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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7.09.25 조회 3,166 추천 29


 맨워드(manward)대륙.
 13,0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맨워드 대륙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가장 큰 서대륙. 그보다는 작지만 열대의 삼림이 우거진 중앙대륙. 중앙대륙에 비해 절반 정도가 더 큰 동대륙.
 동, 서 ,중으로 구분되는 세 개의 대륙에는 수천여 개에 달하는 부족들이 존재한다. 그들에 의해 수백 개의 국가가 탄생하고 소멸해 오기를 거듭해 온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종족들과의 전쟁도 한몫을 했다.
 대륙에는 인간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전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의 생활이 편할 리 없었다.
 생업에 매진할 수 없다 보니 굶주림에 허덕이기 일쑤였다. 그런 힘든 상황이 또다시 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악순환을 거듭하던 맨워드 대륙에 대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약 육백여 년 전부터다.
 당시 대륙에는 서른여덟 개의 국가가 존재했었다.
 그중 중앙대륙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던 다룬 왕국에 한 장의 동판이 입수되면서부터 대륙은 대격변기를 맞았다.
 하늘의 별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문양들이 음각된 동판.
 한 광부에 의해서 우연히 발견된 그것은 왕국의 현자들에 의해서 고대의 지도로 밝혀졌고, 다룬 왕국의 젊은 국왕인 프리히 울버 카이젤은 국가적인 차원의 탐사대를 조직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십여 년 후.
 동대륙과 서대륙의 경계 해역인 노링턴 해의 북방에 있는 시노스크 랜드와 바르바르 랜드 사이의 군도들에서 고대 문명의 유적지가 발굴되었다.
 다룬 왕국으로서는 크나큰 도약의 기회였다.
 그러나 비밀은 지켜지지 못했다.
 다룬 왕국으로서는 불행이 아닐 수 없었다.
 맨워드의 문화 수준을 뛰어넘는 굉장한 문명을 지닌 고대의 유적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대륙의 각 나라에서는 자국의 병사들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로 구성된 탐사대를 북해로 급파했다.
 만년빙들로 뒤덮인 북해의 섬들이 사정없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섬들에서도 고대의 유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을 무렵, 기어코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약소국의 탐험대를 대상으로 공공연한 강탈 행위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대륙 본토에서도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말하는 맨워드 대륙의 백 년 전쟁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38개국 중에서 가장 먼저 멸망한 나라는 다룬 왕국이었다.
 중앙대륙의 국가들뿐만이 아니라, 동대륙과 서대륙의 국가들마저 다룬 왕국을 침공한 것이다. 그 원인이 다룬에서 먼저 거두어들였을 고대의 유물에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백 년 전쟁이 끝났을 때.
 대륙은 새롭게 재편이 되어 있었다.
 서른여덟 개의 국가 중 열네 개 국가만이 살아남았다.
 그중 백 년 전쟁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나라는 서대륙의 스바르탄과 동대륙의 알비아였다.
 주변의 여러 국가들을 점령해 영토를 크게 확장한 그들은 스스로 제국과 성국임을 천명했고, 나머지 12왕국들은 주변국들과의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으로 내실을 다지기에 전력을 쏟았다.
 백 년 전쟁의 결과물인 고대의 유물들.
 유적지에서 발견한 문자들을 해독한 현자들에 의해서 카이스턴 대륙이라고 밝혀진 그곳의 유물들로 인해서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새나 목성(木城) 정도가 전부이던 각 나라에 튼튼한 방어벽에다 주거 공간까지 갖춘 웅장한 석성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서민의 의식주를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었고, 스바르탄 제국과 알비아 성국의 주도 아래 대륙공용어와 공통화폐가 만들어졌다.
 나라마다 새로운 법률이 재정되었고, 고대의 선진 지식과 무력을 익힌 수많은 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맨워드 대륙은 그렇게 변해 갔다.
 
 
 
 Chapter 1 라마샤르탄 주둔군
 
 
 북해의 초입에 있는 섬들 중 가장 큰 섬은 바르바르 랜드와 시노스크 랜드다.
 맨워드 대륙의 역사와 문명을 뒤바꾸어 놓은 카이스턴 유적지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이 지역이었다.
 바르바르와 시노스크 사이에 존재하는 칠백여 개의 섬들 중 카이스턴의 유물이 발굴된 섬은 모두 예순두 개.
 그중 카마스 연방제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적지는 아홉 개에 불과했다.
 카마스 제국에서는 이곳을 ‘라마샤르탄’이라고 명명했다.
 라마샤르탄은 ‘고대인의 숨결’이라는 뜻을 지닌 고대어였다. 현재 라마샤르탄은 카마스 연방제국의 해군 제17 군단 소속 파견군이 관리하고 있었다.
 라마샤르탄 주둔군의 편제는 간단했다.
 군단에서 파견한 군영장(주둔군 사령관)이 군단 소속의 천인장 한 명과 원로원에서 파견한 또 다른 한 명의 천인장과 함께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다섯 명의 백인장들과 노수를 포함한 500여명의 병사들이 그들을 받치고 있는 체재였다.
 이런 라마샤르탄 주둔군이 제국의 젊은이들로부터 ‘청춘의 무덤’, ‘죽음의 근무지’, ‘백색의 저승’ 등으로 불리우는 것은 다름 아닌 이곳의 기후 때문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드는 지독한 추위와 하룻밤 사이에 성인의 키만큼 쌓이는 엄청난 양의 눈.
 살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변변한 숙소조차 존재하지 않는 열악한 근무 환경.
 이러한 조건들은 한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한 기후 속에서 성장해 온 카마스의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환경이었다.
 때문에 해마다 병사들의 40퍼센트 정도가 동사했다.
 물론 뱃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문제아(?)들로 구성된 신병들이 보충되기는 하지만, 그들 중에서 이듬해에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병사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라마샤르탄 주둔군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 년여 전부터 동사자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첫해에는 170여 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
 이 숫자는 평년에 비해 반 정도가 줄어든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듬해에는 동사자의 수가 90여 명으로 줄어들더니, 재작년에는 37명의 사망자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때는 2월 초, 겨울도 얼마 남지 않은 올해에는 놀랍게도 단 세 명만이 동사했을 뿐이었다.
 이런 대이변의 중심에는 한 병사가 있었다.
 그 병사가 끓여 주는 약초물을 마시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만 하면 북해의 지독한 추위를 견뎌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병사가 멀리 시노스크 랜드로 건너가 잡아 오는 실(seal:물개나 바다표범)과 화이트 베어(white bear:백곰)의 가죽은 모든 병사들에게 훌륭한 보온 장비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3년 차부터는 군영장으로부터 행동의 자유를 부여 받는 등 특별한 존재가 되어 버린 병사.
 그 병사의 이름은 클리프였다.
 온통 하얗기만 한 세상.
 두텁게 얼어 있는 북해의 바다 위를 행렬을 유지한 채 구보하는 병사들이 있었다.
 “헛―! 둘―! 헛둘! 헛둘!”
 쿵! 쿵! 쿵! 쿵!
 조교의 구령에 맞춰 빙판을 달리고 있는 4백여 명의 병사들.
 원피스형의 토가만을 걸친 채 살을 에이는 칼바람을 맞으며 구보 중인 그들의 이마와 뺨에서는 때 아닌 구슬땀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당 시간 달렸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병사들의 표정만큼은 밝았다.
 교대로 내딛는 발걸음과 앞뒤로 흔들어 대는 두 팔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단지 훈련만은 아닌 듯싶었다. 매일같이 하는 훈련이면 절대로 이런 표정들이 나올 수 없었다.
 “헛둘! 헛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빙판 위를 달리던 제2 백인대의 눈에 한 물체가 잡힌 것은 구보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라마샤르탄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
 그것은 대단한 부피의 짐을 실은 썰매였다. 제2 백인대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클리프 선배다!”
 “선배님!!”
 휘이이익―
 사실 썰매를 끌고 있는 사람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거리였다.
 하지만 모든 병사들은 썰매의 주인이 클리프라는 것을 확신했고, 제2 백인대의 백인장 루클루스도 마찬가지였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루클루스가 소리쳤다.
 “모두 제자리!!”
 쿵! 쿵! 쿵! 쿵!
 80여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제자리 뛰기를 시작하자 나머지 부대의 병사들도 같은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클리프.
 라마샤르탄 주둔군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그가 한 달여 만에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반김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제4 백인대의 백인장 타프라우는 일부의 병사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이십여 명의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썰매에 연결된 가죽 끈을 어깨에 매고서 썰매를 끌고 있던 클리프.
 그는 달려오는 후배들을 발견하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죽 끈을 내려놓았다.
 이윽고 허리를 펴니 흉갑과 가죽으로 된 주름치마형의 군복 하의가 짤막해 보일 만큼 늘씬하면서도 강인한 근육질의 몸매가 드러났다.
 신장은 19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어우러진 양팔과 양다리는 마치 철탑처럼 튼튼해 보였다.
 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호남형이었다.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자라 있는 갈색 머리에 황금색에 가까운 눈동자를 지닌 그의 입가에는 씽긋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짜식들, 훈련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부대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실감이 났다.
 ‘후후, 그동안 열심히들 훈련한 모양이군.’
 상당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음에도 얼음판에 미끄러지는 후배들이 없다는 사실이 나름 흡족한 클리프였다.
 사실, 저들 중 클리프보다 나이가 적은 후배는 채 20퍼센트도 안 되었다. 적게는 한두 살에서 많게는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전우들이 그에게만큼은 깍듯이 선배 대우를 해 준다.
 그동안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 모두 청춘의 무덤인 이곳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니만큼 서로간의 끈끈한 유대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쩝, 벌써 이월이라······. 저 녀석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이제 넉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참으로 빠른 게 세월이라고,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입대 1년 동안의 하루하루는 정말로 지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였다.
 간섭하는 사람이 있기를 하나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몇 달 동안 부대를 비워도 뭐라고 하는 상관이 있기를 하나, 지금의 클리프는 제국의 전 병사들 중에서 가장 편하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큰 소득은, 더 이상 운명에 휘둘리지 않아도 될 만큼 클리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끌려와야 했었던 이 청춘의 무덤에서 세상, 그리고 운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은 것이다.
 ‘후후, 이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케이티 모녀든, 영주님이든.’
 입가에 자신에 찬 미소를 매단 클리프.
 그는 실과 화이트 베어를 비롯한 큰 짐승들의 모피가 가득 실려 있는 썰매로 다가갔다.
 월급을 쪼개서 구입한 개인 물품들을 챙겨야 했던 것이다.

댓글(5)

김영한    
스바르타!!!
2017.10.25 10:14
김영한    
알비아!? 알제리 + 리비아!? 친 지구적이고 좋네요.. ㅋㅋㅋㅋ
2017.10.25 10:15
김영한    
제17 군단 제 17 군단
2017.10.25 10:16
김영한    
500여명의 500여 명의
2017.10.25 10:16
김영한    
원로원!?!?로맛!?!?
2017.10.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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