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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7.09.26 조회 2,948 추천 31


 목차
 프롤로그
 1장 발견
 2장 확인
 3장 첫 사건
 4장 공소 시효 7일 전
 5장 진실
 6장 사건의 전말
 7장 증거 인멸
 8장 그들의 압력
 9장 위기
 10장 조우
 
 
 프롤로그
 
 
 2011년 5월 7일.
 -나, 더 이상은 못 살겠어.
 아내의 전화를 받은 최우혁은 여느때처럼 그녀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더 이상 못 살면 어떻게 할 건데? 이혼이라도 해 줘? 알았어. 해 줄 테니까, 집에 가면 이야기해.”
 우혁은 자신의 차 안에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지금은 아내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없었다.
 1년 내내 쫓고 있었던 살인범을 잡는 순간이 목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더 이상 당신 얼굴 못 볼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지금 마포 대교야.
 “뭐라고?”
 우혁은 아내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상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녀.
 그리고 투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마포 대교.
 두 가지 상황이라면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마포 대교 한가운데에 있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민해 봤어. 그리고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야.
 그녀의 말에 우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수연아, 잠깐만!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잘 알아. 내 얼굴 보는 게 죽도록 싫은 거라면 네 인생에서 내가 사라져 줄게. 그러니까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절대 하지 마.”
 그는 다급한 마음에 아내를 설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실 이럴까 봐 아무 말 없이 가려고 했는데······. 그만 끊어야겠다.
 “수연아, 끊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봐. 수연아! 이수연!”
 아내는 우혁의 간절한 바람에도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꽉 잡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괜찮냐?”
 옆에서 우혁의 통화 장면을 보고 있던 동료 형사였던 정상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평소 일도 같이 했고, 술자리도 자주 했기 때문에 수연에 대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너 내려라.”
 우혁은 전방을 응시한 채 말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범인은?”
 “씨발. 그냥 내리라면 내려!”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상일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알았어.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고 와라.”
 상일이 보조석에서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우혁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차에서 내려 문을 닫자 엔진의 RPM이 끝까지 치고 올랐고, 차는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정상일은 위태롭게 달리고 있는 우혁의 차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혁은 빠르게 달리면서도 마포구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아내와 했던 통화 내용을 말하며 마포 대교로 경찰 인력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그 역시 마포 대교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가 마포 대교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 곳에도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관할 경찰관들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도착했지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기다렸다.
 몇 시간이 지나고,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내의 모습뿐만 아니라 소식조차 들리지 않았다.
 우혁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급하게 연차를 쓰고 아내를 찾았단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을 때, 마포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그의 아내가 한강 하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우혁은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병원 영안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싸늘한 시신이 자신의 아내인 이수연이란 사실을 말이다.
 “수, 수연······. 흐흑······.”
 그는 아내의 시신을 꼭 껴안으며 목 놓아 울었다.
 그간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핑계와 실적을 높여 특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내에게 소홀했던 자기 자신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수연아아아―!”
 
 1장 발견
 
 
 그로부터 3년 뒤.
 뚝뚝뚝······.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
 며칠을 쌓아 둔 건지 빈 그릇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파리 몇 마리가 들러붙어 오랜만의 포식을 즐기고 있었다.
 쓰레기장과 다름없는 주방, 그리고 거실.
 러닝셔츠에 사각팬티를 입은 우혁은 침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질러 자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정오를 넘어서 15시 37분을 넘어선 순간.
 띠리리리!
 스마트폰에서 고전적인 벨소리가 울리자 잠에서 깬 우혁이 손을 더듬거려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그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긴 누구야? 반장이지! 너 이 새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퍼질러 자?!
 수화기 너머에서 꽤 신경질적인 음성이 들렸지만, 우혁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니, 반장님 왜 그러십니까? 전 어제 야간 근무도 뛰었는데.”
 -야간 근무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너 요즘 근무 태만이라는 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계속 이럴 거야?
 “근무 태만이라니요? 누가 그럽니까?”
 -내가 그런다! 아무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방황은 그만하고 정신 차려서 빨리 현장으로 튀어나와!
 반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거칠었으나 진심을 담아 하는 말 같진 않았다.
 “현장이요?”
 -멸치 놈이 강북 일대에 나타났다는 제보다. 이번에도 그놈 놓치면 곤란하니까 나오라면 그냥 나와.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우혁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 * *
 
 사람이 많이 붐비는 도심의 한 지역. 우혁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멸치같이 생긴 놈은 보이지 않았다.
 “잠도 못 자고 이게 뭔 고생이야.”
 하지만 그의 투덜거림은 잠시뿐이었다. 곧장 눈에 익은 한 남자가 우혁의 옆을 지나쳤다.
 “어?”
 그게 누군지 생각하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뒤를 이어 동료 형사들이 그의 옆을 지나쳤다.
 “저 녀석, 잡아!”
 “최 형사님, 멸치 녀석 안 쫓고 지금 뭐 하십니까?”
 달리던 형사 중 후배 하나가 자리에 멈춰 서 우혁을 채근했다.
 “알았어, 간다 가.”
 그 역시도 멸치를 잡기 위해 달렸다
 난데없이 도심 속 추격전이 일어났다.
 하지만 우혁은 처음부터 열심히 달려 용의자를 잡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인지 얼마 가지 못하고 자리에서 멈췄다.
 이 정도면 자신이 할 만큼 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뒤, 바로 맞은편에서 멸치라 불리는 남자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이리저리 달리다 다른 형사들을 따돌리고 빠져나온 것인데, 재수 없게 진작에 대열에서 이탈한 우혁과 눈이 맞은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새끼, 도망칠 거면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치지······. 야, 인마! 거기 서!”
 우혁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멸치를 잡기 위해 달렸고, 멸치 역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면서 또 한 번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잠시 인파가 많은 곳에서 쫓고 쫓기길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혁은 멸치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관리를 안 하고 산 것인지, 형사답지 않은 둔한 몸 때문에 허덕거리다가 금세 체력이 고갈된 것이었다.
 결국 그는 헉헉거리며 자리에 멈췄다.
 “그래, 도망갈 거면 멀리멀리 도망쳐라.”
 우혁은 손을 휘휘 저으며 멀어지는 멸치를 더 이상 쫓지 않았다.
 꼬르륵.
 그 순간 배에서 나는 소리에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떠올린 그는 근처에서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을 발견했다.
 우혁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인심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우혁을 반겼다.
 “떡볶이 일인분 주시고요. 어묵은 개당 얼마죠?”
 “500원이에요.”
 “괜찮네.”
 그는 곧장 어묵 하나를 집어 먹고, 종이컵에 어묵 국물까지 챙겨 마셨다.
 잠시 후, 떡볶이가 나오자 그는 이쑤시개로 떡을 찍어 먹었다.
 “이야, 떡볶이 진짜 맛있네. 아주머니, 이거 비결이 뭐예요? 집에 가서 해 먹어 보게.”
 “떡볶이 비결을 알려 주면 난 뭐 먹고 살어?”
 아주머니는 넉살 좋게 받아쳤다.
 “그런가? 그럼 다음에 또 찾아와야겠네요.”
 “다음에 또 와. 그럼 더 챙겨 줄게.”
 두 사람이 그렇게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우혁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네, 반장님.”
 -멸치는 어떻게 됐어?
 “안 그래도 보고드리려고 했는데, 이놈이 너무 빠른지라······.”
 -그래서 그놈을 놓쳤단 말이야?
 “그렇게 되었네요. 다른 형사들도 못 잡았다고 합니까?”
 -그래. 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아무튼 알았으니까 끊어.
 “옙! 반장님.”
 그렇게 전화를 끊고 우진은 다시 떡볶이를 먹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왔다.
 “오늘따라 날 찾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
 우혁은 떡볶이 파는 아주머니를 의식하면서 그런 말을 한 후,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해 보았다.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너 요즘 뭘 하고 살길래 통 소식이 없어?
 “알아서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무슨 일이긴. 아들 생각나서 해 봤지.
 “할 말 있는 거 아니까 무슨 일인지 말해 봐요.”
 -그래, 네 선 자리 알아봤다. 오늘 저녁 약속이고, 정확한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보내 줄 테니까, 절대 늦지 마라.
 우혁은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싫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럼 너 장가 안 갈 거야?
 어머니의 말에 우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마누라 죽게 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선이에요.”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야? 오히려 그 애 때문에 네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니? 그러니까 이제 엄마 말 듣고 선 봐.
 “아무튼, 전 그런 거 안 봅니다.”
 -어렵게 구한 자리이니까 엄마 망신 뻗치게 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가라.
 우혁이 또 뭐라고 할까 봐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어머니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우혁은 전화가 끊긴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기 때문에 배우자가 없이 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더 잘 아시기에 더 이러시는 것이다.
 어머니야 하나 있는 자식인 우혁을 바라보며 견뎌 왔다고는 하나 우혁에게는 자식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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