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쿤(Raccoon)이다. 내 본명은 따로 있지만 주군이 나를 그렇게 부른 이후로는, 아무도 나를 내 본명으로 불러주지 않았다. 그러니 내 본명은 있으나 마나다.
라쿤이라는 말은 이계어로 ‘너구리’라는 뜻이다. 내 생김도 그렇거니와 성격도 의뭉스럽고 뻔뻔스러운 면이 많아, 내가 생각하기에도 딱 맞는 이름(?)인 것 같다.
시종 신분인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주군의 가죽신을 품에 안고 겨울 새벽을 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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