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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 1

2017.09.04 조회 2,441 추천 22


 알바트로스 1권
 
 
 프롤로그
 
 
 알바트로스(Albatross).
 뉴질랜드에 주로 서식하는 조류로,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지고 있다.
 우아하게 글라이드하듯 하늘을 날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비행을 하지 않을 정도로 비행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비행하면 모두들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이다.
 알바트로스는 골프 용어로도 쓰이는데, 더블 이글을 해냈을 때 이를 알바트로스라고도 한다.
 더블 이글과 같이 멋진 한 방을 날렸으면 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그런데 그런 알바트로스가 주인공의 별명이다.
 아군에게는 승리를, 적들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그 이름, 알바트로스.
 공포스러운 자의 죽음의 손길이 적들에게 찾아간다.
 
 
 제1장 은둔자
 
 
 1999년 12월 22일 수요일.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 부근의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 저녁 10시.
 타타탁!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동양계 여성이 조용한 뒷골목을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청바지의 간편한 복장을 하고,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녀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척 보기에도 미인 소리를 들을 만한 여대생이었다. 그런 그녀는 손에 책과 노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연신 뒤를 돌아보며 달렸는데, 이마에서 땀이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헉헉! 조금만 더 가면 숙소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조금만 더 가면 숙소라는 생각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러나 골목길 끝에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 안 돼!”
 여대생의 앞과 뒤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이 골목길을 막고 있었는데, 모두 6명이었다.
 “흐흐흐! 드디어 잡았구나.”
 “킬킬!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해.”
 벽에 등을 붙이고 벌벌 떠는 여대생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우측 뺨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왼손으로 짚고는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
 퍼억!
 “아악!”
 여대생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그 전에 남자가 그녀의 입을 막아 비명 소리는 크게 새어나오지 못했다.
 “끌고 가.”
 “사, 살려 주세요.”
 “흐흐흐! 말만 잘 들으면 살려 줄 수도 있어.”
 여대생을 번쩍 들어 어깨에 짊어진 금발의 남자가 골목길로 들어선 승합차에 그녀를 태웠다.
 골목길에 여대생이 흘린 책과 노트가 있었지만, 이들은 그대로 둔 채 떠나버렸다.
 잠시 후, 골목길 근처 건물의 3층 창문이 열리더니, 짧은 머리 스타일의 남자가 밖을 두리번거렸다.
 “여자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잘못 들은 건가?”
 그리고 곧 그 남자는 다시 창문을 닫았다.
 
 2000년 1월 7일 금요일 오후 3시 지리산 반야봉 중턱.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인 반야봉은 지리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봉우리이며, 지리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낙조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한국 제일의 반야도량으로, 반야봉을 백 번 오르면 스스로 도를 깨달을 수 있다고 전해지며, 먼동이 떠오르는 반야봉, 저녁노을이 짙어오는 반야봉에서는 천리를 깨달을 수 있는 금강굴이 보인다고 한다.
 쩌억!
 웃통을 벗은 남자가 손날을 내리쳐 장작을 쪼개고 있었다. 보통 장작을 쪼갤 때는 도끼를 많이 쓰는데 이 남자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등의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근육질의 몸이었다.
 머리카락은 약간 길어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노란 고무줄로 질끈 묶어 말총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신장이 190센티미터나 되는 장신이었다.
 그가 한쪽에 놓아둔 수건을 집어 들어 몸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대흉근을 비롯해 복근과 삼각근, 팔의 이두근까지 잘 발달되어 있어 마치 보디빌더 같았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가 매끈한 그는 엄청난 미남이었다.
 코 밑과 턱 부분에 파릇한 수염이 약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깎은 지 한나절도 안 된 모양이었다.
 티셔츠를 집어 든 남자는 등 뒤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통나무집은 아담하고 약간 투박한 멋이 있었는데, 남자가 직접 신축한 것이었다. 그만큼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통나무집 안에는 전자 제품이 전혀 없었다. 이불과 작은 나무 책상, 의자가 보이고, 그중 인상적인 것은 노란 장판이었다.
 어느 장판 집에서나 볼 수 있다는, 가격이 저렴해서 구닥다리 디자인이라고 해도 꾸준하게 팔리는 노란 장판이었다.
 책상 옆에는 나무 책장이 놓여 있었는데, 3백여 권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나마 전자 제품이라고는 손바닥만 한 낡은 라디오 하나가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이 통나무집에는 값나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기 세트와 최고급 수제 우전차가 있었다.
 부글부글!
 3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정사각형에, 두께는 5센티미터인 스테인리스 스틸 금속판이 방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백자 형태의 다기 세트는 방바닥에 놓여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인데, 시중에서 1백만 원 정도 한다고 했다.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지리산 반야 최씨다원에서 양력 4월 하순, 즉 24절기 중 하나인 곡우 5일 전에 생산된 최고급 우전 녹차였다.
 만드는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롭고 생산량이 적어서 값이 비싼 최고급차다. 수제 최고급 녹차라서 그런지 그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나다.
 명상에 아주 도움이 되는 차였기에 김빈은 이것을 즐겨 마셨다.
 빈은 우전차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셨다.
 “으음··· 정말 좋구나. 우전차는 바로 이 맛과 향이야.”
 삐삐삐삐!
 그때 갑자기 알람 소리가 울렸다.
 “으음··· 누구지?”
 찻잔을 내려놓은 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비포장 산길을 감색 정장을 입은 2명의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2명의 남자 중 1명은 40대 중반이었고, 또 1명의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30대 초반의 남자는 빈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현수, 여긴 어쩐 일이냐?”
 “어? 교관님, 나와 계셨습니까?”
 “그래. 같이 온 분은 누구시냐?”
 “아, 이분은 국정원에 계시는 분입니다.”
 “국정원에서 나를 무슨 일로?”
 40대 중반의 국정원 남자가 빈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누구시죠?”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국정원 구주 지역부의 프랑스 지부 요원 윤관수라 합니다.”
 “국정원에 프랑스 지부가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국정원의 해외 지부는 육 대륙에 각 지역부를 설치하고, 그 밑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 지부는 구주 지역부에 속해 있는 지부입니다.”
 “그러시군요. 이럴 게 아니라 집 안으로 들어가시죠. 마침 좋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거라도 대접하겠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감사하게 마시겠습니다.”
 김빈이 앞장서서 통나무집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윤관수와 이현수가 따랐다.
 쪼르르!
 빈이 직접 찻잔에 우린 차를 부어주었다.
 윤관수와 이현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차의 향기와 맛이 아주 좋았지만, 그걸 깊이 있게 느낄 여유가 없었다.
 빈의 눈치를 보던 윤관수가 말문을 열었다.
 “흠흠! 제가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 여동생이 한 분 계시죠?”
 “그렇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고, 현대미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름은 김현아, 나이는 이십일 세,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아카데미 현대미술과 이 년에 유학 중이죠?”
 “예··· 그걸 어떻게?”
 “조금 더 들어보시겠습니까?”
 “으음··· 그러죠.”
 “지난 1999년 12월 22일 수요일 밤에 김현아 씨가 파리 콩코드 광장 부근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뭐라구요?”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는 이태리 룸메이트가 진술한 것이니 맞을 겁니다. 그 후, 2000년 1월 4일 화요일 오후 4시에 파리 콩코드 광장의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하수도에서 김현아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빈은 잠시 휘청거렸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유감입니다. 김현아 씨의 시신이 하수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끄으으!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온몸에 심한 멍 자국이 있고, 집단 강간을 당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킥킥킥! 죽어요? 우리 현아가 폭행과 강간을 당해서 죽었단 말이죠?”
 빈의 몸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온 지독한 살기에 윤관수와 이현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이현수는 누구보다도 김빈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입 안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교관님! 교관님!”
 이현수의 외침에 그제야 빈이 살기를 거두었다. 이글거리던 눈빛도 가라앉아 다시금 차분해졌다.
 “우리 현아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파리 한국 대사관에서 나온 직원이 콩코드 광장 인근에 있는 콩코드 병원 영안실로 시신을 옮겨, 유족에게 보이기 위해 일단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파리로 당장 가고 싶은데 언제 떠날 수 있습니까?”
 “내일 오전 여덟 시에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가 있습니다.”
 “경유 없이 직항입니까?”
 “예,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일곱 시에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뵙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윤관수와 이현수가 일어났다.
 이현수는 김빈과 2년 만에 만나는 것이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못했다. 어차피 파리로 함께 갈 것이기에 그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교관님, 내일 아침 일곱 시에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언제 술 한번 사마.”
 “예, 교관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김빈은 윤관수와 이현수가 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것을 뒤에서 바라보았다.
 꾸욱!
 그러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면서 중얼거렸다.
 “큭큭큭! 조용히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을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꼬불꼬불한 산길을 내려온 윤관수와 이현수는 길가에 주차해둔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현수 씨, 그 김빈이라는 사람에게 교관님이라고 하던데, 그는 어떤 사람이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간단한 이력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잘되었군.”
 윤관수가 이현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곧 출발하자 이현수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현수는 국정원에 들어온 지 2년째로, 공수특전단 중위 출신이며, 종합 무술 12단의 무술 유단자였다.
 “김빈 교관님은 스물여섯 살이며, 저와의 첫 만남은 육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육 년 전?”
 “예, 육 년 전입니다.”
 김빈은 육군에 입대한 후, 신병 교육대에서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공수특전단에 뽑혔다.
 그런데 그곳에서 세 달이 지나기도 전에, 뛰어난 무술 실력 덕분에 무술 조교로 발탁되었다.
 공수특전단에 소속된 것만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김빈의 이름이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은 공수특전단의 살인 병기 1백 명과의 대련에서였다. 혼자서 그들 모두를 때려눕힌 것이다.
 그때 마침 특전사 대령이 참관하고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 빈은 특전사의 무술 교관으로 전격 임명되었다.
 수백 명의 특전사 요원들에게 무술을 가르친 그는 평소 알바트로스라는 새를 좋아해서 별명이 알바트로스가 되었다.
 3년 만기 제대를 할 때는 대통령으로부터 무공 훈장의 1등급인 태극 훈장을 수여받았다.
 특전사에서는 말뚝을 박으라고 했지만, 빈은 그 권유를 무시하고 제대해버렸다. 정말 아까운 인재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빈은 이곳 지리산 반야봉 중턱에서 은둔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윤관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음···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분이십니다.”
 “내가 알기로는 부모님들도 돌아가시고 여동생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사고를 당했으니 안타까워.”
 “으음··· 저는 교관님께서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이실지 그게 걱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글쎄요··· 제 생각으로는 여동생 시신을 보신다면 분명 범인을 찾아 나서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설마?”
 “아닙니다. 충분히 그러시고도 남을 분입니다.”
 “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프랑스 파리야. 총이 난무하는 곳이라구.”
 “아무리 총이 있어도 그분을 당해내지는 못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예전에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사실인데, 교관님은 총알도 피하시는 분입니다.”
 “하하하!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
 “제가 지금 농담이나 하겠습니까?”
 “그, 그럼 그게 진짜라는 말이야?”
 “예. 진짜니까 제가 걱정하는 거 아닙니까?”
 “세상에 진짜로 총알을 피하는 무술의 고수가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저도 직접 보기 전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니 믿을 수밖에요.”
 “으음··· 그렇다면 사건이 커질지도 모르겠는데?”
 “예, 그것이 저도 걱정입니다. 피바람이 불 것 같은 예감입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과연 그럴까요?”
 
 김빈의 통나무집.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던 빈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큭큭큭! 나의 사랑하는 여동생 현아가 죽었단 말이지? 이 사건에 손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는 놈들은 전부 죽일 거야.”
 스윽-
 흐르는 눈물을 닦은 빈은 통나무집 뒤로 돌아갔다.
 뒷마당에는 타일을 깔아놓은, 지름 10미터의 대형 원형 탕이 만들어져 있었다.
 사랑하는 여동생 현아가 오면 피로를 풀라고 만든 대형 원형 탕이었다. 그런데 이제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옷을 전부 훌러덩 벗은 빈은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정들었던 곳인데··· 이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몰라. 까마귀!”
 스스슷!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검은 옷을 입은 2미터의 거구가 나타났다. 중세 수도승들이나 입는다는 갈색 로브를 걸친 그는 금발에 잘생긴 얼굴이었다.
 까마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내 머리카락을 잘라줘야겠다.”
 “주인님, 그동안 제가 여러 번이나 커트를 하자고 해도 계속 미루셨는데,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신 것입니까?”
 “그럴 일이 생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오늘 심경의 변화를 보이신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다. 까마귀, 내 여동생 현아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였다.”
 “예? 현아 님께서요?”
 “그렇다고 하더구나. 아직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일 거야.”
 “으음··· 그자가 누구입니까?”
 “나도 아직 모른다. 곧 알게 되겠지.”
 “으음··· 주인님, 그럼 커트를 해드리겠습니다. 잡지에서 본 그 헤어스타일이죠?”
 “그렇다. 약간 다크블루 염색이 들어가야 할 거야.”
 “알고 있습니다. 최신 헤어스타일이지만 밤낮으로 연습한 저의 실력을 믿어주십시오.”
 “알아. 까마귀라면 분명 내 마음에 들도록 할 거야. 믿어.”
 “주인님께서 믿어주시는 만큼 최고의 헤어스타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까마귀라는 자는 먼저 염색약을 꺼내 빈의 머리카락에 골고루 잘 발랐다. 그런 다음에 마력을 이용해 염색약을 잘 마르도록 했다.
 머리를 감은 후, 까마귀는 가위를 꺼내더니 빈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커트하기 시작했다.
 스윽-
 이내 까마귀가 대형 거울을 꺼내 빈에게 내밀었다.
 거울을 통해 본 헤어스타일은 멋있었다.
 빈은 엄청난 미남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최신 헤어스타일을 연출하자 정말 눈부셨다.
 “흐음··· 멋지게 나왔군. 까마귀, 이번에는 면도를 부탁하마.”
 “예, 주인님.”
 스윽- 슥슥-
 까마귀는 정성스럽게 빈의 수염을 밀었다.
 면도까지 끝나자 빈은 샤워를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에게 까마귀가 수건을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빈이 몸의 물기를 닦았다.
 “주인님, 정말 멋진 몸입니다.”
 “그래? 까마귀, 하지만 오늘은 분노가 끓어오르는구나.”
 “주인님의 아픔이 저에게까지 전해져 옵니다.”
 고개를 끄덕인 빈은 다시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너라, 나의 아공간아.”
 츠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앤티크 문양으로 된 거대한 문이 공중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렇다. 나의 아공간이여, 이 방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넣어다오.”
 “예, 주인님.”
 스스슷!
 살림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었지만 순식간에 전부가 사라져 버렸다.
 “더 시키실 건 없습니까?”
 “내가 직접 필요한 것들을 꺼내겠다.”
 “그렇게 하십시오, 주인님.”
 빈은 마법의 아공간 속에서 각종 물건들을 꺼내 방바닥에 펼쳐 놓았다. 대검류와 중세 기사들이나 사용하던 검들도 있었으며, 크로스 보우, 일명 석궁도 있었다. 또한 권총과 소총, 저격총도 보였다.
 그런데 총기류는 전부 무기 공장에서 만든 게 아니라 수제였다. 빈이 직접 손수 만든 것이었다. 그에게 이런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
 중세 수도승들이나 입는다는 갈색 로브도 보였고, 한쪽에는 현금 1억 원이 들어 있는 종이 박스가 1백 개나 있었다.
 그 옆의 종이 박스에는 10달러화가 가득 들어 있었으며, 한 박스에 10만 달러씩 1백 박스나 되었다.
 스윽-
 빈은 방바닥에 놓인 금반지 2개를 집어 손가락에 꼈다. 반지에는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는 벨트를 집어 들었다. 검은 소가죽에 버클은 백금으로 되어 있는 이것에도 역시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큭큭큭! 나의 알바트로스여, 오랜만이구나. 정말 반갑다.”
 빈이 벨트에 마력을 불어 넣자, 방바닥에 놓여진 물건들이 마치 진공청소기에 먼지가 빨려 들듯 순식간에 전부 빨려 들어가 버렸다.
 소가죽 벨트에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이것보다 몇십 배나 많은 물건들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은 넉넉했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빈이 벨트를 착용했다.
 철컥!
 경쾌한 소리가 일어났다.
 “나의 아공간이여, 이제 그만 들어가도 좋다.”
 “예, 주인님. 언제든 또 불러주십시오.”
 스스스슷!
 마법의 아공간이 공중에서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 후, 빈은 통나무집에서 나와 운동화를 신었다. 그 모습에 까마귀가 그에게 다가왔다.
 “까마귀, 너도 내가 부를 때까지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스스슷!
 까마귀는 먼지가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혼자 남은 빈은 잠시 통나무집을 바라보다가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머리통만 한 크기의 검은 구멍이 생성되었다.
 콰콰콰콰!
 이어, 통나무집이 무너지며 파편들이 검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땅을 제외한 통나무집과 뒷마당의 대형 탕까지 전부 사라졌다.
 빈의 손짓에 이번에는 땅이 쩌억 갈라지더니 밭을 갈아엎듯이 땅을 뒤집었다. 통나무집과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잠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빈이 뒤돌아 외쳤다.
 “텔레포트!”
 그 후, 그가 기이한 빛에 휩싸이더니 순간 사라져 버렸다.
 휘이이이!
 반야봉 중턱에는 무심한 바람만이 휘날렸다.
 
 스스스스!
 공간이 이지러지며 빈이 모습을 나타났다. 칠흑같이 어두워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
 “라이트!”
 파팟!
 그의 외침에 공중에 마법등이 생성되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천장을 비롯해 벽과 바닥이 온통 돌로 되어 있는 이곳은 빈이 마법으로 암벽에 굴을 뚫어 만든 석실이었다. 그의 통나무집에서 3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주먹만 한 크기의 공기구멍 하나만 뚫어놓고, 출입문은 만들지 않았다. 그 자신은 얼마든지 순간 이동 마법으로 이곳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돌로 깎아 만든 석단에는 교과서 5권은 들어갈 정도의 함이 놓여 있었다.
 옻칠이 되어 있는 함이었는데, 그 뒤에 수박만 한 크기의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조각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새는 알바트로스로, 조각상은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알바트로스의 두 눈에는 붉은 루비가 박혀 있었으며, 쩍 벌린 입 안에는 지름 5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크리스털이 박혀 있었다.
 새가 크리스털을 입에 물고 있는 게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으읏!
 그때, 돌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르더니 모습이 변했다. 그러다가 곧 2미터의 신장에,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쓰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손잡이가 긴 낫만 손에 들고 있다면 사신이라고 착각할 만했다. 드러난 얼굴은 온통 검은 데 비해 두 눈만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모습에서 죽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오싹해졌다.
 “다크, 오랜만이구나.”
 “예, 주인님.”
 “이곳은 그동안 별일 없었느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고개를 끄덕인 빈은 석단 앞에 무릎을 꿇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스승님.”
 그러자 크리스털 속에서 보라색 액체가 일렁이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왔느냐, 나의 제자야.」
 “예, 스승님.”
 「어찌 된 일이냐? 너에게서 슬픔과 분노가 묻어나는구나.」
 “여동생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현아가 말이냐?」
 “예, 스승님.”
 「그자가 누구냐?」
 “아직 모릅니다. 내일 아침 그곳으로 떠나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자가 누구든 반드시 죽여 버려라.」
 “현아가 죽음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자들은 살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님.”
 「으음··· 넘치는 힘을 죽이느라 은신한 너를 세상이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구나.」
 “죄송합니다, 스승님.”
 「아니다. 이게 어찌 너의 잘못이겠느냐? 가거라. 가서 너의 능력을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 주거라.」
 “스승님은 저를 이해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이젠 제 봉인된 힘을 풀려고 합니다.”
 「으음··· 지금의 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아닙니다, 스승님. 제 느낌으로 적의 힘이 무척이나 강한 것 같습니다.”
 「으음··· 너의 봉인된 힘을 풀려면 다크 매직 볼을 꺼내야겠구나.」
 “스승님, 현아가 죽었습니다. 이제 저를 통제할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으음··· 알았다.」
 츠츠츠츠!
 크리스털에서 기이한 빛이 내뻗어지더니, 공중의 한 곳이 이지러지며 검은 구슬 하나가 튀어나왔다.
 검은 구슬을 손에 쥔 빈이 다크에게 말했다.
 “다크, 나의 곁을 지켜라.”
 “예, 주인님.”
 빈은 곧장 가부좌를 하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의 손바닥에 놓인 검은 구슬이 스르르 액체가 되며 손바닥으로 스며들어 빈의 심장으로 이동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심장 부근에 있는 마나 고리로 움직였다.
 빈의 마나 고리는 8개였지만, 현재는 5개가 움직였다. 3개의 마나 고리는 봉인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다크 매직 볼이 몸속으로 들어온 이상 마나 고리의 봉인이 풀릴 것이고, 그럼 이전과 같이 8서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우웅!
 다크 매직 볼이 심장 부근에서 휘돌고 있는 마나 고리와 만난 순간, 마법으로 강제 봉인된 3개의 마나 고리가 스르르 풀리면서 힘차게 휘돌았다. 그리고 기존의 마나 고리 5개와 함께 공명하면서 마력이 엄청나게 폭주했다.
 빈은 침착하게 폭주하는 마력을 다스리는 데 주력했고, 2시간이 넘어가자 그제야 폭주하던 마력이 가라앉았다.
 번쩍!
 갑자기 감았던 그의 두 눈이 떠지고 무시무시한 안광이 한 자가 넘게 뻗어 나왔다. 그러나 눈꺼풀을 한 번 깜빡거리자 안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두 눈동자는 이전보다 훨씬 깊어져 있었다.
 「제자야,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구나.」
 “예, 스승님. 은둔 생활을 하며 마법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으음··· 조만간 구 서클에 오르겠구나.」
 “제가 스승님의 염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너라면 분명 이룰 것이라 난 믿는다.」
 그 후, 옻칠이 된 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파란색 가죽으로 된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책에 이 세상에는 없는 문자가 쓰여 있었다.
 ‘다크 매직··· 삼 년 만이로구나.’
 다크 매직은 9서클까지의 마법 주문과 수식이 쓰여 있는 마법서였다.
 다크 매직을 쓰다듬던 빈이 함의 뚜껑을 다시 닫았다.
 “스승님, 제가 오늘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같이 떠나시겠습니까?”
 「이곳에 있은 지 십 년이구나. 이젠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어.」
 “스승님께서 같이 가주신다고 하니 더 힘이 납니다.”
 「너를 통하여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이곳보다는 지루하지 않을 것 같구나.」
 “그건 그렇습니다. 나오너라, 나의 아공간아.”
 순간, 공간이 이지러지며 거대한 앤티크 문양의 문이 공중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조각상과 함을 로얄 칸에 넣어다오.”
 “예, 주인님.”
 알바트로스 조각상과 다크 매직이 들어 있는 함이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인님, 더 필요한 건 없습니까?”
 “그렇다. 그만 들어가거라.”
 “예, 주인님.”
 공간이 다시 이지러지며 아공간이 사라졌다.
 빈은 고개를 돌려 다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크, 너도 다시 부를 테니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어둠의 가디언 다크까지 사라지자 석실에는 빈 혼자뿐이었다.
 석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아직 약속 시간이 좀 남았기에 그는 천장을 보며 누워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빈이 스승을 만난 것은 19년 전이었다. 빈이 겨우 7살 때의 일이었다.
 
 빈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공간이 이지러지며 사람이 튀어나왔다. 아직 세상 물정에 대해 모르던 빈이었기에 그게 신기하게만 보였다.
 “우욱!”
 붉은 로브를 입은 자가 상체를 숙이며 검붉은 피를 내뿜더니 비틀거리면서 주저앉았다.
 “젠장! 여긴 어디지?”
 자신이 있던 세상보다 생명력이 5분의 1밖에 안 되는 곳이었다. 또한 우뚝 솟은 빌딩들과 자동차의 경음기 소리, 온갖 종류의 소음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아가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력을 일으켜 몸을 체크해보니 최악이었다.
 “으음··· 몸이 최악이야. 겨우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겠군.”
 8서클의 대마법사 사이먼은 멍한 표정이었다.
 “아저씨, 멋지다.”
 “으응?”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어린아이가 사이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아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가 살던 세상과 언어가 달랐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어린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으며 외쳤다.
 “통역!”
 그러자 어린아이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순간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아저씨, 아파?”
 “너 이름이 뭐냐?”
 “나는 김빈이에요.”
 “김빈? 좋은 이름이구나.”
 “응. 아저씨, 많이 아파?”
 “아, 아니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눈동자를 내려다보던 사이먼은 중대한 결심을 했다.
 “슬립!”
 스스슷!
 사이먼의 강제 수면 마법에 빈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사이먼은 빈을 가슴에 안아 놀이터의 으슥한 곳으로 이동했다. 마침 날도 저물어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스캔!”
 빈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억을 복사해 살펴본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도우심인가. 이렇게 제자를 나에게 내려 주시다니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사이먼은 빈의 머리에 손바닥을 붙이고 자신의 기억을 복사해 마법으로 강제 기억시켰다.
 츠츠츠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사이먼의 모든 기억이 빈의 뇌 속에 기억되었다.
 “기억을 전부 주입했으니 이젠 나의 영혼만 봉인해두면 되겠구나.”
 사이먼은 로브의 안주머니 속에서 지름 5센티미터의 크리스털을 꺼내었다.
 “나오너라, 나의 아공간이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렇다. 아공간이여, 내 영혼이 크리스털에 들어가면 너의 공간에 넣어다오. 그리고 이 아이가 성장하여 아공간을 찾으면 날 꺼내다오.”
 “예, 주인님.”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사이먼은 마법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스라비카··· 바이사이자구루··· 바카스라타··· 라나야쿨버··· 주러수버야······.”
 기이한 마법 주문은 15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사이먼은 입에서 검붉은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마법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라개나타··· 대가니가··· 새자르드나··· 영혼 봉인!”
 잠시 후, 그런 그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일어나더니, 스르륵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크리스털로 스며들었다.
 크리스털 속에 보라색 액체 같은 것이 조금씩 쌓여 가는 반면, 사이먼의 몸은 영혼이 강제로 빠져나가면서 생명력이 다해 부서지고 있었다.
 푸스스스!
 사이먼의 영혼이 완전히 몸에서 빠져나가 크리스털에 흡수되자, 그의 몸은 미세한 가루가 되어 미풍에 휘날려 흩어져 버렸다.
 우우웅!
 그리고 크리스털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다가 점점 약해지더니 사라졌다.
 그 후, 크리스털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사이먼의 아공간 속으로 들어갔고, 아공간도 임무를 완수했기에 사라졌다.
 마법으로 잠들어 있던 빈은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뜨고 일어났다.
 “어? 아저씨가 어디 갔지? 벌써 밤이네. 집에 가야지.”
 아무것도 모른 채 빈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 빈은 사이먼이 주입해주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법을 익히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남들 모르게 마법 수식과 주문을 떠올리며 배워나갔다.
 고등학교 졸업식 일주일 후, 부모님이 횡단보도를 건너시다가 그만 트럭에 치이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는 여동생 현아와 단둘이서만 살게 되었다.
 빈은 어쩔 수 없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지리산으로 수련을 위해 떠났다. 여동생 현아는 외할머니 집에서 돌봐주기로 했기에 가능했다.
 이때 빈은 마법이 2서클이었다.
 그는 지리산 천연 동굴에 자리를 잡고는 마법 수련에 들어갔다.
 스승 사이먼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매직월드’라는 것을 마법진으로 생성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마법의 경지를 끌어올리기 불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매직월드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했는데, 민족의 명산인 지리산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빈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막대한 마력을 끌어 모으는 일이었다. 이것을 위해서 그는 강제 마나 집적진을 그렸다.
 마나 집적진은 강제로 마나를 마법진으로 끌어 모으는 것을 말하는데, 빈은 마나 집적진을 무려 1백 개나 동굴에 그려 놓았다.
 그날 이후 엄청난 마나가 마법진에 모였고, 어떻게 하면 매직월드를 생성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빈은 한 달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매직월드는 마법의 공간으로, 현실 세상과는 시간 차이가 많이 났다. 현실의 하루가 매직월드에서는 1년이었다.
 빈은 매직월드를 생성한 후 마법 수련을 했는데, 현실의 1년 동안 수련했으니 매직월드 속에서는 무려 365년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사이먼의 수준 높은 마법 지식을 기억하고 있는 빈은 결국 성공했다.
 그는 매직월드 속에서 마법만 익힌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때 배웠던 중국 팔극권과 태극권, 유도, 태권도, 권투와 합기도까지 다양한 것들을 익혔다. 그리고 그것들을 매직월드 속에서 마법과 함께 수련했다.
 마나 집적진 1백 개가 끌어 모은 엄청난 마나를 매직월드 속에서 수련하면서 흡수했기에, 빈은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매직월드에서 나왔을 때는 마법이 8서클에 올랐으며, 하단전에 내공이 가득한 내공 고수가 되어 있었다.
 그때 빈은 아공간을 열어 스승 사이먼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마법사는 고사하고, 내공을 높은 수준까지 익힌 자들도 드물었다. 때문에 그는 마나 고리 5개만 남겨 두고, 3개의 마나 고리는 강제 봉인해버렸다. 이 정도만 되어도 괴물 같은 능력이었다.
 그 후, 빈은 수련한 동굴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고는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동생 현아는 외할머니 집에서 착실하게 교육을 받으며 자라고 있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는 곧 육군에 입대하게 되었고, 특전사에서 교관 생활을 거쳐 만기 제대를 했다.
 제대 후 외할머니 집에서 두 달간 생활하던 빈은 결국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반야봉 중턱에 통나무집을 짓고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빈은 깊은 회상에서 깨어났다.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전 6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쩌어억!
 암벽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갈라지며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왔다.
 “으음··· 이제 여길 떠나야겠군. 텔레포트!”
 츠파파팟!
 빈이 흩어지듯 사라지자 동굴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제2장 추적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오전 7시.
 국정원의 윤관수와 이현수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윤관수는 프랑스 지부의 요원이었는데, 마침 서울에 휴가차 나왔다가 상부의 명으로 김현아의 사건을 접하고 이현수와 함께 지리산을 찾았던 것이다.
 이현수는 김빈의 소재를 알고 있었고, 또한 이번에 프랑스 지부로 발령을 받았기에 그와 함께 프랑스로 가기 위해 나왔다.
 안타깝게도 김현아가 살해되었지만,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건은 아니었다.
 다만 태극 무공 훈장을 받은 김빈이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기에 약간의 편의를 봐줘 국정원 요원들과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된 것이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빈이 국제선 청사로 걸어 들어왔다.
 하드 케이스 여행용 가방이나 손가방 하나 없이 걸어오는 빈의 모습에 윤관수와 이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지방에 가더라도 저렇게 가변운 차림은 아니었다.
 출국 수속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빈은 환전소에서 프랑스 프랑으로 환전해 장지갑에 넣었다.
 국정원의 배려 때문인지 파리행 비행기는 일등석이었다.
 빈은 아무 말없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윤관수와 이현수는 그런 빈의 얼굴을 힐끔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우우웅!
 곧 비행기가 이륙했다.
 파리로 날아가는 동안 빈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13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윤관수와 이현수는 무척이나 무료하고 피곤했다. 두 사람은 두 끼의 기내식을 먹었지만, 빈은 조금도 먹지 않고 물만 한 컵 마셨을 뿐이다.
 윤관수와 이현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신문과 역사책을 간간이 보았다. 그러나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도 자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식사도 했지만 그래도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윤관수가 이현수에게 나직하게 속삭였다.
 “현수 씨, 저 김빈이라는 사람 정말 대단한데?”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비행기가 이륙할 때부터 지금까지 열 시간이 넘도록 여전히 눈을 감고 있지 않은가 말이야.”
 “아마 명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 모양입니다.”
 “명상?”
 “예, 저도 교관님께 명상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그래도 그렇지, 한두 시간도 아니고 무려 열 시간이야.”
 “그러니까 제가 교관님을 존경하는 것 아닙니까.”
 “가족이라고는 여동생이 유일했는데, 어이없게 살해당해 버려졌으니 마음이 어떨까?”
 “제가 직접 당한 것이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살해범이 눈앞에 있다면 때려죽이고 싶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예, 그럼요.”
 윤관수와 이현수가 그렇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프랑스의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 접어들었다.
 창문의 커튼을 올리자 샤를 드 골 국제공항의 풍경이 보였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는데, 약간의 안개도 끼어 있었다.
 잠시 후, 비행기에서 내린 빈은 간단한 입국 수속을 밟고는 공항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연락을 받은 프랑스 지부의 요원이 승용차를 대기시켜 둔 상태였다.
 쏴아아아!
 소나기였지만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프랑스 지부의 요원 박길호가 윤관수를 바로 알아보았다.
 “윤 선배님.”
 “아, 길호, 네가 나왔냐?”
 “예, 선배님.”
 “이쪽은 이현수 씨. 국정원에 들어온 지는 이 년 되었고, 서울에서 근무했었는데 이번에 프랑스 지부로 발령을 받아 이렇게 파리로 오게 되었어.”
 “그렇군요. 그럼 이분이 김현아 씨의 오빠인 김빈 씨입니까?”
 “그래. 김현아 씨 시신을 보러 오셨어.”
 “알겠습니다. 숙소를 마련해두었으니 일단 그곳으로 가시죠.”
 빈은 박길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현아가 있는 곳으로 바로 가고 싶습니다.”
 “지금 말입니까?”
 박길호가 윤관수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김현아 씨의 시신이 있는 콩코드 병원 영안실로 가겠습니다.”
 콩코드 병원은 콩코드 광장 인근에 있었다.
 차에 오른 박길호가 운전석에 오르자 윤관수는 조수석에 앉았고, 빈과 이현수는 뒷자리에 앉았다.
 부우웅!
 승용차는 파리 시내를 달려 목적지인 콩코드 병원의 영안실 앞에 정차했다.
 영안실 직원과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는 듯 이들은 바로 시신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냉동 보관된 시신이 이들 앞에 나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시신은 분명 김현아였다.
 “크으으! 현아야!”
 “······.”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빈은 동생의 시신을 안았다. 그런 그의 등 뒤에서 윤관수와 이현수, 박길호가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꾸욱!
 빈은 주먹를 꽉 쥐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켰다.
 “죄송하지만 현아를 저 혼자서 좀 더 보고 싶은데 자리를 비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그건······.”
 “부탁합니다. 이미 경찰에서 기본적인 조사를 했을 것 아닙니까? 십 분 정도면 되니까 그렇게 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윤관수는 빈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동료들과 병원직원에게 말해 모두들 영안실 밖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혼자 남게 된 빈의 눈에서 기이한 안광이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나의 여동생 현아야, 이 오빠가 왔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느냐?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마라. 이 오빠가 너의 복수를 해주마.”
 쪼옥!
 빈은 죽은 여동생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매직 메모리!”
 츠츠츠츠!
 빈의 두 눈에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김현아의 부릅뜬 두 눈에 스며들었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었다.
 김현아의 눈으로 흡수된 연기는 뇌로 퍼져 나가더니, 다시 휘돌아 눈으로 튀어나왔다.
 푸르스름하고 기이한 연기를 다시 눈으로 흡수한 빈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섬뜩했다.
 빈은 마법으로 죽은 여동생의 모든 기억을 흡수했기에 범인의 얼굴을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이젠 이 오빠를 믿고 안식에 들거라. 사랑한다, 나의 동생 현아야. 정말 정말 사랑한다.”
 두 눈의 실핏줄이 터졌는지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때, 영안실로 들어온 윤관수 일행은 빈의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을 보고 흠칫했다.
 ‘허억! 피눈물을 흘렸어.’
 ‘얼마나 슬픔이 컸으면······.’
 “윤관수 님, 죄송하지만 현아의 시신을 화장했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예.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다 했기에 화장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동생이 많이 추울 것 같은데 짖금 당장 따뜻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직원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윤관수는 영안실 직원과 잠시 대화를 해보더니 빈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화장장은 병원 옆에 붙어 있으니 바로 화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행이군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현아의 시신은 바로 화장장으로 이송되었다.
 활활활!
 거센 불길이 치솟으며 동생의 모습이 사라지는 걸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빈은 뒤돌아 먼 곳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김현아의 시신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스윽-
 정사각형의 나무 상자를 받아든 빈은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왔다.
 쏴아아아!
 하늘도 빈의 슬픔을 아는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윤관수가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후욱!
 담배 연기가 입에서 내뿜어져 공중으로 흩어졌다.
 박길호도 윤관수에게서 담배를 하나 건네받아 입에 물었다.
 빈은 현아의 유골이 들어 있는 나무 상자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다가온 이현수가 나직하게 말했다.
 “교관님, 이제 그만 숙소로 가시죠.”
 “음··· 그래야겠어. 우리 현아가 많이 추울 거야.”
 어느새 박길호가 주차해둔 차를 운전해와 멈추자, 윤관수가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는 조수석에 앉았다. 이현수와 빈이 뒷좌석에 타자 차는 다시 출발했다.
 부우웅!
 국정원의 배려로 마련되어 있는 숙소는 콩코드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호텔이었다.
 한국의 작은 모텔급이라 할 수 있는 실비아 호텔은 건물이 겨우 6층에 불과하며, 조용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끼이익-
 실비아 호텔 정문에 차가 멈추고, 윤관수와 이현수, 빈이 차에서 내렸다.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가 프런트에서 키를 받은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려 503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룸은 아담한 크기였지만 깨끗해 보였다.
 이현수가 빈을 향해 말했다.
 “교관님, 오늘은 아무 생각 하지 마시고 푹 쉬십시오. 내일 오전에 제가 공항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현수, 고마워.”
 “아, 아닙니다, 교관님. 그럼 푹 쉬십시오.”
 “윤관수 씨, 이렇게 여러 가지로 편의를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윤관수와 이현수가 나가면서 문을 닫아주었다.
 혼자 남게 된 빈은 유골함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그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얼굴에 맞으며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5분 정도 물줄기를 맞던 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몸에 비누칠을 하고는 씻어 내렸다.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는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으음··· 술이 없으면 오늘 밤은 잠들기 힘들겠군. 나오너라, 나의 아공간이여.”
 공간이 이지러지며 거대한 앤티크 문양의 문이 공중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오늘은 술 좀 마셔야겠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술을 선택하십시오.”
 “독한 보드카가 좋겠어.”
 공간이 이지러지며 보드카 한 병이 스르르 튀어나왔다.
 “주인님, 안주는 어떤 걸 드릴까요?”
 “필요 없어. 그냥 술만 있으면 돼.”
 “그럼 속 버리십니다.”
 “알아. 그래도 오늘만큼은 술에 취하고 싶어. 보드카 몇 병을 더 꺼내주고 들어가.”
 “알겠습니다, 주인님.”
 공간이 이지러지며 보드카 5병이 더 튀어나와 테이블에 놓여졌다. 그리고 곧 빈의 아공간은 공중에서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빈은 보드카 마개를 따더니 그대로 병나발을 불었다.
 벌컥벌컥!
 독한 보드카를 마치 물 마시듯 한 병을 비우고서야 내려놓았다.
 “크으! 제법 독하군. 하지만 취하지 않아.”
 독한 보드카를 6병이나 전부 마시고서야 취기가 올라왔다.
 곧 침대에 누운 빈이 외쳤다.
 “까마귀!”
 그러자 공간이 이지러지며 검은 옷에, 겉에는 갈색 로브를 걸친 2미터의 거구가 나타났다. 금발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까마귀, 그는 빈의 가디언이었다.
 까마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이 빈 병들을 처리해주고, 내 곁을 지켜라.”
 “예, 주인님.”
 마법을 이용하면 취기를 바로 해소할 수 있었지만 빈은 그러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잠들고 싶었다.
 곧 빈은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실비아 호텔, 아침 7시 22분.
 술에 취해 잠들었던 빈이 눈을 떴다.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스윽-
 화장대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22분이었다.
 “벌써 아침인가?”
 “예, 주인님.”
 “으음···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별일 없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수고했다, 까마귀. 들어가 쉬어라.”
 “예, 주인님.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알았다.”
 이내 까마귀가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머리가 욱신거리는 게 아직 숙취가 몸에 남아 있었다. 빈은 마력을 일으켜 몸속에 남아 있는 술기운을 전부 밖으로 배출했다. 그러자 몸이 다시 상쾌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날씨가 맑았다. 잠깐 잠들었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빈은 가운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가 막 티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손에 들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요?”
 “교관님, 저 이현수입니다.”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빈은 청바지를 마저 입고 문을 열어주었다. 정장을 입은 이현수가 문 앞에 서 있다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잘 주무셨습니까?”
 “그래, 잘 잤다.”
 “한국행 비행기가 오전 11시에 있습니다.”
 “현수, 너의 마음은 고맙다만, 난 당분간 이곳 파리에 남을 거다.”
 “예? 교관님, 그건······.”
 “걱정 마라. 사고를 치려는 게 아니라 우리 현아의 유골을 센 강에 뿌려 주고, 잠시 이곳에서 머리를 식히고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으음··· 그럼 제가 그동안 따라다니면서 가이드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니다. 너도 바쁠 텐데 나를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래도 교관님······.”
 “이제까지 신경 써준 것만 해도 충분하다.”
 “으음··· 알겠습니다.”
 이현수는 빈이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가 돌아가자 빈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먹은 후 실비아 호텔을 나섰다. 계산은 이미 이현수가 해놓았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센 강변으로 걸어간 빈은 아름다운 주위 풍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현아가 좋아할 만하구나.”
 유골을 뿌리기엔 주위의 눈들 때문에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빈은 한 건물로 들어가 마법을 캐스팅했다.
 “인비저빌러티!”
 그의 몸에서 순간 기이한 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투명화 마법을 펼쳐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건물 밖으로 태연히 걸어 나온 빈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더블 캐스팅을 펼친 것이다.
 그렇게 센 강의 공중에 둥둥 떠 있던 빈은 현아의 유골을 조금씩 강물에 뿌렸다.
 “현아야, 네가 좋아하는 파리의 센 강이야. 이곳에서 편안하게 잠들거라. 이 오빠가 너의 복수를 해주마.”
 현아의 유골을 센 강에 다 뿌린 그는 빈 유골 상자를 마력으로 재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유골 상자의 재까지 전부 센 강에 뿌린 뒤 강가로 날아와 내려섰다.
 그 후, 빈은 현아가 죽임을 당하고 버려졌던 하수도와 납치되었던 장소까지 돌아보았다.
 꾸욱!
 그는 세게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큭큭큭! 현아를 납치했던 놈들이 여섯 명이었군. 일단 이놈들부터 찾아 나서야겠지?”
 씨익!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을 보인 빈은 오른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더니 마력을 끌어올렸다.
 츠츠츠츠!
 그러자 곧 그의 손바닥에 모기와 유사하게 생긴 것들이 10마리나 생성되었다. 날개를 달고, 온몸이 검은색인 그것의 특이한 점은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나의 사랑스러운 페밀리어들이여, 놈들을 찾아라.”
 왜애애앵!
 날갯짓하며 공중으로 날아오른 빈의 페밀리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빈과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납치범 6명의 얼굴을 알고 있는 빈이기에 페밀리어들이 파리를 뒤져서 놈들을 찾아낼 것이다.
 “큭큭큭! 이제 페밀리어만 믿고 기다리면 되겠군.”
 저벅저벅!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걷던 빈은 노상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면서 기다렸다.
 
 정장을 입은 울리엘은 캔 콜라를 마시면서,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에펠탑 근처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울리엘은 182센티미터의 키에 호리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는 붉은 갈색이었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 약간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는 지금 은회색 정장에 반짝거리는 정장 구두를 신고 있어 무척 깔끔해 보였다.
 그는 파리에 있는 암흑가의 십대 조직 중 하나인 안토니 조직의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안토니 조직은 마약과 총기류를 불법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인신매매를 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인신매매한 여성들은 고급 술집에 납품하는데, 동양계 여성은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울리엘은 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동양계 여성들 중 예쁘게 생긴 여성들을 찾아내 조직원들에게 연락했고, 그렇게 하면 조직원들이 알아서 납치를 해오는 식이었다.
 오늘도 한 건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술 한잔하러 가는 길이었다.
 왜애애앵!
 그런데 모기가 한 마리 날아와 울리엘의 주위를 날면서 그의 얼굴과 몸을 확인하고는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때 노상 카페에서 원두커피와 초콜릿 무스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던 빈이 갑자기 씨익 웃었다.
 ‘큭큭큭! 반드시 죽여야 할 여섯 명 중 한 명의 위치를 벌써 찾았구나.’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빈은 옆 건물로 들어갔다.
 “인비저빌러티!”
 그리고 곧 빈의 모습이 투명화되었다.
 “플라이!”
 그 후,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는 페밀리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울리엘이 술집 퐁네프로 들어서자, 이미 먼저 와 있던 피에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이제 오냐?”
 “어? 먼저 와 있었네? 그레고리는 오늘 일이 있어서 못 와.”
 “그래? 그럼 우리 둘만 마셔야겠군. 피터, 우리 술 좀 줘.”
 배가 불룩 튀어나온 퐁네프의 주인 피터가 와인 잔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저번처럼 스카치위스키로 줄까?”
 “맛있는 수제 소시지와 치즈도 부탁해.”
 “알았으니 걱정 말라구.”
 울리엘과 피에르는 구석진 테이블로 가서 앉더니 둘만의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처척!
 빈은 술집 퐁네프의 길 건너편에 있는 3층 건물 옥상에 내려섰다.
 곧 울리엘의 등에 붙어 있는 페밀리어를 제외한 9마리의 페밀리어들이 모여들었다.
 빈이 손짓하자 한 마리의 페밀리어가 술집 퐁네프로 날아가, 열려진 창문으로 스며들어 안을 정찰했다. 천장에 매달린 등에 내려앉은 페밀리어는 울리엘과 피에르가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큭큭큭! 좋아. 아주 좋아.”
 반드시 복수해야 할 대상 6명 중에서 2명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복수의 시간이 다가왔기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반경 오 킬로미터 이내를 날아다니면서 정찰해라.”
 왜애앵!
 빈의 명령을 받은 페밀리어 8마리가 공중으로 다시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빈이 이렇게 명한 것은 확실하게 주위의 지형지물을 파악하려는 뜻이었다. 건물과 길을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울리엘과 피에르는 스카치위스키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2병 더 시켜서 나누어 마시고는 일어났다.
 약간 비틀거렸지만 기분이 좋은지 울리엘이 희죽 웃었다. 피에르도 기분이 좋은지 그와 어깨동무를 했다.
 울리엘은 피터에게 술값을 지불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렇게 술을 마시고, 인근에 있는 매춘부 마르소의 집으로 가고는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곳을 향해 걸었다. 마르소의 집에는 그녀의 매춘부 친구들이 함께 살고 있었기에 돈만 지불하면 되었다.
 “피에르, 술값은 내가 냈으니 이차는 자네가 내라고.”
 “알았어, 알았다고.”
 부우웅!
 공중으로 날아오른 빈은 소리 없이 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우측 골목길로 들어서더니 세 번째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건물의 5층이 마르소의 집이었다. 골목길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울리엘과 피에르의 머리 위에서 소리 없이 날던 빈이 나직하게 말했다.
 “슬립!”
 나직한 한마디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순식간에 아스팔트 바닥에 엎어져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빈은 수정구를 하나 꺼내더니 마법 주문을 중얼거렸다.
 츠츠츠!
 그에 수정구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이자,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그렇게 순식간에 두 사람을 빨아들였다.
 “큭큭큭!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서 너희들을 내가 직접 처리해주마.”
 그 후, 순간 이동 마법으로 빈의 모습이 사라졌다. 페밀리어가 주위를 정찰하면서 좋은 곳을 봐두었기에 그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루시 폐차장.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서 불과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이 폐차장은 30년 넘게 영업해오고 있었다.
 지금은 저녁 7시가 넘었기에 모두들 퇴근하고, 불도 꺼져 있어 컴컴했다.
 어느 순간, 폐차해야 할 차들이 쌓여 있는 곳의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빈이 튀어나왔다.
 “멋진 곳이군.”
 스윽-
 빈은 허리에 차고 있는 알바트로스 벨트에서 갈색 로브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는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은색의 가면을 꺼내 착용했다.
 그 후, 수정구를 꺼내 마법 주문을 중얼거리자 공간이 이지러지며 울리엘과 피에르가 튀어나와 바닥에 눕혀졌다. 아직도 슬립 마법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슬립 해제!”
 츠파파팟!
 울리엘과 피에르는 슬립 마법에서 해제되었지만 술에 취해 있었기에 몇 초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더니,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정신을 차렸다.
 “어? 내가 왜 땅에 누워 있지?”
 “아, 머리야.”
 울리엘과 피에르는 상체를 일으켜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모습에 빈이 양팔을 내밀어 그들의 머리를 콱 움켜쥐었다.
 “허억! 뭐야?”
 “넌 누구냐?”
 두 사람이 불어로 말을 했기에 빈은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통역!”
 순간 빈의 몸이 번쩍였다.
 사람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자, 울리엘과 피에르는 눈이 커지면서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큭큭큭! 네놈이 울리엘이고, 너가 피에르이지?”
 “그걸 어떻게? 넌 누구냐?”
 “내가 누구냐고? 난 너희 같은 놈들을 처리할 지옥의 사자다.”
 “뭐? 지옥의 사자?”
 보통 때 같았으면 농담이라 여겼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빈에게서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울리엘과 피에르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퍼퍼퍽! 빠악!
 곧 내공이 담긴 빈의 살인 주먹이 울리엘과 피에르에게 작렬했다. 얼마나 주먹 공격이 빠른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커억!”
 “우욱!”
 울리엘과 피에르는 부웅 날아가 쌓여 있던 차의 측면과 충돌한 후 바닥을 뒹굴었다.
 울리엘부터 일으켜 세운 빈은 위력적이고 빠른 주먹 공격을 또다시 퍼부었다. 샌드백처럼 정신없이 맞던 울리엘은 비틀거리다가 땅으로 고꾸라졌다.
 꿀꺽!
 그 모습에 공포에 질린 피에르는 침을 삼켰다.
 이어, 어느새 그런 그의 곁으로 접근한 빈의 주먹 공격이 퍼부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수십 대를 맞은 피에르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그때, 겨우 정신을 차린 울리엘이 일어났다.
 퍼퍼퍽! 빠악!
 그러자 공포스러운 빈의 공격이 다시 이어지고, 비틀거리던 울리엘의 팔을 붙잡고는 그대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멀쩡하던 팔이 도저히 꺾일 수 없는 각도로 꺾이면서 뼈가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덜덜덜!
 울리엘은 몸을 떨면서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상체를 일으키던 피에르는 이게 현실이 아니길 빌었지만 분명한 현실이었다.
 “으으! 도대체 왜 우리를?”
 빠악!
 빈의 강력한 발차기에 종아리를 맞은 피에르는 휘청거리면서 넘어지다가, 그만 다리가 엉켜 꺾여 버렸다.
 우지직!
 “크아아악!”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곳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울리엘은 팔이 부러졌고, 피에르는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제 대화할 분위기가 조성되자 빈이 이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빈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중세 수도승들이나 입는다는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오페라의 유령에서나 나오는 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양손에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피가 묻어 있어 섬뜩했다. 또한 19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키에 강인한 기운이 느껴졌고, 이미 눈앞의 사내가 강하다는 것을 충분히 몸으로 체험했다.
 스윽-
 빈은 김현아의 사진을 울리엘과 피에르가 잘 보도록 내밀었다.
 “이 여자를 알고 있나?”
 동시에 둘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지만 울리엘이 먼저 대답했다.
 “처음 보는 여자입니다.”
 “너는?”
 “저도 처음 보는 여자입니다.”
 “큭큭큭! 처음 보는 여자라고?”
 퍽퍽퍽! 빠악!
 다시 빈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커억!”
 “아아악!”
 사진 속의 여자는 2주 정도 전에 납치한 여자였기에 이 둘은 잘 알고 있었다.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매력적인 동양계 미인이었다. 더구나 유학을 온 것이라 머리도 똑똑하고, 몸도 탄력적인 게 최상품이었다.
 울리엘을 비롯해 피에르와 동료들은 밤새 번갈아가면서 그 여자를 성폭행했었다.
 그때 울리엘은 눈물을 흘리면서 성폭행 당하던 현아가 하는 말을 두 귀로 똑똑히 들었었다.
 
 “당신이 불쌍하군요.”
 “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빠가 당신들을 찾아올 것이에요. 그땐 오늘의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예요.”
 “킬킬킬! 정말 웃기는군. 날이 밝아 팔려 가면 넌 두 번 다시 햇빛을 보지 못할 거다.”
 “물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아요. 오빠가 나의 복수를 해줄 테니까.”
 “킬킬킬! 그래, 많이 복수해달라고 해라. 너의 오빠 이름이 뭐냐?”
 “김빈. 이름보다 별명을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오빠의 별명은 알바트로스예요.”
 “알바트로스? 골프할 때 쓰는 용어 말이냐?”
 “골프할 때 쓰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에 사는 새 이름이에요. 알바트로스가 오면 당신은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예요.”
 “킬킬킬! 너의 오빠가 나를 죽여 복수해준다?”
 “그래요.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 그때는 후회해도 늦을 거예요.”
 “킬킬킬! 알았다, 알았어.”
 김현아의 말이 자극이 되었는지 울리엘은 더욱 거칠게 그녀를 몰아붙이면서 욕정을 채웠었다.
 
 무지막지하게 얻어맞던 울리엘은 갑자기 알바트로스라는 말이 떠올랐다.
 씨익!
 그때 빈이 공포스럽고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정체가 궁금하겠지? 이름은 몰라도 된다. 하지만 내 별명은 알려 주지. 난 알바트로스라고 한다.”
 콰앙!
 피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울리엘은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극심한 공포가 몰려왔다.
 덜덜덜!
 그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마구 몸을 떨었다. 이마에서는 연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얼마나 공포에 질렸으면 입에서 질질 흐르는 침을 닦을 생각도 못했다.
 피에르는 동료인 울리엘이 공포에 몸을 떨어대자, 그제야 그가 뭔가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피에르는 안주머니에 넣어둔 권총을 재빨리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빈의 외침이 한발 빨랐다.
 “홀드 퍼슨!”
 갑자기 울리엘과 피에르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포박 마법으로 인해 두 사람은 몸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 후, 로브 속에서 수정구를 꺼낸 빈은 울리엘의 얼굴 앞으로 내밀어 매직 메모리 마법으로 울리엘의 기억을 복사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피에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 울리엘과 똑같은 방법으로 피에르의 기억도 복사해 수정구 속에 저장했다.
 빈은 놈들의 품속을 뒤져 권총과 지갑을 꺼냈다.
 권총에는 실탄이 6발씩 들어 있었다. 지갑 속에는 신용카드 2장과 약간의 현금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들을 꺼내고 빈 지갑만 다시 넣어주었다.
 화르르!
 마법의 불길이 일어나면서 신용카드와 현금이 재가 되어 바람에 휘날려 흩어졌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사람 손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고 동료들에게 말한다면 분명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웠다. 다시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구나.”
 “······.”
 울리엘과 피에르는 살려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혀가 굳어 있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빈은 피에르에게 다가가 그의 손가락을 잡아 비틀었다.
 우두둑!
 손가락은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부러졌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빈은 손가락과 팔다리를 차례대로 부러뜨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울리엘은 극심한 공포에 오줌을 싸버렸다.
 “울리엘, 뭘 이 정도로 놀라고 그래?”
 ‘사, 살려 주세요!’
 울리엘은 소리쳐 말했지만 입 밖으로 말소리가 흘러나오지는 못했다.
 우두둑!
 ‘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마구 질렀지만 비명 소리 역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빈은 울리엘과 피에르를 처참할 정도로 망가뜨렸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인비저빌러티!”
 그러던 어느 순간, 빈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가 울리엘과 피에르의 뒷덜미를 잡고 있었기에 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플라이!”
 공중으로 떠오른 빈은 공중을 날아 차들이 다니는 도로의 인도에 내려섰다.
 밤이었기에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차들은 제법 많았다.
 빈은 포박 마법에 걸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울리엘과 피에르를 인도에 앉도록 한 후, 이들의 권총을 손으로 잡도록 했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정신은 멀쩡했기에 빈이 왜 이런 걸 시키는지 어리둥절했다.
 탕탕탕! 타탕!
 그때 울리엘과 피에르가 지나가는 차들의 타이어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5발씩 모두 10발의 탄환을 발사하고 2발은 남겨 두었다.
 퍼엉!
 지나가는 차들의 타이어가 뻥 터지면서 차들이 미끄러졌다.
 끼이익- 콰쾅!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에 큰 충돌은 아니었지만, 연쇄적인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에 주위는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그제야 빈이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지만,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서 권총을 발사한 울리엘과 피에르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저들이야!”
 “미친놈들! 어디에다 총질이야?”
 애애앵!
 경찰차가 신고를 받고 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인근을 통제했다.
 빈은 뒤로 물러나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권총을 든 팔을 내리고 싶었지만, 팔이 마비되어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경찰들이 대치한 가운데 한 경찰관이 외쳤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어서 권총을 내려라!”
 “권총을 내려라!”
 울리엘과 피에르는 누구보다도 권총을 내리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이, 이런 미친놈들!”
 “저놈들 혹시 마약한 게 아닐까요?”
 “보면 몰라? 마약 안 하면 저러겠어?”
 경찰들이 여러 번이나 권총을 내리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타탕!
 그때 울리엘과 피에르가 또다시 각각 한 발씩의 실탄을 발사했다.
 이들은 결코 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빈이 마력으로 발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으음··· 이젠 어쩔 수 없어. 제압해!”
 “저격수들은 저놈들을 사살해!”
 타탕!
 2발의 총성이 울리고, 이마에 총을 맞은 울리엘과 피에르는 눈을 부릅뜨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내가 이렇게 당하는 건가?’
 경찰들도 언제까지 대치할 수만은 없었기에 사살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울리엘과 피에르는 경찰에게 사살되었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빈은 씨익 웃었다.
 “내가 죽일 수 있었지만, 나쁜 놈이니 경찰에게 기회를 준 거야.”
 삐뽀삐뽀!
 사살된 울리엘과 피에르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날의 사건은 특종으로 뉴스에 방송되었다.
 
 쾅!
 테이블을 내리친 안토니는 루이슨을 노려보았다.
 “루이슨, 이게 말이 되나?”
 “죄송합니다, 보스.”
 “부하들 하나 단속하지 못하고 뭐 한 거야?”
 “가끔씩 술을 마시긴 해도 울리엘과 피에르가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보스.”
 “경찰들이 우리 조직을 주시하고 있으니까 당분간 부하들 단속을 잘해야 할 거야.”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스.”
 “에잉! 그만 나가봐.”
 “예, 보스.”
 화가 치민 안토니는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딸깍!
 그리고는 라이터로 시가에 불을 붙였다.
 뻑뻑! 후욱!
 그는 벽에 걸린 풍경화를 보며 시가를 피웠다.
 머릿속은 온통 울리엘과 피에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에 대한 것들로 가득했다.
 
 보스의 집무실에서 나온 루이슨은 안토니 조직의 이인자였다. 그는 아침부터 보스의 호된 꾸지람을 들어 얼굴이 굳어 있었다.
 자신도 뉴스를 보았기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몰래 마약을 했나?”
 일단 울리엘과 피에르의 가족에게 말한 후 녀석들을 부검해보기로 했다.
 
 한편, 제라르는 자신의 인력 사무실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사무실에는 제라르를 비롯해 그레고리, 에드문드, 조르주까지 모여 있었다.
 우측 뺨에 칼자국이 있는 제라르는 친구들을 한 차례 스윽 살펴고는 입을 열었다.
 “으음··· 어젯밤에 울리엘과 피에르가 죽었어.”
 “나도 뉴스를 봤어.”
 “술 처먹고 미친 짓을 했다니까.”
 에드문드와 조르주가 한마디씩 했지만, 그레고리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제라르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아. 그레고리, 넌 뭐 좀 아는 것 있어?”
 “어젯밤에 울리엘과 피에르에게 같이 퐁네프에서 술을 마시자는 연락을 받았는데, 납치한 여자를 넘기느라 못 갔어.”
 “퐁네프에서 술을 마시면 마르소의 집으로 가는데, 확인해봤어?”
 “안 그래도 어젯밤 뉴스를 보고 바로 마르소의 집에 연락해봤는데 거긴 안 왔다고 했어.”
 “으음··· 정말 이상하군.”
 “내 생각도 같아.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이유가 없어.”
 “으음··· 그럼 그레고리가 울리엘과 피에르의 가족들과 친분 관계가 있으니, 오늘 오후에 부검을 한다니까 거길 가서 좀 더 알아봐.”
 “알았어, 제라르.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어.”
 “좋아. 그럼 울리엘과 피에르의 일은 그레고리가 다녀오면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제 지난주 사업에 관해 말해주지.”
 “제라르, 지난주에는 아홉 명이나 되었으니 짭짤하지? 그치?”
 “이거 나도 기대되는데?”
 에드문드와 조르주가 한마디씩 하자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만 오천 프랑에 넘겼어. 이번에는 각자 만 프랑씩 가지고, 오천 프랑은 보관해둘게.”
 “하하하! 좋았어.”
 “오오! 만 프랑이라니, 저번 주가 최고였어.”
 에드문드와 조르주가 아주 좋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둘은 하루의 대부분을 빈둥빈둥 놀면서 시간을 때우는 게 일이었다.
 그레고리는 작은 가방 가게를 하고 있었기에 실업자는 아니었지만, 수입은 겨우 먹고사는 정도였다.
 그나마 친구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는 제라르였다.
 공사장에 인부를 지원하는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한 달에 각종 비용을 제하고 5천 프랑 정도 벌었는데, 1년 전부터 사업이 부진하며 적자가 나면서 어려워졌다.
 사업 부진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던 제라르에게 그레고리가 멋진 신규 사업을 제안해왔었다. 그것은 바로 인신매매단이었다.
 그레고리의 설명을 들은 제라르는 즉시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6인조 인신매매단을 비밀리에 조직해서 파리에 온 여행객들이나, 아시아에서 유학 온 여학생들을 납치해 고급 술집에 팔아넘기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6개월이 되었지만 수입은 매우 좋았다.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 일단 여자를 납치해 팔기만 하면 돈이 생겼다.
 그런데 수요는 넘치는데 여자들이 부족했다. 특히 미국인보다 동양계 여성들이 더 수입이 높았다. 아무래도 동양계 여성들은 신비감이 있어서 고급 술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인신매매 사업으로 자금이 풍부해지자 제라르는 인력 사무소의 적자를 해소했다. 그리고 한 달 전부터는 인력 사무소도 제법 잘 돌아가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날로 사업이 번창 중인데 느닷없이 동료이며 친구인 울리엘과 피에르가 미친 짓을 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어버렸다.
 울리엘과 피에르는 안토니 조직의 조직원이었고, 인신매매는 일종의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조직원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인신매매의 수익이 훨씬 높았다.
 
 저벅저벅!
 두 사람이 콩코드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빈과 캐주얼 차림의 금발 남자였다.
 빈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금발의 남자는 아니었다. 금발의 남자는 너무 평범해서 금방 잊어버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까마귀, 어떠냐?”
 “낮에 이렇게 걸어 다니니까 기분이 새롭습니다.”
 “얼굴을 평범하게 만든 건 어때?”
 “낯설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하긴 마음대로 얼굴이 변할 수 있는 까마귀니까 부럽군.”
 “저는 주인님의 강인함이 더 부럽습니다.”
 “그건 그렇고, 놈들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이 근처에 한 놈이 매일같이 온다더군.”
 “그렇습니까?”
 “야마카시라는 엑스 게임을 즐기는 놈인데, 제법 몸놀림이 빠를 거야.”
 “주인님, 야마카시는 어떤 겁니까?”
 “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새로운 게임이야. 약 십 년 전부터 프랑스 뒷골목에서 음성적으로 퍼져 나간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로, 고공 점핑, 빌딩 클라이밍, 로프 타기 등 고난도의 스턴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지.”
 “그래봐야 한계가 있는 육체입니다만, 저는 아닙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까마귀 너와 붙어서 이길 인간은 없어.”
 “제 능력을 믿어주시는군요.”
 “당연하지. 널 내가 창조했는데 모를까?”
 스윽-
 말을 하던 빈이 손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금발의 남자, 에드문드였다.
 “주인님, 저 금발 놈입니까?”
 “그렇다. 이름이 에드문드라고 하더군. 놈을 자극해 인근의 아파트 공사장으로 유인해.”
 “예, 알겠습니다.”
 까마귀는 태연하게 야마카시를 하고 있는 자들 곁으로 지나가면서 고의적으로 어깨를 부딪쳤다.
 “뭐야?”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어깨를 부딪힌 자는 거구인 까마귀의 모습에 겁을 먹었다. 그가 주춤거리자 까마귀는 어느새 주먹을 날렸다.
 퍼억!
 “아악!”
 코뼈가 그대로 부러지면서 주르륵 코피가 쏟아졌다.
 “허엇?”
 “뭐, 뭐야?”
 동료들이 까마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겁을 집어먹어야 정상이건만 까마귀는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퍼퍼퍽! 빠악!
 “크억!”
 “아아악!”
 “아욱!”
 그렇게 6명을 순식간에 때려눕혔다.
 가라데를 익힌 에드문드는 야마카시 동료들이 전부 쓰러지자 앞으로 나섰다. 그가 재빨리 접근해 주먹을 날리자,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피하던 까마귀가 슬슬 뒷걸음질 치면서 물러났다.
 에드문드는 상대가 자꾸만 피하자 화가 치밀었다. 적당하게 약을 올린 까마귀는 이내 도망쳤고, 에드문드는 그를 추격해왔다.
 야마카시라는 게 고공 점핑, 빌딩 클라이밍 같은 고난도의 스턴트 기술을 펼치는 게임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에드문드는 능숙하게 까마귀를 추격했다.
 에드문드의 공격을 슬슬 피하면서 달아나던 까마귀가 인근의 아파트 공사장까지 이동했다. 2주 전에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잠시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아파트의 6층까지 이동한 까마귀는 유인이 성공하자 뒤돌아섰다.
 에드문드는 까마귀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베란다에 서 있는 모습에 씨익 웃었다.
 “이제 어디로 도망칠 테냐?”
 “어리석은 놈이군.”
 “뭐라고?”
 “널 이곳까지 유인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뭐? 그게 무슨 말이냐?”
 “그거야 곧 알게 되겠지.”
 후우웅!
 콘크리트 바닥을 박차고 순식간에 접근한 까마귀가 에드문드에게 주먹을 날렸다.
 스팟!
 에드문드는 상체를 흔들어 피했는데, 까마귀의 주먹이 얼굴을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칼날에 베인 것처럼 주르륵 피가 흘러나왔다.
 “으응?”
 “야마카시를 배운 놈이라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허접한 놈이었구나.”
 “이! 죽여 버리겠다!”
 화가 치민 에드문드는 가라데 기술을 펼치며 까마귀를 공격했다. 그러나 인간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벗어난 까마귀에게 그의 공격은 느려도 너무 느렸다.
 까마귀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인간처럼 숨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겉은 인간의 몸이지만, 몸속에는 오장육부 같은 장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의 몸속에 있는 건 오직 하나, 마력을 담아둘 수 있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또한 빈의 창조 마법으로 탄생한 생명체이기에 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습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까마귀의 생명력이 담긴 용기, 즉 라이프 베슬은 빈의 아공간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에드문드가 내뻗은 주먹을 감아쥔 까마귀는 그대로 비틀어버렸다.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터졌다.
 “으아악!”
 에드문드는 자신의 팔이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눈이 커졌다. 한 번도 팔이 부러져 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지독한 고통을 느낄 줄은 몰랐다.
 퍼퍽! 빠악!
 연달아 터진 까마귀의 주먹 공격에 배와 옆구리, 얼굴을 맞은 에드문드는 부웅 날아가 떨어졌다.
 “끄으으! 넌 누구냐?”
 “넌 질문할 자격이 없다.”
 공중으로 도약해 한 바퀴를 돈 까마귀는 쓰러져 있는 에드문드를 향해 발로 내려치기를 시도했다.
 그 모습에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한 에드문드는 옆으로 몸을 굴렸다. 팔이 부러져 지독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콰앙!
 콘크리트 바닥이 움푹 파이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엄청나게 위력적인 내려치기였다.
 ‘우! 저것에 맞았다면 끝장났겠어.’
 겨우 상체를 일으킨 에드문드는 방어 자세를 잡기도 전에 다가온 까마귀의 공격에 다시 집중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퍼퍼퍽! 빠악!
 얼마나 주먹이 빠른지 손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커억! 그··· 그만······.”
 까마귀는 좀 더 공격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에드문드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쪽 발목을 부러뜨렸다.
 우지직!
 “아악! 내 다리······!”
 팔과 발목이 부러지자 에드문드는 바닥을 뒹굴었다. 이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그에게는 없었다.
 저벅저벅!
 그때,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와 에드문드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낯선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에드문드를 내려다보던 빈이 저음으로 말했다.
 “에드문드, 조르주를 이곳으로 불러라.”
 “끄으! 당신은 누구십니까?”
 콰악!
 빈은 에드문드의 목을 발로 누르며 살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만 더 질문하면 남은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
 꿀꺽!
 섬뜩한 그 말에 공포를 느낀 에드문드는 휴대폰을 꺼내 조르주에게 연락을 했다.
 (에드문드, 어디야?)
 “콩코드 광장 인근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이다.”
 (거긴 왜 간 거야?)
 “넌 지금 어디 있어?”
 (난 콩코드 광장이야.)
 “그럼 이곳으로 와. 아파트 육 층으로 오면 돼.”
 (알았다. 금방 간다.)
 휴대폰을 받아든 빈은 에드문드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그의 모습에 에드문드는 흠칫했다.
 스윽-
 그 후, 빈은 수정구를 꺼내 매직 메모리 마법을 펼쳐 에드문드의 머릿속에 든 기억을 복사했다.
 신기한 현상에 에드문드는 멍한 표정이었다.
 뻐억!
 그리고 그때, 강력한 빈의 주먹에 턱을 맞은 에드문드는 눈동자가 돌아가면서 기절해버렸다.
 빈은 태연하게 기절한 에드문드의 소지품을 꺼낸 후 마력을 일으켰다.
 “큭큭큭! 세상에서 널 완전히 지워주마. 플레어!”
 화르르!
 초고열의 불꽃이 그의 손끝에서 내뻗어져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그러자 순간 불길에 휩싸인 에드문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재가 되어버렸다.
 푸스스스!
 초고열에 에드문드의 뼈도 가루가 되어 빈의 마력에 공중으로 휘날리면서 흩어져 버렸다.
 에드문드의 동료인 조르주가 도착하려면 멀었기에, 그동안 빈은 에드문드의 기억을 흡수한 수정구를 보며 기다렸다.
 잠시 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조르주가 아파트 6층으로 올라왔다.
 “어? 당신들은 누구야?”
 “어서 오너라, 조르주.”
 조르주는 낯선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자 당황했다.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이들이었다.
 “당신 누구야?”
 “그건 조금 있다가 알려 주지. 까마귀, 놈을 이리로 끌고 와.”
 빈의 말에 까마귀가 순간 이동으로 조르주의 등 뒤에 나타나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등을 얻어맞은 조르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웅 날아가 떨어졌다.
 “크윽!”
 그런 그의 등 뒤로 다가온 까마귀가 내려 차기를 했고, 위기감을 느낀 조르주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콰앙!
 콘크리트 바닥이 깨지면서 파편이 튀었다.
 무시무시한 발차기에 조르주는 눈이 커졌다. 이제껏 한 번도 이런 자를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홍콩 영화에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그 물음에 한쪽에 서 있는 빈이 대답했다.
 “그건 나중에 알려 준다니까.”
 조르주는 권총을 꺼내들고는 까마귀를 겨누었다. 제법 무술 실력이 뛰어나지만, 총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흐흐흐! 네놈들이 누군지 알아봐야겠군.”
 까마귀가 주춤거리자 자신감을 얻은 조르주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 누구냐? 어느 조직에서 보냈지?”
 “큭큭큭! 난 널 죽이러 왔다.”
 “그럼 킬러냐?”
 “킬러? 미안하지만 아닌데?”
 “그럼 정체를 밝혀라.”
 “내 정체를 알려고 하면 죽는데?”
 “무슨 헛소리냐? 어서 정체를 밝혀!”
 “좋아. 이 주 전에 동양계 여자를 하나 납치한 적 있지?”
 빈의 말에 조르주는 한 미녀가 떠올랐다. 그러나 모른 척하고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게 왜?”
 “흥! 너에게 강간을 당하면서도 분명 이렇게 말했을 거야. 오빠가 복수해줄 거라고 말이야.”
 “허억! 그럼 넌 알바트로스?”
 “맞아. 난 알바트로스로 불리기도 하지.”
 “으으! 이런 개 같은 일이!”
 조르주는 김현아를 납치한 날 동료들과 함께 집단 강간을 했었다.
 동양계 여성들 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미모를 가진 여자였는데, 금방 몸이 달아오를 정도로 멋진 몸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한 번 정도로 그쳤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흥분하여 무려 네 번이나 강간을 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명을 더 강간했지만, 김현아만큼 흥분되는 여자는 없었다.
 그날 김현아를 강간할 때 그녀가 분명하게 말했었다. 오빠가 찾아올 거라고, 반드시 자신의 복수를 해줄 거라고.
 이름도 말했는데 동양계 이름이라 금방 잊혔지만, 알바트로스라는 별명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조르주는 골프를 좋아했기에 골프 용어로 사용하는 알바트로스를 모를 리 없었다.
 ‘으음··· 어떻게 날 추격해온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조르주는 김현아를 납치한 날 실컷 욕정을 채운 후 고급 술집에 팔아 넘겼다.
 그날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2주 정도 지났을까? 신문과 방송에서 하수도에 버려진 김현아의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김현아가 남긴 말이 잊히지 않아서 찜찜했는데, 오늘 진짜로 그녀의 오빠가 나타나자 섬뜩했다.
 “으으! 날 어떻게 찾은 것이지?”
 “그것이 알고 싶나? 그렇다면 말해줘야지. 어제 울리엘과 피에르가 죽었지?”
 “허억! 그럼 네가?”
 “그렇다. 내가 수를 좀 썼지. 그리고 조금 전에는 말이야, 야마카시를 즐기는 에드문드라는 놈을 이곳으로 유인해 처리해버렸지.”
 “그, 그럴 리가?”
 스윽-
 빈은 에드문드의 지갑과 소지품 몇 가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으으! 진짜였어!”
 “자, 이젠 네 차례야.”
 “흥! 난 쉽게 당하지 않아. 너희들이 제법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것 같지만 그래도 난 권총을 가졌어.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큭큭큭! 조르주, 넌 지금 심각하게 착각하고 있구나. 겨우 그 권총으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뭐라고?”
 “어디 자신 있는 그 권총으로 날 쏴봐라.”
 “이이! 이놈이!”
 타탕!
 조르주는 빈의 정체를 대충 알게 되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권총의 탄환을 2발이나 발사했다. 그러자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가볍게 피한 빈이 씨익 웃었다.
 “겨우 이거냐?”
 퍼퍽!
 2발의 탄환은 빈의 등 뒤에 있는 콘크리트 벽에 박혔다.
 겨우 1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발사된 탄환을 빈이 피해버리자 조르주의 눈이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되지, 조르주.”
 빈의 놀림에 흥분한 조르주는 다시 권총을 겨누고는 연속으로 탄환을 발사했다.
 타타타탕!
 무려 4발이나 발사했지만, 빈은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흔들어 전부 피해버렸다.
 “큭큭큭! 조르주, 잘 보고 쏴야지. 이제 겨우 두 발 남았는데. 안 그래?”
 “으으! 총알을 피하는 자가 있다는 건 못 들어보았는데······.”
 까마귀는 한쪽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렇게 서 있었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본 조르주는 잘되었다는 판단에 재빨리 까마귀에게 한 발의 탄환을 발사했다.
 타앙!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날아간 총알은 정확하게 까마귀의 가슴에 명중되었다.
 “하하하! 한 놈 잡았다. 아니!”
 “······.”
 까마귀가 쓰러져야 정상인데 그는 그대로 서 있었고, 오히려 태연하게 가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박힌 총알을 꺼냈다. 그럼에도 한 방울의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 이게?”
 “이봐, 아까운 총알을 왜 낭비하는 거야?”
 “으으! 넌 귀신이냐, 사람이냐?”
 이제 권총의 실탄은 한 발뿐이었기에 조르주는 긴장했다.
 주르륵!
 땀방울이 이마에서 뺨을 타고 턱까지 굴러가더니 떨어졌다.
 빈은 씨익 웃으며 허리에 양손을 척 걸쳤다. 그 모습에 화가 치민 조르주는 마지막 실탄을 그에게 쏘았다.
 타앙!
 빈이 멍청하게 그대로 서 있었기에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티잉!
 고속으로 날아간 실탄이 빈이 펼친 보호막에 의해 불꽃을 튀기며 튕겨졌다.
 “쯔쯔쯔! 이런, 이런. 실탄 여덟 발을 전부 사용해버렸군?”
 “아주 멍청한 놈입니다, 주인님.”
 “멍청하니까 내 계략에 속은 거지.”
 “그렇군요. 주인님의 계략은 따라올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천재잖아.”
 빈과 까마귀가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조르주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후우웅!
 그때, 10미터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힌 빈이 그를 어깨로 받아버렸다.
 뻐억!
 “크아악!”
 뒤로 훨훨 날아간 조르주는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고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곧 빈이 곁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더니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하지만 빈은 간단하게 머리를 흔들어 스트레이트를 피했다. 발차기까지 날렸지만 빈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하자 그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긴 6층이라 뛰어내릴 수도 없었고, 출구는 올라왔던 계단이 유일한데 2미터나 되는 거구의 까마귀가 지키고 서 있으니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상대인 알바트로스라는 별명을 가진 자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으! 어떻게 도망치지?’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자 그가 잔머리를 굴린다고 판단한 빈은, 어느새 조르주의 곁으로 접근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빠른 주먹을 날렸다.
 퍼퍼퍽! 빠악!
 눈앞이 번쩍하더니 순간적으로 10여 대를 맞은 조르주는 눈동자가 풀리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끄으으! 그··· 그만······.”
 조르주는 코뼈가 주저앉아 코피를 주르륵 흘렸고, 치아도 3개나 부러졌다.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불어터진 만두가 떠오를 정도였다.
 그 후, 빈은 조르주의 팔을 잡고 뒤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섬뜩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으아악!”
 그러나 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을 들어 조르주의 왼쪽 발목을 밟았다.
 콰지직!
 그러자 자동차 바퀴에 발목이 깔린 듯, 발목뼈가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크아악!”
 팔과 발목에서 치밀어 오르는 극심한 고통에 조르주는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어쩌면 기절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이어, 수정구를 꺼내든 빈은 매직 메모리 마법을 펼쳐 조르주의 기억을 복사했다.
 “큭큭큭! 오늘로써 네 명이군. 이제 현아를 납치한 자들은 두 명 남았구나.”
 빈은 조르주의 품속을 뒤져 소지품과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기절한 그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마법을 캐스팅했다.
 “좀 더 패주고 싶지만 그냥 지옥으로 보내주마. 플레어!”
 화르르!
 초고열의 불꽃이 그 손끝에서 내뻗어져 일직선으로 쏘아지자, 초고열의 불길에 휩싸인 조르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어버렸다.
 푸스스스!
 조르주의 유골은 빈의 바람 계열 마법으로 인해 먼지처럼 공중에서 휘날리더니 흩어져 버렸다.
 
 
 제3장 공포의 밤
 
 
 제라르 인력 사무소.
 소파에 앉은 제라르는 초조한지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으음··· 왜 이렇게 초조한 거지?”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초조했다.
 “나에게 치명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어. 뭘까?”
 덜컹!
 그때 인력 사무소의 문이 열리면서 그레고리가 들어왔다. 제라르는 그의 얼굴을 보자 약간 안심이 되었다.
 “그레고리, 갔던 일은 어찌 되었어?”
 “으음··· 제라르,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이상한 일? 그게 뭔데?”
 “울리엘과 피에르의 부검 결과, 분명하게 저격병의 저격총에 맞아 죽었어.”
 “그거야 뉴스에도 그렇게 나왔잖아?”
 “그래. 그··· 그런데 말이야······.”
 더듬거리는 그레고리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제라르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레고리, 뭔데 이렇게 말을 더듬고 그래?”
 “울리엘과 피에르가 누구에게 심하게 맞은 건지 온몸에 멍이 들어 있고,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 있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았단 말이야.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울리엘과 피에르의 팔목과 발목이 심하게 부러져 있고, 손가락도 전부 부러져서 도저히 권총을 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야.”
 “뭐라고? 그럼 울리엘과 피에르가 어떻게 총을 쏜 것이지?”
 “그게 나도 이해가 안 돼. 온몸을 심하게 맞아서 중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인도에 앉아서 총질을 하겠어? 그리고 부검 결과 술은 조금 마신 것 같은데 마약은 하지 않았어.”
 “그레고리, 그럼 이게 어찌 된 거야?”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울리엘과 피에르가 권총을 발사한 걸 목격한 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야.”
 “으음··· 알 수 없군, 알 수 없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야.”
 “그레고리, 울리엘과 피에르는 그렇다고 쳐도, 조르주와 에드문드가 연락이 안 돼.”
 “뭐라고? 언제부터?”
 “부하들의 말로는 오늘 오전부터라고 했어.”
 “으음··· 에드문드는 야마카시를 하고 있을 건데?”
 “나도 알아. 그래서 수하들을 보내 알아보았더니, 어떤 거구가 시비를 걸어 인근의 아파트로 함께 들어갔다는 거야.”
 “뭐? 그래서?”
 “그 이후에는 에드문드를 본 사람이 없어. 더구나 에드문드의 연락을 받고 조르주도 어디론가 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어.”
 “으음··· 제라르, 그렇다면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보통 일이 아니라니, 무슨 말이야?”
 “생각해봐. 어제는 울리엘과 피에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짓을 했어. 그리고 오늘은 에드문드가 어떤 거구와 시비가 붙어 사라졌어. 그리고 다음은 조르주. 이제는 제라르 너와 나뿐인데 말이야.”
 “으음···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내 생각으로는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
 “으음··· 이거 느낌이 좋지 않아. 그레고리, 우리 당장 스위스로 피하자.”
 “스위스?”
 “그래. 여유 자금은 충분하니까 그곳에서 당분간 피해 있으면서 사태를 지켜보자.”
 “알았어. 그럼 나는 나가서 가방 가게를 마틸다에게 부탁하고, 여행 경비를 가지고 올게.”
 “이곳으로 올 필요 없어. 스위스행 때제베 고속 열차를 타야 하니까 파리 역으로 와.”
 “알았어. 두 시간이면 돼.”
 “아니, 한 시간 삼십 분 이내로 와. 만약 네가 안 오면 나 혼자서라도 갈 거야.”
 “알았어, 제라르.”
 그레고리가 인력 사무소를 나가자, 혼자 남은 제라르는 금고문을 열어 그 안에 들어 있는 현금 30만 프랑을 가방에 넣었다.
 그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하드 케이스 여행용 가방을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그것을 꺼냈다. 가방 속에는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과 속옷이 들어 있었다.
 스윽-
 이어, 금고 속에 들어 있는 권총 2자루를 꺼내 각각 정장 안주머니와 등 뒤에 꽂았다.
 “으음··· 이 권총을 사용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 후, 제라르는 인력 사무소 앞에 주차해둔 승용차를 타고 파리 역으로 달렸다.
 
 한편, 그레고리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방 가게로 들어섰다. 그는 고용한 지 일 년이 넘은 여직원 마틸다에게 며칠간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하고는, 가방 가게 뒤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하드 케이스 여행용 가방에 입을 옷과 속옷을 챙겼다.
 또한 개인 소형 금고 속에 넣어두었던 현금 20만 프랑과 금고의 가장 밑에 넣어두었던 권총 한 정도 꺼냈다.
 12발의 실탄이 들어 있는 탄창을 권총에 끼워 넣은 그는 그것을 등 뒤에 꽂았다.
 “자, 이제 당분간 피해 있으면 돼.”
 그레고리는 신속하게 가방 가게를 나선 후, 주차해두었던 소형차에 탔다.
 왜애앵!
 그때, 시커먼 모기 한 마리가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와 그레고리의 소형차 유리창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모기의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심상치 않았다.
 부우웅!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서인지 차는 속도가 금방 올라가 차들의 물결 속에 스며들었다.
 그레고리는 운전을 하면서 룸미러를 통해 누군가 미행하는지 살펴보았지만 그런 차는 보이지 않았다.
 “휴우! 다행히 미행하는 차는 없군.”
 손목시계를 보니 제라르와 약속한 시간이 아직 30분이 남아 있었다. 15분이면 충분하게 파리 역에 도착할 수 있기에 안심이 되었다.
 
 빈과 까마귀는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와 소리 없이 그레고리의 가방 가게 건너편에 내려섰다. 투명화 마법을 펼치고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가 그레고리라는 놈의 가방 가게군?”
 그레고리의 가방 가게는 전면이 강화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기에 안이 훤하게 보였다.
 “주인님, 가게 안에 여직원 혼자 있는데요?”
 “으음··· 아직 그레고리라는 놈이 안 돌아왔군.”
 “조르주의 기억을 보니, 그레고리라는 놈 제법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나도 알아. 그래봐야 내 손을 벗어날 수 없어.”
 “그건 그렇지만, 어쩌면 그레고리 놈이 뭔가 눈치를 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밤 놈을 제거하려는 것 아냐. 어?”
 “주인님, 왜 그러십니까?”
 “페밀리어가 보내온 영상을 보니 그레고리 놈이 어디론가 급하게 가는 것 같은데?”
 “예? 그곳이 어디인데요?”
 “주위의 건물들을 보니 파리 역 쪽으로 가는 것 같아.”
 “으음··· 그렇다면 놈이 분명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놈은 때제베 고속 열차를 타겠군. 하지만 마음대로는 안 될 거야.”
 빈은 까마귀의 손을 붙잡고 외쳤다.
 “텔레포트!”
 스스스스!
 그러자 공간이 이지러지며 빈과 까마귀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빈은 이미 페밀리어를 통해 파리 시내의 중요한 도로와 건물들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파리 역 부근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그 후, 벨트 속에서 검은 옷을 꺼내 갈아입고는 겉에 갈색 로브를 걸쳤다. 그리고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얼굴에는 은색 가면을 썼다.
 이렇게 함으로써 완벽하게 신분을 알 수 없도록 변장이 되었다.
 이번에는 까마귀가 자신의 마력으로 얼굴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바꾸었다. 머리카락 색깔도 금발에서 은발로 바꾸었다.
 
 부우웅!
 때제베 고속 열차를 타기 위해 그레고리는 파리 역 옆에 있는 공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빈자리에 차를 주차시킨 그는 하드 케이스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끌면서 파리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야간 조명등이 희미한 공용 주차장 입구에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그레고리는 왼손으로는 여전히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끌었지만, 오른손은 등 뒤에 있는 권총에 손가락을 끼우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했다.
 까마귀는 다가오는 그레고리를 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레고리,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허억! 누구냐!”
 “나중에 알려 주지.”
 긴장을 했는지 그레고리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 뺨을 타고 턱으로 이동하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곁눈질로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제기랄! 놈은 킬러일까? 아니면 마피아 조직원?’
 까마귀는 2미터나 되는 거구였기에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얼굴은 너무 평범해서 자주 보지 않으면 잊어먹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특징이 없는 얼굴은 처음 보았다.
 꿀꺽!
 입 안이 마르는지 침을 삼킨 그레고리는 몇 초의 시간 동안 수만 가지의 생각을 했다.
 빈은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숨긴 채, 까마귀와 그레고리의 대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라르는 파리 역 입구에 서서 그레고리를 기다리다가, 그의 소형차가 공용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고속 열차를 타려면 30분이나 남아 있었기에, 그레고리를 마중하기 위해 공용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그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거구의 남자가 땅에서 솟아난 것인지 공용 주차장 입구에 나타난 것이다.
 제라르는 잘못 보았나 싶어서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지만, 분명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세 시대의 수도승들이 입었다는 갈색 로브를 입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때, 제라르의 머릿속에 낮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야마카시 마니아인 에드문드가 어떤 거구와 시비가 붙어서 인근의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사라졌다는 말이었다.
 “으음··· 뭔지 모르겠지만 불길해. 피하는 게 좋겠어.”
 제라르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다가, 파리 역 입구에서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레고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대로 스위스로 가는 것보다는 이탈리아로 숨는 게 좋겠어.”
 제라르는 신속하게 이탈리아행 티켓을 발급받았다. 이탈리아행 고속 열차는 마침 5분 후에 떠나는 게 있었기에 잘되었다 싶었다.
 
 파악!
 까마귀는 바닥을 박차고 탄환이 쏘아지듯 엄청난 스피드로 그레고리에게 접근했다.
 이미 권총을 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그레고리는 뒷걸음질 치면서 등 뒤에 꽂아놓았던 권총을 꺼내 발사했다.
 타탕!
 2발의 탄환이 발사되었다.
 까마귀는 몸을 비틀면서 도약해 총알을 피하고는, 공중제비를 빙글빙글 돌더니 그레고리의 앞에 내려섰다.
 “허억! 말도 안 돼! 총알을 피했어?”
 “흐흐흐! 이 정도는 기본이야.”
 곧이어 그레고리가 권총을 까마귀의 얼굴에 겨누자, 어느새 내뻗어진 까마귀의 팔이 그의 팔을 쳐냈다.
 그레고리는 6년 전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날 때면 킥복싱을 훈련했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남자라면 3명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 싸움은 자신 있었다.
 터터턱! 파팟!
 현란하기까지 한 스트레이트와 훅 공격이 전부 까마귀의 손에 가로막히자, 그레고리는 하이 킥을 날렸다. 그러나 까마귀는 씨익 웃으며 상체를 뒤로 젖혀 쉽게 피했다.
 “제법이군?”
 “으음··· 내 공격을 모두 피하다니 대단해.”
 “겨우 이 정도 공격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구?”
 “이, 이놈이!”
 “이번에는 내가 공격할 테니 막아봐.”
 후우웅!
 까마귀의 펀치가 날아왔다.
 그레고리는 재빨리 상체를 숙이면서 좌우로 흔들어, 까마귀의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눈으로 보고서도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퍼퍼퍽! 빠악!
 눈 한 번 깜빡거리는 짧은 시간에 그레고리는 까마귀의 광속 펀치에 5방이나 맞았다. 1방만 맞아도 휘청거리는데 무려 연타로 5방을 맞았기에 그레고리는 눈동자가 흐릿해지면서 고꾸라졌다.
 “끄으으! 이런 펀치는 처음이야.”
 “흐흐흐! 나도 이런 공격은 네가 처음이다.”
 스스슷!
 그때, 까마귀의 옆에 빈이 나타났다.
 “까마귀, 놈을 지하 이 층 주차장으로 데려가라. 난 이자의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겠다.”
 “예, 주인님.”
 까마귀는 실신해 있는 그레고리를 어깨에 짊어지고는 먼저 지하 2층 주차장으로 향했다.
 
 빠아아앙!
 기적 소리가 울리며 이탈리아행 고속 열차가 출발했다.
 “휴우! 이젠 안심이야.”
 좌석에 앉아 있는 제라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벅저벅!
 조용한 지하 2층 공용 주차장에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까마귀는 콘크리트 기둥에 그레고리를 내려놓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그를 붙잡았다.
 짜짜짝!
 그리고 제법 매섭도록 뺨을 때리자 실신해 있던 그레고리가 정신을 차렸다.
 “우욱! 너희들은 누구냐?”
 “흐흐흐! 질문은 주인님께서 하실 것이고, 네놈은 그냥 대답만 잘하면 된다.”
 퍼억!
 까마귀는 경고성으로 그레고리의 배에 주먹을 먹였다.
 “우욱!”
 그에 그레고리는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고리의 곁으로 다가와 나직하게 말했다.
 “그레고리, 이 시간에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 거지?”
 “끄으으! 여행을 다녀오려는 거다.”
 “여행? 갑자기 여행은 왜?”
 “그냥 머리가 복잡해서.”
 “큭큭큭! 동료들이 갑자기 죽어서가 아니고?”
 “허억! 그··· 그건!”
 “그래, 너의 생각이 맞을 거야. 내가 울리엘과 피에르, 에드문드와 조르주를 차례대로 죽였거든. 아아, 울리엘과 피에르는 경찰이 죽였지.”
 “으음··· 그럼 혹시 네가 울리엘과 피에르를 구타했나?”
 “맞아. 팔과 발목을 부러뜨리고, 손가락까지 친절하게 부러뜨렸지.”
 “으으! 왜 그랬지?”
 “왜 그랬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
 “뭐, 좋아. 너희 동료들에게도 한 번씩 말해주었는데 너에게 못해줄 거 있어?”
 “······.”
 “이 주 전이었을 거야. 네놈과 네놈 동료들이 동양계 여자를 하나 납치했을 거야. 기억나?”
 ‘그, 그럼 그때 그 여자가 말하던 자가 바로 이자?’
 그레고리는 공포가 밀려오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인신매매를 하면서 동양계 여성 중에서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강간을 한 번씩 하고 물주하게 팔아넘기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욕정이 끓어올라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무려 세 번이나 강간을 했었다.
 일만 아니었다면 자신의 애인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였다.
 뒷조사를 조금 해보니 한국 유학생으로, 그림 공부를 위해 파리로 온 것이었다.
 똑똑하고 아름답고, 거기에다 몸매도 끝내주는 여자였다. 또한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아주 싱싱한 몸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강간할 때 그녀가 지껄이던 말이 이제야 떠올랐다.
 ‘그녀의 오빠가 복수를 해줄 거라고 했는데, 별명이 알바트로스라고 했던가?’
 그레고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본 빈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내 여동생이 분명 네놈에게도 말했을 거야. 오빠가 복수해줄 거라고 말이야. 내 별명도 말했을 텐데. 난 알바트로스라고 하지.”
 콰앙!
 그레고리는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불안감이 현실이 되자 공포심에 부들부들 떨면서 오줌을 지렸다.
 “큭큭큭! 공포에 떠는 걸 보니 나에 대해 듣긴 들었나 보군.”
 “으으! 날 어쩔 것이오?”
 “뭐, 간단해. 여동생의 복수를 해줘야지.”
 “이러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
 “그건 내 사정이고, 넌 지독한 고통을 느끼면서 죽어주기만 하면 돼.”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 말에 그레고리는 오늘 살아서 나가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빈이 그레고리의 오른 팔목을 붙잡더니 뒤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인간의 뼈가 이렇게까지 연약한 것이었는지 너무나 손쉽게 꺾이면서 부러졌다.
 “으아악!”
 지독한 고통에 그레고리는 미칠 것만 같았다.
 “흥! 겨우 팔목 하나 꺾었다고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 안 되지.”
 “으으! 살려 주시오!”
 “흥! 무슨 소리. 넌 오늘 내 손에서 절대로 살아나갈 수 없어.”

댓글(3)

borislee    
8권까지 읽었는데 일단은 킬링타임용으로 제법 볼만합니다. 더구나 이 작품은 구매만을 강요하지 않는 대여로도 가능한 작품이어서 스트레스 해소와 시간 보내기에 적절하지 않나 싶네요. 감사합니다.
2017.09.04 21:29
콩알이네1    
지루해요
2022.12.14 00:06
달부진시    
글 내용은 괜찮은데 그놈에 <씨익. 흐흐흐.ㅋㅋㅋ. 또 씨익 .흐흐흐.ㅋㅋㅋ 이거 주인공 등장 씬마다 나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옴 작가님 께선 이 웃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 지시는지 봅니다먼 해도해도 너무 많이 나와서 적품의 몰입감을 없애 버리고 짜증을 유발 합니다 좀 읽울만 하면 <씨익> <흐후후><ㅋㅋㅋ>이러니 글의 흐름에도 맞지않는 부분도 많고 쓸데없이 쥔공이 가볍게 느껴지게 만들고요 차라리 필력이 좀더 있어서 그웃음을 글 상황에 맞춰 쓴거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그렇든 어떻든 너무 많이 나옴 너무 자주 나옴 나중엔 짜중나고 읽기 싫어짐 동생이 죽었다는데도 흐느껴 우는게 아니라 <씨익> <흐흐흐><ㅋㅋㅋ>이러고 있음 동생죽인 철천지 원수 만나서도 그럼 맨날 저러고 있음 쥔공의 강정 표현은 저 3가지가 다안것 같음 물론 술프고 화나고 하겠지만 기억엔 저3가지 웃음만남음 글의 내용이 아무것도 머리에 남지않음 저 3거지 웃음 외에는 ... 작가남 작가님께 저 3가지 웃음이 얼마나 멋져 보이는 지는 알겠는데요 적당이 사용해야죠 아무리 비싸고 좋운 음식도 한두번 접할땣좋어도 매번 매끼니 매시간 마다 먹어야 한다면 질려서 보기도 싫고 길거리의 풀빵보다도 못한 음식이 될겁니다 귀한 걸수록 어끼고 아껴서 가장 알맞은 시간과 장소에 있을때 더욱 빛이 나는 거아닐까요
2022.12.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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