가 1미터 정도 되는 문어였다.
 천재는 황당한 표정이 되면서 문어를 다시 쳐다보았다.
 “주, 죽었어.”
 겁에 질린 그는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서서 몸을 떨었다.
 “뭐, 뭐야··· 이 문어는? 혹 이 문어가 말로만 듣던 외계인이 아닐까?”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 정리가 안 되는 천재였다.
 눈만 깜박이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황당함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문어외계인에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문어외계인은 이미 죽어 있었다. 입가에는 녹색 피가 흘러 내려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수분이 증발하여 굳어 있었다.
 천재는 어딘지 모르게 무서웠지만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좀 더 자세히 관찰했다.
 “으음··· 정말 문어외계인이 죽은 것이 맞구나. 어떻게 하다가 죽은 것일까?”
 천재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사람도 아니고 문어가 죽어 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죽은 문어외계인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문어외계인은 특이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멋진 은색슈트를 착용하고, 얼굴에는 고글을 쓰고 있었다.
 “야··· 이 문어외계인 패션 감각이 보통이 아닌데? 참나, 손인지 발인지 모르겠지만 금으로 된 팔찌인지 발찌인지까지 착용하다니······.”
 더욱 대담해진 천재는 죽은 문어외계인을 향해 혼자 지껄였다.
 “그냥 기절만 한 것 아닐까? 아, 아냐. 죽은 게 맞을 거야. 전혀 움직임이 없잖아. 그래도 모르니 한번 건드려 봐야겠어.”
 죽은 문어외계인이 혹시라도 아직 살아 있는가 하고 그는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았다.
 그러나 문어외계인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으음··· 정말 죽은 것 맞구나.”
 몇 번을 찔러봐도 가만히 있자 천재는 좀 더 대담한 행동을 했는데, 한 손을 들어 문어외계인의 몸을 살짝 밀어보았다.
 스르르~ 쿠쿵!
 죽은 문어외계인은 차가운 금속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으음··· 이 문어외계인 진짜 죽은 게 맞구나. 아무도 없지? 확실하지?”
 천재는 문어외계인이 착용하고 있는 그것이 탐이 나서 은근슬쩍 빼서는 자신의 팔에 착용해보았다.
 “이야··· 이거 온통 금에다가 다이아몬드가 12개나 박혀 있네. 돈 좀 되겠어.”
 순진하던 천재가 황당한 사건들로 인해 이젠 때 아니게 남의 것을 슬쩍하는 사람이 되었다.
 대담해진 그는 한술 더 떴는데, 이번에는 문어외계인이 쓰고 있던 고글에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는 슬쩍 고글을 빼서는 착용해보았다. 최첨단의 고글을 쓰고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팔찌와 고글까지 착용하니 저 문어외계인이 입고 있는 슈트도 한번 입어보고 싶군. 에이··· 관두자. 죽은 외계인의 것인데 왠지 찝찝하잖아.”
 그는 지겨운 듯 주위를 왔다 갔다 하더니 중얼거렸다.
 “아··· 다리 아프네. 저 의자에라도 앉아볼까? 뭐, 주인이 없으니 한번 앉아보는 건데 어때?”
 문어외계인이 앉아 있었던 그 의자에 천재는 자신의 의자인 양 태연하게 앉았다.
 “음, 이것 보기보단 편안하고 좋은데?”
 그는 편안한 의자에 몸을 기대보기도 하다가 다시 일어나 주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 시간 정도를 그렇게 살펴보았으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아직 우주선의 내부에는 조명등도 들어오지 않아 라이터로 어둠을 밝혔지만 너무 과열되어 또 꺼져버렸다.
 “아··· 라이터의 불도 꺼져버렸는데 이젠 어쩌지?”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게 된 천재는 그동안 우주선을 살핀다고 긴장했기에 정신적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 어둡고 답답하구나. 너무 피곤해. 하아~ 잠들면 안 되는데······.”
 몰려오는 졸음을 참아보려고 했으나 천재의 눈꺼풀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천재는 의자로 걸어가서는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잠에 빠지고 말았다.
 
 쿨쿨~ 음냐~.
 천재가 그렇게 잠이 들고 몇 분이 지났을까, 그가 착용하고 있는 팔찌에서 갑자기 빛이 일어났다.
 라이터도 꺼져서 주위는 컴컴했는데, 이상하게도 팔찌에서 스스로 그렇게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팔찌에서 뻗어 나온 빛은 금빛이었고, 그 금빛이 사방으로 퍼져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한창 잠에 빠져 있는 천재였다.
 우우웅. 웅웅.
 갑자기 기계의 소음이 일어나더니 천재가 잠자고 있는 곳의 천장에서부터 조명등에 차례대로 하나씩 불이 들어왔다.
 주위가 대낮같이 밝아졌다.
 너무나 밝은 조명에 눈이 부신지 그가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뭐, 뭐가 이렇게 밝아?”
 잠에서 깨어난 그는 비몽사몽이었지만, 눈을 손으로 비비더니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자신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아야야··· 아픈 것을 보니 꿈은 아닌데?”
 그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이렇게 조명등에 불이 들어와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칠흑같이 어둠에 묻혀 있던 이곳이 환한 조명등으로 밝아지자 이젠 모든 것들이 너무도 뚜렷하게 보인다. 온통 벽면이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같은 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우우웅우우우웅 웅웅웅.”
 그때 기계음이 동굴 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사방에서 메아리가 되어 들려왔다.
 천재는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해졌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 당신 누구야, 어디에서 말하는 거야?”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그때, 앞쪽 벽면에서 거대한 문어 얼굴이 나타났다. 황당한 상황이라 그는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쳐다보았다.
 “우우우웅우우우웅 웅웅웅.”
 문어 얼굴의 입에서 말소리가 나왔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모르겠네?”
 “무···무슨···소···리 ···인···지 ···도저히···모···르겠···네.”
 그는 문어의 입에서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한국어로 된 말이 나오자 무척 신기했다.
 “누구세요?”
 “누···구···세···요?”
 “나는 천재라고 합니다. 하하하······.”
 “나는 박···천재···라고···합···니다···하하하······.”
 “야, 문어대가리! 너 자꾸 따라하면 나 화낸다.”
 스크린의 문어 입은 계속 똑같이 천재의 말을 따라 했고, 그렇게 되자 그는 온갖 말을 생각 없이 마구 내뱉었다. 그리고 문어의 입은 계속 그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주···인···님.”
 “주인님?”
 이번에는 문어의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고, 그것에 천재가 대답했다.
 “주··· 주인님.”
 “어떻게 한국말을 하는 거지? 너 누구야?”
 “저··· 저는 이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인 파빌리온이라 합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 파빌리온?”
 “그렇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사용하고 계시는 언어의 체계를 조금 알 수 있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직 완벽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없으니 언어의 기본이 되는 말들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언어소통이 될 것입니다.”
 “으응. 그렇단 말이지?”
 그때부터 천재는 몇 시간 동안 파빌리온과 대화를 계속 주고받았고 이젠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는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인 파빌리온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우주선의 이름은 푸른바다호라고 했다.
 “파빌리온, 넌 이 푸른바다호의 메인 컴퓨터라고는 하지만 기계인데 어떻게 나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인간처럼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저를 주인님께서 알고 계시는 연산만 하는 그런 단순한 컴퓨터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 파빌리온은 그냥 컴퓨터가 아닙니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나 마찬가지의 슈퍼 생체 컴퓨터인 것입니다.”
 “아··· 미안. 그만 내가 아는 컴퓨터를 생각하다 보니 나의 착각이었어.”
 “천재 주인님, 저 파빌리온은 지구의 과학수준과 비교하자면 수천 년은 더 발전한 형태로 슈퍼 생체 컴퓨터이며, 에너지원인 에누코늄과 재료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인님께서 생각하시는 신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거의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보유한 저입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너무 흥분하지 마. 파빌리온, 그런데 어떻게 네가 깨어난 것인지 궁금한데 좀 알려줘.”
 “알겠습니다, 천재 주인님. 원래 푸른바다호의 주인은 암마르(Ammar 매우 번영하는, 문어외계인) 님이십니다. 암마르 님은 우주해적과 몇 번이나 전투를 치르면서 깊은 내상을 입었는데, 미처 치료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충격파에 장기가 파열되면서 즉사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저와 우주선의 모든 전원이 자동으로 꺼져버렸던 것입니다.”
 “아··· 그랬구나.”
 “예, 주인님. 그랬었는데 주인님께서 그 팔찌를 찬 순간부터 꺼져 있는 전원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원이 다 들어오기까지 주인님과 저의 뇌파를 맞추느라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랬었구나. 파빌리온, 그런데 암마르라는 주인은 어디에서 살았어?”
 “암마르 님은 지구로부터 6천만 광년 떨어진 나선형의 은하인 파루단 은하계의 푸른바다 행성의 지적생물체이셨습니다.”
 “나도 그가 아주 머리가 좋을 거라고는 예상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푸른바다 행성의 고등 지적생물이며 최상위 계급에 계셨던 암마르 님의 행성이 높은 과학기술력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하에 묻혀 있던 많은 지하자원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무분별하게 지하자원을 개발하여 사용하다보니 그곳의 자원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으음··· 그럴 거야. 지구도 지금 너무 무분별하게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점점 고갈되어가는 지하자원들과 각종 환경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서로 자원을 차지하려고 왕국들이 미사일 공격을 하게 됨으로써 푸른바다 행성에는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럴 거야. 우리 지구에서도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려고 간혹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거든.”
 “어쨌든 나중에는 더 강력한 무기로 서로를 공격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푸른바다 행성은 그만 대폭발을 일으켜 우주에서 소멸해버렸고, 그 전쟁으로 소수만 살아남은 그들은 각자 마련해둔 우주선을 타고는 행성탐험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예, 주인님. 광활한 우주를 개척하러 떠나간 수만 년의 세월 동안, 미지의 우주에서 보낸 푸른바다 행성의 종족은 우수한 과학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육체는 연약해져만 갔고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도는 종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음, 그렇군.”
 “예, 그러다 보니 우주의 곳곳에서 전투력이 뛰어난 우주해적과 격전을 하게 되었고, 이들의 대부분은 우주해적과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극소수의 인원들만 일부 행성에서 살아남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착을 하지 못한 자들은 우수한 과학력을 갖춘 우주선에서 생활하면서 우주를 탐험했습니다.”
 “으음··· 우주해적들 때문에 많이 희생되었구나.”
 “그렇습니다, 주인님. 겨우 살아남은 15대의 우주선 중 10대는 과학탐사선으로, 새로운 행성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과학탐사선이다 보니 이들 우주선은 우수한 과학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무기가 없었습니다.”
 “음··· 하긴 과학탐사선이니 그럴 거야.”
 “그것이 지금도 안타까운 점입니다. 그런 우주선을 우주해적들이 노렸고, 우주해적들과 마주친 푸른바다 행성의 우주선들은 별다른 무기가 없기에 대부분 도주하기 일쑤였으며 그러던 중 이 우주선도 우주해적선과 마주쳤습니다.”
 “아··· 그런 일이?”
 “우주선의 주인이셨던 암마르 님은 처음부터 우주해적들의 상대가 아니라 판단하고는 즉시 최고 속도로 도망쳤으나 우주해적들이 뒤를 추격해왔고, 도주와 추격이 반복되다보니 푸른바다호가 이곳 태양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 우주해적들은 지독한 놈들이구나.”
 “그렇습니다, 주인님. 푸른바다호가 우주해적선의 공격에 일부분이 고장 나면서 지구에 불시착하자, 우주해적선은 이젠 더 이상 도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느긋하게 지구까지 추격해왔던 것입니다.”
 “하긴, 더 이상 도주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데 무리할 필요는 없었겠지.”
 “예, 그렇습니다. 우주해적은 오랜 기간 동안 전투를 해서인지 전투에는 아주 노련했지만, 푸른바다호의 암마르 님은 군인이 아니라 연구만 하던 분이라 전투에는 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군인이 아닌 학자였으니 당연하지.”
 “예, 워낙 뛰어난 과학문명의 우주선이라 광전자포에 우주해적들의 소형비행정은 하나둘 격추당했고 마지막 전투가 바로 주인님께서 목격한 그 장면이었습니다.”
 “아··· 이제야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알게 되었어. 그런데 전주인인 암마르가 나를 왜 우주선으로 끌어들인 거지?”
 “그건 그곳에 천재 주인님께서 계속 있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하시고 그렇게 조치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암마르 그가 아니었다면 난 그곳에서 죽었겠지. 암마르,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죽지 않고 살았어요.”
 천재는 암마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파빌리온, 그럼 여기는 어디야?”
 “아직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억지로 워프를 사용하여 지구 탈출을 감행했었고, 우주해적선이 먼저 사용한 광전자포로 인해 푸른바다호의 중요한 기기들이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워프를 감행해서 엉뚱하게도 차원의 틈이 생기고, 그 차원의 틈으로 빨려 들어서 이계로 넘어오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 이계라고? 그럼 푸른바다호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지?”
 “아주 심각합니다, 주인님. 동력이 한 일 년 정도면 떨어지게 됩니다. 동력원이 너무 부족해서 수리할 처지도 못됩니다.”
 “그럼 난 어떻게 해?”
 “푸른바다호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원인 에누코늄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행성을 탐험하기 전에 주인님의 능력을 살펴보았더니 기본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인님께서는 먼저 우주선에 보관되어 있는 각종 과학지식을 접하고 배우셔야 생활이 가능할 것입니다.”
 “알았어, 파빌리온. 그렇게 할게.”
 그렇게 해서 천재는 푸른바다호에서 각종 과학지식을 습득하면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 푸른바다호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뛰어난 점들이 많았는데,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나 하고 파빌리온에게 물어보았더니 먹고 싶은 것은 자판기의 캔처럼 꺼내 먹으면 된다고 했다. 그것이 마냥 신기한 그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그가 이 새로운 세상으로 온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
 
 우우우웅.
 작은 소음이지만 기계음이 들렸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공간이 있고, 침대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몸에 큰 근육은 없지만 알맞게 근육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칠흑 같은 검은색이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동양 남자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상체와 하체를 모두 자세히 둘러보아도 조그마한 상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피부도 매끈해서인지 광택이 날 정도로 보기 좋았다.
 지금 머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기기의 모자를 눌러쓰고 누워 있는 이 사람, 바로 천재였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천재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파빌리온의 도움으로 몰라보게 변화된 그의 모습이었다.
 
 우우우우웅.
 기계의 한쪽은 여러 가지 색으로 표시가 되었다.
 그중의 한곳이 타이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줄어들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나자 타이머라 생각되는 곳에 표시된 것이 모두 없어졌다.
 이젠 기계음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작동을 멈춘 것 같아 보인다.
 눈을 감고 누워 있던 그의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몇 번의 깜빡임을 하던 그는 완전히 의식이 돌아온 듯 서서히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후후··· 정말 대단한 기능이야. 잠을 자는 상태에서도 지식을 내 머릿속에 저장시킬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일어난 그는 두 발을 바닥에 딛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기기와 침대가 한쪽 벽면이 열리며 그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파빌리온.”
 “예, 주인님.”
 “목욕탕에 뜨거운 물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기이이잉.
 이번에도 기기음이 들리고 순식간에 아름다운 목욕탕이 생겨났다.
 그는 바로 큰 탕에 들어가서 몸을 담그고는 콧노래를 불렀다.
 “후후후··· 오늘로 이곳의 우수한 지식을 암기하는데 성공했어. 푸른바다 행성의 문어외계인 종족은 정말 대단한 과학지식과 신에 버금가는 높은 지능을 가진 고등생물이었어.”
 천재가 목욕하고 있는 이곳은 가상공간처럼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려와 천상의 낙원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목욕을 마친 그가 물에서 걸어 나와 그대로 서 있자,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아름다운 소녀가 그의 앞에 섰다. 소녀는 천재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가운까지 입혀주었다.
 어느새 주위가 또다시 바뀌고 거대한 응접실로 변했다.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
 몇 사람은 누울 정도의 큰 소파에 앉은 그는 앞에 놓여 있는 과일을 집어 먹으며 중얼거렸다.
 “파빌리온.”
 “예, 주인님.”
 “이제 필요한 모든 지식을 암기했으니 종합적인 상황을 알려줘.”
 “예, 알겠습니다. 이 우주선의 이름은 푸른바다호이며, 전장 320m, 폭 55m, 35,540톤의 긴 막대 형태인데, 주인님이 보시기에 못처럼 생겼다는 것이 전혀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끝이 뾰족한 곳이 우주선의 앞이고, 뒤쪽 부분이 주 조종실로 되어 있습니다.”
 “아, 그랬군.”
 “푸른바다호는 지구에서 이곳으로 차원이동 될 때 핵심기기 대부분이 손상되어서 수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입니다. 주인님이 계셨던 지구시간 기준으로 일 년이 거의 다된 지금은 정상 상태를 100퍼센트로 봤을 때 5퍼센트 정도입니다. 앞으로 우주선이 우주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동하려면 에너지원과 핵심기계들의 수리가 끝나야 되는데, 그 정도가 되려면 최소 60퍼센트의 가동은 되어야 합니다. 현 상황에서 그 정도 수리가 되려면 100년이 지나도 힘듭니다.”
 “헉, 그렇게나 시간이 많이 걸려? 그럼 그동안 난 우주선에 남아 있어야 되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주인님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푸른바다호는 지르녹시움이라는 특수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우주선의 외부적으로는 크게 손상이 없을 정도로 견고한 우주선입니다. 우주선의 내부에 탑재된 중요한 핵심부품이 95퍼센트나 손상을 입어 수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에누코늄이 많이 필요하며 정밀작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공병로봇의 활동이 많이 필요합니다. 에너지원이 많이 부족한 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언제 수리가 끝날지 장담 못합니다.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말입니다. 푸른바다호는 현재 이 행성의 지하 100미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난 어떡하지, 파빌리온?”
 “주인님은 며칠 후 이 행성을 탐험하러 떠나야만 합니다. 이 행성을 수색해서 에너지원인 에누코늄을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주선이 확보한 동력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조금 더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주인님을 지상으로 워프시키는 것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나약한 몸을 가진 내가 이 낯선 세상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러실 줄 알고 준비해놓은 것이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주인님.”
 “날 위해 준비해놓은 것이 있다는 말이야?”
 “예, 주인님. 몇 가지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우선 편의상 이 행성을 뮤르온 행성이라 명명했습니다. 대기권 밖으로 쏘아 보낸 소형 정찰 위성으로 이 행성의 정보를 많이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뮤르온 행성의 부피는 주인님이 살았던 지구의 1.8배 정도 됩니다. 그리고 붉은빛을 내는 달과 푸른빛을 내는 달이 각각 하나씩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륙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작은 것은 햐르만 대륙이라 불립니다. 지구의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대륙, 유럽대륙 이렇게 세 개의 대륙을 합해 놓은 정도의 크기입니다. 큰 대륙은 뮤르온 대륙이라 불리며, 햐르만 대륙의 두 배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푸른바다호가 불시착한 곳은 뮤르온 대륙입니다.”
 “뮤르온 대륙이라··· 알았어.”
 “이 행성의 문명 수준은 주인님이 계시던 지구의 수준으로 보면 중세시대 정도입니다. 칼과 창, 마법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파빌리온, 그럼 설마 판타지처럼 드래곤과 여러 종족이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주인님? 이곳은 판타지 세계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음, 그렇군. 그런데 파빌리온, 난 변변한 무기도 없는데 이곳을 어떻게 탐험한단 말이야?”
 “그건 걱정 없습니다. 주인님을 위해 세 가지 무기를 준비해뒀습니다.”
 “세 가지 무기를?”
 “그렇습니다, 주인님.”
 기이이잉~.
 기계음이 들리고 천재의 앞에 테이블이 솟아올랐고, 그 테이블에는 세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손잡이만 있는 칼과 광선총 한 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멋진 팔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주인님, 손잡이가 있는 것을 주목해주십시오.”
 “뭐야, 이거. 이게 칼이야? 날도 없고 손잡이만 있잖아?”
 “주인님이 보시기에는 조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행성은 아직 과학력이 뒤떨어져 있어서, 고도의 과학력이 동원된 이 소드는 아주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내가 보기엔 영 조잡하게만 보이는데?”
 “주인님, 그럼 그 소드를 오른손에 쥐어보십시오.”
 “그냥 손에 쥐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손잡이만 있는 소드를 손에 쥐어보자 별다른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아무 일도 없잖아?”
 “주인님, 그렇게 가만히 쥐고만 계시지 말고 주인님의 엄지손가락으로 손잡이에 부착되어 있는 고양이 눈 같이 생긴 것을 누르셔야죠.”
 “그게 그런 거야? 좋아, 이렇게?”
 파파팟~!
 천재가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1미터의 붉은 광선이 튀어나왔다.
 “이야, 멋진데··· 파빌리온, 이거 영화에 나왔던 그 광선검과 똑같은 거야?”
 “그것은 아닙니다, 주인님. 지금 보고 계신 광선검의 날은 보기엔 광선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광선날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래? 그럼 이것은 어떻게 된 거지?”
 “그것은 과학을 이용해 만든 마나 소드입니다. 이곳은 풍부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행성이어서 대기에 있는 그것을 흡수하여 마나 소드를 만든 것입니다. 그 마나 소드의 날은 쉽게 말하자면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소드 마스터의 힘이라는 오러 블레이드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소드의 이름은 편의상 마나 소드라 부르시면 됩니다.”
 “그런 거야. 마나 소드라··· 이름 좋은데?”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제 그 붉은 광선의 날로 이 두꺼운 금속을 한번 잘라보세요.”
 어느새 천재 앞에는 커다란 은색의 금속이 놓여 있었다.
 “뭐야, 이렇게 두꺼운 것을 어떻게 자르라고.”
 “주인님, 마나 소드를 믿고 한번 잘라보세요. 그럼 그 성능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스으윽. 댕강!
 “뭐, 뭐야? 내가 이걸 한 거 맞아?”
 별다르게 힘을 준 것도 아닌데 너무나 쉽게 두꺼운 금속이 두 동강 나버리자 멍한 표정의 천재였다.
 파빌리온은 정신이 나간 천재의 표정을 보면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주인님, 그 붉은 오러 블레이드는 걸리는 것은 다 잘라버리는 무서운 마나 소드입니다. 보신 것처럼 마나 소드를 만들려면 소드 마스터이거나 고도의 정밀한 과학기술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과학력이 없는 이곳의 기술로는 흉내 내기도 어렵습니다.”
 “맞아. 지구의 과학력으로도 이건 못 만들어.”
 “주인님이 보시기엔 이것만 가지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소드의 기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럼 이 마나 소드에 또 다른 기능이 있다는 거야?”
 “예, 주인님. 이 마나 소드가 뛰어난 것은 모두 세 단계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 단계라고?”
 “그렇습니다. 주인님께서 조금 전 보신 것이 마나 소드의 일 단계입니다.”
 “헛, 정말이야? 대··· 대단하다.”
 “주인님, 조금 전처럼 고양이 눈을 한 번 더 눌러보십시오.”
 천재가 놀랍다는 듯이 마나 소드의 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한 번 더 누르자, 이번에는 마나 소드의 날이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길이가 3미터로 쭉 늘어났다.
 “이야~ 이번에는 초록색이네. 오러 블레이드도 1미터에서 3미터로 늘어났어.”
 “예, 주인님. 그 초록색의 오러 블레이드는 일 단계의 붉은색일 때보다 위력이 한 배 정도 더 강하며, 오러 블레이드가 3미터로 늘어났기에 육안으로 보기에도 훨씬 위력적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정말 대단하다, 파빌리온.”
 “감사합니다, 주인님. 마나 소드의 세 번째 단계는 이곳에선 실험하기가 협소하니 나중에 사용해보시고, 일단 설명은 해드리겠습니다. 마나 소드의 세 번째 단계는 스위치를 한 번 더 누르면 작동됩니다. 그럼 마나 소드는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백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뻗어 나오게 되는데, 마나 소드의 오러 블레이드가 20미터로 늘어나기 때문에 절삭력도 초록색일 때보다 배 이상입니다. 그러니 위험에 처했을 때가 아니면 함부로 사용하지는 마세요. 위험합니다.”
 “후우··· 정말 대단하다. 파빌리온.”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 마나 소드는 아주 유용한 물건이지만 이것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바로 위력적이긴 하지만 강한 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다는 점입니다.”
 “나도 그럴 거라 예상했어, 파빌리온.”
 천재는 칼의 손잡이만 덩그러니 있는 단순하게 생긴 마나 소드가 이렇게 뛰어난 기능이 있을 줄은 정말이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마나 소드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내려놓았다.
 “주인님, 충분히 살펴보셨으니 이제 다음 무기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마나 소드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봐주십시오.”
 “파빌리온, 이건 광선총 같아 보이는데?”
 “맞습니다, 주인님. 정확한 명칭은 플라즈마건입니다.”
 “플라즈마건? 이것도 위력적이겠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 플라즈마건은 탄환이 없어서 발사할 때 반동이 전혀 없으며, 위력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당연히 그럴 거라 예상했어. 파빌리온이 만든 건데 어련하려고.”
 “칭찬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 플라즈마건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플라즈마건은 5센티미터의 철판도 단번에 뚫을 수 있고, 유효사정거리는 1.5킬로미터며 최대사거리는 2킬로미터입니다.”
 “이야~ 이 플라즈마건이 5센티미터의 철판도 뚫을 수 있다고?”
 “예, 주인님. 플라즈마건의 기능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가상으로, 주인님이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물체를 맞추는 것은 쉬울 것이지만 만약 그 목표물이 빠르게 움직인다면 맞추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맞아. 그럴 거야.”
 “그런데 이 플라즈마건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께서 플라즈마건의 안전핀을 발사핀으로 바꾼 후에 조준이라고 복창하면 자동적으로 그 목표물을 조준하게 됩니다. 그럼 방아쇠만 당기면 끝입니다. 단발부터 연사로 10발까지 쏠 수 있습니다. 이게 플라즈마건의 일 단계입니다.”
 “그게 일 단계야?”
 “예, 주인님. 이 플라즈마건은 두 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이 단계에는 플라즈마 포의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플라즈마 포는 모두 20발을 사용할 수 있는데, 한 발의 파괴력을 설명하자면 이곳의 성 하나 정도는 한방에 박살내버릴 수 있는 위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그··· 그렇게나 위력적이야?”
 “예, 주인님. 하지만 플라즈마건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플라즈마건은 에누코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그 에너지원만 충분하게 있다면 언제든 충전이 가능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푸른바다호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플라즈마건에 충전되어 있는 에너지를 전부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일 단계 사용 2만 발과 이 단계로 20발 정도 사용가능한 량입니다.”
 “음··· 그래도 그 정도면 아주 대단한 거야, 파빌리온.”
 “플라즈마건의 안전장치로 주인님의 지문과 음성이 인식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은 이것을 소유해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오직 주인님만 사용 가능한 무기입니다.”
 “이야··· 그런 기능도 있다니 정말 고마워, 파빌리온.”
 “주인님, 마나 소드와 플라즈마건은 공격용 무기라 한다면 이제 보실 것은 주인님의 몸을 보호할 방어무구입니다.”
 “방어무구? 이건 보통 팔찌 같아 보이는데?”
 “예, 주인님. 보시기엔 1센티미터의 넓이를 가진 보통 금색 팔찌입니다만, 이 팔찌를 주인님께서 착용하시게 되면 이 팔찌는 주인님의 살 색깔과 똑같이 변하면서 피부에 안착하게 됩니다. 그럼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이 되지 않습니다. 신변에 위험이 생기면 마음속으로 떠올리거나 그냥 음성으로 <헤르시온 착용>이라고 하면 주인님의 몸을 보호할 헤르시온이 순식간에 작동하게 됩니다. 아참, 뮤르온 대륙에서는 마법 무구로 만든 헤르시온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은 거의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음······.”
 “헤르시온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두르기 때문에 칼이나 창, 화살 등 그 어떤 물리적인 공격에도 주인님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해줄 것입니다. 헤르시온의 두께는 겨우 2센티미터 정도이지만 오러 블레이드로도 단번에 이것을 자르지는 못하며 그만큼 강력한 충격에도 원형이 변하지 않습니다. 주인님이 이 헤르시온을 해체하고 싶으시다면 바로 마음속으로 외치거나 <헤르시온 해제>라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즉시 해제가 됩니다.”
 “이야··· 정말 멋지겠어. 파빌리온, 내가 지금 시험해 봐도 되는 거야?”
 “예, 주인님. 한번 시험해보십시오.”
 “알았어. 헤르시온 착용.”
 파라라라락~ 처처척.
 헤르시온은 순식간에 천재의 온몸을 방어할 수 있도록 완전 착용되었는데, 특히 눈 부분은 중요하기에 이중으로 보호되어 더욱더 안전했다.
 “주인님, 앞에 놓여 있는 고글을 착용해보십시오.”
 “파빌리온, 어째 좀 그렇다. 금빛이 나는 멋진 갑옷에 웬 고글? 좀 웃기지 않아?”
 “주인님, 그래도 멋있기만 합니다. 그리고 헤르시온을 착용하지 않고도 고글은 언제든지 쓰고 다닐 수 있습니다. 평소 고글을 선글라스처럼 사용하시면 아주 편리할 것입니다.”
 “음, 그건 그렇겠어.”
 “주인님, 그 고글은 단순히 멋을 위해 드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첨단 기능이 들어가 있는 물건입니다.”
 “파빌리온, 이거 그냥 고글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제 고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고글은 우선 보통 때에는 고글의 글라스가 투명한 상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햇볕이나 기타 특수한 상황에서는 빛에 반사되어 사물을 잘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자동으로 고글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편광의 기능상태가 되기에 사물을 뚜렷하게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주인님이 멀리 있는 목표한 사물을 직시하면 그 물체와의 거리가 자동으로 우측상단에 나타나 그것과의 거리를 알 수 있으며, 확대기능으로 물체를 크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특수한 상황이나 안개 등으로 어떤 물체가 보이지 않거나 해도 고글은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고글을 자주 쓰고 다니시면 자연적으로 고글의 우수한 성능에 만족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글에는 투시 기능도 있습니다. 벽이나 기타 물체가 앞을 가로막을 때에도 그 고글은 투시를 해서 보이지 않았던 물체를 볼 수 있게 합니다.”
 “이야, 이 고글에 그런 기능이··· 좋은데?”
 “이 세 가지의 무기를 드렸지만 현재 주인님의 연약한 신체로는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시기 힘들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수명이 75~80세밖에 안 되기 때문에, 푸른바다호의 에너지원인 에누코늄만 충분하게 확보된 상태라면 주인님의 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몇천 년의 수명도 가능하다는 말이며 주인님께서 지금의 젊은 상태로 계속 유지하기 원하신다면 그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주인님의 신체는 매우 약한 편이기 때문에 우선 강력한 신체로 탈바꿈해 이 뮤르온 행성을 탐험하셔야 합니다.”
 “맞아, 파빌리온. 이렇게 약한 몸으로는 이곳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뮤르온 행성을 탐사하려면 주인님께서는 작은 위험에도 항상 대비를 해둬야만 합니다. 제가 주인님의 신체를 강력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신체를 강화하기 위한 2주 동안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주인님께서는 수면을 취하기만 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조치해놓겠습니다.”
 “2주나 걸려? 좀 앞당기면 안 될까?”
 “그것도 최소한의 시간을 말한 것입니다. 주인님의 신체를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하려면 첨단기술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예전과 같이 에너지원이 충분하다면야 시간이 단축될 수 있겠지만 지금 푸른바다호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2주라는 시간이 요구됩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시간을 줄이기 힘든 것입니다. 2주 동안의 긴 수면이 끝나면 주인님은 지금보다 강력한 신체로 재탄생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난 잠만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나 있다는 말이군. 좋아. 알았어, 파빌리온.”
 푸슈슈슈슉.
 수면제의 성분이 함유된 가스가 기습적으로 천재에게 뿜어졌고, 그것을 조금 들이마신 그는 몸에 힘이 빠지더니 의식이 가물거려왔다.
 “야, 파빌리온. 준비도 없이 바로 시작하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주인님. 핑계를 대며 미루실 것 같아서 부득이 하게 이렇게 기습적으로 실행해버렸습니다. 그럼 2주 뒤에 뵙겠습니다. 주인님.”
 
 삐삐삐삐삐~.
 “주인님, 그만 일어나십시오.”
 “으음··· 파빌리온, 벌써 끝난 거야?”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깊은 수면에서 깨어난 천재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벌써 2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야··· 그것 참··· 벌써 2주의 시간이 지났다니. 파빌리온, 그럼 이제 바깥 세상에 나가도 되는 거야?”
 “주인님, 지금 바로는 무리입니다.”
 “아니, 또 뭣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러기 전에 먼저 앞에 있는 거울을 봐주십시오.”
 “파빌리온, 내가 잘생긴 건 알고 있어. 그런데 뭐 하러 또 잘생긴 내 얼굴은 보라는 거야?”
 천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거울을 쳐다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그전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키가 195cm로 예전보다 12cm정도 더 커졌고, 잘 발달된 상체와 하체의 근육들을 보자 그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근육질 몸이 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흔히 말하는 몸짱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야··· 이게 내 몸이야, 파빌리온?”
 “예, 주인님. 멋진 몸으로 탈바꿈되어 있으니 좋으시죠?”
 “저··· 정말 끝내준다.”
 그는 너무나 완벽한 근육질 몸에 대만족이었다.
 183cm의 키일 때는 항상 기가 죽어 지내다보니 상체를 굽히고 다녔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원래 키보다 작아 보이고 왜소해 보였는데, 지금의 그는 근육질의 완벽한 몸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주인님, 예전의 몸과 지금의 근육질 몸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신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몸이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적응? 그냥 키가 예전보다 좀 더 커진 것뿐인데?”
 “주인님, 아직 지금의 몸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이제부터 주인님의 향상된 신체적 능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의 신체 중 뼈는 강도가 너무 약해서 강도를 높이기 위해 WX-3 150mg을 3회에 걸쳐 투여했습니다.”
 “WX-3, 그건 뭐야?”
 “WX-3은 약한 물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물질로써, 특히 뼈를 강화시키는 뼈 강화제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주인님의 기존 뼈의 강도가 1라고 볼 때 WX-3는 1,700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게 그 정도로 단단한 거야?”
 “예, 주인님. 그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팔 위에 17톤의 무게를 가진 물건을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말입니다.”
 “뭐··· 뭐라고, 17톤의 물건을 올려놓아도 된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주인님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Qt-21을 6차례나 투여했습니다.”
 “Qt-21··· 그건 근육강화제인가?”
 “Qt-21은 근육강화제가 맞습니다. 예전의 주인님 근육상태로는 아무리 많이 든다고 해도 120kg정도밖에 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Qt-21을 6차례에 걸쳐 근육에 직접 투입한 지금은 10톤의 무게까지 한 번에 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 손으로 10톤의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마지막으로 주인님의 신체에 XTR-7을 3회에 걸쳐 투여했습니다.”
 “XTR-7, 그건 또 뭔데? 뭘 자꾸 내 몸에 투여했어?”
 “의료용 로봇 XTR-7은 모두 3단계로 투약이 이루어지기에 그렇습니다. 한 번 투약한 XTR-7은 100만 개의 의료용 미크론 미세 로봇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파빌리온, 혹시 나를 로봇으로 착각한 것 아냐?”
 “그럴 리가요. 주인님의 신체가 너무 허약하다보니 좀 강하게 할 필요가 있어서 제가 책임지고 주인님의 신체를 강력하게 재창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님의 신체를 강화하면서 그것을 활용할 방법으로 주인님께서 알고 계시는 프로레슬링 기술이나 태권도, 유도, 검도, 무협지에 나오는 각종 초식과 어려운 동작 등 각종 격투기술을 머릿속에 넣어드렸습니다.”
 “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를 완전히 괴물로 만들었잖아?”
 “주인님, 지금의 신체가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 아니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 너무 좋아서 그래.”
 천재는 파빌리온의 설명을 듣고는 좀 황당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신체를 육백만불 사나이보다 더 강력하게 만들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현재 지구의 성형외과 의료수준으로도 이렇게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하게 시술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동서양의 미를 고루 갖춘 듯한 얼굴이다.
 역시 푸른바다 행성의 외계인들 과학수준은 그만큼 경이로웠다.
 그는 예전의 나약한 정신과 몸에서 푸른바다 행성의 진보된 선진과학을 접하고는 새롭게 태어났다.
 이전의 그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생각해버리기로 했고, 이제는 이 뮤르온에서 새롭게 태어난 자신이었다.
 강력한 신체와 선진과학력의 우수한 지식들을 머릿속에 저장한 그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는 이제 이 뮤르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 멋지게 한번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볼까도 생각해보았다.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이 뮤르온 행성에서 자신은 이방인이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정체를 모를 것이다. 자신이 입을 열기 전에는 말이다.
 
 아름다운 경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카나리아의 울음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녹색의 푸름을 간직한 울창한 나무들이 줄맞추어 있는 숲속.
 그 숲속의 한곳 아담한 공터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이것들은 모두 진짜가 아닌 가상공간이었다.
 파빌리온이 천재의 기억 속에서 참고한 것을 푸른바다 행성의 뛰어난 과학력으로 연출한 것이다.
 “후욱! 후욱! 후우욱~!”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한창 양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한 남자, 상체의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천재였다.
 시원스레 웃통을 벗은 상태에서 지치지도 않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팔굽혀펴기를 한 것 같았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주인님, 조금 전에 5천 개를 넘기셨으니 그만 하셔도 됩니다.”
 “야, 파빌리온. 도대체 내 몸을 어떻게 만들어놓았기에 이래? 팔굽혀펴기를 이렇게나 많이 했는데도 아직도 힘이 남아도니······.”
 “주인님, 그동안 신체를 잘 단련해서인지 이젠 좀 강인하게 보이는 신체가 되었습니다. 신체강화 훈련의 마지막으로 러닝머신에서 50킬로미터 전력 달리기만 끝마친다면 이제까지 힘들게 노력한 신체강화 훈련과 신체의 모든 적응훈련은 끝이 납니다. 그러니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셔야죠.”
 “흠··· 알았어. 파빌리온, 이제 러닝머신만 하면 끝이라 이거지? 지난 2주 동안 계속 이것만 하느라 무척 지루했는데 마지막이라니 빨리 끝내고 밥 먹어야지.”
 러닝머신 위에서 천재는 전력으로 달리기를 했고, 한참 후에서야 모두 끝이 났다.
 그는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우주선의 주 조종실로 들어왔다.
 “주인님, 신체강화 훈련에 몸이 잘 적응해서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 주인님의 건강상태는 최상이십니다. 밖으로 나가시기 전에 그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이 뮤르온을 탐험하기 위해 특수배낭에는 10리터의 물과 일단 30일분의 식량이 들어 있습니다.”
 “파빌리온, 식량은 그렇다 치고 10리터의 물이라 해봐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걸로 되겠어?”
 “주인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식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식수가 들어 있는 식수통은 1리터용 1개와 2리터용 2개, 나머지 5리터용은 특수배낭에 들어 있습니다. 우선, 주인님이 식수를 드시고 나서 주위에 물이 있으면 즉시 보충하면 되나 만일의 경우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주인님의 소변을 받아서 식수통에 담아 사용하면 됩니다.”
 “뭐, 그걸 어떻게 먹으라고?”
 “주인님의 신체는 이전보다는 월등하게 모든 면에서 우수합니다만 만일의 경우 오랫동안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결국 주인님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 파빌리온이 주인님의 식수통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식수통이 특별하다고?”
 “예, 주인님. 보기엔 보통의 식수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식수통은 살균과 삼투압의 정화를 거쳐 나오는 물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면 바닷물이나 그 어떤 오염된 물이라도 일단 그대로 식수통에 담아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녹색등에 불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럼 정화가 다 되었다는 표시이니 그걸 마시면 갈증은 보충이 될 것입니다.”
 “오우··· 이 식수통이 그런 기능도 있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파빌리온, 그럼 우주선 밖으로는 어떻게 나가지?”
 “주인님께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푸른바다호는 많은 기기들이 고장이 났고 에너지원이 거의 고갈되어 더 이상 작동을 하지 못하지만, 주인님을 지상으로 순간이동 시킬 정도는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의 푸른바다호 상태로는 먼 거리를 이동시키기에는 불가능하고 지상까지만 이동이 가능하니 그 점 양해 바랍니다.”
 “알고 있어, 파빌리온.”
 “푸른바다호의 에너지원이 30퍼센트의 상태만 되어도 지금보다는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물품들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나 현재는 이런 모든 것들이 작동불능의 상태입니다. 주인님이 앞으로 이 땅을 탐험하시면서 에너지원을 확보하셔야만 이 푸른바다호의 고장 난 기기들을 고칠 수 있으니 에너지원을 많이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주인님을 지상으로 순간이동 시켜드리고 나면 이 푸른바다호는 남은 에너지원을 모두 다 사용하게 됩니다. 그럼 저 파빌리온과 이 푸른바다호는 모든 기능을 정지하고 주인님이 에너지원을 확보해서 가지고 오실 때까지 긴 휴식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 푸른바다호를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내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기다려줘, 파빌리온.”
 “예, 주인님. 그리고 아직까지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이제 해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을 지상으로 이동시킨 후에 저 파빌리온과 푸른바다호는 기능이 정지될 것입니다. 그러면 옆에서 주인님을 보필해드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인님의 신체를 강화할 때 머릿속에 소형이지만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칩을 내장해두었습니다. 주인님과 마음속으로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슈퍼컴퓨터의 이름은 슈슈입니다. 주인님.”
 “아··· 그런 것까지 준비해두었구나. 고마워.”
 “주인님,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지금 이동하게 될 장소는 지상의 작은 구릉인데 남쪽 방향으로 3킬로미터 지점에 밀림의 초입이 있습니다. 그 밀림을 직선으로 50킬로미터를 가면 뮤르온의 인간들이 있는 마을과 조우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자세한 사항은 슈퍼컴퓨터 슈슈가 알려드릴 것이니 참고하십시오. 그럼 이제 주인님을 지상으로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그래, 파빌리온. 내가 돌아올 때까지 편안하게 쉬고 있어.”
 “주인님, 즐거운 탐험 되시고, 빠른 시간 안에 에너지원을 확보해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순간이동을 시작합니다. 5. 4. 3. 2. 1. 0 순간이동 시스템 작동.”
 파지직. 츠츠츠츳~!
 순식간에 천재는 빛에 휩싸이며 그렇게 푸른바다호에서 사라졌다.
 푸른바다호는 전원이 차례대로 꺼지고 있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인 파빌리온도 전원이 꺼지면서 긴 수면에 들어갔다.
 
 
 2장 대밀림 로피다스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나뭇잎들과 먼지를 일으켜 휘감더니 대지의 한곳에 솟아오른 구릉 위를 한 바퀴 휘돌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파지지직. 츠파파팟~!
 구릉 위에 갑자기 밝은 빛이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곳에 천재가 나타났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으음··· 드디어 뮤르온 대륙에 첫발을 내딛었구나. 공기가 정말 상쾌하군. 지구에서 떠나올 때 난 죽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난 이곳에서 다시 태어난 거야. 이젠 정말 멋지게 시작해보는 거야. 아아아아·········.”
 푸드드득.
 주변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작은 새가 그의 포효에 깜짝 놀라 날개를 퍼덕이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하하하하······.”
 타잔처럼 천재는 멋지게 한 번 소리를 질렀다.
 다시 한 번 상쾌한 공기를 들이켠 그는 몸이 순간이동을 하면서 이상이 생겼는지 잠시 여기저기 살펴보고 움직여보더니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땅을 박차고 빠르게 숲을 향해 뛰어갔다.
 잠시 후, 숲의 입구에 도착한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이곳은 나무가 장난이 아닌데? 아무리 판타지 세상처럼 오염되지 않고 대자연의 기운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무슨 나무들이 저렇게 커?”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나무들이었다.
 생긴 모양은 마치 전나무처럼 꼿꼿하게 솟았는데, 무려 150미터가 넘어 보여서 하늘을 다 가릴 정도였다. 나무의 둘레도 성인남자 3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거대했다.
 숲이 온통 이런 거대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야··· 이거 벌목회사 하나 차리면 떼돈 벌겠는데? 저런 좋은 나무들로 통나무집을 지으면 좋겠어. 그냥 여기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아? 에너지원을 찾는 일만 아니라면 이곳에서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정말 멋있을 것 같은데.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휴··· 그리고 나무들이 이렇게 울창하니 길을 모르고 잘못 들어갔다가는 길 잃기 딱 좋겠어.”
 고개를 흔들며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서서히 다리를 움직여 숲으로 걸어갔다.
 뮤르온 행성의 모험과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그의 발걸음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 그는 한참을 걸어가도 흔한 작은 동물조차 보이지 않자 무료했다. 그래서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땅 밖으로 튀어나온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앉았다.
 등의 배낭 속에서 1리터 용량의 식수통을 꺼내 뚜껑을 열고 식수를 한 모금 마시며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어떻게 된 게 그 흔한 동물 하나 안 보이냐?”
 삐삐삐삐.
 차고 있는 팔찌에서 나직하게 경보음이 들리자 그는 재빠른 동작으로 우측 팔에 있는 팔찌를 바라보았다.
 팔찌에서 기이한 빛이 솟아오르며 홀로그램의 지도영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홀로그램 지도에 그가 있는 곳에서 남서쪽으로 12킬로미터 지점에 빨간 점이 깜박거리며 생명체의 반응이 나타났다.
 빨간 점으로 표시가 된 생명체는 모두 11개였는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시간 거리였다.
 “음··· 이 속도로 이곳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어디 구경 좀 해볼까?”
 따분하던 차에 그는 숲속에서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흥분되었다.
 그는 배낭에서 손바닥만 한 은색금속을 꺼내고 한곳을 눌렀다.
 기이이. 철컥!
 은색금속은 넓게 펴지더니 간이쟁반이 되었다.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다시 배낭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이번에 배낭에서 꺼낸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유리병 같은 거였다.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알약 같은 것을 하나 꺼내고는 간이쟁반에 놓았다. 알록달록하지만 초코색의 알약이었다.
 그 알약이 잠시 후 공기와 반응하더니, 풍선에 바람 들어가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지름이 10센티미터 정도로 커졌다.
 조그마한 알약 한 개가 초코크림 케이크가 되어버렸다.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하단 말이야. 알약 한 개가 초코크림케이크가 되다니.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든 것일까? 캬··· 나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정도니······.”
 예전에 본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니 믿기 힘들었지만 첨단과학의 힘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처음에 파빌리온에게서 받아 이것을 한번 해보고는 과연 먹을 수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정말 맛있다는 것을.
 “파빌리온은 어떻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이 초코크림 케이크를 만들었을까? 먹어보면 그 맛도 일류제빵사가 만든 것처럼 기가 막히니······.”
 천재는 초코크림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참, 원두커피도 같이 먹어야 더 맛있지?”
 배낭에서 황금머그잔을 꺼내 식수통에서 식수를 절반가량 붓고 배낭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갈색 튜브를 꺼내서는 뚜껑을 열고 그 속에 든 액체 한 방울을 황금머그잔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먹물이 한지에 떨어져 번지듯 순식간에 퍼지며 향긋한 원두커피향이 주위로 퍼져갔다.
 황금머그잔에서 진한 원두커피의 향기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파빌리온은 정말 대단한 컴퓨터야. 머그잔을 황금으로 만들어 예술품같이 만들었고, 어떻게 만든 것인지 금방 이렇게 뜨거운 커피가 되고 보온통처럼 잘 식지도 않으니.”
 그는 파빌리온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는 숲속에서 향기로운 커피향을 맡으며 맛있게 커피를 즐겼다.
 초코크림 케이크와 커피로 맛있게 간식을 먹은 그는 우측 팔에 착용하고 있는 팔찌를 응시하면서 팔찌 한곳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다시 홀로그램의 영상이 나타났다.
 “응? 종전보다 왜 이렇게 많아졌지?”
 그는 간식을 먹기 전보다 생명체의 수가 많아져 있자 홀로그램의 지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음··· 그렇군. 좀 전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앞의 빨간 점 두 개는 도주하는 것이고, 그 뒤에서 깜박이는 빨간 점들은 앞의 것을 추적해오는 중이군. 그래, 이젠 배도 든든하니 슬슬 준비를 해볼까?”
 그는 바닥에 놓여 있는 것들을 다시 잘 거두어서 배낭에 넣고는 상의에 넣어둔 고글을 꺼내 쓰며 좌우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리곤 뛰어가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도약했다.
 4~5미터를 가볍게 도약한 그는 나무의 가지를 붙잡고는 한 바퀴 회전하더니 더 높은 가지로 이동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하더니 20~30미터의 높이로 올라가서는 나뭇가지를 깔고는 자세를 잡았다. 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본다고 해도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숲의 남서쪽에서 두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은 젊은 남녀로, 무엇에 쫓기는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뛰고 있었다. 오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조금 전에 남녀가 나타난 곳에 수십 명이 나타났다.
 천재는 호기심이 동한 듯 고글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그들은 사람이 아닌 걸어 다니는 돼지였다. 그 수도 40여 마리나 되었다.
 무슨 일로 돼지들이 떼 지어 사람들을 추격하는 것인지 궁금해 그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도주하던 남녀는 그가 숨어 있는 나무에서 가까운 곳까지 뛰어오더니 멈추었다.
 고글로 그들을 자세히 보니 그들은 무척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남녀가 갑자기 왜 멈추었는지 궁금해서 주위를 살펴보았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방에서 돼지들이 주위를 포위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40여 마리이던 돼지들이 어느새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그가 보기에 돼지들은 지능이 있는 듯 남녀를 포위하더니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그것을 나무 위에서 바라보던 천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중얼거렸다.
 “이거 내가 나서야 돼, 말아야 돼?”
 천재가 고글을 통해 주위를 본 바로는 대략 80여 마리나 되어 보였다.
 차고 있는 팔찌를 확인해보자 홀로그램의 화면에는 빨간 점이 깜박이며 숫자 83이 표시되어 있었다.
 “뭐야? 돼지들이 81이고, 사람이 2명이라? 그럼 81대 2라는 소리잖아. 내가 지금 나서면 괜히 일이 더 꼬이는 것 아냐? 사람과 서 있는 돼지들의 대결이라··· 우선 좀 더 지켜보고 나서 결정해야겠어.”
 천재가 혼자 중얼거리는 사이에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돼지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슈아악! 휘휙. 파파파팟.
 돼지들의 손에 든 각종 무기들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의 앞에 남자가 나서더니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돼지들의 공격을 힘겹게 막았다.
 카앙~!
 금속 마찰음이 터지고 돼지와 남자는 서로 치열하게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었다.
 주공격은 돼지들이 하고 있었고, 그 공격을 남자는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천재는 돼지들과 남녀의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지금 방어를 하고 있는 남자는 금발머리에 키는 190센티미터 정도로 장신이었다. 상체에는 은색의 갑옷을 착용했는데, 여기저기 공격을 당한 듯 움푹 들어간 곳이 여러 곳이었다. 손에 쥐고 있는 바스타드 소드의 검면에는 이가 군데군데 빠져 있었다.
 다음으로 금발머리의 남자 옆의 여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한 미인이었다. 역시 아름다운 금발에 180센티미터 정도의 여자로서는 무척 큰 키였으며 늘씬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금발미녀는 은색 갑옷을 상체에 걸치고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금발남자와 아름다운 금발여자는 돼지들에게 쫓기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천재가 보기에 서서 사람을 공격하고 있는 돼지들은 재미있게 읽은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오크와 유사해 보였다.
 2미터 정도의 키에 잘 발달된 근육, 손에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핸드엑스와 트윈엑스, 야구방망이처럼 생긴 쇠몽둥이, 창과 바스타드 소드 등 각종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그 돼지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돼지가 있었는데, 검은 피부를 가진 흑돼지, 아니 블랙오크였다.
 다른 오크들과는 다르게 키가 머리통 하나는 더 있어 보이며 덩치도 더 크고 근육들도 더 우람해 보였다. 아마도 이 검은 피부를 가진 오크가 이들의 대장이리라.
 특이하게 블랙오크는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돋아난 황금색 금속으로 된 투구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쇠몽둥이를 쥐고 있었는데, 쇠몽둥이 곳곳에 피와 살점이 묻어 있어 더욱 무시무시해 보였다.
 검은 오크가 왼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좌우로 흔들자 금발남자의 뒤편에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 중 몇 마리가 앞으로 나와서 금발미녀를 공격했다.
 잠시 동안 서로 치열한 공격과 방어를 하는 중에 금발의 미녀가 오크들의 공격에 뒤로 넘어졌다.
 어느새 오크들이 금발미녀의 목에 핸드엑스를 들이대었고, 그것을 본 돼지들의 대장인 블랙오크가 듣기 거북한 소리로 말했다.
 “취익··· 인간, 물건을 내놓아라. 취익~.”
 한참을 싸우던 금발남자는 금발미녀가 오크들에게 제압당한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었는지 한 손을 품에 넣고는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며 블랙오크에게 말했다.
 “이, 이것을 줄 테니 그녀를 놓아다오.”
 금발남자의 손에는 계란의 절반 크기나 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나무 위의 숨어 있던 천재는 고글의 우수한 성능으로 금발남자의 손에 든 큰 다이아몬드를 확대해보았다.
 큰 다이아몬드는 순백의 광채를 내뿜었고, ‘나 비싼 물건이야’ 하는 소리가 그의 두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다이아몬드가 더욱 비싸게 보이는 것은 특이하게도 다이아몬드 속에 고양이의 양 눈처럼 손톱만 한 크기의 붉은빛과 푸른빛이 나는 특이한 것이 들어 있어서였다.
 ‘이야··· 정말 특이하고 귀해 보이는 다이아몬드군.’
 그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블랙오크의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취··· 취익··· 인간, 잘 생각했다. 그것을 주면 이 여자인간을 놓아준다. 취익~.”
 블랙오크는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서 웃음기가 보였고, 그 순간 천재는 자신의 등장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는 크게 외쳤다.
 “잠깐!”
 “······?”
 아름다운 금발미녀와 보석을 보자 그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높은 나무 위에서 그대도 뛰어내렸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더욱 멋지게 보이려고 허공에서 3바퀴 반을 비틀며 몸을 회전하더니 멋지게 땅에 착지했다.
 “······?”
 “······!”
 오크들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천재를 바라보았다.
 금발의 남자와 아름다운 금발미녀도 놀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오크들과 남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씨익 웃었다.
 정말 멋지게 등장한 천재였다.
 오크들의 대장인 블랙오크가 재빨리 금발남자의 손에 든 다이아몬드를 빼앗고는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취익··· 인간, 너··· 누구야? 취익~.”
 블랙오크가 천재를 보며 말했는데, 천재는 블랙오크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저 흑돼지 새끼가 뭐라고 그러는 거야?”
 아직까지 천재는 이곳 뮤르온 행성의 모든 언어들을 습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블랙오크와 그는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갑자기 천재가 왼손으로 블랙오크에게 가리키더니 다시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자 오크들과 오크들의 대장인 블랙오크는 천재의 손가락을 따라 허공을 바라보았다.
 “······?”
 그 순간 그는 땅바닥을 박차고 튀어나가더니 블랙오크의 손에 든 특이하고 귀하게 보이는 다이아몬드를 낚아채며 물러섰다.
 잠시 방심한 틈에 다이아몬드를 빼앗긴 블랙오크는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는 흥분하며 부하오크들에게 공격을 명했다.
 “취익··· 저것을 나에게 가져와라. 취익··· 공격!”
 십여 마리의 오크들이 천재를 공격해오자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저 돼지새끼들이 감정할 시간을 안 주네?”
 어느새 그는 두어 걸음의 도움닫기를 하고는 한쪽 발을 들어 다가오던 한 오크의 얼굴을 향해 발을 곧게 찔렀다.
 “크어억~!”
 천재의 슈퍼킥에 당한 오크는 3미터 정도를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얼굴의 한곳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무지막지한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그는 지구에 있을 때 프로레슬링 경기를 많이 보았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강력한 신체를 보유하게 되자 이런 무시무시한 공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의 몸은 흉기라 할 수 있었다.
 천재에게 다가오던 오크들이 그의 무서운 슈퍼킥 공격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그가 또다시 몸을 옆으로 돌면서 돌려차기를 하자 잠시 멍하게 서 있던 한 오크의 가슴에 그의 발이 격중되며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던 오크가 5미터 정도를 날아가더니 땅에 떨어졌다.
 천재의 돌려차기에 당한 오크는 너무나 강력한 파워에 어이없게 잠시 부르르 떨더니 잠잠해졌다.
 즉사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오크 무리가 두려움에 주춤거리다가 뒤로 한 두 걸음 물러났다.
 천재는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자 신이 난 듯 오크들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자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휘휘휘휙~ 퍼퍼퍼퍽!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인 그의 몸놀림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격타음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취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리며 날지 못하는 오크들이 무더기로 허공을 날아다녔다.
 5미터 정도 날아가 땅에 떨어지는 오크, 나무에 부딪치는 오크, 멍하니 한곳에 서 있던 오크 무리에게 날아가 부딪치는 오크, 모두 제각각이지만 결과는 모두 비참했다.
 기절하거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오크와 간혹 심하게 당한 오크들은 즉사했다.
 순식간에 15마리의 오크가 당하자 공포에 겁을 먹은 오크 무리. 대장인 블랙오크는 결과에 당황하더니 자신이 직접 앞으로 나섰다.
 “아니, 저 검은 돼지새끼가 겁도 없이··· 참, 아직 맛을 못 봤지?”
 대장인 블랙오크는 거대한 쇠몽둥이를 빠르게 휘둘렀다.
 몽둥이가 지나간 자리엔 바람소리가 엄청났다.
 천재가 가볍게 블랙오크의 공격을 잘 피하자 블랙오크는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무자비하게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역시 대장오크라서 그런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바위든 나무든 이 쇠몽둥이에 맞으면 그 부분이 박살나 버렸다.
 천재는 기회를 엿보다 대장오크가 막 쇠몽둥이를 휘둘러 빗나가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른 순발력으로 블랙오크의 상체로 접근하고는 왼손으로 블랙오크의 뺨을 때렸다.
 철썩~.
 경쾌한 소리가 들리며 대장인 블랙오크는 주르륵 2미터는 밀려나며 쌍코피를 쏟아냈다.
 뺨에는 그의 손도장이 새겨져 시뻘게져 있었다.
 더욱 화가 난 블랙오크는 이성을 잃으며 마구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블랙오크는 몇 분간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쇠몽둥이를 휘둘렀으나 얄밉게도 한 대도 맞지 않는 천재였다.
 피하는 그나, 휘두르는 블랙오크나 보통이 넘었다.
 한참을 그렇게 블랙오크를 가지고 놀던 그는 이제는 지겨운 듯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두 방을 블랙오크의 면상에다가 작열시켰다.
 그 충격에 블랙오크는 상체를 휘청거리며 비틀거렸다.
 그는 피니쉬로 프로레슬링의 기술 중 강력한 드롭킥, 우리말로 일명 두발차기를 작렬시켰다.
 높이 점프한 뒤 두 발로 블랙오크의 면상과 가슴을 가격한 것이다.
 프로레슬링 선수가 시전해도 강력한데 강화된 그의 몸이 사용한 것이니 그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또다시 허공을 나는 오크들의 대장인 블랙오크. 이번에는 그가 마음먹고 날린 드롭킥에 10여 미터는 날아가다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대장오크라서 그런지 바로 벌떡 일어났다. 거의 본능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충격이 상당한 듯 쌍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잠시 머리를 흔들던 블랙오크는 정신이 든 듯 크게 외쳤다.
 “취익, 모두 인간들을 공격해라. 취익~.”
 천재의 무시무시한 공격에 혼난 오크들은 두려웠지만 대장인 블랙오크의 공격명령에 어쩔 수 없이 모두 공격에 가담했다.
 한편, 금발남자와 금발미녀는 오크들이 총공격을 해오자 얼굴이 어두워지며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천재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특이하고 귀해 보이는 다이아몬드를 상의주머니에 넣고 나서 중얼거렸다.
 “흐흐흐··· 이제 몸도 풀렸는데, 제대로 한번 놀아볼까?”
 오크 무리가 그가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포위하며 일제히 병장기를 휘둘렀다.
 오크들의 무기가 그의 몸에 격중될 찰나, 그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도약해 오크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천재는 공중제비를 돌며 땅에 착지하자마자 팽팽한 고무줄을 잡아당겨 놓은 듯 앞으로 튕겨나가며 프로레슬링의 기술을 사용했다.
 프로레슬링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의 일종으로, 팔 근육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공격기술인 클로스라인(Clothline)이었다.
 “끄아악~.”
 천재의 강력한 기술에 오크가 뒤로 날아가며 동료 오크들을 덮쳤다.
 그 순간에도 그는 어느새 다른 곳에서 공격하려는 오크를 향해 몸을 날려 슈퍼킥과 드롭킥을 연속으로 사용해서 오크들을 날려버렸다.
 오크의 뒤로 가 상대의 등과 자신의 무릎을 충동시키는 기술인 백 브레이커(Back Breaker)도 작열시켰다.
 완전 신이 난 천재의 독무대였다.
 “끄아아악······.”
 수십 마리의 오크가 당했지만 계속적으로 오크들이 공격해오자 질린다는 듯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마나 소드를 뽑아 들고 우수를 휘둘렀다.
 푸른바다호를 나온 이후 처음으로 마나 소드를 사용하는 그였다.
 “취이엑··· 카악~!”
 저마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팔이 떨어진 오크, 목이 날아간 오크, 두 다리가 잘린 오크, 몸이 두 조각난 오크 등등 순식간에 많은 오크들이 죽어버렸다.
 후퇴를 모르는 오크들도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듯 앞 다투어 사방으로 도망쳤다. 아무런 소득 없이 오크들이 순식간에 공포에 질려 도망가 버린 것이다.
 재빠르게 사라지는 오크 무리들을 바라보던 그는 붉은빛이 아름답게 피어난 마나 소드를 끄고는 허리에 다시 착용했다.
 현장에 서 있던 금발남자와 금발미녀는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들이었다.
 ‘우우··· 엄청난 자다. 소드 마스터인가?’
 ‘어, 어떻게 소드 마스터가 여기에?’
 그가 그들 앞으로 다가가자 이제야 정신이 든 그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듯 주춤거리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금발남자와 금발미녀의 앞으로 다가간 천재는 아직까지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바디랭귀지를 시도했다.
 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천재.”
 금발남자와 금발미녀에게 그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무언가 알겠다는 듯 금발미녀가 말했다.
 “라피아루.”
 “라피아뉴?”
 “라피아루.”
 “아아··· 라피아루!”
 금발미녀는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에는 금발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금발남자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로버트.”
 “노버트······?”
 “로버트.”
 “아··· 로버트!”
 금발남자는 그가 맞게 발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금발미녀 라피아루와 금발남자인 로버트는 그가 이 뮤르온 행성에 탐험 나와 처음으로 접한 인간들이었다.
 
 ***
 
 포타미아 왕국과 트필레 왕국, 글라트 공국 이렇게 세 왕국은 서로 국경을 마주 보고 있는데, 그 세 왕국과 맞물려 있는 국경에는 대밀림인 로피다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밀림 로피다스는 타원형으로 사선으로 비스듬히 생겼다.
 동남에서 북서쪽으로 8,000km, 그리고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3,000km에 걸쳐 있다.
 지금 대밀림 로피다스에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선두에는 천재와 라피아루가 걷고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금발의 로버트가 뒤따라오고 있다.
 주로 라피아루가 천재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그는 라피아루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라피아루가 하는 말들을 조금은 알아듣고 있었다. 라피아루가 하는 말은 뮤르온 대륙의 공용어인 뮤르온어였다.
 라피아루는 마법사라 그의 의도를 알고는 기본적인 언어를 말해주었고, 뮤르온 대륙의 수준은 중세유럽의 사회와 많이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영어와도 유사한 점이 많았다.
 뮤르온 대륙의 공통어도 알파벳처럼 기본적인 철자가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언어를 사용했다. 그는 뮤르온 대륙의 언어는 조금 알아들었지만 아직 쓰지는 못했다.
 라피아루가 한번 말해준 단어를 바로 이해해버린 그는 계속되는 라피아루의 수다를 듣고는 많은 단어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라피아루에게 같이 동행하고 싶다고 표현을 했고,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좋다고 동의했다. 그래서 지금 천재와 라피아루, 로버트는 일행이 되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신나게 수다를 떨던 라피아루에게 불만이 가득한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헉··· 힘들다. 라피아루, 좀 쉬었다 가지?”
 “알았어, 로버트. 빨리 와.”
 라피아루는 로버트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자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다.
 천재와 라피아루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앉았다.
 그리곤 로버트를 바라보았는데, 로버트는 등에 엄청난 크기의 자루를 메고 있었다.
 거대한 자루 속에는 오크들의 무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천재가 죽인 오크들의 무기를 로버트가 챙겨서 마법자루에 담았던 것이다.
 무거운 무기들이 제법 많아서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도 생각보다는 덜 힘든 듯 로버트는 신이 나 있었다. 오크에게서 빼앗은 무기들을 도시에 내다 팔면 목돈이 생길 것이니 그의 마음은 기뻤다. 비록 조금 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횡재를 했다는 듯 로버트의 입이 쭉 찢어지자 라피아루는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야, 로버트. 자루에 든 것들 좀 보자.”
 “그럴까?”
 로버트는 자랑스럽다는 듯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자루를 열고는 속에 든 무기들을 꺼내 보였다.
 한쪽 날의 도끼 원 핸드 액스, 양날의 도끼 트윈 액스, 무식하게 보이는 쇠몽둥이, 그중에는 귀족들이 장식품처럼 금과 보석으로 장식하여 간혹 쓰는 양날의 단검 대거(Dagger)도 있었다.
 오크의 큰 덩치로는 가볍고 짧기 때문에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파괴력이 떨어지는 대거도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오크들이 인간의 마을이나 귀족들이 이동할 때 기습적으로 습격하고 취득한 것으로 보였다.
 라피아루는 이국적이지만 잘생기고 무력이 높은 천재에게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말이 시원하게 소통되는 것은 아니지만 천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했고, 그는 인상도 무척 좋았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라피아루는 수다를 많이 했고, 그런 이유로 천재는 라피아루와 나란히 걸으며 계속 수다를 집중하여 듣자 뮤르온 대륙 공용어를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빠르게 습득하게 되었다.
 천재가 푸른 바다호에서 파빌리온의 도움으로 머리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의 의지도 놀라웠다.
 지능지수는 예전보다 수배는 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라피아루가 수다를 떠는 것을 한번 듣고는 바로 기억해버리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그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었다.
 
 ***
 
 천재와 라피아루, 로버트가 일행이 되어 같이 이동한 지 오늘로 5일,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도저히 지금의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천재가 이곳의 대륙공통어를 대화할 정도로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라피아루와 대체로 크게 막힘없이 대화를 술술 나눌 정도로 발전했다.
 천재는 이 아름다운 금발미인 라피아루와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라피아루도 멋지고, 강하고, 신비스럽고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가 좋았다.
 이렇다보니 눈빛부터가 달랐다. 라피아루는 천재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그에게로 빠져들고 있었다.
 스스스~스슷.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인 듯 기이한 느낌의 소리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천재는 발달된 느낌으로 알아챘다.
 ‘으응?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라피아루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걷던 그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갑자기 상의 속에 넣어둔 고글을 꺼내어 썼다.
 “천재, 왜 그래요?”
 “라피아루,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라피아루는 그의 말에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천재?”
 “위험해요.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어서 나의 곁으로 와요.”
 “알았어요. 천재.”
 “알았다. 천재.”
 로버트는 그의 말을 듣고는 재빠르게 움직여 옆으로 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버트와 라피아루는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천재는 여전히 고글을 통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위에 나무들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적외선과 투시선과 열감지기의 기능까지 합해진 우수한 과학의 산물인 이 고글로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자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1킬로미터 앞의 땅에서 무엇인가 거뭇거뭇한 것들이 마치 하수구 속에서 물이 넘쳐 사방으로 퍼지듯 빠르게 땅에서 기어 나왔다.
 라피아루는 갑자기 그의 얼굴이 굳어지며 심각해지자 궁금했는지 중얼거렸다.
 “무엇이 나타난 건가요?”
 천재는 라피아루와 로버트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이렇게 생긴 것을 여기에서는 무엇이라고 하지?”
 그는 지구의 개미와 비슷한 것을 땅에다가 그렸다. 순간,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앤트 자이언트(Ant Giant).”
 “앤트 자이언트?”
 “그래요, 천재. 무서운 몬스터예요. 설마 앤트 자이언트가 나타난 건가요? 빨리 이곳을 피해야 해요.”
 “왜 그러지? 조금 큰 개미로밖에 안 보이는데··· 앤트 자이언트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가?”
 라피아루는 답답하다는 듯 천재에게 앤트 자이언트에 대해 알려주었다.
 “천재, 앤트 자이언트 그것들의 모습은 보통의 개미와 같아 보이지만 몸 크기가 수십 배나 커요. 대략 50~60센티미터 정도의 큰 몸체를 가지고 있고, 앤트 자이언트 한 마리는 약한 몬스터이지만 그것들은 개미의 특징인 집단행동의 성질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많은 수로 무리 지어 움직여요.”
 “집단으로 행동한다? 음··· 그럼 보기보단 강하겠군.”
 “천재, 그래서 앤트 자이언트가 무서운 것이에요. 또 앤트 자이언트가 더욱 무서운 점은 입에서 독가스를 내뿜어서 상대의 몸을 마비시킨다고 해요.”
 이때, 주위를 둘러보던 천재는 무엇인가를 또 발견한 듯 중얼거렸다.
 “호···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는데?”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궁금한 듯 앞을 바라보았으나 그들은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어서 50미터 넘어도 보이지 않는 그들이었다.
 “천재, 이번엔 또 뭐예요?”
 그러자 천재가 라피아루와 로버트에게 앞에 펼쳐진 상황들을 알려주었다.
 1킬로미터 앞에는 앤트 자이언트가 있고, 그들과 불과 500미터 떨어진 남서쪽에서 오크 무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오크 무리의 냄새를 맡은 앤트 자이언트들이 오크를 잡아먹으려고 땅 속에서 나온 것 같았다.
 오크 무리는 50여 마리 정도였고, 앤트 자이언트들은 대략 3천 마리는 넘어 보였다.
 잠시 후, 앤트 자이언트의 땅굴과 300미터 거리까지 오크 무리가 다가오자 앤트 자이언트들은 좌우로 오크 무리를 포위하려고 부챗살처럼 퍼져나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 걸어가던 오크 무리 중, 몇 걸음 앞에서 걸어가던 오크대장이 갑자기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이때, 코를 벌름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오크대장은 이제야 앤트 자이언트 특유의 냄새를 맡은 듯 큰소리로 외쳤다.
 “취익··· 앤트 자이언트다. 모두 전투대형으로··· 취익~.”
 오크들은 앤트 자이언트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으므로 신속하게 전투대형으로 대처했다.
 쉭쉭. 쉬쉬쉭.
 기이한 소음을 내며 오크 무리를 포위한 앤트 자이언트들은 몇 마리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오크 무리를 공격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크대장은 왼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앞으로 내뻗었고, 오크들은 신속하게 앞으로 튀어나가며 다양한 무기들을 꺼냈다.
 보통의 오크 무리라면 앤트 자이언트의 모습만 보여도 줄행랑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오크 무리는 기존의 오크들과는 조금 다른 대응을 보여주었다.
 한 손에는 지름 50센티미터의 원형방패를 손목에 착용했고, 다른 손에는 브로드 소드(Broad Sword)란 검을 들고 있었는데, 검의 길이가 70~80cm, 폭이 7~8cm로 매우 튼튼하고 방어에 적합해 보였다. 다른 검에 비해 조금 짧은 길이에서 오는 기민성이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용사들로 이루어진 오크 무리였다.
 슈각. 가가각.
 캬아악~! 카악~!
 앤트 자이언트의 고통에 찬 비명이 여러 곳에서 들렸다.
 순식간에 앤트 자이언트 50여 마리를 베어버린 오크들은 포위망을 곧 돌파할 듯 보였으나 앤트 자이언트들은 어느새 더욱 두텁게 오크 무리를 포위해버렸다.
 한참을 앤트 자이언트들이 공격했으나 강한 오크 전사들은 한 마리의 피해도 없이 잘 버티고 있었다. 오히려 앤트 자이언트가 브로드 소드에 1백 마리나 피해를 입었다.
 그러자 앤트 자이언트 무리는 더 이상 무모하게 공격하지 않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입에서 일제히 독무를 내뿜었다.
 하지만 두터운 비계를 자랑하는 이 오크 무리들에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이때, 지진이라도 만난 듯 주위의 대지가 요동을 쳤다.
 무엇인가가 땅속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앤트 자이언트들과 오크 무리가 서로 섞이며 죽고 죽이는 전투를 치르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천재는 신기한 일을 다 본다는 듯 신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무엇인가를 발견했고 중얼거렸다.
 “이야~ 무지무지하게 큰 개미 한 마리가 땅에서 나오네?”
 천재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동시에 깜짝 놀라며 외쳤다.
 “천재, 혹시 앤트 자이언트보다 수십 배나 크지 않아요?”
 “맞아, 라피아루.”
 “퀸··· 에···앤트 자이언트.”
 “퀸 앤트 자이언트? 여왕개미라는 건가?”
 ‘그게 뭔데’ 하는 표정으로 그는 라피아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피아루가 천재에게 설명해주었다.
 “앤트 자이언트들의 여왕 퀸 앤트 자이언트는 성격이 무척 사납고 그 몸집도 11미터로, 4미터의 오우거보다도 더 크며 육상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는 최상급 몬스터라고요.”
 “그래?”
 앤트 자이언트는 중급보다 조금 낮은 몬스터지만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거의 중상위급의 몬스터라 할 수 있고, 퀸 앤트 자이언트는 힘과 지능, 단단한 피부 종족을 번식하는 여왕으로 개채수가 몇 없는 존재였다.
 퀸 앤트 자이언트가 길고 강인한 부리로 순식간에 오크 한 마리를 집어서 허공에서 쥐고 흔들자 너무나 쉽게 두 동강 나버렸다.
 퀸 앤트 자이언트가 입에서 독무를 힘차게 내뿜자, 주위에 있던 오크 십여 마리의 상체가 얼음이 녹듯 절반이나 눈 깜짝 할 사이에 녹아버렸다.
 이제야 오크들도 퀸 앤트 자이언트의 강인한 능력을 느낀 모양이었다. 오크들은 전의를 상실하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퀸 앤트 자이언트의 난폭함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 11미터의 큰 신장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종횡무진 오크들을 유린했다.
 오크들이 브로드 소드로 내리쳤으나, 피부가 두꺼운 듯 끄덕도 없는 퀸 앤트 자이언트였다.
 이러니 도저히 가망이 없는 오크 무리였다.
 잠시 후, 일방적으로 당한 오크들은 대장오크와 부하오크 6마리만이 살아남았다.
 이들도 곧 퀸 앤트 자이언트의 먹이가 될 일만 남았다.
 그때 허공에서 기이한 소리들이 들러왔다.
 위이이이잉~.
 “무슨 소리지?”
 “뭐. 뭐야?”
 조용하던 숲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어두워지자 라피아루와 로버트는 공포를 느끼며 중얼거렸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천재는 신기한 것이 또 나타나자 흥분하며 중얼거렸다.
 “벌이야··· 수백 마리는 되겠는데?”
 궁금한 듯 라피아루가 그의 한쪽 팔을 흔들자 또다시 땅에다가 무엇인가를 그리는 천재. 그러자 알겠다는 듯 라피아루는 말했다.
 “천재··· 그건 비 자이언트(Bee Giant)예요.”
 엄청나게 큰 말벌들을 이곳에선 비 자이언트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숲은 어떻게 된 게 모두 어마어마하게 큰 것들만 있는지, 공룡이 살던 쥐라기도 아니고 참나.”
 라피아루는 비 자이언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듯 천재에게 말했다.
 “1미터는 족히 되는 거대한 말벌 비 자이언트는 벌들의 특징인 집단행동을 하며 한 번에 몇백 마리에서 몇천 마리가 먹잇감에게 대군으로 공격해요. 한 마리 한 마리는 중급 정도라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대군으로 공격하니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고, 일반 벌들처럼 긴 침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독도 있어요.”
 “라피아루는 그런 것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
 “예전에 몬스터 총람이라는 책을 보아서 알고 있는 거예요.”
 “음··· 나도 기회가 된다면 그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군.”
 천재와 라피아루가 서로 마주 보고 말하고 있을 때, 허공을 온통 수놓은 비 자이언트 수백 마리는 빠르게 날아와 땅 위에 있던 앤트 자이언트를 제비처럼 낚아채 허공 저편으로 사라졌다.
 수백 마리의 앤트 자이언트들이 허무하게 비 자이언트의 밥이 되어 사라졌다. 앤트 자이언트가 비 자이언트들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자이언트들이 공격한 짧은 순간에 퀸 앤트 자이언트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퀸 앤트 자이언트는 독무를 내뿜어 비 자이언트 오십여 마리를 녹여버렸고, 그중 긴 다리로 5마리를 순식간에 낚아채서 뜯어먹고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비 자이언트가 앤트 자이언트를 수백 마리나 잡아가 버렸기에 분하지만, 비 자이언트는 날아다니는 몬스터라 육지의 강자인 퀸 앤트 자이언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크 50마리나 되니 한동안 먹을 식량은 확보한 퀸 앤트 자이언트였다.
 퀸 앤트 자이언트가 서둘러 땅속으로 사라지자 앤트 자이언트들도 오크의 시체들과 죽은 앤트 자이언트를 끌고 땅속으로 사라졌다.
 땅에 떨어진 브로드 소드와 원형 방패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좀 전에 치열한 약육강식의 쟁탈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천재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이 동네에는 왜 이렇게 큰 곤충들이 많은 거야? 이거 정말 말 되는 거야. 조금 더 가면 어떤 놈들이 나올지 참나······.”
 천재와 라피아루, 로버트는 오크가 몰살당하고 땅에 떨어진 검과 방패들을 수거해서는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숲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재와 일행이 숲을 가로지르며 앞으로 나아가자 나무들이 서서히 줄어들며 습지와 늪이 나왔다.
 일행은 이제 대밀림 로피다스의 외곽을 넘어 중심으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이야··· 이 숲은 도대체 얼마나 큰 거야? 가도 가도 끝없이 숲만 나오더니 이번엔 습지와 늪이 있는 곳이군.”
 “천재, 무슨 소리예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삐삐삐삐~.
 귀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천재는 재빠르게 벗어두었던 고글을 다시 착용했다.
 그리곤 좌우를 돌아보자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얕은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쳐왔다.
 “휴··· 이번에 또 뭐야? 남쪽에서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군. 거리가 3.4킬로미터··· 어디 이번에는 어떤 것이 나타날까 궁금하네?”
 “천재, 뭐 해요? 이번엔 뭐가 나타났어요?”
 “글쎄. 조금만 더 있어봐.”
 그가 고글을 통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자 길쭉하고 검은빛이 나는 정체불명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야··· 되게 길쭉하고 검은데. 뱀인가? 머리가 없는 것이 뱀 같진 않고 거무튀튀하네? 꼭 지렁이처럼 생겼는데··· 설마 아니겠지······.”
 “뭐예요, 천재?”
 “땅속에 사는 거 있잖아, 그거. 초대형 지렁이.”
 옆에 서 있던 라피아루가 천재의 말을 듣고는 무엇인가를 떠올리고는 알겠다는 듯 천재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블러드 웜(Blood worm)이 맞을 거예요.”
 “블러드 웜? 혹시 초대형 지렁이 몬스터?”
 천재가 라피아루를 바라보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라피아루였다.
 “이 동네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초대형이야. 거기다 무슨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나타나는지 원.”
 몬스터들이 단체로 소풍 나온 것도 아닌데 자꾸만 대형 몬스터들이 나타나자 이제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된 듯 중얼거리는 그였다.
 블러드 웜은 초대형 몬스터 지렁이였다.
 습기가 많은 습지나 늪 근처의 땅속에서 사는데 무슨 이유로 물속을 빠르게 헤엄쳐오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그 블러드 웜 뒤를 무엇인가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다.
 유연하게 헤엄쳐오는 그것은 빠르고 길이도 길어 보였는데, 대략적으로 보기에도 길이가 30미터나 되었다.
 “이··· 이번엔 진짜 뱀이다. 초대형 뱀 몬스터.”
 그가 쓰고 있는 고글에서 분석이 나왔는데 뱀장어라고 나왔다.
 그가 라피아루에게 거대한 뱀장어를 뮤르온 대륙에서는 뭐라고 부는지 묻자, 라피아루가 일 자이언트(Eel Giant)라고 했다.
 일 자이언트는 거대한 뱀장어 몬스터다.
 공격할 때는 날카로운 이빨로 덮쳐온다. 힘과 유연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장점이다.
 아마도 블러드 웜을 잡아먹으려고 따라오는 것 같아 보인다.
 “이야··· 대단한데? 초대형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뱀 몬스터가 추격하는 것이군.”
 이때, 하늘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며 하늘에서 일 자이언트보다도 빠르게 앞지르는 잠자리가 있었다.
 그것은 드래곤 플라이(Dragon fly)라고 불리는 초대형잠자리 몬스터다.
 공중에서의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 기습공격 시에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곤 한다.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이번에는 7미터짜리 초대형 잠자리가 먼저 블러드 웜을 잡아먹으려고 일 자이언트를 추월하네?”
 드래곤 플라이가 물 위를 스치듯 블러드 웜을 낚아채며 허공으로 막 떠오를 때, 30미터의 초대형 일 자이언트가 물속에서 재빠르게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블러드 웜을 입에 물고 잡아당기자 순식간에 드래곤 플라이도 같이 끌려가는 듯 보였으나 그 힘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블러드 웜이 두 동강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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