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일신에 백색의 도포를 단정하게 걸치고 바닥에 넙죽 엎드린 목상 도장(木桑道長)은 백발이 다 된 머리를 조아리며 아주 간곡하고도 공손한 음성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천하는 신주팔패(神州八覇)의 무리들이 득세를 하고 본파를 비롯한 명문정파의 자제들은 마침내 그 설 땅마저 없어지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말았습니다. 실로 이것은 과거에 우리 명문정파들이 이루었던 업적과 그 명성에 비하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그야말로 어이없는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일이지요. 아마도 그러한 사정은 태사숙조께서도 능히 잘 알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태사숙조(太師叔祖).
이제까지 조용한 표정으로 묵묵히 목상 도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그는 문득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어 물었다.
“그래, 당신이 나를 찾은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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